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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청 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 10] 물가 싼 온천과 우동의 본향

[조주청 의 원더풀! 실버 라이프 10] 물가 싼 온천과 우동의 본향

▶ 도코 온천은 3,000년 의 역사를 자랑하는 온청 중의 온천이다.

겨울철 일본서 한두 달 살기에 가장 좋은 곳을 추천하라면 시코쿠섬을 꼽을 것이다. 한국에서 가깝고 따뜻하며 물가도 저렴하다. 또 1년 내내 골프도 즐길 수 있다.
일본말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본에서 한두 달 지내다 오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우선 ‘일본은 물가가 비싸다’란 고정관념을 깨트릴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별로 땅값이 다르듯이 생활비도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일본에서 한두 달 살 곳을 번잡하고 비싼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로 정할 필요는 없다. 필자가 지난 4년간 오키나와(沖繩)에서부터 홋카이도(北海道)까지 50여 지역을 돌아다녀 보며 느낀 점은 우리나라 물가가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한 주 이내의 짧은 여행을 하며 지갑을 꺼내는 곳은 숙박비, 음식값, 교통비, 술값, 골프 그린피 등 분명하게 정해져 있다. 소득 수준이니 상대적 평가니 하는 거추장스러운 걸 빼 버리고 절대값으로 수평 비교했을 때도 일본이 두드러지게 비싼 것은 교통비뿐이다.
나머지는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하다. 시간이 있을 때 아웃렛이나 슈퍼마켓에 가서 옷이나 신발, 그리고 식료품 값만 봐도 전혀 우리나라보다 비싸지 않다. 겨울철 일본서 한두 달 살기에 가장 좋은 곳을 추천하라면 시코쿠섬을 권하고 싶다. 인천공항에서 1시간10분 거리. 가깝다는 것은 비행요금이 그만큼 저렴하다는 의미도 포함한다. 이곳의 기후는 따뜻하다. 스키광이 아닌 다음에야 겨울에 굳이 추운 곳에 갈 필요는 없다. 이곳에서는 겨우내내 골프도 할 수 있다. 시코쿠는 일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물가가 싸다. 시코쿠섬에서 인천과 직항편이 있는 기항지는 시코쿠섬 최대 도시 마쓰야마(松山)와 두 번째 도시인 다카마쓰(高松)다. 두 곳 모두 조그마하고 깨끗한 도시다. 시코쿠는 어떤 섬인가. 일본 열도는 크게 네 개의 섬으로 나뉘어지는데 일본의 몸통인 혼슈(本州), 동북쪽에 홋카이도, 서남쪽에 규슈(九州), 그리고 혼슈와 규슈 사이 아래쪽에 가장 작은 섬 시코쿠가 자리 잡고 있다. 크기는 제주도의 10배쯤 된다. 시코쿠는 남쪽만 태평양으로 터져 있을 뿐 동서북 3면이 세토나이카이(瀨戶內海)를 사이에 두고 규슈와 혼슈로 둘러싸여 있다. 세토나이카이 건너 히로시마(廣島)를 마주보고 앉은 시코쿠 최대 도시가 마쓰야마다. 시코쿠 최대 도시라 해도 인구 50만 명에 바다를 끼고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어 하늘을 찌르는 빌딩도 없고 아스팔트를 울리는 소음도 없다. 또한 도시를 뒤덮는 매연도, 시민들의 바쁜 종종걸음도 없다. 마쓰야마를 감싼 수정처럼 맑은 세토나이카이에는 우리나라 남해 다도해처럼 작은 섬들이 올망졸망 자리를 차지하고, 바닷가 갯바위엔 강태공들이 한가롭게 낚싯대를 던진다. 거리엔 철커덕 철커덕 전차가 기어가고 시민들은 바쁠 게 없다는 듯 느릿느릿 걸어간다.

▶ 1. 마쓰야마 시내는 깨끗하고 조용하고 고풍스럽다.
2. 다카마쓰의 사누키 우동은 너무나 유명해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3. 그린 너머 국립공원 세토나이카이가 쪽빛으로 물들었다.

