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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등에 올라타 종횡무진 달린다

서민 등에 올라타 종횡무진 달린다

경제가 살아난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삶은 여전히 힘겹다. 주식시장은 한반도를 온통 태워버릴 듯 열기가 뜨겁지만 서민들은 허망하게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다. 생계까지 위협받아 은행 문을 두드리지만 문턱도 넘지 못하고 좌절한다. 그 틈을 비집고 대부업체들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서민들은 ‘무이자~’란 노래에 홀려 대부업체의 포로가 되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가. 서민들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요즘 대부업체들의 ‘쩐의 전쟁’ 세태와 문제점을 이코노미스트가 심층취재했다.
최근 SBS드라마 ‘쩐의 전쟁’이나 언론에 비친 대부업체들의 모습은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럼에도 대부업체들의 현장은 바쁘게만 돌아간다. 지난 6월 21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A대부업체 사무실. 건물 8층에 있는, 30여 평 규모의 환한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9명의 직원은 걸려 오는 전화를 받느라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최근 대부업체 문제점에 대한 보도 때문에 지난해 말보다 찾아오는 대출고객이나 전화상담 숫자가 30%, 많으면 50%까지 줄었다는데 실제 그런지 직원에게 말을 건넸다. 이 사무실의 K대리는 “누가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당장 손사래를 친다. “그런 보도가 나온다고 해서 대부업체 돈을 쓸 사람이 안 쓰겠느냐”면서 “그런 말은 지금 상황을 모르고 하는 것”이라고 정색하며 말했다. 세상이 시끄러워도 대부업체는 여전히 잘 돌아간다는 얘기다. 그는 사무실로 전화가 걸려 오면 거두절미하고 “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어떻게 됩니까”라고 묻는다. 이름도 안 묻고 왜 주민번호만 묻느냐고 하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요즘도 전화가 하루에 수천 통이 옵니다. 무척 바빠요. 따라서 주민번호를 먼저 대야만 빠른 상담을 해줄 수 있습니다.” 통상 걸려오는 전화의 반은 대출상담이고, 반은 입금상담이다. 추가입금이나 추가대출을 원하는 전화도 수없이 걸려 온다. 이 사무실에서는 사람 이름보다 넘버(주민번호)가 중요하다.

