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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이주 노동자들 생존 경쟁 치열

유럽 이주 노동자들 생존 경쟁 치열

동유럽인들의 대거 유입으로 기존 북아프리카 출신들과 갈등 항해 7일째가 되면서 마실 물이 떨어졌다. 배에 실린 싸구려 위성항법장치도 고장이 났다. 마침내 연료마저 다 떨어졌다. 운만 따르지 않았으면 탑승객 모두가 목숨을 잃었으리라. 다행히도 스페인의 연안 감시선 한 척이 공해상에서 침몰 중이던 그들을 보고 옮겨 태워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역설적이게도 정확히 그들이 가려 했던 곳으로 말이다. 라민 디바(17)는 마치 생애 최악의 사건을 겪은 듯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폭풍이 휘몰아치는 지중해에서 갑판도 덮이지 않은 소형 선박에 오른 93명의 다른 남자들과 함께 길을 잃은 채 9일간을 보냈다. 모두 감비아와 세네갈 출신들로, 노예무역 시절 유명해진 아프리카 서해안 일부를 따라 항해했다. 200년 전 흑인 노예들이 아프리카 서해안과 서인도제도 사이의 중간항로(일명 ‘미들 패시지’)를 따라 실려 갔을 때처럼 항해 상황은 혹독했다. 이들이 항해에 나선 이유는 스페인령인 카나리아제도를 거쳐 결국엔 유럽 본토에 발을 디디려 해서다. 밀입국 알선책들은 그들에게 “모든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꾀었다. 하지만 실제론 나무 판자 위에서 마치 콩나물 시루처럼 서로 몸을 부딪히며 자야 했다. 파도는 높았고, 배 바닥엔 바닷물이 고였다. “우린 죽는 줄로만 알았다”고 디바는 말했다. 현재 스페인의 한 청소년센터에서 지내는 그는 결국엔 유럽 본토 땅을 밟았으면 한다. “나는 그 배에 전부를 걸었다. 죽음의 위협에도 거뜬히 살아남았다면 그 무엇도 나의 꿈을 막지 못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착각이다. 디바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대부분 무슬림인 수백만 명의 아프리카인·북아프리카인·아랍인·남아시아인들이 유럽에서 일자리를 구하려 필사적으로 몰려든다. 유럽인들이 그토록 낮은 임금으론 일하지 않겠다는 일자리를 찾아서 말이다. 그들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야채를 수확하고, 거리를 청소하며, 접시를 치우고, 도랑을 파며 살아왔다. 지구에서 가장 부유한 지역 중 한 곳인 유럽에서 최하층 생활이라도 하겠다고 기를 쓰는 자들이다. 그들이 고국으로 부치는 돈은 고향의 가족·마을·정부에 큰 도움을 줬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그들의 노동력은 유럽 성장에도 핵심적인 요소다. 그럼에도 지난 몇 년간 이제 막 유럽으로 들어온 사람과 이미 유럽에서 태어난 많은 사람조차 갈수록 서로를 파멸로 몰고가는 잔인한 ‘민족 전쟁’에 휘말렸다. 경제적 생존을 노리는 경쟁에서 집단과 집단, 인종과 인종이 서로 싸우기 때문이다. 예컨대 중국계가 북아프리카계와 싸우고, 남아시아 출신 무슬림이 동유럽과 중남미 출신의 백인 또는 피부가 흰 기독교도와 싸운다. 그들 간의 투쟁은 이민자 사회인 유럽의 냉혹한 거리에서 벌어지는 문명의 실제적 충돌로 번질 위험이 있다. 하층계급과 하부 세계, 이슬람교 회당인 모스크와 기독교 교회, 그리고 대가족·부족·삼합회·마피아·밀입국 중개자 간의 충돌은 이미 벌어진다. 연줄이 있는 자들은 유럽에 남을 방도를 찾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결국 임시 수용센터에서의 생활로 결말이 난다. 지난주 프랑스 카샹의 한 버려진 학교 체육관에 수용된 수십 가구의 빈곤층 이주노동자들이 좋은 예다. 지난주 프랑스 경찰은 그들이 주거지로 쓰던 그 폐교의 기숙사를 급습한 뒤 그들을 체육관에 감금했다. 앞으로 닥쳐올 이 같은 대결의 범위를 이해하려면 영국의 예가 도움이 된다. 영국은 2004년 유럽연합(EU)에 가입한 10개국(주로 동유럽 국가들)에 국내 고용시장을 개방한 세 나라 중 하나다. 