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사돈에 팔촌’만 돼도 뜬다
후보 ‘사돈에 팔촌’만 돼도 뜬다
주가 띄우려고 입소문 내기도 풀무원은 지난 10월 8일 여성계 인사 1600여 명이 문국현 후보를 공개 지지할 때 그 명단에 풀무원 건강생활 김혜경 부사장이 포함되면서 일명 ‘문국현주’에 편승했다. 최근에는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재출마설이 확산되면서 단암전자통신이 관련 수혜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 회사가 부상한 이유는 이 전 총재의 장남 정연씨가 대주주의 조카사위로 알려졌기 때문. 단암전자통신은 10월 19일 1205원의 종가로 상한가를 친 뒤 이후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고 24일 또다시 1690원의 종가로 상한가를 기록하며 전날 대비 14.94%의 상승률을 보였다. 이외에 지난 10월 18일부터 상한가 행진을 거듭한 인포뱅크는 한나라당과 대통령선거를 위한 메시징 서비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로 이명박주로 급부상했다. 18일 539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던 주가는 24일 전날 대비 5.72% 하락한 676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삼성증권 관계자에 따르면 과거에 비해 이번 17대 대선을 앞두고 유난히 많은 대선주가 쏟아졌고 크게 이슈화되고 있다. 그는 “당내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를 결정하면서 후보 간 경쟁이 치열해졌고 그 과정에 서로 치고받는 공방을 벌여 후보와 관련된 자료들이 시중에 많이 오픈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증권가에서는 대선주 유형을 크게 후보 친인척 관련주와 지지자 관련주, 공약 관련주 세 가지로 구분한다. 공약 관련주는 이명박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에 기댄 이화공영·동신건설·삼목정공·특수건설 등이 있다. 폴켐과 미주레일, 세명전기는 정동영 후보의 ‘대륙철도’ 공약과 남북경협 활성화에 힘입어 대선주에 합류했다. 친인척 관련주는 아스트라BX·동양물산이 있다. 아트라스BX는 이명박 후보의 셋째사위인 한국타이어 조현범 부사장이 지분을 보유했다(7월 보유주식 전량 처분)는 이유로, 동양물산은 박근혜 전 대표 사돈 기업(회장 부인이 박 전 대표 사촌)이라는 이유로 대선주가 됐다. IC코퍼레이션과 한세실업은 기업 대표가 손학규 전 경기지사 지지모임의 대표 등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부각되면서 대선주로 올랐었다. 리젠은 배은희 대표가 한나라당 선대위 미래첨단산업분야 위원장으로 임명되면서 더욱 부각됐다. 주식투자분석가 이상진씨는 “증권가에선 속된 말로 대선주에 성골, 진골, 6두품 주가 있다”고 빗댄다. 친인척 관련주는 성골, 공약 관련주는 진골, 6두품 주는 아주 미미한 끈으로 대선 후보와 어떻게든 연결된 것을 말한다”고 귀띔했다. 후보의 ‘사돈에 팔촌’만 돼도 대선주로 부상해 하루아침에 주가가 수십 배씩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왜일까. 인터넷 증권포털 팍스넷 윤유석 부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짜고 치는 고스톱’ 가능성도 “예를 들어 대운하 공약이 있으면 사람들이 강과 하천공사를 많이 한 업체들 주가가 오를 것이라 생각하고 그런 기업들을 찾아내 소문을 퍼뜨리는 과정에서 대선주가 만들어진다. 또 대선주가 되기 전 원래 관련 기업 주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낮은 주가를 띄우기 위해 어떻게든 대선 후보와 연결시켜 입소문을 내기도 한다.” 이외에 주가조작 세력에 의해 대선주로 가공되는 등의 과정을 거쳐 대선주가 정해지고 이슈화된다. 일찌감치 자리 잡은 17개 대선주 업체를 보면 납입자본금이 750억원 이상인 대형주 업체는 없다. 대신 납입자본금이 350억원 미만인 소형주 업체가 14개, 350억~750억원인 중형주 업체가 3개다. 대선주는 안정주보다 주가 변동폭이 커 유동적인 1만~2만원 이하 중소형주 업체가 타깃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대선주가 되는 데 있어 회사 수익률이나 부채비율, 향후 비전 등은 고려 사항이 아니다. 실제로 대선주 중에는 전년에 비해 수익률이 하락한 회사, 자본금에 비해 과도한 부채비율로 재무 안전성이 떨어지는 회사들이 있지만 주가는 이와 상관없이 큰 폭으로 올랐다. 일단 대선주가 되면 기업과 관련된 특별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도 투자자가 몰리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 8월 초 증권선물거래소는 ‘삼호개발 발행주권의 현저한 시황변동 관련 조회공시’를 기업 측에 요구했다. 주가가 연일 이상급등했기 때문이다. 삼호개발은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당사 발행주권의 현저한 시황변동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으로 현재 진행 중이거나 확정된 공시사항이 없음”이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3일 뒤 주가는 또다시 14.88% 급등하며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EG 역시 같은 이유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고 답변내용 또한 동일했지만 다음날 주가는 전날 대비 14.81% 뛰어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지난 10월 22일 뉴욕증시가 급락한 여파로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하고 코스닥 중소형주도 약세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정장에서도 이명박, 정동영 후보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대선주 종목 대부분이 상승세를 타며 이상 현상을 보였다. 