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때문에 추락한 우주 영웅
사랑 때문에 추락한 우주 영웅
남자 동료 연인 납치하려다 NASA 여비행사 쇠고랑 리자 노웍(43)은 ‘수퍼 맘’이었다. 십대 아들과 다섯 살짜리 쌍둥이 딸을 키우고, 부활절의 풍성한 브런치와 멋진 크리스마스 파티용 음식도 만들고 빵을 구웠다. 피아노를 치고 고무도장을 수집했으며, 휴스턴 교외의 자택 현관에 아프리카 제비꽃을 길렀다. 게다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우주비행사다. 지난 7월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에서 로봇 팔을 작동한 두 명의 여승무원 중 한 명이다. 노웍은 이 모든 일을 아무런 문제 없이 능숙하게 해내는 듯했다. 그러나 친구 조너선 클라크(전직 NASA 승무원 담당 의사. 우주비행사였던 부인 로렐이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폭팔 사고 때 사망했다)를 포함한 몇몇 사람은 노웍이 겪은 스트레스를 충분히 이해했다. 집안일에다가, 모든 정신력·체력을 빼앗는 우주비행사 일까지 동시에 하다 보면 “결혼 생활에 극도의 긴장”을 초래한다고 클라크는 말했다. “견디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지난해 여름 우주왕복선 임무를 맡으면서 우주인으로서 절정에 올랐던 노웍은 그만 플로리다주 올랜도 경찰의 체포로 급전직하했다. 연적(戀敵)을 공격했다는 이유다. 살인 미수, 납치 기도, 구타 혐의 등이 포함된다(플로리다주 검찰은 곧 공식 혐의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2월 7일 보석금 2만5500달러를 내고 석방된 그녀는 발목에 전자 감시장치를 부착한 채 휴스턴 교외의 자택으로 돌아갔다. 이번 사건은 현역 NASA 우주비행사가 중범죄로 고소된 최초의 사례라고 NASA 측은 밝혔다. 이 사건의 여파로 NASA는 우주비행사의 심리검사와 적성평가 절차를 재고 중이다. 그러나 가장 궁금한 의문이 남는다. 왜 노웍이 이처럼 극단적이 됐을까? 노웍의 사생활은 엉망진창으로 보인다. 가족의 진술에 따르면 노웍은 19년간 함께 산 남편과 최근 헤어졌다. 그 후 윌리엄 오퍼라인이란 우주비행사와 모종의 관계를 맺었다. 오퍼라인은 지난해 12월 디스커버리호를 조종했다. 경찰의 신문에서 노웍은 둘 사이의 관계를 “직무상 동료 관계보다는 깊었지만 연인 사이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혼 후 두 자녀를 기르는 오퍼라인에겐 이미 여자친구가 있었다. 미 공군 대위로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부근의 NASA 지원 비행대대에 배속된 콜린 십먼(30)이다. 두 사람은 오퍼라인이 지난해 12월 우주 임무를 떠나기 전 한 파티에서 만났다고 십먼의 친구이자 이웃인 베이비트 머천트는 말했다. 노웍은 두 사람의 관계를 알았으며 그들 사이를 방해하려 했다고 알려졌다. 지난주 노웍이 체포된 뒤 십먼이 제출한 접근금지 명령 청원서에 따르면 노웍은 십먼을 두 달 동안 스토킹했다. 노웍은 지난주 그보다 더 나아가버렸다. 그녀는 경찰 신문에서 십먼의 올랜도행 항공편 일정을 오퍼라인의 컴퓨터에서 입수했다고 밝혔다. 올랜도 공항과 십먼의 집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내용도 출력했다. 그러곤 공기총, 칼, 쇠망치, 최루 스프레이, 고무 튜브, 큰 가방 외에 고무장갑 6개도 마련했다. 그 후 휴스턴에서 올랜도까지 1400여km를 차로 달렸다. 노웍은 올랜도에 빨리 도착하려는 마음에 화장실 가는 시간을 단축하려고 기저귀를 착용했다(우주비행사들의 전형적인 행동으로 그들은 수십 년 동안 NASA가 만든 기저귀를 착용해 왔다). 일단 올랜도에 도착한 뒤에는 가명으로 라 퀸타 여관에 투숙했으며 트렌치 코트에 검은색 가발로 위장까지 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노웍은 공항 터미널에서 십먼을 발견한 뒤 장기 주차 구역으로 가는 공항버스에 오른 십먼을 따라갔다. 십먼은 주차장에 세워둔 자신의 차를 향해 걷는 순간 누군가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소리”를 들었다고 경찰에 밝혔다. 겁에 질린 십먼은 잽싸게 차에 들어간 뒤 차문을 걸어 잠갔다. 노웍은 차창을 두드리며 “제발 저를 좀 도와주세요. 남자 친구가 이곳에서 저를 태우기로 했는데 나타나질 않아서요”라고 말했다. 십먼은 노웍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노웍은 십먼에게 휴대전화를 잠시 빌려 달라고 했다. 십먼은 거절했다. 이에 노웍이 울음을 터뜨리자 십먼은 창문을 약간 내렸다. 바로 그때 노웍이 십먼의 얼굴에 최루 스프레이를 뿌렸다고 알려졌다. 십먼은 황급히 차를 몰아 경찰을 불렀고, 경찰은 노웍의 행방을 추적해 체포했다. 수사 당국에 제출된 진술서에 따르면 노웍은 “단지 십먼에게 겁을 줘 대화를 하려 했을 뿐”이라고 진술했다. 