5대 대부업체가 시장 60% 과점 대부업체들의 현황을 살펴보자. 2006년 12월 말 현재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되어 있는 대부업체 숫자는 1만7210개. 그간 이 숫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다. 특히 2005년 9월 개정 대부업법의 시행으로, 등록 대부업체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음성적인 대부업체에 대한 벌칙이 강화되면서 음성 업체들의 양성화가 빨라졌다. 등록업체 숫자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현재 무등록 대부업체 숫자는 3만~4만 개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대형, 중소 대부업체 사이에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앞으로 한층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무이자 광고로 유명한 러시앤캐시 같은 대형 대부업체들의 협회인 한국대부소비자금융협회 이재선 사무총장은 “현재 대부업계는 50여 개 대형사가 주도하고 있는데, 정부가 시행하는 이자제한법이 6월 30일부터 발효되면, 군소 대부업체와 음성 대부업체들의 설 땅은 더 좁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소 대부업체나 음성 대부업체들의 경우 조달 금리, 판매 관리비가 높은 게 특징이다. 여기에다 음성 대부업체들에 적용되는 이자제한 규제(연30%)도 굴레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도 비슷한 의견이다. 총자산 70억원 이상인 46개 외감 대부업체(외부감사를 받는 대부업체)는 현재 국내계 27개, 외국계 19개사가 있다. 2005년 현재 외감 대부업체의 대출잔액은 2조4000억원으로 2004년 대비 20% 정도 증가했다고 밝혔다. 중대형 업체들의 대출 규모가 확대된다는 것은 ‘대형사는 잘되고, 군소업체는 안 되는’ 양극화가 진행되고 있음을 뜻한다. 실제 일본 대부업체의 경우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이 부족한 소형 대부업체는 많이 퇴출됐다. 그 결과 상위 5대 대부업체가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독과점 시장이 형성됐다. 대부업체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전문가들이 추정하는 기준에 따라 이 규모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고무줄’ 양상이다. 행정자치부와 금융감독위원회가 공동으로 2006년 말 등록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를 보면 등록대부업체들의 총 대출 규모는 8조원, 이용자 수는 148만 명이다. 이를 근거로 무등록 대부업체, 이른바 음성 대부업체들의 시장을 추정하면 대출 규모는 10조원, 이용자는 180만 명이다. 따라서 전체 대부업체의 시장 규모는 18조원가량 될 것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이용자는 328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재선 사무총장은 약간 달리 본다. 실제적으로 전체 등록 대부업체 대출 규모는 약 5조원이고, 이 중 신용대출 2조원, 담보대출 2조원, 어음할인대출 1조원 정도라는 것이다. 이 같은 신용대출 중 80%(약 1조6000억원)는 러시앤캐시·산와머니·웰컴크레디트 같은 50여 개 대형 대부업체가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참고로 등록 대부업체인 리드코프가 상장사라는 것도 눈길을 끈다. 주가도 3만5000원(액면가 5000원)이나 한다. 조성목 금융감독원 비은행감독국 팀장은 “보통 저신용등급자 1인당 1000만원 정도의 사채를 쓰고, 그 사용자 수가 320만 명에 달한다고 할 때 대부업체 시장은 30조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특이한 것은 국내 대부업체 시장을 일본계, 미국계 같은 외국계가 장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대 산맥은 일본계 아프로그룹의 러시앤캐시, 산와그룹의 산와머니. 각각 업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미국계인 메릴린치 계열의 ‘페닌슐러캐피탈’은 주택담보대출로 최근 활동 폭을 넓히고 있다. 대부업계는 앞으로 대부업체 수는 점차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자금 조달이 어려운 군소 업체는 정리될 것이란 전망이다. 또 지자체들도 연락이 잘 안 되고, 신고사항도 미비한 부실 대부업체 정리에 나섰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부터 대부업자와 대부중개업자(모집인 사업자)를 분리해 등록 받을 방침이다. 대부업계는 등록 대부업체가 1만여 개 정도로 줄어들고, 이 중 반 정도(약 5000개)는 대부업자가 아닌 대부중개업자로 등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등록 대부업자 중 반 정도(약 8000개)는 중개대부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러면 실질적인 등록 대부업자는 5000개 정도로 줄어들 전망이다.

캐피털 등도 고금리 시장 눈독 대부업체들은 2006년부터 저축은행이나 캐피털, 신용카드사들이 공격적으로 50~60%대 고금리 시장을 파고드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저축은행이나 캐피털사가 고금리 시장에 잇달아 뛰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체관리만 잘하면 대부업체 시장에 먹을 게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99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이 때문인가? 대우캐피탈은 내게론이란 상품을 2006년 출시해 공격적인 대출을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부업체들은 “내게론 같은 개인신용대출 상품은 최저 6%에서 최고 50%를 표방하는 고금리 상품인데, 실제 적용하는 금리는 40~50%인 경우가 많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우캐피탈 측은 “지난해부터 신용대출 영업을 강화해 한 달에 400억~500억원의 대출이 새로 일어나는 것은 맞다”면서 “2007년 6월 현재 대출잔액 규모는 2500억원 정도”라고 밝혔다. 하지만 평균 대출금리는 30%대에 불과하다는 게 이 회사 설명이다. 이 같은 사정은 한국씨티은행의 자회사이며 캐피털사인 한국씨티그룹캐피탈도 엇비슷하다. 이 회사의 고금리 상품 대출 규모도 급격하게 커지고 있다. 2004년 22억원에서, 2005년 1711억원, 2006년 3800억원으로까지 늘었다. 올해도 계속 개인신용대출에 치중, 5000억원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5000억원이면, 대부업체 1위인 러시앤캐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출금리가 평균 40~50%라고 주변에서 말하지만 실제로는 3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대캐피탈의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씨티, 대우와 엇비슷하거나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 20여 곳의 저축은행들도 고금리 개인신용대출에 대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있다. 모 저축은행 관계자는 “현재 저축은행들의 대출경쟁이 치열하다”면서 “대형 저축은행들은 현재 1000억원 정도, 중형 저축은행들은 500억~700억원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개별 저축은행들은 매월 50억원 정도의 신규 개인신용대출을 해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들의 신용대출금리가 평균 40~50%라고 대부업체들이 공격하지만, 저축은행들은 “평균금리는 30%에 불과하다”고 해명하고 있다. 최근 66%에 달하는 대부업체 금리가 앞으로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하지만 이재선 사무총장은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한다. 대부업체 상품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있기에, 고금리 상품이 지금까지 유지되었다는 얘기다.


