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 뛰는 ‘굴뚝 없는 공장’
세계 무대 뛰는 ‘굴뚝 없는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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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스포츠 용품 회사인 나이키는 전 세계에 단 하나의 공장도 없다. 지난해 매출액 1194억 달러(약 111조원)인 이 회사는 전 세계 160개국에서 스포츠 의류와 용품 등을 팔고 있다. 자체 공장 하나 없이 전 세계 50개국 600여 공장으로부터 물건을 납품받고 있다. 나이키의 경쟁력은 마케팅력이다. 제조시설이라는 실체 없이도 나이키는 자신의 왕국을 꾸준히 넓혀가고 있다.세계적인 투자회사 골드먼삭스는 98년 외환위기로 법정관리에 들어간 진로의 채권을 인수한다. 논란의 여지가 많았던 이 거래 결과 골드먼삭스는 약 7년 후 1조원의 매각차익을 챙겼다. 공장이 없으면 경제가 돌아가지 않을까? 공장은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보루인가? 이건희 삼성 회장을 비롯해 많은 경제인이 “10년 후 무엇을 먹고 살지가 걱정”이라고 한국 경제의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 과연 10년 후 한국은 어떤 산업으로 먹고살 것인가?
자원개발 하나로 ‘대박’ 한국 경제의 기관차인 자동차도 장담할 수 없다. 미국 빅3는 주춤하고 있지만 도요타, 혼다 등 일본 업체는 승승장구하고 있고, 머지않아 중국도 추격할 태세다. 반도체, LCD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왕국인 일본의 부활과 세계 최대의 제조국가인 중국의 협공을 어떤 산업도 피하기 어렵다. 만약 우리 경제에서 공장을 빼면 어떻게 될까? 왜 한국에는 나이키 같은 회사가 나오지 않는 것일까? 왜 한국에는 골드먼삭스처럼 전 세계를 상대로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노하우가 없을까? 만약 이런 실력이 한국에도 있다면 10년 뒤 뭘 먹고 살지가 여전히 걱정될까? 문제는 한국 기업들이 지나치게 물건을 파는 것에 익숙하다는 점이다. ‘제조업 강국’이 오늘날의 한국을 만들었지만 ‘서비스업 부재’가 내일의 한국을 불투명하게 하고 있다. 한국 기업은 평생 중국과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하는가? 다행히 최근 종합상사의 행보를 보면 해결의 실마리를 볼 수 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2004년 실패 위험을 무릅쓰고 최대 100억원에 달하는 개발비용을 투자했다. 그리고 그 도박에서 가스층을 발견했다. 미국계 공인기관이 인정한 총 매장량은 1360억~2435억㎥(액화천연가스화할 경우 최소 시가 40조원 상당). 국내 연간 액화천연가스 소비량의 최소 5년치 물량이다. 이 가스전에 60%의 지분이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은 자원개발 투자 하나로 수십조원의 수익을 올렸다. LG상사는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세계 각지에서 석유화학 및 정유플랜트 등 총 17개의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그동안 축적한 다양한 사업경험과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상사형 고부가가치 프로젝트’ 모델을 완성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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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대 상사 두 자릿수 성장 70년대 전성기를 구가했던 종합상사들이 2000년대 들어 완전히 변신했다. 변신의 결과 종합상사도 부활했지만 더 큰 수확은 답답한 한국 경제에 새로운 성장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공장을 짓고, 대규모 설비투자를 하고, 그 제품을 해외에 팔아 국민소득 2만 달러까지 한국 경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3만, 4만 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제조업만으로는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이 입을 모으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올해 한 TV와의 대담에서 “3만 달러로 가는 데는 금융업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말했다. 세계적인 기업 GE가 90년대 들어 부활한 데는 가전제품과 엔진 제작 중심의 사업구조를 금융과 인프라 개발 등으로 전환한 것이 주효했다. 이처럼 금융과 서비스·투자·무역·지식산업·정보를 한데 종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종합상사다. 사실 종합상사의 사업영역은 구체적으로 한정하기 힘들다. 단순 수출대행에서, 삼각무역, 해외투자, 국내 유통, 해외 유통, 해외 공장 운영, 국내 공장 운영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투자한 업종도 다양하고, 무역의 내용도 천차만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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