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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cus Interview] “이랜드 협상 막는 외부 세력 있다”

[Forcus Interview] “이랜드 협상 막는 외부 세력 있다”

시행 한 달이 되어가는 비정규직보호법이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일 정부가 이랜드 노조 점거농성에 공권력을 투입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노동부는 노사 대립에서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을까. 이상수 노동부 장관을 만나 비정규직법에 관해 물었다.
지난 7월 27일 오후 3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이상수(61) 노동부 장관을 만났다. 같은 시각 홈에버 서울 상암동 월드컵점 앞에서는 매장에 진입하려는 조합원 1500여 명과 경찰, 이랜드 직원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청와대에서 회의를 마치고 돌아온 이 장관과 간단한 수인사를 나누고 바로 본론(비정규직보호법 관련)으로 들어갔다. -‘비정규직보호법(이하 비정규직법)’ 시행(7월 1일부터) 후, 노조와 언론이 연일 시끄럽습니다. “양쪽 입장이 심하게 대립하고 있어 굉장히 힘듭니다. 몇몇 언론은 편향적 기사를 냈더군요. 비정규직법은 비정규직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입니다. 비정규직이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의 3분의 1을 넘지 않습니까. 임금 수준은 60%고요. 그대로 방치하면 사회 통합이 깨지고 결국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어요.” -법을 시행하기 전에 이런 사태를 예상치 못했습니까?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가 차별을 없애는 것, 둘째가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것이지요. 사실 법을 만들 때부터 대립이 심했어요. 민주노총에서 정규직 전환 기간을 2년으로 정하면 기업이 외주를 줄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그쪽 주장은 모든 계약을 다 무기계약(정규직)으로 하라는 것인데 현실에 맞지 않는 이야기지요. 결국 기업주는 3년, 민주노총 측은 1년을 주장하다가 2년으로 정한 겁니다.” -얼마 전, 기간을 3년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하셨는데요. “전국 고용 기간을 조사하니까 평균 28개월이었습니다. 3년으로 했으면 더 좋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민주노총 측에서 문제점을 제기했다면 미리 대책을 세울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 “1년 동안 실시하면서 평가를 한 후에 보완책을 세워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7월부터 근로자 300명 미만 기업도 법 시행 대상입니다. 중소기업은 더 부담이 되겠지요. 그때까지 모니터한 내용으로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겁니다.” -문제점이 드러나야 보완할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제점이라기보다 1년 정도 점검해 봐야지요. 지금 계속 파악하고 있습니다. 밖에서 갈등이 몹시 심한 것처럼 말하는데 많은 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있어요. 이랜드나 롯데호텔 같은 경우는 소수일 뿐입니다. 크게 보면 긍정적으로 가고 있다고 봐요.” 이랜드는 지난 3월 뉴코아 계산대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 계약만료를 알리고 외주화를 감행했다. 이에 노조 측은 6월부터 파업에 돌입해 7월 27일 현재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몇 번의 노사 교섭이 있었지만 교섭 장소와 대표자 참석 등의 문제로 번번이 결렬됐다. 롯데호텔 노사도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 보장 문제로 대립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까? “가장 큰 효과는 기업주가 근로자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겁니다. 이제 임금 정할 때 마음대로 못하잖아요. 또 정규직이 자기 이익을 양보해 비정규직을 돕고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은행의 정규직이 임금을 동결해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보건의료노조는 임금인상분을 줄여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쓰기로 했어요. 신세계도 5000명 비정규직 모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고요.”