대선주의 또 다른 특징은 큰 폭으로 주가가 오르거나 내리는 급등락이 심하고 주가가 출렁이는 현상이 마치 시소게임을 하듯 단기간에 자주 반복된다는 점이다. ‘롤러코스터 주가’의 원인은 대선주에 올인하는 개미투자자들의 ‘묻지마 투자’에 있다. 롤러코스터 주가는 지난 10월 15일 일부 투자자를 충격에 빠뜨렸다. 정동영 후보가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날 폴켐과 미주레일, 세명전기는 가격제한폭까지 상승하며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폴켐과 세명전기의 주가가 전날 대비 15% 가까이 빠지며 가격제한폭까지 내려갔다. 8월 1일 2665원이었던 이화공영 주가는 두 달 사이 장중 한때 2만6550원을 기록하며 8월 1일 대비 896% 상승률을 보여 무려 9배 가까이 급등했다. 그러나 10월 24일 종가는 1만3450원을 기록하며 최고가 대비 49.3%의 하락률을 보였다. 금감원과 증권선물거래소는 특정 주식이 투기성 또는 불공정거래의 개연성이 있거나 주가가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는 경우, 증시에서 유동성이 원활하지 않은 기업 등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때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3단계에 걸쳐 투자주의, 투자경고, 투자위험 종목으로 지정하고 전자공시를 하고 있다. 전자공시 내용을 확인한 결과 대선주가 집중적으로 이슈화된 8월 이후 거의 대부분의 대선주가 적게는 한 차례, 혹은 수차례 반복적으로 투자주의나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주가는 감독기관의 경고와 상관없이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기현상을 자주 연출했다. 리젠은 증권사 소수지점에서 거래가 집중되면서 주가가 연속 5일 상한가를 기록하자 10월 12일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지만 이후 신주인수권 행사와 추가상장이 공시되면서 17, 18일 이틀간 주가는 또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화공영은 10월 4일 투자주의보다 한 단계 높은 ‘투자경고’를 받았지만 바로 다음날 주가가 14.66%로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그뿐만 아니라 ‘투자경고 종목 지정해제 이후 10일 미경과 종목’으로 ‘투자주의’ 상태에서 10월 24일 주가는 전날 대비 14.96% 오르며 상한가를 기록했다. 인터넷 카페에서 2년째 주식중개를 해 온 이원성씨는 “대운하 관련주라면 오히려 사업을 따낼 가능성이 높은 대기업 건설주들이 일제히 올라야 하고 당연히 대선주가 돼야 한다. 그런데 아니지 않으냐. 대선주는 수십억 자본금을 가진 소규모 기업이면서 대선과 관련한 자그마한 꼬투리 하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징이 있다. 투자자 사이에 막연히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증폭되면서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오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뒤늦게 대선주에 편승한 중대형주 풀무원과 유한양행(유한킴벌리 대표이사를 지낸 문국현 관련주) 주가의 경우 일반 대선주와 달리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내리며 급등락하는 현상 없이 소폭 오르내림을 반복하며 안정적이다. 유한양행 주가는 지난 두 달 간 19만원 안팎을 기록하며 대선주의 전형적 특징은 보이지 않고 있다. 풀무원은 김 부사장이 문국현 후보 지지를 선언한 10월 8일 전날 대비 2.68% 상승했고 10월 24일 현재 5만2500원을 기록하며 약 보름 동안 14.25% 상승했다. 일반 대선주에 비하면 등락폭이 크지 않고 상승폭 또한 그리 높지 않은 편이다. 대선주에 투자자가 몰리는 까닭은 우리 사회 풍토와 무관하지 않다. 정부나 정치권과의 연줄에 따라 기업의 흥망성쇠가 좌우되면서 정경유착의 고리가 오랫동안 이어져 왔고, 정부의 수많은 규제와 감독을 피해 가기 위해 기업은 어떻게든 정치권과 연결된 끈이 있어야 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금도 투명하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대신증권 주식부 김상익 부장은 “회사 규모가 작아도 건실해 언젠가 천천히 주가가 오를 수 있는 기업이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대선주가 되고 나면 회사 성장속도보다 주가속도가 수십 배, 수백 배 더 빨리 뛰고 그 와중에 피해를 보는 투자자들이 생겨나는 게 문제다. 의도적으로 주가를 띄워 ‘먹튀’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경우에 따라 가공한 대선주일 가능성도 있다”며 대선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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