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5% 고객은 제주에 안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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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쩍 날씨가 더워졌다. 약속 시간에 늦지 않으려 서두른 탓에 상기된 얼굴로 들어서는데 오늘의 바토크 주인공, 제프리 수워드 리츠칼튼 호텔 총지배인과 눈이 마주쳤다.
“일단 차가운 물부터 한 잔 하시죠.”
인사를 하고 그가 바 카운터에 들어서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직 영업시간이 되지 않아 바 카운터에는 바텐더가 없었다. 조금 이른 시간에 만난 것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였다. 자신의 인터뷰 때문에 손님에게 방해가 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는 능숙하게 컵과 컵받침을 꺼내고 물을 따랐다. 바텐더 경험도 있을까.
“있지요. 리츠칼튼에 오기 전 작은 호텔에서 일했었고 그땐 바에서도 잠시 있었습니다.”
로스쿨을 다니다 호텔에 왔을 정도로 그는 호텔이 좋았다. 그중에서도 그는 리츠칼튼이 좋았다고 한다. 1990년 리츠칼튼 호텔과 인연을 맺은 후 16년을 내리 리츠칼튼의 ‘젠틀맨’으로 살아왔다.
“호텔리어와 광대는 같아요”
“비행기에서 ‘퀴담’의 태양의서커스단 설립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와 서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서로 같은 일을 한다는 것에 동의했습니다. 사람들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을 선물한다는 것이죠.”
태양의서커스는 몬트리올에 뿌리를 둔 서커스단으로 ‘퀴담’ 공연으로 1996년부터 세계 20여 개국의 800여만 명의 사랑을 받았다. 그렇다면 얼굴은 웃어도 마음은 울고 있는 광대처럼 호텔리어도 스트레스가 많지 않을까.
“왜, 제가 리츠칼튼 호텔에서 16년을 일할 수 있었는지 자연스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츠칼튼 호텔이 호텔리어에게 매력적인 이유가 될 수도 있겠죠. 우리의 슬로건은 ‘저희는 신사숙녀 여러분을 모시는 신사숙녀들입니다.(We are ladies and gentlemen serving ladies and gentlemen)’입니다. 저희도 서로를 존중하죠. 우리가 존중 받기 때문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호텔 안에서는 종업원이란 말을 쓰지 않습니다. 모두 신사숙녀입니다.”
유니폼을 입고 흰 장갑을 끼는 전형적인 호텔 메이드의 옷차림도 원조는 리츠칼튼인데 이곳만의 고유한 서비스 정신과 자의식에서 나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호텔 비즈니스에서 트렌드를 선도하는 것이 리츠칼튼 총지배인으로서 그의 몫일까.
“트렌드란 말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트렌드를 선도하려고 굳이 애쓰지도 않습니다. 저희는 최고의 서비스와 경험을 고객에게 선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물론 누군가 무엇을 잘하면 따라 하는 일은 있을 수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고객 서비스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서비스에 대한 그의 철학은 단순명료했다.
“무엇을 하든지 고객에게 감동을 주면 되죠. 객실을 이용하든, 바에 오든, 조찬 모임이든, 결혼식이든….그 안에서 트렌드를 만들거나 쫓아가는 게 아니라 고객을 생각하는 게 정답이란 말입니다.”
그는 한국인 직원들이 높은 서비스 정신을 가졌다며 후하게 평가했다. “어떤 나라 사람보다 한국인은 친절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도 많고 서로를 챙기는 한국인의 성정도 마음에 들었다. 2005년 8월 리츠칼튼서울에서 일하기로 결정할 때 서울을 추천한 친구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그는 새삼 확인했다.
“제가 무엇이든지 긍정적인 면만 보아서일까요? 남들은 문화적 쇼크를 겪는다고 하는데 저는 그렇지도 않아요. 다른 점이 있을 땐 배우면 되는 거예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이곳저곳 돌아다녀서 그런지 새로운 것에 금방 적응하는 장점도 있기도 하고요.”
그는 이미 많은 곳을 다녀왔다. 미국·발리·홍콩에서는 호텔 매니저로, 자카르타 등 가는 곳마다 새롭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어떤 한 곳을 고르라고 하면 고를 수 없을 겁니다. 전 모두 다 좋았습니다. 발리 같은 경우는 제가 좋아하는 서핑을 할 수 있는 곳이라 최고였죠.”
그는 서핑을 즐긴다. 한국에서는 서핑을 할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게 서운하다고 지적했다. 다른 취미인 골프를 즐기려고 하는데 그도 여의치 않다고 했다.
“기다리는 데 두 시간, 공 치는 데 4시간, 또 먹고 돌아오는 데 4시간. 하루를 통째로 골프에 휘둘리는 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국을 느끼고 배울 수 있는 다양한 문화생활을 하고 싶은 데 말입니다.”
한국은 아름답고 친절하지만…
그는 틈틈이 미술관이나 발레 공연을 보러 간다고 했다. 한국의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동해나 서해, 양평이나 제주도도 좋아한다. 그렇다면 제주도에 리츠칼튼 호텔을 세우면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고개를 흔들며 “당분간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리츠칼튼 호텔은 상위 5%의 손님을 타깃으로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주도는 아름답고 호텔이 들어서기에 좋은 곳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상위 5%의 손님들이 찾을 곳이 아닙니다.”
그는 상위 5%를 겨냥하고 있기 때문에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원칙에 흔들림이 없고 따라서 세계 어디에 가든 리츠칼튼에서는 최고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명품 브랜드 불가리와 함께 리조트 사업을 벌이는 것도 이런 정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우리들만의 휴양지지, 외화를 들고 올 그들의 휴양지는 아니란 말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관광산업을 걱정하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더니 그도 공감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 관광산업의 위기란 말은 일본 관광객들이 줄면서 더 많이 나오고 있죠. 이제 드라마 등에서 비롯된 한류열풍도 식고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물가도 비쌉니다.”
연쇄적으로 호텔 비즈니스도 어렵지 않으냐고 하자 그는 ‘누가 그러느냐’고 반문했다.
“호텔이 어렵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점점 나아지고 있고 앞으로는 지금보다 훨씬 낫겠죠. 물론 관광산업이 어려우면 영향을 받겠지만 호텔은 다양한 영업활동을 벌이는 곳입니다. 그리고 관광산업을 부양하기 위한 아이디어 회의도 활발하게 벌이고 있죠. 호텔 관계자들이 모여 관광청과 함께 의견을 교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리츠칼튼호텔 서울의 발전이 우리 관광산업의 발전까지 담보하진 않는다. 상위 5%의 고객이 가고 싶은 도시가 많아질 때 관광산업에 미래가 있지 않을까.
더 리츠 바(The Ritz Bar)는 … | ||
CEO가 쉬고 싶은 아늑한 곳
책장이 공간을 효율적으로 구분할 뿐 아니라 벽난로와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방해 받고 싶지 않은 사교 모임이라면 프라이빗 룸을 이용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물론 바 카운터에서는 바텐더와의 유쾌한 대화도 가능하다. 조용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30~40대 의사, 변호사, 사업가 등 전문직 남성 고객이 많으며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CEO나 유명인들이 즐겨 찾는 곳”이라는 게 이곳 바텐더의 얘기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호텔 리츠칼튼 2층(전화 02-3451-8277)에 있으며, 영업시간은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30분까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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