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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한주의 시네 파일] 도전과 결단, 비전과 리더십

[곽한주의 시네 파일] 도전과 결단, 비전과 리더십

사람은 죽기 전에 많은 일을 한다. CEO라면 특히 더 많은 것을 이뤄야 한다. 삶과 사회, 기업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영화 한 편이 일의 성취에 도움이 된다면 잠시 시간을 내봄직하지 않을까.
영화와 CEO는 그리 궁합이 잘 맞는 조합은 아니다. 우선 기업가로서 CEO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린 영화는 극히 드물다. 또 영화 속에서 기업이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경우도 흔하다. 특히 거대기업의 악행과 맞서 싸우는 개인은 할리우드가 즐겨 다루는 소재 중 하나다. 이런 영화 속의 반기업 정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이는 대중문화에서 전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중 예술로서의 영화는 현실을 담기보다는 대중이 원하는 허구를 그린다. 보통사람들이 꿈꾸는 사회가 경쟁이 배제된 채 풍요와 자유가 넘치는 유토피아적 사회임을 감안한다면 기업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기업의 세계가 ‘산문적 현실’의 세계라면 영화의 세계는 ‘신화적 환상’의 세계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EO들이 되새겨볼 만한 삶과 사회, 기업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영화들이 적지 않다.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용기와 결단력, 비전과 리더십, 타협과 협동을 그린 영화들이 그렇다. CEO들이 눈여겨볼 만한 영화 10편을 추천한다. 01. <터커> (Tucker: The Man and His Dream)

미국, 1988년작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주연: 제프 브리지스, 조앤 앨런, 마틴 랜도 프리스턴 터커(Preston Tucker)의 실화를 바탕으로 창의적 기업가의 도전과 좌절을 그린 보기 드문 기업가 영화다. 소년 시절부터 혁신적인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지녀온 터커는 더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값싼 미래형 가족용 자동차 개발에 착수한다. 가족과 주변의 지원으로 시작한 ‘터커 48’ 개발은 기존 메이저 3사와 결탁한 관료주의의 벽에 부딪힌다. 의회의 조사위원회로부터 사기혐의로 고소당한 터커는 신차를 만들어낼 의도가 있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최종 판결 전에 새 차 50대를 생산해야 한다. 기업가 정신을 찬양하는 한편, 경쟁을 제한하는 관료주의를 따갑게 비판하고 있다. 02. <7인의 사무라이>(七人の侍)

일본, 1954년작

감독: 구로사와 아키라

주연: 시무라 다케시, 미후네 도시로
16세기 말 전란이 횡행하던 일본의 한 촌락. 이 빈촌에는 보리 수확이 끝날 무렵이면 어김없이 산적들이 쳐들어와 식량을 모조리 약탈해 간다. 대항하거나 애원해도 소용이 없다. 촌장은 마을을 지켜줄 사무라이들을 고용하기로 한다. 늙었지만 풍부한 경험과 지혜를 지닌 감베이를 포함한 사무라이 7명이 밥을 버는 조건으로 응한다. 감베이의 지휘 하에 마을은 방위태세를 갖추고 전투 훈련을 시작한다. 산적들의 공격이 시작돼 치열한 사투가 벌어지고 산적들은 전멸한다. 이 과정에서 사무라이 4명도 목숨을 잃는다. 고립무원의 마을에서 엘리트(사무라이)와 대중(부락민)이 신뢰를 구축함으로써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이 장대한 규모로 펼쳐진다. 전투와 무술뿐 아니라 인간관계와 전략까지 다룬 사무라이 영화의 최고봉이다. 03. <대부> (The Godfather)

