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움직이는 핵심 라인 장악
한국 움직이는 핵심 라인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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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세대는 1960년대생이다.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대부분 80년대 학번이다. 386은 세계적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출시한 마이크로 프로세서 칩 번호에서 유래했다. 386세대란 말은 1990년대에 선보였다. 386이 신제품이었던 만큼 차세대란 의미를 담기에도 적절했다. 이들 386세대는 대학 문을 나선 후 네 갈래 길을 걸었다. 골수 운동권 중 극소수는 지하 운동권에 남았다. 또 한 부류는 정치권이나 NGO에 진입했다. 일부 운동권 출신은 자유주의를 수용하고 이른바 전향했다. 나머지 대다수는 ‘생활인 386’의 길을 걸었다. 이들은 2007년 만 38~47세가 된다. 대부분 40대라‘386’보다는 ‘486’이 더 어울리는 세대가 됐다. 실제로 이들은 진화했다. 이전 세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우리 사회의 주류 세력이 됐다. 운동권 출신 386은 일찌감치 정치권을 장악했다. 결산은 이르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봤다. 그 바람에 ‘잃어버린 세대-386’이라는 말까지 듣고 있다. ‘경제계 386’은 다르다. 이제 막 꽃을 피우려는 참이다. 기업에서는 팀장급에서 임원까지 폭넓게 포진했고, 과천 청사에서는 핵심 간부로 성장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그 여파로 70년대 중·후반 학번이 일찍 퇴출돼 경제 권력을 빨리 접수한 측면도 있다. 파워 시프트, 경제 권력의 이동이다. 향후 10년, 이들 386세대는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것이다. 이들의 위상을 살펴보자.
경제 참여율 가장 높은 세대 통계청에 따르면 ‘386 경제활동 인구’는 660만~665만 명이다. 경제활동 참여율이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높다. 특히 중간층인 40~44세(334만 명)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무려 80.8%에 이른다. 피고용률 역시 79.1%로 가장 높다. 한마디로 가장 활발하게 일하는 세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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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임원 24.4%가 386
삼성의 14개 상장사와 주요 3개 비상장 계열사 임원 총수는 1366명이다. 이 중 338명(24.4%)이 1960년대 생이다. 삼성전자는 비율이 더 높다. 임원 701명(연구위원 포함) 중 전무(대우 포함) 5명을 포함해 218명이 ‘386 임원’이다. 약 31.1%. 이 중 91명이 ‘상무보’다. ‘386 임원’ 중 최고위직은 김영기 통신연구소 와이브로 사업추진단장으로 부사장급이다. 1993년 부장으로 입사한 김 부사장은 1962년생(만 44세)이다. 최연소 임원은 만 38세인 박길재 상무보. ‘블루블랙폰2’를 히트시켜 올 초 ‘별’을 달았다.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출신인 임우재 삼성전기 상무보도 68년생이다. 삼성그룹에서 386 임원의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제일기획으로 47.4%였다. 삼성테크윈은 유일하게 386 임원이 없었다. 삼성의 경우 386 임원 대부분이 1960~63년 생이었다. 삼성물산의 경우 22명의 386 임원이 재직 중인데, 1962년생 이상이었다.
