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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앞둔 환자 특별 관리한다

죽음 앞둔 환자 특별 관리한다


말기환자와 가족들의 고통을 줄이고 삶과 죽음의 질을 향상시킨다. 마운트사이나이 의료센터(뉴욕)의 완화의료(palliative care: 말기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줄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료) 프로그램 담당 책임의사 다이앤 마이어. 그가 어떤 환자들을 다루는지 설명하려면 새 용어를 만들어야 할 판이다. “복잡”이라는 말로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올해 맡은 일부 환자를 보자. 최근 췌장암 판정을 받은 노파(93)는 먹지도 못하고 24시간 약물로 통증을 다스려야 한다. 치매에 걸린 자매(90)의 유일한 보호자였다. 한 노파(81)는 폐출혈이 심해 계속 수혈해야 하며, 생명을 구하리라고 기대했던 수술이 잘 안 돼서 곧 죽게 됐다는 말을 해줘야 한다. 심장병이 있는 60대 남성은 상태가 나빠 본인이 바라던 이식수술을 할 형편이 안 된다. 부인으로선 매일 집에 간병인을 부르기도 벅차다. 교사로 일하는 그 부인 역시 건강이 좋지 않다. 명단을 대자면 한이 없다. 마이어와 그 밑의 직원들(의사 여덟 명, 간호사 네 명, 봉사자 두 명)은 올해 환자 약 1000명을 맡는다. 그들 모두가 의학적·심리적·사회적·정신적으로 복잡한 골칫덩어리다. 한 세대 전만 해도 존재하지 않던 유형의 환자들이 많다. 지금 그들을 살려두는 기술과 약품이 그 당시에는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만성 환자로 종종 여러 가지 의학적 문제가 있으며, 고통이나 기타 증세로 몸이 쇠약해졌다. 수술이나 기타 방법을 쓴다고 좋아질 전망도 없다. 대다수가 머지않아 죽을 운명이다. 몇 시간 뒤일지, 몇 달 뒤일지 모르지만 그 밖에 다른 예후는 없다. 다시 말해 이들은 고도로 특화된 치료 만능의 현대 의료제도에서 길을 잃은 환자다. “우리 환자들은 일반 치료과정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마이어는 말했다. “병원의 정상적 절차가 그들에겐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이어처럼 의지가 굳센 사람들 덕분에 미국 병원들의 중환자 간호방식이 바뀐다. 변화의 견인차는 완화의료 프로그램이다. 증세(특히 통증) 통제에 초점을 맞춰 총체적·협동적으로 병에 접근하며, 현실적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관련 당사자들 간의 대화를 개선한다. 제대로 시행하면 환자의 고통이 줄고, 가족들이 좀 더 주도권을 쥐며, 의사와 간호사는 환자나 가족들과 더욱 긴밀하고 만족스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병원비는 떨어지면서도 치료의 질은 향상된다. 호스피스 운동에 뿌리를 둔 이 분야가 한창 발전하는 중이다. 병원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완화의료 프로그램은 2000~2004년 632개에서 1102개로 급증했다. 전체 병원의 27%에 해당한다. 전문으로 취급하는 의사와 간호사 수도 근년 들어 꾸준히 늘었다. 현재 이 분야의 자격증을 지닌 의사는 1982명, 간호사는 5500명이다. 완화의료의 모든 치료 후보자와 마찬가지로 에인절 크루스(29)와 부인 토마시나는 완화의료라는 말을 들어본 적도 없고 바로 자기네에게 필요한 치료라는 사실도 몰랐다. 크루스는 몇 달 동안 통증과 기타 증세에 시달린 끝에 2005년 여름 췌장암 판정을 받았다. 조지아주 알파레타에서 학교 건물관리인으로 일하던 크루스는 애틀랜타 지역의 세 병원을 전전하며 검사와 치료를 받다가 집안 친구의 추천으로 마운트사이나이에 오게 됐다(완화의료는 의료보험과 메디케어에 해당된다). 일단 그곳에 가자 암 전문의들이 마이어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을 권유했다. 프로그램의 정식 명칭은 허츠버그 완화의료 연구소다. “큰 도움이 됐다”고 크루스는 말했다. “고통을 덜어줄 뿐 아니라 내 상태가 어떤지, 문제가 무엇인지 듣고자 했다.” 그 문제 중에 우울증이 있었다. 그래서 크루스의 완화의료 담당 팀은 치료사를 만나게 주선했다. 크루스는 아내와 다섯 살배기 딸 티아라를 데리고 브루클린에서 친척들과 함께 산다. 그들은 치료 팀을 정기적으로 만나는데 그중엔 마사지 치료사도 있다. 환자는 물론 가족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한번은 병원에 간 김에 토마시나도 마사지를 받아봤다. “색다른 체험이었다”고 그는 말했다. 통증 관리를 받는 암 환자의 배우자를 마사지해주는 일은 완화의료의 실제 단면이다. “구석구석 신경 쓰기 때문에 이 분야가 성장한다”고 마운트카멜 헬스시스템(콜럼버스, 오하이오)의 완화의료 과장인 의사 필립 산타-에마는 말했다. “우리가 병을 고치지는 못하더라도 여전히 환자와 가족들을 잘 보살핀다고 인정한다.” 완화의료에서는 통증 관리 다음으로 대화가 중요하다. 불필요한 절차를 피하거나 위중한 환자들이 퇴원해 집에 가도록 주선하는 등 이득이 되는 일은 대체로 대화에 달렸다. 환자나 가족들과 함께 생의 종착역에 어떤 선택권이 있는지 대화를 나누려면 단순한 눈치나 감정이입만으론 안 된다. “대화라니 쉽게 들리지만 실은 많은 훈련과 기술이 필요하다”고 마이어는 말했다. “게다가 엄청나게 시간을 잡아먹는다. 대화를 나누면서 환자나 가족들을 보채면 안 된다. 그러려면 아예 안 하느니만 못하다.” 완화의료 대상이 되는 환자의 대다수는 곧 죽게 되지만 그것이 이 프로그램의 포함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마운트사이나이에서 마이어의 동료로 일하는 의사 숀 모리슨에 따르면 환자가 만성 중병을 앓고 통증이나 기타 증세가 있으며, 간병인의 보살핌이든 여기저기 차로 데려다 줘야 하는 일이든 집에서 도움을 필요로 할 경우 가족들이 완화의료를 고려해야 한다. 어떤 치료법을 택할지 결정 못 하는 환자나 단순히 죽을 일이 걱정되는 환자도 후보자다. “완화의료가 맞지 않는 환자는 팀이 알아서 알맞은 프로그램에 보내준다”고 모리슨은 말했다. 참으로 자상한 보살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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