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울리는 뻔뻔한 ‘분양가 장사’
서민 울리는 뻔뻔한 ‘분양가 장사’
은평 뉴타운이 고분양가 때문에 구설에 올랐다. 만만치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는 서울시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강북 지역 뉴타운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뉴타운 개발이 투기를 조장해 강남처럼 부동산값을 올리는 것이란 비판이 높다. 정부는 부동산값을 잡는 데 사활을 걸겠다면서도 실제로는 ‘공인된 투기’를 하는 셈이 되고 말았다.
분양 일정=먼저 은평 뉴타운의 분양 일정부터 짚어보자. 은평 뉴타운의 경우 10월부터 1지구 3개 공구 1643가구, 2지구 1개 공구 423가구 등 총 2066가구가 분양에 들어간다. 34평형 456가구, 41평형 774가구, 53평형 594가구, 65평형 242가구 등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중대형 위주로 구성됐다. 34평형은 청약저축 가입자 중 무주택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에게, 41평형 이상은 청약예금 600만원 이상인 사람에게 분양된다. 분양가는 34평형 3억8349만원(평당 1151만원), 41평형 5억5985만원(평당 1391만원), 53평형 7억7959만원(평당 1500만원), 65평형 10억46만원(평당 1523만원)이다.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1지구 아파트는 2007년 말, 2지구 아파트는 2008년 하반기쯤 입주를 시작한다. 서울 거주자에게 전량 1순위 청약자격이 주어지고 입주 후 전매가 바로 가능하다. 은평 뉴타운도 판교와 같이 3자녀 무주택 세대주에게 61가구 공급이 계획돼 있다. 지구별 특징을 보면 이렇다. 3호선 구파발역을 지나 북한산성 가는 길 우측에 위치한 1지구 A·B·C공구에서는 32∼65평형 1643가구를 분양한다. 철거 전 진관시장이 있던 2지구 A공구에는 32∼52평형 115가구가 들어선다. 용적률은 1지구 B공구가 148%로 가장 낮고, C공구(152%), A공구(165%) 순이다. 1지구는 최고층이 모두 15층 이하로 지어지고, 2지구는 1지구에 비해 높고 최고 층수도 20층으로 계획돼 있다. 롯데건설·삼환기업이 짓는 1지구 A공구의 경우 중심상업지구를 접하고 있는 데다 유치원, 중·고등학교를 끼고 있고 단지 앞뒤로 진관근린공원, 창릉천이 있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태영이 짓는 2-A 공구의 경우 은평 뉴타운 초입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서울로 접근하기 쉽고, 초등학교를 끼고 있어 입지적으로 우위에 있다.
‘비싼 분양가’ 책정으로 논란=판교 신도시의 고분양가 영향을 받아 이후에 분양되는 대단지 아파트 물량들이 일제히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분양하는 공공택지와 뉴타운 등도 고분양가 대열에 합류됐다. 이에 따라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서울 은평뉴타운 중대형(41~65평형) 분양가는 평당 1391만~1523만원대로 SH공사가 지금까지 공급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지역 공공택지 분양가로도 최고가다. 이는 2년 전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마포구 상암동 4·5단지(평당 1200만원대)보다 평당 200만원가량 비싼 것이다.
주변 아파트값 도미노 상승 우려=은평뉴타운 부근의 중개업소에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아파트 매수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는 인근 불광동과 대조동, 갈현동 일대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은평 뉴타운과 인접한 불광3동은 재개발 기대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지난 1월 500만~600만원이던 평당 땅 가격이 이달 들어 800만∼1200만원으로 급등했다. 은평 뉴타운 주변 부동산 업소에서도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3년 입주한 불광1동 현대홈타운 33평형은 2억2000만원에 분양됐지만 현재 4억5000만∼5억원대까지 호가가 올라가고 매물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22평형도 거의 2배로 시세가 올라 3억원에 거래가가 형성되고 있다. 불광동 인근의 응암동 재개발지역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은평 뉴타운의 고가분양가 영향으로 평당 800만~900만원이던 10평대 지분값도 평당 1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높아진 토지 보상비와 기반시설비용 부담을 가정해도 공기업인 SH공사가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훨씬 능가하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은평 뉴타운이 고분양가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앞으로 서울시에서 분양될 다른 뉴타운 지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뉴타운 주변 아파트 가격에 부채질을 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서민들을 위해 집값 안정에 몰두해야 할 지자체에서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꼴이 된다. 올 10월 분양이 예정된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만 보더라도 그렇다. 인근 파주 교하지구 아파트보다 50% 가량 높은 평당 분양가 1312만~1610만원을 책정해놓은 상태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고분양가 영향으로 엉뚱하게 파주 교하·금촌·일산 등지의 아파트 호가가 한 달 사이에 10% 이상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분양이 끝난 판교 신도시도 애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평당 1577만~1838만원으로 분양가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용인 지역에서 분양예정인 민간 건설업체들이 일제히 분양가를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청약자들이 관심을 보일 용인 성복·동천 지구에서는 민간 건설사가 공급할 예정인 중대형 평형의 분양가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평당 1500만원 수준을 넘어설 태세다. 정부는 ‘거품 지역’으로 분당을 꼽았다. 그런데 정부는 인근 시세의 90%로 판교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 결국 판교에도 거품이 잔뜩 끼어 버렸다.
