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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을 달리는, 첨단 타이어

극한을 달리는, 첨단 타이어

▶ 미쉐린의 신제품 ‘래티튜드 투어 HP’는 젖은 노면과 밀착하는 뛰어난 성능을 발휘했다.

운전을 하다 급브레이크를 밟으면 요란한 타이어 소리가 나게 마련이다. 이럴 때면 주변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시선 때문에 얼굴이 뜨거워진다. 하지만 미쉐린의 신제품 래티튜드를 장착하면 그럴 일이 별로 없을 것 같다.
중국 중소도시 주하이(珠海)의 날씨는 미쉐린을 시샘하는 듯했다. 날씨가 맑은 계절인데도 주하이 포뮬러 원(F1) 경기장에는 비가 내렸다. 미쉐린 관계자들의 얼굴에 초조함이 비쳤다. 시속 200㎞에 육박하는 속도로 극한의 성능을 시험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날씨였기 때문이다. 시험 주행 시작을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각, 미쉐린 측은 “오늘 실시하려던 시험 주행 프로그램 중 오프라인 테스트는 취소해야 할 것 같다. 너무 위험하다”고 전해왔다. 솔직히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얘기였다. 이번 테스트에 참가한 차량은 BMW · 포르쉐 · 아우디 등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명차들이었다. 게다가 이번 테스트의 목적 자체가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을 위해 개발된 미쉐린의 신제품 ‘래티튜드’의 성능을 보여주려는 것이 아니었던가.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첫 번째 시험 주행에 나섰다. 첫 차는 운전자들에겐 꿈의 자동차 가운데 하나인 포르셰 카이엔. 타이어는 ‘래티튜드 스포츠’를 장착했다. 핸들을 좌우로 번갈아 급격히 꺾으며 F1이 열리는 트랙을 거칠게 내달렸다. 주행을 마친 뒤 함께 동승한 미쉐린 관계자가 무엇을 느꼈느냐고 물어왔다. “솔직히 별다른 점이 없다”고 하자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곧 알게 될 것”이란 자신있는 대답이 돌아왔다. 의심은 다음 테스트 주행에서 곧 신기함으로 변했다. 같은 포르셰 카이엔에 타이어를 구형 모델로 바꾸고 같은 주행을 했다. 첫 번째 핸들을 꺾자 곧바로 “끼이익~” 하는 특유의 타이어 마찰음이 귀를 파고들었다. 앞서 래티튜드 스포츠를 장착한 상태에서는 전혀 들리지 않던 소리였다. 미쉐린 관계자가 “들리는가”라며 미소 섞인 질문을 던졌다. 급회전과 급정거 시에 몸이 좌우와 앞뒤로 튕겨나갈 듯 쏠리는 느낌도 들었다. 역시 래티튜드 스포츠를 장착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던 현상이었다. 고개를 끄덕이는 동안 미쉐린 관계자의 설명이 이어졌다. “래티튜드 스포츠는 원심력을 고르게 분산시키는 BAZ 벨트란 신기술이 적용돼 핸들링과 안전성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 타이어는 포르셰 뉴카이엔 출고 시에 기본 타이어로 장착됐다.
2차 테스트는 젖은 노면을 질주하는 시험이었다. 이번에는 ‘래티튜드 투어 HP’를 장착한 아우디의 신차 Q7이 나섰다. 그러잖아도 비 때문에 젖은 노면인데다 인공적으로 물까지 흠뻑 뿌려 대니 시야가 좋을 리 없었다. 1차 시험에 비해 가속기를 밟는 힘이 자신도 모르게 약해지고 있었다. 옆자리에 앉은 미쉐린 관계자가 소리를 질렀다. “뭘 기다리고 있는 거요. 힘껏 밟아!” 에라 모르겠다’란 심정으로 가속기를 더 힘껏 밟으며 오른쪽으로 핸들을 확 꺾었다. 몸이 쏠리며 운전석 왼쪽 유리창에 어깨가 부딪혔다. 사고라도 날 것처럼 불안감이 들었지만, 놀랍게도 차는 처음 가고자 했던 방향으로 흐트러짐 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좌우로 연속해서 차체를 뒤틀듯 주행하는 지그재그 코스에서도 래티튜드 투어 HP는 제 성능을 맘껏 뽐냈다. 장애물 간 간격이 지나치게 좁은데다 뿌려 대는 물속을 뚫고 가면서도 운전자가 생각하는 진입각도와 회전축을 벗어나지 않았다. 뒤 이어 기존 미쉐린의 SUV용 제품인 ‘싱크론’을 장착한 Q7으로 바꿔 탄 뒤 같은 방식으로 주행을 했다. 싱크론 역시 차체를 제어하는 성능은 뛰어났지만 타이어 미끄러지는 소리가 확연했다. 2차 시험 주행이 끝난 뒤 미쉐린 측은 “신제품의 성능을 운전자가 가장 확실히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바로 소리”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F1 경기장을 나와 오프라인 코스로 향했다. 애초 취소한다던 그 코스였다. 다행히 비가 그치면서 주최 측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로 마음을 바꾼 덕분에 색다른 경험을 해볼 수 있었다. 20여 분을 달려 도착한 곳은 ‘코스’라고 부르기 힘들 정도로 경사진 비포장 언덕길이었다. 미쉐린 측에서 “돌이 많은 곳이니 머리를 조심하라”며 농담 섞인 주의사항을 전달했다. 사실 돌이라기보다는 바위라고 해야 옳을 법한 큰 돌덩이들이 마구잡이로 솟아오른 급경사 길이었다. 시험 주행에 나선 차량은 BMW X5. 타이어는 2차 테스트 때와 마찬가지로 ‘래티튜드 투어 HP’였다. “코스 주행 때 사용했던 온로드 타이어를 이런 거친 길에서 사용해도 되느냐”고 묻자 “오프로드에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이 래티튜드 투어 HP의 장점 중 하나”라고 했다. 막상 차를 몰고 코스에 들어서자 밖에서 볼 때보다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출발하자마자 차량은 제멋대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운전자의 머리도 차의 움직임에 따라 전후좌우로 끊임없이 비틀댔다. 게다가 출발지점에서 얼마 지나지 않은 곳부터는 족히 200~300m는 돼보이는 낭떠러지였다. 아차하면 차가 바다로 뛰어들 판이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발휘되는 래티튜드의 성능을 보여주겠다”더니, 정말 제대로였다. 시승 행사가 끝나갈 무렵, 1980년대 중반 한국의 한 완성차 업체에서 일했다는 나이 든 기술자가 말을 건네왔다. 그는 “한국차는 더 이상 대학생들이나 타는 싸구려 차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내 역할은 극히 작았지만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잊지 않고 미쉐린의 성능 자랑을 한마디 보탰다. 그는 “한국 자동차에 미쉐린을 장착한다는 것은 한국차도 이제 세계 최고라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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