“이랜드 사측 상당부분 양보” 이 장관은 “언론이 사태를 과장하는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각 지방부처를 통해 지역 기업의 비정규직 규모와 법 시행 현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 장관은 “필요하다면 지방으로 찾아가 컨설팅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은 정규직 전환을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을 텐데요. “부담이 되겠지요. 이 법이 기업의 양보를 전제로 만든 겁니다. 사회통합 차원에서 기업들이 최소한의 양보를 하라는 거지요. 물론 정규직 근로자도 양보해야 하고 비정규직 근로자도 하루아침에 모든 차별이 없어지리라 기대해서는 안 되겠지요. 저임금으로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품질로 경쟁해야지요. 멀리 보면 정규직 전환이 기업에 부담만 주는 것은 아니에요. 제가 이랜드에도 그렇게 얘기했습니다. 뉴코아에서 계산대가 얼마나 중요한 곳이냐. 용역 직원들이 최선을 다하겠느냐. 차라리 정직원으로 전환해 새로 교육하는 시간을 줄이고 더 열심히 일하게 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고 말이지요.” 3개월 전, 일본의 도요타를 방문한 이 장관은 “비정규직이 35%인데 노사 문제가 없다”며 “문제는 외주화가 아니라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외주화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노사 간의 신뢰를 강조했다. -이랜드가 원래 노사관계가 좋지 않았습니까? “이랜드는 기독교 정신으로 뭉쳐 있어 노사관계가 좋았다고 합디다. 뉴코아, 까르푸(현 홈에버)를 인수하면서 그쪽 강성노조가 분규를 일으킨 것 같아요.” -노사 의견을 절충하는 것이 노동부가 할 일 아닙니까? “어떤 법도 양쪽 다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차선책으로 생각한 것이 양쪽 불만을 최소화하자는 거지요. 언론에서는 제가 말을 바꾼다고 하는데 저는 처음부터 일관성 있게 노사 양쪽을 설득했어요. 사측에는 외주화는 성급하니 철회하라고 권유했고, 노측에는 일단 점거농성은 그만하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처음 교섭에 들어가기 전에 민노총 위원장한테 연락이 왔어요. 이랜드 대표가 나오면 농성을 그만 하겠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한 발 더 나가서 계약 만료 근로자 53명을 고용보장하겠다고 말했지요. 전 교섭이 잘될 줄만 알았습니다. 민노총이 현장에서 ‘우리는 모르는 일이다’고 하는데 말이 안 되지요.” 이 장관은 “이랜드 사측에 ‘외주화 1년 유예’를 제안했다”며 “사측이 상당부분 양보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섭에서 노측은 2년 이상 근무자의 정규직화와 3개월 이상 근무자의 고용보장을 요구했다. 이 장관은 “18개월 근무자 고용 보장과 해고자 복직도 이뤄졌는데 3개월 근무자의 고용보장은 무리한 요구”라며 “이랜드 노조 자체보다 함께 참여한 단체가 자꾸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 사실상 협상을 결렬시키려고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얼마 전, 제3자라 칭하셨던 민노총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뿐 아니었습니다. KTX 여승무원, 민노당 당원 등 농성장에 30명 이상의 외부 세력이 같이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농성장에서 제3세력이 떠나지 않으면 공권력을 동원하려다가 바로 공권력을 투입했습니다. 노측이 끝까지 농성을 그만두지 않았으니까요. 문제를 필요 이상으로 확대해 비정규직법에 타격을 입히려는 것 같아요.” 이 장관은 “사실 이랜드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10명이 있으면 1명의 법을 안 지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며 “마치 전 사업장이 모두 이랜드처럼 행동할 것처럼 말한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료를 찾다가 10년 전 환경노동위원회에 계실 때 “사용주의 경찰신고만으로 공권력을 투입하는 정부의 태도는 노사 자율해결 가능성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 것을 봤습니다. 과거 인권변호사로서 노동계 입장을 대변해 오셨지요? “함부로 공권력을 투입하는 것을 비판한 것이지요. 공권력 행사 자체가 나쁘다고 한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는 노동 조건이 아주 열악했고, 국가가 노사관계를 치안 문제로 취급했어요. 정말 노동자들 인권이 많이 유린당했거든요. 도울 필요가 있었다는 겁니다. 요즘은 노사 관계도 상당히 대등하다고 보이고요. 지금도 노동자를 위한 뜨거운 가슴이 있습니다. 20, 30년 전 방법으로 똑같이 도울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이랜드 노조가 20일 동안 매장을 점거한 게 그럼 잘한 겁니까? 그냥 무조건 방치해야 합니까?” -앞으로 사태가 커질 때마다 일일이 수습하실 건가요? 대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더 커질 일이 없습니다. 이랜드 사태가 반면교사(反面敎師)가 돼서 기업들이 함부로 못할 겁니다. 앞으로도 설득을 통해 막을 것이고, 그래도 안 되면 대응책을 강구해야지요.”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지요. “제일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기업의 부담을 덜어주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겠어요? 우리 회사 직원들을 쓰면 더 열심히 일하지 않겠습니까?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면 기업의 부담은 줄게 됩니다. 현재 연공서열제인 임금제를 직무급으로 바꾸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기업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지요. 문제 한 건당 하나의 보완책을 쓸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해결하면 오히려 외주화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더 이득이라는 분위기가 될 거예요. 그렇게 만들어야지요. 하루아침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은 법을 안착하는 데 노력할 시기예요.”