구체적인 숫자 확인이 가능한 마지막 해인 그 해 이미 160만 명에 이르는 영국 거주 무슬림들의 실업률은 전국 평균치를 3배 웃돌았다. 특히 취약한 집단은 무슬림 남성들이다. 2004년 이들의 실업률은 다른 종교 집단의 3~8%보다 월등히 높은 13%였다. 그러곤 동유럽인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지난주 영국 정부는 폴란드 출신이 다수인 약 60만 명의 동유럽인들이 지난 2년간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왔다고 발표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에서 이주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존 솔트 소장에 따르면 영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구 유입이다. 이들 동유럽 출신 이주 노동자 중 97%가 구직에 성공했다. 물론 그들 모두가 기존의 이주 노동자들로부터 일자리를 빼앗진 않았다. 그러나 빼앗은 경우도 많다. 동유럽 출신 이주 노동력의 유입이 미치는 충격은 실제로 영국 전역의 무슬림 거주 지역에서 느껴진다. 아랍 출신의 영국 무슬림으로 웨스트 런던의 해머스미스에서 자동차 세차장을 운영 중인 ‘캄’(가명)은 갈수록 보편화하는 한 가지 추세를 설명했다. 그는 폴란드 등 동유럽 출신 이주 노동자를 고용한다고 선뜻 털어놓았다. “열심히, 그리고 꾸준히 일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캄’은 경쟁적인 동네에서 자칫 분노를 유발할지 모른다는 이유로 자신의 이름을 다 밝히진 않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폴란드 출신의 백인은 짙은 피부의 무슬림보다 일자리를 구할 확률이 높다. 동유럽 출신들은 무슬림들에겐 100% 위협적인 존재다. 무슬림이라면 구직도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만일 무하마드란 이름에 영어 구사가 가능한 사람과 리처드란 이름에 영어 구사가 불가능한 노동자가 있다면 업주는 당연히 리처드를 고용한다.” 지난해 런던에서 발생한 지하철 폭탄 테러와 지난달 미수에 그친 항공기 테러 기도를 계기로 무슬림 배경을 가진 젊은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새로운 장벽도 생겼다(불공정하지만 불가피한 일이다). 파키스탄 출신으로 해머스미스의 한 잡화점 가게에서 일하는 무자타바 아시라프(24)는 “이제 무슬림 출신은 훨씬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좌절감은 분노를 증폭시켜 이들이 정치적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회적 압박이 커지면서 유럽의 모스크들은 소위 ‘구직 조언자’를 갖춘 고용센터로 변신하는 사례가 두 배 늘었다(이들 ‘구직 조언자’들은 모스크 주변에서 ‘목표물’을 찾아 어슬렁댄다). 영향력 있는 영국 무슬림협회의 한 대변인은 “모스크가 변신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가 워낙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그는 “모스크들은 대개 종교적 측면을 강조했지만 이젠 더 젊은 사람들을 끌어들이려 변신을 꾀한다”며 “무슬림의 구직을 돕는 사회적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지하드(聖戰)’의 저자인 프랑스 학자 질 케펠은 그런 조언자 중 다수는 실제로 구직자를 돕지만 테러 옹호 등 과격한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은 모스크의 ‘구직 클럽’을 통해 일자리를 찾으려는 젊은이들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측면은 기존의 무슬림 사회에서조차 “이슬람교 지도자의 권력 중 한 가지 원천이 된다”고 케펠은 말했다. 