미국, 1972년작

감독: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주연: 말론 브란도, 알 파치노, 제임스 칸, 로버트 듀발 45~55년 콜레오네 일가가 마피아 세계의 주도권을 잡는 과정을 그린 마피아 영화의 고전. 시칠리아 출신 이민자 콜레오네는 뉴욕 이탈리아 이민자들을 보호하며 ‘대부’로 대접받는다. 그러나 다른 조직의 기습으로 대부가 사경을 헤매고 맏아들 소니가 처절한 복수극을 벌인다. 비상 상황에서 소니가 성급하게 판단하는 바람에 피습당해 죽는 반면, 막내아들 마이클은 치밀한 계획과 냉철한 결단으로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차기 대부로 부상한다. 범죄 조직 간 전쟁과 가족 내의 애증, 폭력과 사랑을 교직한 거대한 벽화와 같은 작품으로 역대 톱10에 드는 명작이다. 74년 <대부 2> · 90년 <대부 3> 와 함께 <대부> 3부작을 이룬다. 돈 콜레오네가 말한 “그가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야(I’m going to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는 영화 사상 가장 유명한 대사 2위에 선정된 바 있다. 04.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한국, 1995년작

감독: 박광수

주연: 문성근, 홍경인, 김선재
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에서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고 외치며 22세의 청년 전태일이 분신자살한다. 전국을 충격에 빠트린 이 사건이 클라이맥스를 이루는 영화다. 수배 중인 대학 출신 운동권 영수가 노동운동의 성인(聖人) 전태일의 삶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영수는 전태일의 어머니로부터 넘겨 받은 일기를 읽고 그를 알던 사람들의 증언을 취재하며 한 노동자의 불꽃 같았던 짧은 삶과 죽음을 되살려 내려고 애쓴다. 이 과정에서 영수는 평화시장 봉제공장의 열악한 근로 조건을 목도하고 전태일의 소망이 아직도 이뤄지지 않았음을 절감한다. 영수는 조영래 · 김근태 등 당시 대표적 운동권 인사들을 짜깁기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산업화 시기 열악한 상황 하에서 노동자들이 느끼던 고통과 열망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인 영화. 05. <쉰들러 리스트> (Schindler’s List)

미국, 1993년작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라이엄 니슨, 벤 킹슬리 2차 세계대전 중 1939년 독일인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작은 양은 그릇 공장을 인수하러 폴란드 크라코우에 도착한다. 공장 인수를 위해 그는 나치에 가입하고 관리 장교들에게 여자와 술을 바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유대인 인력을 인건비 한푼 안들이고 이용해 돈을 번다. 공장의 유대인 회계사 이츠하크 스턴과 친해지면서 그의 인생은 극적으로 바뀐다. 장교에게 뇌물을 써 유대인을 자신의 공장노동자로 등록하는 방법으로 유대인들의 가스실 행을 막는다.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쉰들러는 유대인을 독일군 점령지로부터 탈출시키는 계획을 추진한다. 한 기회주의적 기업인이 1,100명의 인명을 구한 실화는 기업인이 어느 누구보다도 큰 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란 것을 암시하고 있다. 토머스 케닐리의 소설 <쉰들러의 방주> 를 유대계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화했다. 06. <월 스트리트> (Wall Street)

미국, 1987년작

감독: 올리버 스톤

주연: 마이클 더글러스, 찰리 쉰 월가의 새내기 버드 팍스의 영웅은 비상한 수단으로 주가를 조작해 거액의 부를 이룩한 고든 게코다. 게코와 손잡은 버드는 게코의 수법으로 금세 떼돈을 번다. 마침 아버지가 일하는 회사 블루스타가 위기에 처하자 버드는 회사를 구하려고 게코와 의논하지만 비정한 기업 사냥꾼인 게코는 은밀히 해체 계획을 세운다. 게코의 배신을 알아챈 버드는 게코의 라이벌과 타협해 주가를 조작한다. 게코는 막대한 손해를 보고 블루스타는 살아나지만 버드는 주식거래법 위반으로 체포된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내부자 정보(insider information)를 이용한 불법거래가 성행하던 80년대 월 스트리트의 행태를 생생히 그린 영화다. 마이클 더글러스가 이 영화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07. <철인들>