서울의 남산처럼 시내 한복판, 마쓰야마 꼭대기엔 마쓰야마 성(城)이 우뚝 솟아 온 시가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서일본 최고봉인 이시즈치산에서 내려온 맑은 계곡물이 시내 한복판 아스팔트의 가로 봇도랑처럼 꼬불꼬불 청아하게 흐르고 물속에서 송사리들이 요리조리 쏘다닌다. 마쓰야마는 참으로 안온한 웰빙 도시다. 이곳에서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자랑거리는 온천이다. 일본엔 발길 닿는 곳마다 온천 없는 곳이 없지만, 이곳의 도고(道後) 온천이야말로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 중의 온천이다. 110년 전 지은 전형적인 일본 전통 건축물인 도고 온천 본관은 일본 국가 중요문화재로 지정돼 온천 시설은 옛날 그대로다. 입욕료 8,000원. 마쓰야마에서 동북쪽으로 세토나이카이의 절경을 내려다보며 두 시간 반쯤 가면 제2의 도시 다카마쓰가 나온다. 일본 47개 현 중에서 가장 작은 가가와(香川)현의 현도다. 마쓰야마에 살더라도 버스로 다카마쓰에 한 번은 가 봐야 한다. 그 유명한 사누키 우동(岐うどん)의 본향이다. 사누키는 가가와현의 옛 지명으로 이곳엔 집집이 면발의 숙성, 국물의 맛을 차별화한 800여 우동집이 성업을 이룬다. 도쿄, 오사카 등지에서 사누키 우동 미각 관광단이 비행기로 오고, 이곳 우동을 소재로 <우동> 이란 영화도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쳤다. 이곳에도 온천이 많다. 시고쿠 섬은 남쪽에 있고 세토나이카이의 영향으로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에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를 자랑한다. 마쓰야마나 다카마쓰나 생활환경은 비슷하다. 한두 달 살아갈 집을 얻으려면 먼슬리 맨션(Monthly Mansion)이라 불리는 아파트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방 하나, 부엌, 욕실 화장실이 딸린 맨션이 월 30만~50만원, 관리비(전기, 수도, 가스)는 20만원쯤 잡아야 한다. 가끔 외식을 하려면 6,000~7,000원이면 거뜬하다. 특이한 것은 이곳에도 재래시장이 있지만 슈퍼마켓보다 비싸다. 슈퍼마켓엔 젓갈, 장아찌 같은 별의별 밑반찬이 깔려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싸가는 것이 입맛, 절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교통비는 전차 1,700원, 택시 기본 5,000원, 버스 2,500원이며, 매일 돈 쓸 필요 없이 자전거를 사면 될 일이다. 두 도시 모두 시내에 자전거가 물결을 이룬다. 한 달이면 큰 돈을 절약할 수 있다. 15만원이면 좋은 새 자전거, 5만원이면 중고를 살 수 있다. 우리 교민 사회에서는 교류가 없다. 하지만 맨션에 산다 해도 이웃 일본인과 쉽게 어울릴 수 있다. 요즘 배용준 덕분에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가 부쩍 높아졌다. 시코쿠섬엔 1년 내내 라운드할 수 있는 골프코스가 널려 있다. 캐디 없이 셀프는 그린피가 6만원 미만이다. 문제는 오가는 교통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오는 골프 투어팀에 합류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때에 따라 투어 그린피를 적용받아 더 저렴하게 라운드할 수도 있다. 라운드하고 싶은 날짜를 정해서 서울에 있는 시코쿠 전문랜드사 일본기행(02-7373-373)에 전화 예약을 하고 그들이 지정한 호텔과 시간에 가면 된다.


시코쿠섬 즐기기


항공편: 인천 ~ 마쓰야마

숙박: 방 하나, 부엌, 욕실 화장실이 딸린 맨션 렌트비와 관리비 월 50만 ~ 70만원

식사: 외식비 1인에 6,000 ~ 7,000원

교통: 전차 1,700원, 택시 기본 5,000원, 버스 2,500원

골프: 그린피 6만원(캐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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