이런 와중에 아직도 노동허가서 없이 일자리를 찾아 영국으로 밀려드는 새로운 불법 이주노동자들은 입지가 훨씬 더 약화됐다. ‘유럽에의 불법 이주노동’의 저자 프랭크 두벨은 “2004년부터 사정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망명을 신청하는 사람의 수가 1997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흔히 망명 신청자 수는 불법 이주 노동자의 수를 가늠하는 지표로 간주된다. 다른 방법으론 거주를 합법화할 길이 없는 이주 노동자들이 시간을 벌려고 망명을 신청하기 때문이다. 고용주 입장에선 종전과 똑같은 저임금을 주고도 “합법적인 노동력을 구하는데 뭣하러 불법 근로자를 고용하려 들겠느냐”고 두벨은 반문했다. “순식간에 영국은 불법 이주 노동자들에겐 매력을 잃은 구직시장이 됐다.” 이런 잠재적인 사회갈등을 의식한 영국 정치인들은 2007년 EU 가입이 예상되는 불가리아와 루마니아에 대폭적인 국내 노동시장 개방을 갈수록 꺼린다. 하지만 2004년 당시 동유럽 출신을 합법적인 노동자로 받아들이지 않은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의 경험은 사회의 최하층 일자리를 거머쥐기 위한 싸움이 곳곳에서 맹렬히(또 간혹 험악하게) 벌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선 스페인의 경우를 보자. 지난 15년간 스페인은 중남미 출신의 대규모 인구 유입을 겪었다. 이미 스페인어 구사가 가능할 뿐 아니라 스페인의 기본적인 가톨릭 문화까지 공유하는 자들이다. 스페인 정부는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이주 노동자 280만 명 중 3분의 1(약 90만 명)을 중남미 출신으로 추정한다(이에 비해 인근 모로코 출신의 이주 노동자 수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친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이것은 스페인 특유의 문제를 초래했다. 주요 도시의 모든 동네가 중남미화하기 때문이다. 종종 갱단이 등장하기도 한다. 마드리드 중심가 밖으로 갈수록 뻗어나가는 쇼핑센터를 방문한 스페인 국민은 자신의 발 밑에(다시 말해 지하 주차장 뒤에) 들어선 ‘바일로드로모 라티노’나 ‘팔라시오 라티노’ 같은 이름의 술집들이 갱 단원이 즐겨 찾는 곳임을 알리 만무하다. 주말 밤만 되면 수백 명, 때론 수천 명이 그곳으로 몰려든다. 그 지역에서 일하는 경찰관 한 명은 이렇게 말했다. “면도날이나 칼, 심지어 총으로 무장한 50명 사이에 벌어진 싸움을 말리다 보면 난장판이 되기 일쑤다. 그것도 그들이 2000명의 다른 사람들과 한데 뒤섞인 상황에선 말이다. 이들은 밤에 놀러 나갔다가 서로 부딪히며 이젠 아예 서로 싸우려고 그곳을 찾는다. 사람이 다쳤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에 출동해도 막상 뾰족한 대책은 없다.” 싸움은 영역과 구직 문제로 벌어진다. 합법적인 사업이건, 범죄 사업이든 관계없다. 경찰은 중남미계가 아닌 사람들에겐 그곳으로 가지 말라고 조언한다. 일부 동네에선 갱단의 움직임을 감시하는 사람이 누군가 자동차로 험악한 동네로 잘못 진입하면 딴 길로 가라고 귀띔한다. “그런 추세는 처음엔 자신들의 정체성(正體性)을 내세우려고 시작됐지만 이젠 도를 넘어섰다”고 이주 노동자 지원단체인 ‘평화 운동’에서 조정관으로 일하는 엔리케 산체스는 말했다. 스페인은 지난 4월 동유럽 출신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입국규제를 풀기로 결정했다. 일부 당국자는 동유럽 출신 노동자들이 유입되면 가뜩이나 불안한 이주노동 인력의 구성이 더 복잡해진다고 우려한다. 프랑스 정부도 지난봄 동유럽 출신 노동자의 입국제한을 점진적으로 해제한다고 발표했다. 동유럽 출신 불법 노동자들은 이미 다양한 인종이 서로 뒤섞이면서 심각한 문제가 노출된 동네에서 생활기반을 넓혀 왔다. 지난해 프랑스 전역의 도시 변두리에 위치한 공공주택 개발지구에서 일어난 폭동을 계기로 18~25세 프랑스 남성의 실업률이 20%를 넘는다는 사실에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아프리카나 아랍의 배경을 가진 프랑스 국민은 취업경쟁에서 제일 뒷전으로 밀려나기 일쑤다. 