산업 일반
[국내 프로야구 구단가치 평가] 프로야구는 산업, 구단은 기업
- [국내 프로야구 구단가치 평가] 프로야구는 산업, 구단은 기업
기업은 수익성·성장성·보유자산 등으로 시장가치를 평가한다. 프로야구를 하나의 산업으로 본다면 구단 또한 기업처럼 시장가치를 평가할 수 있다. 구단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요소들은 무엇일까.
미국 포브스에 따르면 메이저리그(MLB)의 평균 구단가치는 3.8억 달러에 달한다. 그 중 뉴욕 양키스의 가치가 10억3,000만 달러로 가장 높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1조원에 달한다. 이 정도면 일개 야구팀의 가치가 중견기업 수준과 맞먹는다. 성장 속도도 빠르다. 2000년 평균 구단가치 2억3,000만 달러에 비해 1억6,000만 달러 증가했으니 70%나 뛰었다(그림 참조). 1994년에 1억1,000만 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세 배 이상 가치가 올라갔다. 꽤 괜찮은 장사를 한 듯싶다. 실제로 미국 기업가치 상승률의 두 배에 이르는 수치다. 개별 구단을 보면 더 현실감을 느낄 수 있다. 괴짜 구단주로 유명한 뉴욕 양키스의 조지 스타인브레너는 73년에 CBS로부터 ‘단돈’ 1,000만 달러에 구단을 인수했다. 현재 구단가치가 10억 달러가 넘으니 100배 이상 올라간 것이다.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수익을 올려 배당은 다 챙기면서도…. 하나의 예만 더 살펴보자. 2년 전 밤비노의 저주에서 벗어나 마침내 정상에 오른 보스턴 레드삭스. 현재 구단가치는 6억2,000만 달러로 MLB 2위다. 2000년 가치가 2억8,000만 달러였으니 6년간 약 120% 증가한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그리고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이 궁금증은 몇 차례 있었던 창단 및 구단 매각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표 참조). 인천을 연고지로 한 삼미 야구단을 70억원에 인수한 청보는 2년 뒤 태평양에 부채를 떠넘기는 조건으로 50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그러나 태평양은 95년에 무려 430억원을 받고 야구단을 현대에 매각했다.
당시 관중 500만 명을 돌파한 프로야구 최고 인기 시절이기에 높은 값을 매길 수 있었다. 8년 만에 약 6배 남긴 셈이니 메이저리그 못지않은 ‘장사’다. MBC는 야구단을 90년에 130억원을 받고 LG에 매각했다. 84년 빙그레 창단 비용을 고려컨대 MBC의 구단 창단 비용이 30억원 미만이었을 터. 8년 후에 약 5배 가치를 올려 매각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프로야구팀은 매년 엄청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어떻게 기업가치가 올라갈 수 있을까. 걸핏하면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구단이 한국 야구의 발전이라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구단을 운영한다는 듯한 뉘앙스를 풍기는 데도 말이다. 일반적으로 야구단의 가치는 몇 가지 요소를 고려해 산출한다. 첫째, 연고지의 규모 및 야구에 대한 충성도를 고려한 연고지의 시장가치를 계산한다. 2006년 MLB 구단가치 순위 상위 5개팀의 연고지가 뉴욕·로스앤젤레스(LA)·시카과 같은 대도시거나 시민들의 야구 충성도가 가장 높다고 자부하는 보스턴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을 연고로 한 LG 트윈스·두산 베어스가 이 분야에서 높은 시장가치를 얻었다. 두 번째 요인은 스타디움이다. 크고 좋은 스타디움을 이용하는 팀이 더 높은 수익을 올리고 많은 팬을 확보할 수 있음은 당연하다. 최근 워싱턴DC를 연고지로 한 내셔널스는 지방자치 정부가 새 경기장을 지어 주기로 결정하면서 구단가치가 급격히 상승했다. 2004년 가치가 1억5,000만 달러에 불과했는데 2년이 지난 지금은 4억4,000만 달러로 급상승했다. 이 점을 고려한다면 우리나라에선 잠실 야구장을 사용하는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사직구장을 이용하는 롯데 자이언츠, 문학구장을 사용하는 SK 와이번스가 높은 시장가치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그외 요인으로는 구단의 브랜드 가치·팀 성적·스타 선수의 인기도 등이 있다. 그러나 MLB의 구단가치 산정 방식이 우리나라 프로야구에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구단의 설립 목적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MLB에서는 대부분 구단이 독립경영을 하므로 구단의 수익성이 가장 중요한 경영지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모두 대기업의 자회사 또는 사업부의 형태를 지닌 수직적 결합의 형태다. 따라서 야구단 자체의 수익성보다는 야구단을 포함한 그룹 전체에 야구단이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경영지표로 삼는다. MLB에도 우리나라와 유사한 예가 있다. ‘90년대의 팀’이라 불리는 애틀랜타 브레이브스는 테드 터너가 76년에 인수한 팀이다. 그런데 구단주 터너는 TBS라는 아직 입지를 굳히지 못한 케이블 방송사도 갖고 있었다. 터너는 브레이브스 경기의 독점중계권을 낮은 중계료를 받고 TBS에 줬다. 이를 통해 TBS는 전국적인 케이블 방송사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연고지의 규모라는 요인과 병행해 모기업의 규모 요인을 고려해야 한다. 뉴욕 양키스 같은 대도시 팀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같은 소도시 팀을 비교하면 우승을 통해 구단이 올리는 수익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같은 논리로 삼성이란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팀과 예전의 쌍방울 레이더스처럼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기업을 모기업으로 한 팀이 우승할 때 미치는 파급 효과도 다르다.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삼성 라이온즈·LG 트윈스·SK 와이번스 같은 팀이 구단가치를 조금 더 올릴 수 있는 여건을 갖춘 팀이다. 이상의 요인을 종합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LG 트윈스의 잠재적 시장가치가 가장 크며, 그 다음으로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가 있다. 그러나 팀 성적·팀 컬러·스타 플레이어 등 순수 스포츠적 특성에 따라 시장가치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이런 예는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통해 쉽게 찾을 수 있다. MLB 최고 구단인 양키스를 인수한 방송사 CBS는 구단 운영을 제대로 못해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면서 매년 적자에 허덕였다. 결국 인수 9년 만에 구입 가격보다 400만 달러가 적은 1,000만 달러에 허겁지겁 매각해 버렸다. 소도시를 연고로 하면서도 적은 예산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올리는 팀이 있다. 미네소타 트윈스·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같은 팀이다. 좋은 성적 덕분에 구단가치는 5년 만에 두 배 이상 뛰었다. 2000년 구단가치 1억 달러에 불과하던 트윈스는 현재 2억2,000만 달러로 가치가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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