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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고려아연 비밀유지계약 위반 ’의혹‘

5월 계약 종료 후 석 달여 만에 공개매수 등 진행
계약 위반 시 금전적 배상 및 법적책임 조항 삽입

강성두 영풍 사장(왼쪽)과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지난 9월 19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관훈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PEF)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획득 추진 과정에서, 과거 고려아연과 맺었던 비밀유지계약(NDA)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 인수합병(M&A)를 위해 영풍과 맺은 경영협력계약이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되고 불과 석 달여가 지난 시점에 체결됐기 때문이다.

3일 IB업계에 따르면 MBK와 고려아연의 비밀유지계약 체결이 종료된 시점은 올해 5월이다. MBK는 과거 고려아연 신사업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의 재정적 지원을 도울 후보군으로서 고려아연으로부터 여러 기밀 자료를 넘겨받고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서 체결일은 2022년 5월 17일이다. MBK는 그로부터 2년간 기밀유지와 함께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하는 등 20개 조항 내용에 서명했다. 

하지만 MBK는 비밀유지계약이 종료된 지 석 달여 만에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선언하면서 시장의 의심을 받게 됐다. 금감원 공시 자료에 따르면 MBK와 영풍 연합이 고려아연 M&A를 위한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건 지난 9월 12일이다. 

수조 원대 자금이 투입되는 M&A 작업에 대한 검토를 넘어 복잡한 경영협력계약까지 체결하고, 수조 원의 차입금을 빌리는 것을 불과 석 달여 만에 끝내기는 어렵다는 점에서 MBK의 비밀유지계약 위반에 대한 의혹을 일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과의 비밀유지계약이 채 끝나기도 전에 영풍과 M&A 시도를 시작했을 거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공개된 비밀유지계약 내용 중 가장 큰 논란은 제8조다. MBK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를 포함해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조항에 서명했다.

양사가 맺은 계약 8조에 따르면 정보수령자(MBK)는 ▲정보 제공자(고려아연)의 사전 서면동의 없이 주식 또는 지분을 매입하거나 ▲사업결합 및 합병, 적대적 인수 등을 제안하거나 ▲경영을 통제 또는 경영에 영향을 미치려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 동의한다. 영풍과 경영권 관련 협의를 6월 이전 시작했을 경우 MBK가 법적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MBK가 비밀유지계약에서 금지하는 여러 사항을 위반한 것을 넘어 고려아연으로부터 넘겨받은 회사 핵심 자료들을 ‘적대적 M&A’에까지 활용했다면 그에 따른 법적책임도 예상된다. 

이밖에 계약의 9조 역시 이번 논란의 또 다른 핵심이다. 9조에 따르면 MBK는 고려아연의 임직원은 물론 주요 고객, 주요 공급자와의 논의나 협상 등을 해당 기간 하지 못한다. 고려아연과 영풍이 최근까지 거래관계를 유지해 왔고 고려아연이 영풍으로부터 연간 1000억원이 넘는 특정 품목들을 공급받아 온 만큼 해당 조항에 대한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 MBK는 위 조항이 담긴 계약서 내용에 서명하면서, 계약 위반 시 손해배상을 넘어 법적책임까지 감수하겠다는 데 동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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