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했던 ‘홍길동 ’씨 허탈하다
성실했던 ‘홍길동 ’씨 허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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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흑자인생? 적자인생? “이번 달도 또 적자야?” 홍길동씨는 통장을 보다가 한숨이 나왔다. 외동딸 대학 공부까지 시켜야 하고 노후자금도 마련해야 하는데 걱정이 태산이다. “나같이 성실한 사람이 도대체 왜?” 이유는 명확하다. 대출이자에 자식 교육비까지 만만찮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럴 줄 알았으면 30대에 재테크를 잘해 놨어야 하는데…’ 지난 20년을 돌이켜보니 후회 막급이다. 은퇴하면 골프치며 한가로운 생활을 즐길 줄 알았다는 홍길동씨. 하지만 공원 구석에 앉아 쓸쓸히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위 그래프대로 살았을 때 40대 후반쯤 홍길동씨가 겪게 될 고민을 기자가 가상해봤다. 무비유환(無備有患). 홍길동씨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일까? 그렇지 않다.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고 해도, 홍길동씨처럼 대출이자 갚고 애들 가르치다 보면 돈이 술술 빠져나가는 것이다.
대출이자만 1억 달해 홍길동씨는 39세에 2억원이 조금 넘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신혼집 전세자금 9000만원과 저축액 4000만원을 붓고 나머지 7000만원은 은행에서 대출받았다. 6.5% 이율로 20년을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20년 동안 은행에 낸 이자액만 총 9100만원(455만원×20년)이다. 국민은행연구소는 전국 19개 도시의 만 20세 이상 기혼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2006년도 주택금융수요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2006년에 주택을 구입한 가구는 월평균 53만원을 대출금 갚는 데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월소득 대비 대출금 상환액 비율(PTI)은 평균 18.0%로 지난해(17.6%)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소득 가운데 대출금을 갚는 데 쓰는 돈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특히 월소득 150만원 미만의 저소득층은 PTI가 55.9%로 주택 대출을 갚는 데 소득의 절반 이상을 쓰고 있었다. 대출금을 갚다 보면 노후를 위해 투자하기는 자연히 어려워진다. 그럼에도 집을 사는 사람이 많은 것은 집값이 빠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 조사에서 내집 마련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8.2년으로 나타났다. 2005년 같은 조사를 벌였을 때는 결혼 후 내 집 마련까지 7.7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월평균 가구 소득이 늘어난 것보다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더 빠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홍길동씨가 애를 유치원에 보내면서 한 달에 쓴 돈은 약 41만원. 중학교, 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액수는 점점 늘었다. 1년이면 828만원, 861만원에 달했다. 홍씨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점에 맞춰 집을 샀다. 그래도 홍씨는 약과다.
“아이 하나라 그나마 다행”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의 2006년도 전국 초·중·고 대상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은 72.3%이나 초등학생의 경우는 83.5%나 되었다. 월 평균 사교육비는 지역별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서울이 43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천이 24만6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학부모의 경우 월평균 50만원 이상을 사교육비로 지출하는 경우도 전체의 2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외 조기유학 붐이 일어 교육비가 늘고 있는 경향도 있다. 지난해 초·중·고 조기 유학생이 2만920명(초등생 1만1059명, 중학생 4372명, 고교생 5088명)에 이르고, 유학 및 연수 비용으로 모두 7조원(재경부 추정 올 유학비는 10조원) 정도가 지출됐다는 조사도 있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사교육으로 영어를 배우면 어떨까? 2005년 영어 사교육비만 무려 15조원이 들었다. 교육예산의 47.5%나 된다. 영어유치원 비용은 한 달에 60만~100만원 선에 달한다. 국내에서 초·중·고·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생 영어캠프는 8주에 999만원을 받아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교육 논란은 영어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시끄럽다. 이래저래 공부 욕심은 줄일 수 없고 공교육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수 없다면 사교육비 부담은 줄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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