이들 중 다수는 동유럽 출신들이 인종과 종교 이외에 또 다른 특혜를 누린다고 믿는다. 우선 동유럽 출신은 근로허가증이 없기 때문에 아랍계 프랑스 국민보다 인건비가 더 싸다. “동유럽인들은 밥만 먹여줘도 일한다”고 파리 구트 도르 지구의 사바아포네 매장 점원인 알제리 태생의 알리 물루디는 말했다. 게다가 지난 100년간 파리로 유입된 동유럽 출신 이민자들은 이미 현지에 완전히 동화됐다(일례로 니콜라스 사르코지 프랑스 내무장관도 헝가리 출신 이민자의 아들이다). 이들은 신규 이주노동자의 표본일 뿐 아니라 정착 기반도 마련해 준다. 그렇다고 최근의 이주노동자들이 모두 편하게 산다는 뜻은 아니다. 지난 7월 이탈리아 경찰은 이탈리아 남부 토마토 밭 속에 위치한 ‘강제수용소’(이탈리아 현지 경찰의 표현)에 억류된 폴란드 노동자 113명을 발견했다. 그 후 인신매매와 착취 혐의로 폴란드인 16명, 우크라이나인 1명, 이탈리아인 1명 등 27명이 체포됐다. 경찰 당국에 따르면 이 사건을 계기로 현지 범죄조직에 노예처럼 억류된 다른 폴란드인 약 800명이 대거 탈출했다(아마도 풀려났을 가능성이 크다). 이들 노동자 중 다수는 시간당 6유로를 준다는 구인광고에 넘어갔다. 이들은 자신들을 보호할 연락처나 단체도 없고, 언어도 통하지 않았다. 현지인들은 이들에게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따라서 대부분 착취하기가 쉬웠다. 반항하는 자들은 두들겨 맞기도 했다. 일부 주장에 따르면 본보기로 죽을 때까지 맞은 경우도 있다. 올 여름 젊은 폴란드 노동자로 보이는 불탄 시신 한 구가 토마토 밭 사이의 다리 아래에서 발견됐다.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구타당한 또 다른 남성은 병원으로 실려가던 도중 숨졌다. 로마 주재 폴란드 대사관의 보비체크 우놀트에 따르면 그 밖에도 앞서 자살로 신고된 4~5건에 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요즘 이들 수용소에서 멀지 않은 오르타 노바 마을 안팎의 시골길들은 시큼한 냄새가 진동한다. 수확할 인부가 없어 토마토가 그대로 밭에서 썩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최근 계절적 일자리를 구하려는 동유럽 출신 노동자의 입국제한을 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아프리카·아랍 출신 노동자는 계속 밀려든다. 이탈리아의 람페두사 섬에 올해 유입된 노동자만 해도 1만 명이 넘는다. 스페인령 카나리아제도엔 1만9000명을 웃돈다. 지난 8월 유입된 수만 해도 4000명을 넘어 2005년 한해의 숫자와 거의 맞먹는다. 지난주에도 이주 노동자들을 싣고 카나리아제도로 향하던 보트가 모리타니아 해안 앞바다에서 전복돼 80구가 넘는 시신이 인양됐다. 이런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민 물결은 여전하다. 유럽으로 가는 통로가 보다 위험해지고 경비가 심해질 때마다 새로운 통로가 발견된다. “이민은 강과 같다”고 스페인 ‘평화운동’의 엔리케 산체스는 말했다. “둑을 쌓아 놓으면 돌아가는 길을 찾는다.” 성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갈수록 외부에 의존하는 유럽이 당면한 과제는 모두가 혜택을 누린다고 느끼는 사회를 구축하는 일이다. 디바의 말을 빌리면 “그 무엇도 나의 꿈을 막지 못하는” 사회이리라.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출신지·종교·인종·문화적 배경이 서로 다른 노동자들이 서로에게 분노를 퍼붓는 도리밖에 없을 듯하다. 꿈이 사라진 약속의 땅에도 필경 분노를 퍼부을 테고. With KARLA ADAM in London, ERIC PAPE in Tenerife, TRACY MCNICOLL in Paris, BARBIE NADEAU in Orta Nova and JACOPO BARIGAZZI in Mil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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