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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Biz] ‘완전한 안전’그 끝에 도전한다

[Global Biz] ‘완전한 안전’그 끝에 도전한다

▶빗속에서도 안전 테스트는 계속됐다. 앞선 벌룬카에 뒤차가 근접하면 경보음과 경고등이 켜지고 브레이크는 작동 준비를 한다.

테스트 도중 하필이면 비가 왔다. 적도에 위치한 싱가포르는 한낮에도 순식간에 스콜(squall)이 내린다. 옆에 탄 20년 경력의 인스트럭터에게 “비가 와도 적응식 크루즈 컨트롤(ACC) 시스템이 작동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정도 비면 문제없다”고 웃었다. ACC는 자동차 전방 그릴 안쪽에 레이더 송신장치를 장착해 앞 차와의 거리와 앞차의 속력을 계산해 지나치게 차 간 거리가 좁혀졌을 때 음향신호와 경고등을 통해 운전자에게 위험을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만약 위험 정도가 심각해지면 브레이크 패드를 디스크에 가까이 위치시켜 급제동이 가능하도록 해준다. 싱가포르의 비는 한국의 한여름 소나기 수준이었다. 적지 않은 양이었다. 서킷 트랙에 들어서자 벌룬카(큰 풍선을 옆에 단 차)가 앞서갔다. 차를 벌룬카 뒤에 바짝 붙였다. 옆자리에 탄 인스트럭터가 “속도를 줄이지 말고 계속 가속페달을 밟으라”고 주문했다. 앞이 비록 풍선으로 만든 차이긴 했지만 다소 긴장됐다. 앞선 벌룬카와의 거리가 3m정도 됐을까? 갑자기 계기판에 빨간 경고등이 들어오고 ‘삐삐’하는 강한 경고음이 울렸다. 순간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놓자 차는 이내 급하게 멈췄다. 비가 와서 꽤 미끄러운 노면에도 전자식 제동력 분배시스템(EBD)과 브레이크 잠김 방지 시스템(ABS) 덕분에 차체는 균형을 잡은 채로 멈췄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기자에게 인스트럭터는 “차를 멈추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다”면서 웃었다. 같은 테스트를 몇 차례 반복해 보니 좀 더 여유가 생겼다. 인스트럭터의 말대로 경보음을 듣고 차를 멈추는 데 시간이 충분했다. ACC 시스템은 주행 여건에 따라 다양하게 세팅할 수 있다. 고속 주행에서는 앞차와의 경보음 간격을 넓힐 수 있고, 출퇴근 시간처럼 꽉 막힌 시내 주행에서는 간격을 좁힐 수 있다. 볼보 측은 “시내 주행 중 전화를 받는 등 주의가 산만한 상황이나 고속 주행 때 졸음운전을 하는 경우 이 시스템은 특히 운전자의 안전을 보호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검증된 기술력에도 이 시스템은 아직 한국에 수입되는 볼보 차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 ‘무설설비규칙’과 관련된 법 규정 때문에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 안전의 대명사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자동차인 볼보는 실제 자동차 안전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지금은 모든 차에 적용돼 특별해 보이지 않는 3점식 안전벨트(어깨와 허리를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매는 안전벨트)도 1959년 볼보에서 처음 개발해 사용한 것이다. 자동차 충돌시 엔진이 들어 있는 보닛 부분이 주름구조로 접혀 충격을 흡수하도록 설계된 크럼플 존 역시 볼보에서 개발했다. 이외에도 측면보호 시스템, 경추보호 시스템 등 볼보가 자동차 안전에 기여한 부분은 상당하다. 볼보의 역사가 과거에는 충돌 후 안전, 사고 후 생명 보존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면 최근 볼보의 안전은 예방안전, 안전을 통한 편리한 운전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차세대 안전기술은 지능형 안전 시스템에 기반해 운전자를 대신해 사고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 목표다. 앞서 소개한 ACC는 그중 하나다. 한국에 수입되는 볼보 일부 모델에도 장착된 사각지대 정보 시스템(BLIS)은 사이드 미러 양쪽에 소형 카메라를 장착해 자동차 양쪽의 사각지대에 물체가 접근하면 운전자에게 이를 알려준다. 야간에도 작동하고, 오토바이도 감지해 낼 수 있어 초보 운전자나 여성 운전자에게 유용하다. 액티브 바이제논 헤드라이트는 전조등이 차의 진행방향에 따라 움직여 회전할 때 라이트의 사각을 없애 준다. 이 시스템은 차의 속력과 운전대의 각도, 주야간 센서, 주행안전 시스템의 작동 여부를 모두 고려해 전조등의 방향을 설정한다. 볼보의 이런 첨단 안전 기술은 사고를 방지하는 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운전을 편안하게 하는 기능들이다. 볼보코리아 김보민 이사는 “진보된 안전 시스템 덕에 볼보 운전자들은 더 편안하고, 편리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전은 단순히 사고 회피 차원을 넘어 운전의 편의성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ACC시스템 개념도. 차 그릴에서 레이더가 나와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시켜준다.