경찰이 왜 최루 스프레이를 사용했느냐고 묻자 노웍은 “멍청한 짓이었다”고 대답했다. 검찰은 노웍이 십먼을 납치하거나 해치려는 의도를 실행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노웍의 변호사 도널드 라이키백은 지난주 법정에서 의뢰인이 “절망에 빠져 실수를 저질렀을 뿐”이라며 검찰이 지나친 혐의를 씌웠다고 항변했다. NASA에 있는 노웍의 동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우리의 가장 큰 걱정은 그녀의 건강과 안녕이며 그녀가 이번 일을 잘 넘기기를 바란다”고 동료 우주비행사인 스티브 린지는 말했다(노웍은 우주비행 임무 수행을 정지당했고, 오퍼라인은 십먼과 시간을 보내려고 휴가를 냈다). 노웍의 이상한 행동을 설명하려는 여러 이론이 제시됐다. 휴스턴 융 교육센터의 정신분석학자이자 대표인 제임스 홀리스 박사는 이번 사건을 강박적인 사랑의 사례로 판단한다. 노웍은 “자신이 버림을 받는다는 공포를 분명히 느꼈고, 그 공포가 워낙 강해 사랑의 대상을 확보하고 위협 요인을 제거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성숙 과정을 거치면서 “그처럼 원초적인 충동을 여과하는 능력이 생기지만 스트레스 상태에 있거나 또 다른 종류의 장애를 겪으면 누구라도 종종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을 벌인다”고 그는 설명했다. 목표를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노웍의 성격도 그 같은 일탈에 더 쉽게 빠지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 노웍은 NASA의 심리검사를 어떻게 통과했을까. NASA는 우주비행사 지원자들에게 각종 심리검사뿐 아니라 정신과 의사·임상심리학자와 두 시간 동안 대화하도록 한다. 무엇보다 신경증적이고, 집착적이고 강박적이거나, 반사회적 행동을 보이기 쉬운 지원자를 미리 솎아내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특히 이번 경우 (노웍의 문제가) 성격 때문인지 아니면 검사 당시 누구도 이런 결과를 예측하지 못한 스트레스 요인 때문인지 판단하기 어렵다”고 서던 캘리포니아대의 항공우주심리학 전문가 로런스 팔린카스는 말했다. NASA 관리들은 평가자들이 적색 신호를 조금이라도 놓쳤을 가능성을 파악하려고 노웍의 이력을 다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심리검사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 NASA의 평가방식을 두고 두 가지 별개의 검토에 들어갔다. 노웍의 경력은 우수했지만 이번의 일탈 행동으로 먹칠을 했다. 메릴랜드주 록빌에서 자란 노웍은 “열심히 공부하고, 성취 욕구가 매우 강했다”고 고교 시절 급우였던 잭 플라이어는 말했다. “큰 열망이 있었고 그 모두를 하나씩 성취했다.” 학생회, 필드하키, 육상, 수학 팀의 일원으로 각종 활동에 참가했으며 졸업식에선 학생대표로 연설한 두 명 중 한 명이었다. 노웍이 졸업 앨범에 적은 인용구(시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는 그녀의 성공을 예고했다. “의식적인 노력을 통해 자신의 삶을 향상시키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인간의 능력보다 더 고무적인 사실은 없다.” 노웍은 고교 졸업 후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했다가 1985년 항공공학 학사 학위를 받고 졸업했다. 그러곤 ‘테스트 파일럿(항공기 성능을 시험하는 조종사)’으로 30종 이상의 항공기를 1500시간 넘게 몰았다. 1996년엔 우주왕복선 비행사 시험에 합격해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고 결국 디스커버리호에 탑승했다. 우주에서 로봇팔을 시험 작동한 후인 지난해 가을 노웍은 고향의 모교를 방문했다. 이미 유명인사가 된 노웍은 학생들에게 놀랍고도 흥미로운 우주 모험 이야기를 들려줬다. 고든 프랭크스의 딸인 앨릭스(8)는 당시 크게 흥분했다. 앨릭스는 그녀가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뒤 아빠에게 “도대체 이해가 안 가요. 그녀는 영웅이잖아요”라고 말했다. 프랭크스는 딸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겉만 보기 때문에 그렇단다. 실제로 안에서 무슨 일이 얼어나는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 궁극적으로는 노웍 자신 외에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With GRETEL C KOVACH, JONATHAN MUMMOLO, ALEXANDRA GEKAS and LYNN WADD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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