“칼날 위에 서 있는 기분” 그는 “이랜드 사태는 시간이 지나면 잘 풀릴 것”이라며 “당분간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왜 비정규직법을 만들어서 평지풍파를 일으키느냐는 사람도 있겠지요. 노동법이라는 게 시장이 아니라 법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하는 것 아닙니까.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는 없습니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시장의 실패가 비정규직 문제입니다. 비정규직을 하지 말자는 게 아니라 돈 가지고 너무 차별하지 말라는 것이지요. 비정규직을 쓰되 정당한 대우를 하고 쓰라는 게 비정규직법의 취지입니다.” 청와대에서 오는 길이라는 말에 “대통령께서는 비정규직법을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물었다. “같은 입장이십니다. 법이 안착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비정규직을 보호하자는 것이지요. 옛말에 ‘안방에 가면 시어머니 말이 옳고, 부엌에 가면 며느리 말이 옳다’는 말이 있지요. 노동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참 어렵습니다.” 이 장관은 “요즘 칼날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다소 피곤함을 드러냈다. 지난 밤 중복이라서 알고 지내던 기자들과 폭탄주를 몇 잔 마셨다는 그는 “그런 자리에서 말 한마디 하기가 조심스럽다”고 최근 언론의 부정적 시각에 대한 서운함을 표현했다. -‘포퓰리즘(populism)’에 영합한다는 기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런 평가는 몰이해적입니다. KTX 여승무원 얘기만 해도 그래요. 인기관리 했다고 하는데 저는 정말 풀었으면 해요. 그때는 풀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여러 과정에서 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과 교감도 있었고 잘하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판단한 겁니다. 한국철도공사가 민영화된 지금 외주를 주나 안 주나 크게 차이가 없을 테니까요. 마치 우리 사회 갈등의 징표처럼 보이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풀려고 노력하겠다는 것이지, 내가 풀겠다고 한 것도 아니고…. 노력은 했어요. 나중에는 위에 계신 분한테 KTX 문제로, 더 이상 문제 삼지 말라고 주의까지 받았는데 제가 그러면서까지 인기몰이를 했겠습니까. 노동부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한 것뿐입니다. 인기영합주의라니…납득하기 어려워요.” 이 장관은 올해 초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들에 관해 “철도공사가 직접 고용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해 노사관계를 악화시켰다는 언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내년 국회의원 출마설이 영향을 준 듯 한데요. “그것과 관계없습니다. 그러면 제가 공권력 발동했겠습니까? 제가 사는 동네에도 까르푸가 있는데 거기 사람들 저를 굉장히 비난해요. 비판 받아도 할 수 없지요. 각오하고 할 건 하겠다는 겁니다.” -앞으로 남은 임기는 어떻게 보내실 계획입니까? “1년6개월 동안 일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합니다. 내년에 국회에서 다시 일을 하려면 내년 2월 9일까지는 공직을 사퇴해야 하는데 올해 10월까지는 진행하고 있는 업무가 거의 마무리될 겁니다.”


비정규직보호법이란… 기간제·단시간·파견 근로자를 보호하는 대책을 담은 법으로 종업원 300명 이상 기업은 2007년 7월 1일, 100~299명은 2008년 7월, 100명 미만 기업은 2009년 7월부터 적용된다. 기간제근로자가 2년 이상 계약직으로 일하면 사용주는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고, 파견근로자가 일한 지 2년이 지나면 사용주는 기간제 고용의무를 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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