분양원가 공개 필요 대두=SH공사에서 비난여론을 의식해 부랴부랴 토지비와 건축비로만 나눠 평당 평균가격 자료를 내놓았으나 엉성하게 작성된 주먹구구식 자료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쓰레기 수송관로와 첨단 자원회수시설 같은 기반시설 비용, 원주민 보상금 등을 추가적으로 공개하는 게 합당하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SH공사가 은평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얼마의 이익을 남기고, 이익금을 어디에 구체적으로 쓰는지 알기 쉽게 해명해야 한다. 2년 전쯤 SH공사가 공개한 상암지구 40평형 아파트 분양원가를 보면 SH공사가 남긴 이익률이 40%에 달했었다. 상암지구보다 무려 평당 200만원 정도 높게 분양되는 은평 뉴타운 사업을 통해 SH공사는 이번에도 상당한 이익을 취할 전망이다. 은평 뉴타운은 2009년까지 순차적으로 분양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내년 2차 분양 가격이 1차 때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따라서 건설원가를 공개해 1차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평 지역 평당 아파트 가격은 740만원, 서울시 평균은 1475만원 상태에서 은평 뉴타운의 평당 분양가를 최고 1523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분명히 문제다. 서울시 감사를 통해서라도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기 전 내건 공약사항이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게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은평 뉴타운의 보상비·택지조성비·건축비 등을 조목조목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는 결국 ‘공공기관 고분양가→민간기업 고분양가→주변 집값 상승’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제공할 것이다. 이같이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인근지역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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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 일정=먼저 은평 뉴타운의 분양 일정부터 짚어보자. 은평 뉴타운의 경우 10월부터 1지구 3개 공구 1643가구, 2지구 1개 공구 423가구 등 총 2066가구가 분양에 들어간다. 34평형 456가구, 41평형 774가구, 53평형 594가구, 65평형 242가구 등 중산층을 타깃으로 한 중대형 위주로 구성됐다. 34평형은 청약저축 가입자 중 무주택 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에게, 41평형 이상은 청약예금 600만원 이상인 사람에게 분양된다. 분양가는 34평형 3억8349만원(평당 1151만원), 41평형 5억5985만원(평당 1391만원), 53평형 7억7959만원(평당 1500만원), 65평형 10억46만원(평당 1523만원)이다.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1지구 아파트는 2007년 말, 2지구 아파트는 2008년 하반기쯤 입주를 시작한다. 서울 거주자에게 전량 1순위 청약자격이 주어지고 입주 후 전매가 바로 가능하다. 은평 뉴타운도 판교와 같이 3자녀 무주택 세대주에게 61가구 공급이 계획돼 있다. 지구별 특징을 보면 이렇다. 3호선 구파발역을 지나 북한산성 가는 길 우측에 위치한 1지구 A·B·C공구에서는 32∼65평형 1643가구를 분양한다. 철거 전 진관시장이 있던 2지구 A공구에는 32∼52평형 115가구가 들어선다. 용적률은 1지구 B공구가 148%로 가장 낮고, C공구(152%), A공구(165%) 순이다. 1지구는 최고층이 모두 15층 이하로 지어지고, 2지구는 1지구에 비해 높고 최고 층수도 20층으로 계획돼 있다. 롯데건설·삼환기업이 짓는 1지구 A공구의 경우 중심상업지구를 접하고 있는 데다 유치원, 중·고등학교를 끼고 있고 단지 앞뒤로 진관근린공원, 창릉천이 있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태영이 짓는 2-A 공구의 경우 은평 뉴타운 초입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서울로 접근하기 쉽고, 초등학교를 끼고 있어 입지적으로 우위에 있다.
‘비싼 분양가’ 책정으로 논란=판교 신도시의 고분양가 영향을 받아 이후에 분양되는 대단지 아파트 물량들이 일제히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가 분양하는 공공택지와 뉴타운 등도 고분양가 대열에 합류됐다. 이에 따라 역차별 논란을 불러일으킬 게 뻔하다. 서울 은평뉴타운 중대형(41~65평형) 분양가는 평당 1391만~1523만원대로 SH공사가 지금까지 공급한 아파트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서울 지역 공공택지 분양가로도 최고가다. 이는 2년 전 고분양가 논란을 일으켰던 마포구 상암동 4·5단지(평당 1200만원대)보다 평당 200만원가량 비싼 것이다.