LG그룹은 지주회사를 포함해 14개 계열사 임원 중 26.3%가 386세대이다. 계열사 중에서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인 LG CNS가 64.7%로 가장 많았다. LG텔레콤이 37.9%로 그 다음이었다. 특히 LG CNS는 상무급 15명 중 4명 빼고 모두 386세대였다. 백상엽 상무가 만 40세로 가장 나이가 적었다. LG전자는 임원 215명 중 56명(26.0%)이 1960년대생이다. 1960년생과 1961년생이 각각 20명, 23명으로 가장 많았고, 최연소 임원은 MC마케팅지원팀을 이끌고 있는 마창민 상무(1968년생)였다. LG화학의 경우는 정보전략·금융·경영기획·재무관리·구매 등 핵심 부서에서 386 임원이 활약하고 있다. SK그룹은 다섯 명 중 한 명(12개 상장 계열사 임원 359명 중 75명)이 386 임원이다. SK텔레콤과 SK케미컬, 그리고 워커힐의 임원이 상대적으로 젊었다. SK텔레콤은 79명 중 절반이 넘는 41명이 1960년대생이었다. 이석환 CS본부 영업본부장이 1960년생으로 최고참이고, 하성호 엑세스망개발1팀장, 홍범식 사업전략실장은 1968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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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부 과장 62%가 386 다른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도 ‘386세대’가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다. 벤처·중소기업은 임원 진입 속도가 더 빠르다. 상장사협의회가 673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40대 임원은 33.2%로 50대(49.1%)를 추격하고 있다. 한 통계에 따르면 올 초 대기업 신규 임원의 평균 나이는 46세였다. 386세대의 임원 진입은 더 이상 뉴스가 아니다. 경제 관련 부처에서도 386세대의 입지는 확고하다. 1980년대 학번이 주요 핵심 보직을 차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재정경제부, 전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정책의 주무 부처인 건설교통부, 기업 활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에서 ‘386세대’ 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재경부의 경우 주요 과장 자리를 1960년 이후 출생자들이 꿰차고 있다. 재경부 관계자는 “재경부 보직 과장 79명(기획예산처 파견 2명 포함) 중 49명이 386세대”라고 전했다. 경제 부처의 과장은 경제 정책의 한 분야를 담당하는 최후 실무자이자 책임자다. 위로 국·실장이 있지만 대부분의 정책 입안은 이들 과장이 한다. 이런 자리의 62%를 386세대가 차지하고 있다. 재경부의 경우 추경호(1960년생) 금융정책국 금융정책과장, 김철주(1963년생) 종합정책과장 등이 386이다. 이들 자리는 재경부에서도 핵심 보직이다. 김이태(1966년생) 복지정책과장, 최영록(1965년생) 소득세제과장, 안세준(1966년생) 재산세제과장, 김종열(1961년생) 남북경협과장 등도 386세대다. 국민적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핵심 보직도 386이 장악하고 있다. 건교부 혁신정책조정관실의 3인방(정경훈 혁신팀장, 진현환 정책조정팀장, 김철환 제도개혁팀장)이 모두 386세대다. 또 도시계획팀·도시환경팀·주택정책팀·주거복지지원팀을 이끄는 팀장이 1960년대 생이다. 복합도시기획팀·복합도시개발팀·혁신도시팀 등 국토 균형발전의 핵심 업무를 담당하는 팀장도 386이다. 이 밖에 민원기(1963년생) 정보통신부 정책총괄과장, 최민구(1963년생) 산업자원부 총괄정책팀장 등도 386 파워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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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에서도 맹활약 세계적인 조류이긴 하지만,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 공익 마케팅 등이 당연시되는 사회 분위기 조성에 이들 NGO의 386이 큰 몫을 했다. 1989년 출범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1994년 결성된 참여연대·녹색연합 등이 대표적이다. 김기식(서울대 85학번)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제남(덕성여대 83학번) 녹색연합 사무처장, 박병옥(고려대 81학번) 경실련 사무총장이 대표적인 386 NGO 활동가다.
기업에서 386의 역할은 |
“낀 세대로 합리적인 조정자” 어느 조직이나 능력과 실적을 요구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대인관계가 중요하다. 한국 사회의 주류로 자리잡은 ‘386세대’가 한국 경제를 주도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질까? 이들의 집단 문화와 리더십 스타일은 어떨까? 수백만 명에 이르는 386의 특징을 끄집어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이전 세대와는 어떻게 다른가? 386 CEO와 임원들은 공통적으로 ‘낀 세대’로서의 고충을 털어 놓는다. 상사를 모시는 방식과 부하를 다루는 방식 사이에서 괴리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최홍 랜드마크자산운용 대표는 “386세대는 선배에게 동조하려고 노력하면서 동시에 후배에게 맞추기 위해 애쓴다”고 말했다. 아래 위 세대 사이에서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위·아래에 치이기도 한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전무는 “90년대 초반만 해도 막말로 ‘까라면 까는’ 문화가 지배했다”고 말한다. “90년대 이후 학번 세대에게는 이런 질서가 통하지 않습니다. 명령만 하면 돌아가는 조직 문화와 리더십은 더 이상 먹히지 않습니다. ” 리더십 모델을 배운 적이 없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던 386에게 이런 현실은 당혹스럽다. 합리성을 중시하는 세대라 무턱대고 강요할 수도 없다. 『인정받는 팀장은 분명 따로 있다』는 책을 낸 김 전무는 “386세대 사이에 팀장 리더십과 관련한 책이 잘 팔리는 것도 따지고 보면 조직의 환경과 리더십 스타일이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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