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 기업이 인사권 가져야
입주 기업이 인사권 가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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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월 평균 인건비 90달러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토지와 노동력을 결합해 남과 북 상생의 길을 열기 위해 시작된 개성공업지구의 대표적인 경쟁력은 높은 교육 수준과 저렴한 노동력이다. 북한 근로자의 최저 임금은 사회 보험료(7.5달러)를 포함해 월 57.5달러다. 2005년의 경우 평균 임금은 67.44달러였다. 직장장, 총무, 안전관리, 반장, 조장 등에게는 직책 수당이 최저 2달러에서 최고 25달러까지 지급됐다. 최근 임금이 5% 인상된 바 있다. 북한 근로자들에게 현재 제공하고 있는 점심, 간식비, 소모품 경비, 생활용품 제공 등까지 고려하면 북한 근로자 1명을 고용하는 데 들어가는 실제 인건비는 월 90달러 이상이다. 그래도 개성공단 근로자의 임금은 중국, 베트남에 비해서는 경쟁력이 있다. 이에 비해 단점은 인사권이 제한되어 있고, 인터넷 사용이 안 되며, 원부자재 조달이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에 상시 출입의 어려움, 국내보다 비싼 공장 건축비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서명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그간 개성공단의 발전을 제약했던 여러 가지 걸림돌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주목할 만하다. 물론 북측이 이 합의들을 모두 실천하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이번 합의는 개성공단의 질적, 양적 발전을 불러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선언 제5항에서 남과 북은 개성공업지구 1단계(3.3km2) 건설을 이른 시일 안에 완공하고 2단계(8.25km2) 개발에 착수하며 문산~봉동 간 철도화물수송을 시작하고, 통행·통관·통신 문제를 비롯한 제반 제도적 보장장치들을 조속히 완비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 내용들은 사실 남측 입주기업의 핵심 애로사항들을 북측이 다 해결해주기로 약속한 것이다. 보다 자유롭고 간소한 통행·통관이 이뤄지고, 철도의 상시 이용이 가능해지면 개성공단의 물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개성공단 생산 제품의 최대시장인 남한 시장이 일일생활권 내 존재하기 때문에 여타 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원자재 및 생산제품의 수송비를 절감할 수도 있다. 또한 지리적 인접성은 소비시장뿐 아니라 상품 생산의 계열화가 가능한 남한 내 시스템을 직접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입주기업들이 지적하고 있듯이 향후 노무관리의 자율성 확보, 임금 직불 등 인센티브 제도의 정착, 통행·통신·통관의 선진화 등이 개성공단 내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핵심 과제다. 생산성 제고를 위한 핵심 과제의 하나가 인력수급 문제, 인사관리의 자율성 등을 포함한 노무관리 문제다. 개성공단 1단계가 완료되는 시점에서는 약 7만~10만 명의 북한 근로자가 고용될 예정이나 현재 개성시에서 공급 가능한 인력은 4만 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따라서 개성시 이외 인력 활용을 위한 기숙사가 필요하다. 더구나 기업이 집중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젊은 여성 기능공의 경우 벌써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어 합숙소 건설이 시급한 과제로 부상해 있다. 또 북한 근로자들의 출퇴근 수단이 부족해 정상 근로시간도 충족시키지 못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어 열차, 자전거, 버스 등 운송수단을 확대해 출퇴근 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지적된다. 북한 근로자에 대한 채용, 해고, 배치, 작업지시 등 인사관리의 자율성은 과거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아직 미흡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업의 인사권 확보를 위해 관리위원회와 입주기업, 정부가 일관된 입장으로 북측에 촉구해야 하며 노무관리에 있어서 모범적인 기업의 운영방식을 다른 기업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공유토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러 차례 지적했지만 통행·통신·통관 등 이른바 3통의 선진화는 시급한 과제다. 현재 개성공단에 출입하려면 3일 전에 출입계획을 통보하고, 통보된 시간대만 출입이 가능하며, 북측 통행검사소 및 세관이 공휴일에 휴무함에 따라 연간 80여 일간 출입 및 통관이 불가능하다. 시간을 다투는 기업 입장에서 이런 불편함은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 연중무휴, 자유통행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남북 당국 또는 군 당국 협의를 통해 시간대별 통행제도를 폐지하고 같은 날에는 원하는 시간대에 출입할 수 있도록 개선하고, 북측의 통행검사소도 국제수준에 걸맞게 일요일 등 공휴일에도 운영토록 해야 한다. 개성공단은 아직도 인터넷이 개통되지 않고 있다. 급변하는 기업환경에서 기업의 ‘눈과 귀’가 되고 있는 인터넷 없이는 제품 견본의 실시간 접수와 시장정보 입수 등이 제약 받게 되며, 정밀한 설계도면을 팩스로 받음에 따라 제품의 불량률이 높아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 개통이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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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산지 인정문제가 ‘발등의 불’ 개성공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또 다른 핵심 관건은 핵문제 해결과 이에 수반되는 북·미 관계 개선이 이뤄지는 등 국제적 환경이 획기적으로 나아져야 한다. 개성공단 제품의 소비시장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대북 경제제재가 완화 내지는 해제돼야 한다. 노동집약적 경공업 제품이 주로 생산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미국, 일본 등에 대한 수출은 중요하다. 다음으로 전략물자 반출 제도의 개선도 필요하다.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가 지속되는 한 이중용도 품목으로 분류되는 기술집약적 설비 반출은 어렵다. 또한 개성공단 사업에 대한 국내외적 이해와 지지를 확보해 국제적 경쟁력을 갖춘 공단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주요국과 FTA협상을 통한 개성공단 생산품의 한국산 인정 등 판로를 개척해야 한다. 그러나 개성공단 생산제품의 원산지 인정 문제는 북핵 문제 진전에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미 FTA에서 개성공단 생산제품이 한국산과 동일한 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역외가공지역(OPZ)으로 지정받기 위해서는 한·미 FTA 부속합의서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뿐 아니라 OPZ가 남북관계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과 더불어 개성공단 내 환경, 노동기준 및 관행, 임금관행과 영업 및 경영관행 등의 기준이 충족되어야 한다. 앞으로 개성공단 제품이 한국산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려 3단계 일곱 가지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현실적으로 원산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개성공단 제품의 미국 수출이 불가능할 경우 향후 2, 3단계 개발사업에 대해 대기업이나 첨단분야 기업들이 외면하면서 개성공단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된다. 반면에 원산지 문제뿐 아니라 주요 전략물자의 반출 문제를 개선하고,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 등이 이뤄질 경우 개성공단의 경쟁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시범단지의 성공을 통해 남과 북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일부 외국인도 매력적인 투자지로 개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경제계의 관심에 발맞춰 개성공업지구는 외국인 투자지역을 조성하고 남과 북이 함께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외국인들은 주로 북한 근로자 임금체계, 개성공단 내 인터넷 등 통신기기 사용, 원산지 문제, 투자 철회시 기업에 대한 보상대책, 그리고 개성공단의 통일 후 장기발전 전망 등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들의 이런 우려 혹은 관심 사항이 어느 정도 해결되고, 북한의 비핵화 노력이 가시적으로 드러날 때 외국인 기업들의 개성공단 투자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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