주변 아파트값 도미노 상승 우려=은평뉴타운 부근의 중개업소에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아파트 매수 문의가 접수되고 있다. 은평 뉴타운 고분양가는 인근 불광동과 대조동, 갈현동 일대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 은평 뉴타운과 인접한 불광3동은 재개발 기대 심리가 강하게 나타나면서 지난 1월 500만~600만원이던 평당 땅 가격이 이달 들어 800만∼1200만원으로 급등했다. 은평 뉴타운 주변 부동산 업소에서도 매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2003년 입주한 불광1동 현대홈타운 33평형은 2억2000만원에 분양됐지만 현재 4억5000만∼5억원대까지 호가가 올라가고 매물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22평형도 거의 2배로 시세가 올라 3억원에 거래가가 형성되고 있다. 불광동 인근의 응암동 재개발지역도 마찬가지다. 최근에 은평 뉴타운의 고가분양가 영향으로 평당 800만~900만원이던 10평대 지분값도 평당 1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높아진 토지 보상비와 기반시설비용 부담을 가정해도 공기업인 SH공사가 분양하는 아파트 분양가가 주변 시세를 훨씬 능가하는 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은평 뉴타운이 고분양가 정책을 밀고 나간다면 앞으로 서울시에서 분양될 다른 뉴타운 지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뉴타운 주변 아파트 가격에 부채질을 할 게 뻔하다는 얘기다. 서민들을 위해 집값 안정에 몰두해야 할 지자체에서 오히려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꼴이 된다. 올 10월 분양이 예정된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만 보더라도 그렇다. 인근 파주 교하지구 아파트보다 50% 가량 높은 평당 분양가 1312만~1610만원을 책정해놓은 상태다. 파주 운정신도시의 고분양가 영향으로 엉뚱하게 파주 교하·금촌·일산 등지의 아파트 호가가 한 달 사이에 10% 이상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최근 분양이 끝난 판교 신도시도 애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평당 1577만~1838만원으로 분양가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용인 지역에서 분양예정인 민간 건설업체들이 일제히 분양가를 올릴 채비를 하고 있다. 청약자들이 관심을 보일 용인 성복·동천 지구에서는 민간 건설사가 공급할 예정인 중대형 평형의 분양가가 애초 예상보다 훨씬 높은 평당 1500만원 수준을 넘어설 태세다. 정부는 ‘거품 지역’으로 분당을 꼽았다. 그런데 정부는 인근 시세의 90%로 판교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원칙을 스스로 저버렸다. 결국 판교에도 거품이 잔뜩 끼어 버렸다.
분양원가 공개 필요 대두=SH공사에서 비난여론을 의식해 부랴부랴 토지비와 건축비로만 나눠 평당 평균가격 자료를 내놓았으나 엉성하게 작성된 주먹구구식 자료를 보면 뭔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는 쓰레기 수송관로와 첨단 자원회수시설 같은 기반시설 비용, 원주민 보상금 등을 추가적으로 공개하는 게 합당하다. 서울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SH공사가 은평 뉴타운 사업으로 인해 얼마의 이익을 남기고, 이익금을 어디에 구체적으로 쓰는지 알기 쉽게 해명해야 한다. 2년 전쯤 SH공사가 공개한 상암지구 40평형 아파트 분양원가를 보면 SH공사가 남긴 이익률이 40%에 달했었다. 상암지구보다 무려 평당 200만원 정도 높게 분양되는 은평 뉴타운 사업을 통해 SH공사는 이번에도 상당한 이익을 취할 전망이다. 은평 뉴타운은 2009년까지 순차적으로 분양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내년 2차 분양 가격이 1차 때보다 더 높을 수 있다. 따라서 건설원가를 공개해 1차 분양가를 낮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은평 지역 평당 아파트 가격은 740만원, 서울시 평균은 1475만원 상태에서 은평 뉴타운의 평당 분양가를 최고 1523만원으로 책정한 것은 분명히 문제다. 서울시 감사를 통해서라도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기 전 내건 공약사항이 있다.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한 게 바로 그것이다. 때문에 은평 뉴타운의 보상비·택지조성비·건축비 등을 조목조목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은평 뉴타운의 고분양가는 결국 ‘공공기관 고분양가→민간기업 고분양가→주변 집값 상승’이란 악순환의 고리를 제공할 것이다. 이같이 고분양가가 주변 집값을 끌어올리고 이것이 인근지역 아파트의 고분양가 책정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분양 원가를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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