카드사ㆍ캐피털ㆍ저축은행도 고금리 경쟁


신용 잃고 밀려 밀려 결국 ‘막장 인생’
통상적으로 대부업체를 찾는 이들의 신용등급은 7등급 이하 저신용자들이다. 이들은 차츰 금리가 비싼 금융기관으로 한 단계씩 발길을 옮겨가는 게 특징이다. 돈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찾아가는 곳은 당연히 제1 금융권인 은행이다. 담보물이 있으면 통상 은행 금리는 연 6~7% 선이다. 하지만 담보가 없으면, 은행에서도 신용대출을 받아야 한다. 은행에서 자체 기준에 따라 신용등급을 심사ㆍ평가한 다음 돈을 신용으로 빌려주는데, 통상적으로 이 경우 금리는 연 10~12% 선이다. 14%의 높은 이자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하면 그렇다는 얘기다. 은행에서도 돈을 못 빌리면 그 다음 단계인 카드사로 발길을 돌려야 한다. 은행 신용대출이 안 되는 이들을 기다리는 곳이 바로 카드사다. 요즘 카드사들이 치열하게 난타전을 펼치면서 대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카드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연 금리는 갑자기 25~27%대로 뛴다. 신한카드 같은 경우에는 연 30%짜리 신용카드 대출상품도 내놓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적어도 금리가 연 40%는 되어야 고금리 상품이라고 말할 수 있고, 30%대 정도면 고금리 상품 축에 들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 20%대든, 30%대든 이 정도 금리는 일반인들에겐 결코 낮지 않은 수준이다. 연 30%대면 은행 실질금리(연3%)의 근 10배에 달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의 현금대출 서비스 잔액(2006년 말 기준)은 91조6000억원, 카드론 대출은 11조8000억원이다. 합치면 103조4000억원이다. 이에 대한 이자 부담은 연 20%만 잡아도 1년에 20조원이 넘는다. 대부업체의 신용대출 잔액(2조원)은, 이 같은 카드사들의 돈장사 크기(103조원)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카드사에서 신용대출로 빌려가는 금액은 통상 1인당 1000만원 선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카드사에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이들은 발길을 캐피털사로 돌려야 한다. 캐피털사 중에서 유명한 곳은 바로 현대캐피탈, 대우캐피탈, 씨티그룹캐피탈 등이다. 요즘 광고에 자주 나오는 내게론이 바로 대우캐피탈의 대표적 고금리 상품이다. 내게론은 최저 5%에서 최고 50.0%의 금리를 제시한다. 현대캐피탈의 프라임론카드도 10.2%에서 45.5%를 제시한다. GE캐피탈도 역시 20.8~47.8%의 이자율을 제시한다. 캐피털사에서 평균적으로 빌려가는 금액은 1인당 600만원 선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캐피털사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운 저신용등급자들은 상호저축은행으로 간다. 이곳에서 파는 상품의 금리는 대부업체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례로 솔로몬이나 보해저축은행은 15~58%의 금리 수준을 제시한다. 하지만 최저금리(15%)보다는 최고금리(58%)에 해당하는 대출 대상자들이 태반이라는 게 업계 얘기다. 저축은행에서 제시하는 1인당 평균 개인신용대출 금액은 400만원 선이다. 여기서도 돈을 빌리지 못하는, 신용 7등급 이하 사람들이 대부업체를 찾는다. 대부업체를 찾는 이들을 막장인생이라 비유하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대부업체를 찾는 이들은 평균 200만원의 돈을 빌려간다. 이곳의 금리는 알려진 대로 60~66%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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