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성실했던 ‘홍길동 ’씨 허탈하다

성실했던 ‘홍길동 ’씨 허탈하다



▶클릭하시면 큰 그림을 보실 수 있습니다.

마이너스 2억4256만원. 시뮬레이션한 한국인 생애 수지다. 총수입은 14억4558만원, 총지출은 16억8814만원으로 수입보다 지출이 많다. 위의 도표는 이코노미스트와 포도에셋이 공동으로 국내외 각종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평균치를 사는 가상인물 ‘홍길동’을 만들어 산출한 한국인 생애 수지다. 홍길동씨의 인생 여정은 다음과 같다. ▶31세 결혼 ▶32세 자녀 출산 ▶33세 자동차 구입 ▶37세 자녀 유치원 입학 ▶39세 주택 구입·자녀 초등학교 입학 ▶45세 자녀 중학교 입학 ▶48세 자녀 고등학교 입학 ▶51세 대학교 입학 ▶56세 퇴직 ▶62세 자녀 결혼 ▶65세 국민연금 수령 ▶78세 사망 굵직굵직한 이벤트가 있을 때마다 지출 곡선은 가파르게 올라간다. 인생 후반기에 접어드는 40세 이후부터는 급기야 지출이 수입보다 많아진다. 구체적으로 내집 마련과 자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다음부터다. 결혼이나 자녀 출산, 그리고 주택 구입과 같은 이벤트들은 인생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목돈이 들게 돼 흑자인생과 적자인생을 가늠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한다. 본문 그래프는 한국인 가정의 평균 라이프를 추정해 그린 것이다. 생애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빼면 인생 수지를 계산할 수 있다. 값이 0보다 크면 흑자인생, 0보다 작으면 적자인생이 될 것이다. 단, 이 그래프가 반드시 한국인 모두에게 적용된다고는 볼 수 없다. 수입이나 지출은 개인마다 편차가 크다. 외벌이인지 맞벌이인지, 자녀의 수, 부모 부양 여부에 따라 수입금과 지출 항목 및 비용도 큰 차이가 날 것이다. 여기서는 일반화하기 위해 남편은 샐러리맨, 부인은 가정주부, 자녀가 한 명 있는 3인 가정을 모델로 했다. 요즘엔 맞벌이가 점차 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아직 육아 등을 이유로 여성이 휴직하거나 퇴직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에 남편만 수입이 있는 것으로 했다. 또한 출산율이 낮은 현실을 반영해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 합계출산율은 1.08명) 자녀는 하나를 두는 것으로 했다. 그래프는 한국인의 평균적인 삶을 ‘시뮬레이션’한 결과임을 다시 한번 밝혀 둔다. 여기서 나오는 비용은 통계상 수치를 인용하거나 참고해 추정한 것이다. 그래프는 수입과 지출 크게 두 곡선으로 이루어져 있다. 연령별 수입과 지출 금액은 통계청의 ‘가계 소득 지출’ 조사(2006)를 따랐다. 지출은 소비성 지출과 비소비성 지출을 합한 값이다. 소비성 지출에는 식료품, 주거(관리비, 수선비), 광열, 수도, 가구, 집기 사용품, 피복 및 신발, 보건의료, 교육, 교양오락, 교통, 통신 등이 포함된다. 비소비성 지출은 조세, 공적연금, 사회보험 등에 나간 돈이다. 소비성 지출과 비소비성 지출은 매달 일상적으로 쓰는 항목들이다. 목돈을 지출하게 되는 ‘이벤트’ 상황은 각종 통계자료를 혼합해 오늘의 한국인 모습이 나타나도록 가정해 보았다. 결혼이나 자동차 구입, 내집 마련, 자녀 교육비 등에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를 소비하는지 살펴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통계를 사용한 시뮬레이션 방법은 다음과 같다. 대한민국 남녀의 평균 결혼비용 산출은 보건복지부 통계를 참조해 구한 것이다. 이 조사에 따르면 평균 결혼연령은 남성이 31세, 여성은 28세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결혼비용에 신랑 측이 9609만원(74.2%)을, 신부 측이 3335만원(25.8%)을 각각 부담한다. 가족들로부터 7227만원(55.8%) 정도를 지원받는다고 응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를 참고해 대한민국 평균남 홍길동은 31세에 결혼하고 남성이므로 여성의 3배를 부담한다. 여성이 3000만원, 자신이 9000만원을 부담하는데, 총 결혼비용의 3분의 2 정도인 6000만원은 홍길동의 부모가 지원한 것이다. 그래프는 가장인 남성을 기준으로 그려졌으므로 결혼비용으로 3000만원이 지출된 것으로 나타난다. 결혼비용에는 예식비용부터 혼수, 예단, 신혼집 마련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런 방법으로 출산시기와 비용, 내집 마련 시기와 비용 등도 계산했다.

