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100세 청년’만들어야
한국이‘100세 청년’만들어야
▶(좌) 위 또는 장에 흡수되지 않고 정확한 부위로 가서 작용하는 맞춤형 신약. (우) 약이 코팅된 나노 입자가 항원·항체 반응을 통해 세균을 죽이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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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보다 미국시장 노려야 무엇보다 제약시장 규모가 눈길을 끈다. 2006년 세계시장 규모는 6430억 달러다. 해마다 10% 넘는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이는 각 국가들이 사업구조를 맞춤의학으로 재편해 나가면서 경쟁적으로 시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별 시장 점유율은 북아메리카 45%, 유럽 28%, 그리고 일본이 11%를 차지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각 지역의 연평균 성장률이다. 시장이 가장 큰 미국의 성장률은 12%다. 반면 유럽과 일본은 각각 7%, 4%다. 북아메리카 시장이 갈수록 커진다는 얘기다. ‘신약’만 본다면 미국시장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전 세계의 70%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뜻하는가? 세계의 제약시장이 미국 중심으로,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신약 분야에서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여기서 중장기 전략이 나온다. 한국이 신약개발을 성장동력으로 생각하려면 미국을 포함한 서구인을 목표로 신제품을 개발하고 해외시장 개척에 힘써야 한다. 중국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도 이를 입증한다. 중국이 미국시장을 목표로 성장하기보다는 아시아를 중심으로 성장 발판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일본과 중국의 2010년 제약시장 규모는 각각 810억 달러와 24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전체시장에서 11%, 3.3%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의 비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2010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약시장 비율이 0.23%에 그칠 것으로 추정한다. 2005년에 비해 약간 상승한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같은 구조는 향후 10여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중국을 포함한 동양인을 목표로 한 신약개발은 답이 될 수 없다. 오히려 미국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과 인도의 제약산업은 매년 10%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
카피 제약사들 설 땅 없어 답은 뻔하다. 하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 상황은 오히려 반대로 나간다. ‘한·미 FTA 협정’으로 국내 제약사 중 중하위 업체들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여기서 중하위 업체는 ‘신약개발’ 능력이 없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한·미 FTA로 그동안 카피약(제네릭 의약품)에 의존해 왔던 국내 제약 업계는 향후 5년간, 적어도 5000억원가량의 기대 매출 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업계의 체감경기는 더 싸늘하다. 이제는 신약의 특허가 보장되는 기간 동안 신약의 임상시험 자료를 활용해 카피약을 만들거나 신약을 개량·개발할 수 없게 됐다. 그동안 비싼 로열티를 주고 신약을 수입해 유통하거나, 신약 특허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카피약을 내놓으며, 병원에 대한 리베이트 영업을 고수했던 제약업체들은 설 땅이 없어진 셈이다. 이 같은 업계의 후진적 성격으로 인해 국내 신약개발의 성적표는 초라하다. 종종 신약개발 성공 소식이 들려오기는 했지만 1999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 제약업계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허가받은 신약은 15개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미 FDA가 허가한 신약은 420여 개나 된다. 그나마 15개 신약도 단일 품목으로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한 ‘블록버스터 신약’ 반열에 든 것은 없다. 2000년 이후 국내 신약개발은 오히려 퇴보했다고 볼 수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한 해 수십 건 되던 신약개발이 2005년 11건으로 줄었다는 점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그렇지 않아도 부담이 큰 연구개발(R&D) 비용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임상연구를 위한 가이드라인이 강화됐다. 거기에 의약품 허가에 대한 규제도 강화됨으로써 국내 생명과학의 발달에도 제약기술은 후퇴한 것이다. 그럼에도 ‘영업’에 의존해 내수 시장에 만족하는 제약사들의 영업 행태는 여전하다. 최근 모 제약사가 국내 대형 종합병원에서 취급하던 오리지널 약을 뿌리치고 자사의 카피 약을 납품 계약했다. 이 제약사가 병원에 장학금 기부 형식으로 20억원을 기탁했다는 것은 제약업계에서는 비밀도 아니다. 신약은 질병을 규명하고 질병을 제어할 수 있는 유전자나 단백질 발견을 목표로 개발된다. 단일 품목으로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달성하는 블록버스터 신약의 경우, 신물질로부터 유효물질을 탐색·발굴하고, 독성·임상검사를 마쳐 시판에 들어갈 때까지 10여 년의 개발기간과 수천억원의 개발비용이 들어간다. 더 정확하게는 의학·약리학·화학 분야 전문가들이 15년 동안 80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하나의 신약이 개발된다. 물론 열매는 무척 달다. 일단 시장에서 인정받으면 단일품목으로 연간 1조원 이상의 매출과 20년의 특허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염기분석장치를 통해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는 모습. |
맞춤형 신약에 집중해야 결국 우리가 집중해야 할 신약 분야는 개인별 ‘맞춤형’에 있다. 또한 이 ‘맞춤형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특정 인구집단의 건강과 질병 발생 여부를 장기간 추적·관찰해 원인을 찾아내는 ‘코호트 연구’다. 대표적인 코호트 연구는 50년 동안 지속된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프래밍험 심장연구사업이다. 이를 통해 심장 질환의 원인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제시됐다. 담배의 위해성, 콜레스테롤 수치, 폐경 및 심리사회적 요소의 연관성 등이 심장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비로 이 ‘상식’이 프래밍험 심장연구사업의 결과다. 코호트 연구를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 우선 정상인과 환자의 DNA, 혈액세포, 혈장, 혈청, 조직 등 물적 증거가 필요하다. 또 주거 및 사회활동, 식습관을 포함한 생활습관 등 역학 정보와 과거·현재의 건강상태 검진정보, 유전정보 등 건강 및 환경과 관련된 포괄적인 정보도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요구된다. 자료를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는 연구자가 없다면 데이터는 무용지물일 것이다. 현재 가장 잘 기획된 대규모 코호트 연구사업은 영국의 UK바이오뱅크(biobank)사업을 들 수 있다. 2010년 50만 명을 목표로 자원을 수집하고 있으며 이미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다. 영국의 전문가들은 이 연구가 “보건·의료·생명과학을 선도할 수 있는 중요한 사업이 될 것”으로 본다. 결국 맞춤형 신약은 질병을 일으키는 유전자의 발굴을 통해 발병 원인을 찾는 연구의 결과로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은 부를 얻을 수 있고 국가는 질병의 환경적 요인을 찾아 제어할 수 있다. 보건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점이 마련되는 것이다. 또 이를 통해 유병률을 낮추고 국민 건강을 지켜 노동과 국가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세계 신약사업은 대대적인 트렌드 전환기다.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하는 블록버스터보다 개인별 맞춤신약으로 나간다. 바로 여기에 기회가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살리려면 지금이라도 대규모 코호트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세계 맞춤신약 사업은 이 코호트 사업을 누가 먼저 시작하고 누가 열심히 연구해 누가 더 많은 개인별 정보를 획득하느냐에 달려 있다. 한국의 신약 개발 방향은 확실하다. 향후 10~20년 내 북아메리카 시장을 목표로 맞춤형 신약에 주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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