한국, 1982년작

감독: 배창호

주연: 안성기, 박근형, 원미경
70년대 한국 최초의 대형 조선소 현대조선의 성공실화를 극화한 영화다. 현대조선이 10억 달러에 달하는 주베일 산업항공사를 낙찰한다. 박 부장은 10만t에 달하는 자켓 제작을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제7 작업반은 엄청난 물량의 자켓 제작이 맡게 된다. 이곳에선 박 부장의 이복동생 동렬이 용접공으로 고된 업무를 감수해낸다. 온갖 역경을 헤치고 자켓이 제작되지만 또 다른 난관에 기다리고 있다. 세찬 강풍이 몰아쳐 자켓을 선적할 바지선을 안착시키지 못하고, 바지선에는 박 부장과 동렬만이 남는다. 산업화 시기 수출 현장의 생생한 실화를 극화해 82년 대종상에서 계몽부문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안성기)을 수상했다. 현대중공업 후원으로 제작됐다. 08. <쥐라기 공원> (Jurassic Park)

미국, 1993년작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주연: 샘 닐, 로라 던, 제프 골드블럼
고생물학자 그랜트 박사 일행은 유전공학업체 인젠의 사주이자 해몬드 재단 창립자인 해몬드로부터 코스타리카 서해안의 한 섬에 초대된다. 정글 속의 리조트 투어에 참가한 일행 앞에는 놀랍게도 살아있는 공룡이 나타난다. 이 리조트는 해몬드가 돈을 벌 목적으로 바이오테크놀로지를 구사해 갖가지 공룡들을 되살려 만든 ‘쥐라기 공원’이었던 것이다. 일행은 신기한 공룡의 생태에 탄성을 금치 못한다. 그러나 공원의 컴퓨터 제어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키고 공룡들이 돌연 그들을 습격하기 시작한다. 테크놀로지의 맹신이 빚어내는 위험성을 경고하는 메시지가 섬뜩하다. 90년에 출판된 마이클 크라이튼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CGI)로 공룡의 모습을 생생히 재현해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09. <실리콘밸리의 해적들> (Pirates of Silicon Valley)

미국, 1999년작

감독: 마틴 버크

주연: 노아 와일, 조이 슬로트닉, 앤서니 마이클 홀 70년대 초반부터 85년까지 컴퓨터 혁명을 주도해온 애플 컴퓨터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쟁을 다루면서 개인용 컴퓨터의 탄생을 다루고 있는 다큐 드라마(docudrama)다. 새 시대의 선구자들인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 그들의 친구들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잡스와 그의 친구 워즈니악은 애플 컴퓨터를 창업하고, 하버드대 자퇴생인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 그리고 게이츠의 고교 친구였던 폴 앨런이 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하면서 개인 컴퓨터용 운영체제 개발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게 된다. 잡스가 게이츠에게 “우리가 너희보다 낫다. 우리 것이 더 좋거든”이라고 말하자, 게이츠가 “뭘 모르는군. 그건 문제가 안 돼”라고 맞받아치는 장면은 이후 양사의 운명을 미리 보여주는 듯하다. 폴 프라이버그와 마이클 스웨인의 저서 <밸리의 불: 개인용 컴퓨터의 탄생> 을 TV용 영화로 만들었다. 10. <아폴로 13> (Apollo 13)

미국, 1995년작

감독: 론 하워드

주연: 톰 행크스, 빌 팩스턴, 케빈 베이컨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란 위업을 이룬 아폴로 11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실패한 미션인 아폴로 13호 또한 수많은 사람이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대형 스크린에서 본 기억 때문이다. 달 탐사선 아폴로 13호가 발사되고 우주에 머물게 된 지 3일째 되는 날 탐사대장 짐 러벨 등 세 명의 우주인은 드디어 꿈에 그렸던 본격적인 달 탐사궤도에 오른다. 그러나 탐사선에 심각한 결함이 있음이 드러난다. 산소가 유출되고 이산화탄소량이 증가하는가 하면 모든 동력의 자동유도장치까지 꺼진 것이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팀워크를 바탕으로 냉정한 분석과 합리적 추론에 의해 달 착륙을 포기하고 무사히 회항하기까지의 과정이 박진감 넘치게 그려진다. 최선이 아니더라도 차선을 택해 문제를 풀어가는 러벨의 결단력이 돋보인다. 대미지 컨트롤(damage control)의 모범사례를 보여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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