나는 흑자인생? 적자인생? “이번 달도 또 적자야?” 홍길동씨는 통장을 보다가 한숨이 나왔다. 외동딸 대학 공부까지 시켜야 하고 노후자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나같이 성실한 사람이 도대체 왜?” 이유는 명확하다. 대출이자에 자식 교육비까지 만만찮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30대에 재테크를 잘해 놨어야 하는데…’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니 후회 막급이다. 은퇴하면 골프치며 한가로운 생활을 즐길 줄 알았다는 홍길동씨. 하지만 공원 구석에 앉아 쓸쓸히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위 그래프대로 살았을 때 40대 후반쯤 홍길동씨가 겪게 될 고민을 기자가 가상해봤다. 무비유환(無備有患). 홍길동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해도, 홍길동씨처럼 대출이자 갚고 애들 가르치다 보면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것이다.

대출이자만 1억 달해 홍길동씨는 39세에 2억원이 조금 넘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신혼집 전세자금 9000만원과 저축액 4000만원을 붓고 나머지 7000만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6.5% 이율로 20년을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20년 동안 은행에 낸 이자액만 총 9100만원(455만원×20년)이다. 국민은행연구소는 전국 19개 도시의 만 20세 이상 기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2006년도 주택금융수요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06년에 주택을 구입한 가구는 월평균 53만원을 대출금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소득 대비 대출금 상환액 비율(PTI)은 평균 18.0%로 지난해(17.6%)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소득 가운데 대출금을 갚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특히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PTI가 55.9%로 주택 대출을 갚는 데 소득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었다. 대출금을 갚다 보면 노후를 위해 투자하기는 자연히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집을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 조사에서 내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2년으로 나타났다. 2005년 같은 조사를 벌였을 때는 결혼 후 내 집 마련까지 7.7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월평균 가구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길동씨가 애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한 달에 쓴 돈은 약 41만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액수는 점점 늘었다. 1년이면 828만원, 861만원에 달했다. 홍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점에 맞춰 집을 샀다. 그래도 홍씨는 약과다.

“아이 하나라 그나마 다행”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의 2006년도 전국 초·중·고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72.3%이나 초등학생의 경우는 83.5%나 되었다. 월 평균 사교육비는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서울이 43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천이 24만6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학부모의 경우 월평균 5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경우도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조기유학 붐이 일어 교육비가 늘고 있는 경향도 있다. 지난해 초·중·고 조기 유학생이 2만920명(초등생 1만1059명, 중학생 4372명, 고교생 5088명)에 이르고, 유학 및 연수 비용으로 모두 7조원(재경부 추정 올 유학비는 10조원) 정도가 지출됐다는 조사도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사교육으로 영어를 배우면 어떨까? 2005년 영어 사교육비만 무려 15조원이 들었다. 교육예산의 47.5%나 된다. 영어유치원 비용은 한 달에 60만~100만원 선에 달한다. 국내에서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 영어캠프는 8주에 999만원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교육 논란은 영어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시끄럽다. 이래저래 공부 욕심은 줄일 수 없고 공교육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면 사교육비 부담은 줄 것 같지 않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

6아이폰 더 얇아질까..."프로맥스보다 비쌀 수도"

7 걸그룹 '뉴진스', 모든 멤버 법원에 탄원서 제출

8 尹 "대한민국은 광주의 피·눈물 위 서 있어"

9성심당 월세 '4억' 논란...코레일 "월세 무리하게 안 올려"

실시간 뉴스

1"비상계단 몰래 깎아"...대구 아파트에서 일어난 일

2"올림픽 휴전? 러시아만 좋은 일"...젤렌스키, 제안 거부

3일론 머스크, 인도네시아서 '스타링크' 서비스 출범

4취업 준비하다 봉변...日 대학생 인턴, 10명 중 3명 성희롱 피해

5주유소 기름값 또 하락...내림세 당분간 이어질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