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 카페인에 취해 산다
미국인들 카페인에 취해 산다
커피와 에너지 음료 날개 돋치고 입술연고·맥주까지 나와 자크 토머스(30)는 몇 해 전 문득 커피의 카페인 양이 충분치 않다는 생각을 했다. 당시 웨스트포인트 육사 생도이던 그는 며칠씩 밤을 새웠다. 조지아주 포트베닝에 있는 육군 레인저 학교의 강사가 됐을 무렵에는 학교에 흔히 떠돌던 말을 지키며 살았다. “지나친 수면은 좋지 않다”는 말이었다. “커피를 한 주전자씩 마시곤 했는데 그러노라면 하루 종일 화장실에 들락날락해야 했다. 한 잔에서 더 많은 카페인을 섭취한다면 두 문제가 멋지게 해결된다”고 그는 말했다. 토머스는 2005년 “초강력 카페인” 커피 블렌드를 판매하는 회사 레인저커피를 차렸다. 카페인 함량이 레귤러 커피의 두 배인 12온스당 300㎎으로, 다이어트코크 여섯 병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조지아주 록마트에 있는 이 작은 회사는 연간 1700자루의 커피를 판매한다. 그 절반이 이라크 주둔 미군에게 간다. 요즘에는 굳이 전쟁영웅이 아니어도 카페인 중독자가 된다. 고개를 어디로 돌리든 온통 카페인에 중독되거나 그 효과를 선전하거나, 아니면 그 둘 다인 사람들 천지다. 타블로이드 신문에는 레드불(에너지 음료)을 홀짝이거나 스타벅스 벤티라테를 들고 다니는 연예인들 사진이 나온다. 던킨 도너츠 광고에는 커피를 들이마시는 레이철 레이가 나온다. 동작이 워낙 빨라 마치 자동차 바퀴처럼 바닥에 신발자국을 남긴다. 카페인 조갈증을 달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레드불이나 풀스로틀 같은 에너지 음료는 2001년 이후 판매량이 열 배 늘었다. 매주 새 음료가 시장에 나온다. 이미 카페인을 함유한 제품은 그 양을 늘린다. 지난 몇 달 동안 다이어트펩시, 졸트, 마운틴듀가 엑스트라 카페인 버전을 출시했다. 카페인이 든 입술연고, 해바라기씨, 맥주, 심지어 카페인 비누(“아침에 일어나 모닝커피 끓기를 기다리기가 지겨우시죠?”) 같은 신제품도 소매점과 나이트클럽 판매대를 장식한다. 이 같은 카페인 군비경쟁을 풍자해 ‘Energyfiend.com’ 사이트는 “사망을 유발하는 카페인 용량 계산기”를 선보였다. 예를 들면 몸무게 80㎏의 성인이 스타벅스 커피 톨사이즈를 44잔 마시면 천국의 커피하우스에 들어간다고 한다. 우리가 그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또는 원하는 이유는 뭘까? 일반적으로 말하기는 잠을 덜 자고 일을 많이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 통계를 보면 미국 성인은 1960년대 이후 하루 평균 8시간을 잔다. 적어도 남성의 경우는 근무시간이 일정했다. 자녀가 딸린 남성은 지난 반세기 동안 주 평균 43시간을 유급으로 일했다. 물론 그렇다고 스트레스를 더 받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메릴랜드 대학의 사회학자 수전 비안키는 주부의 인력시장 진출은 가족 전체의 휴식시간 감소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심부름, 집안일, 소풍이 빡빡한 이틀간의 주말에 몰렸기 때문이다. 젊은이나 미혼자의 경우는 수면시간이 충분할지 모르지만 불규칙하다는 점이 문제다. 티보·인터넷·비디오게임 등 일주일 내내 접하는 오락의 종류가 전보다 늘었다. 실은 상당수의 카페인 신제품이 주말 ‘랜 파티’를 벌이는 컴퓨터 게이머들을 겨냥했다. 그 파티장에서는 아무도 잠을 자지 않는다. 그러나 일반 대중 사이에서 카페인이 유행하는 이유는 합법적으로 취해보자는 생각 때문이다. “카페인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기분 전환용 약물”이라고 공익과학센터의 선임 영양학자 데이비드 샤트는 말했다. 기업들은 카페인의 중독적 특성을 이용해 손님이 계속 찾도록 한다. 카페인은 기분을 고양시키고, 집중력을 높이며, 신체 스태미나를 증대시키고, 엑세드린의 주성분으로서 두통을 치료하는 능력이 있다. 카페인 섭취자의 절반 이상이 섭취를 중단할 경우 금단증상을 보인다. 그러나 모든 점에서 이 자극제는 꽤 안정적인 편이다. “카페인 의존에 근원적으로 잘못된 점은 없다”고 존스홉킨스 의대의 신경과학자 롤런드 그리피스는 말했다. 과용하지 않는 한 말이다. 카페인에 익숙한 사람의 적절한 섭취량은 하루 200~300㎎이다. 원두커피 두세 잔, 스타벅스 커피 톨사이즈 한 잔, 또는 레드불 3.5개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500~600㎎을 넘어서면 불안, 욕지기, 심장 두근거림 현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그리피스는 갈수록 카페인 섭취량이 늘어나는 청소년이 걱정이다. “카페인을 기능 향상제로 선전하는 광고를 접하며 자란 감수성 예민한 청소년이 훗날 스테로이드나 리탈린, 또는 코카인 같은 더욱 강력한 약물에 눈을 돌리는 사태가 우려된다.” 그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하루 24시간, 일주일 내내 카페인에 취하는 상태를 미화(美化)하는 세태다. 레이철 레이도 가끔은 휴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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