긴급 브레이크 라이트(EBL) 역시 볼보의 섬세한 안전 경영을 보여 주는 예다. 시속 60㎞ 이상에서 급제동하거나 ABS 브레이크가 작동해 자동차가 정지하면 자동으로 비상등이 켜진다. 이는 급제동시 뒤차가 추돌하는 사고를 방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볼보의 안전 경영은 예방적 안전이 실패할 경우 최대한 인명을 보호할 수 있도록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서 설명한 크럼플 존은 충돌시 차체가 충격을 최대한 흡수하도록 했고, 경추 보호 시스템과 측면 보호시스템, 가슴과 둔부를 이중으로 보호하는 차세대 SIPS 에어백은 다양한 방향에서 다양한 강도의 충격에도 운전자와 탑승자를 최대한 보호하도록 설계했다. 이러한 안전 장치 덕에 뉴 S80은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IHS)가 대형 세단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충돌 테스트에서 ‘가장 안전한 차(Top Safety Pick)’로 선정됐다. 이번 테스트는 볼보 뉴 S80을 비롯해 벤츠 E클래스, BMW 5 시리즈, 기아 오피러스(수출명 AMANTI) 등 총 6개 차종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참가 차종 중 볼보 S80만이 유일하게 전방·측면·후방 등 3개 부문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G(Good)’를 받아 세계 최고의 안전성을 재확인했다. 싱가포르 행사장을 찾은 리처드 닐슨 볼보 안전특성 매니저는 “아무리 훌륭한 자동차도 사고로부터 승객을 완전히 지켜줄 수는 없지만 뉴 S80의 안전성은 그 어느 때보다 효과적으로 구현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너무 복잡하고 쓸모없는 장치를 많이 하는 것보다 총체적인 안전의 관점에서 균형 잡힌 안전장치를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터뷰 | 리처드 닐슨 볼보 안전특성 매니저


“안전은 무엇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


-ACC기술이 가장 눈에 띈다. 개발한 동기는?
“아우토반 같은 고속도로에서 유용한 기술이다. 갑자기 차량이 끼어들거나 차선 변경 때 이 시스템이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전면부 그릴에서 나오는 레이더는 좌우로 총 15도 각도를 커버한다. 그래서 급한 커브길에서는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가랑비는 괜찮은데 많은 비나 눈에는 오작동할 수 있다. 이 점을 알고 사용하길 바란다.”

-주로 시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은 없나?
“시티세이프티(City Safety)라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주로 시속 30㎞ 이하에서 작동하는 것으로 앞에 위험한 물체가 나타나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거나 차를 세울 수도 있다. 레이더가 아니라 광각 카메라로 물체를 인식하기 때문에 사람도 인식할 수 있다. 내년에 나오는 신차부터 포함될 예정이다.”

-위급한 상황에서 브레이크와 액셀을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할 의향은?
“시티 세이프티에 부분적으로 적용되는 기술이다. 위험한 상황에서 자동으로 브레이크가 작동되는데 이때 액셀을 밟아도 브레이크가 우선 작동한다.”

-안전장치 개발을 너무 하다 보면 가격 경쟁력이 없어지는 것 아닌가?
“그럴 수 있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안전에 대한 타협은 없다. 대신 불필요한 안전장치 대신 총체적으로 균형 잡인 안전 시스템을 추구하고 있다. 꼭 필요하다면 다른 원가를 줄이더라도 안전은 포기할 수 없다”

-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장치가 뭐냐?
“하나를 특정할 수 없다. 우리는 스웨덴과 태국 연구소에서 얻어지는 실제 사고 데이터를 분석해 안전 장치를 개발한다. 우리는 다른 기관에서 측정하는 5STAR에 만족하지 않는다(이와 관련해 볼보 본사의 안전관련 책임자는 가장 중요한 안전장치를 ‘안전벨트’라고 말한 적이 있다).

-요즘 자동차에 지나치게 많은 안전장치들이 장착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나? 차라리 운전 매너를 교육시키는 게 낫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운전 매너나 안전에 관한 법 규정을 잘 만들면 좀 더 안전해질 수 있다. 그렇다고 안전장치를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 예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어났을 때 생기는 피해도 최소화 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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