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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TORCYCLE]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모터사이클

[MOTORCYCLE]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모터사이클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전문직과 외국 기업 CEO를 중심으로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급증하고 있다. F800S는 길이 2m에 중량 182kg으로 무게를 혁신적으로 줄인 스포츠 모터사이클이다.
세계에서 가장 험한 서킷(자동차·모터사이클 경주장)으로 꼽히는 독일 뉘르부르그링 노드쉬라이페(북 코스) 서킷은 자동차·모터사이클 마니아에겐 ‘꿈의 성지’ 같은 곳이다. 지난 9월 이곳에서 BMW 모터사이클 트레이닝이 열렸다. 한국인으로서는 처음 참가한 노드쉬라이페 트레이닝에는 유럽·미국에서 온 모터사이클 마니아 200여 명이 몰려들었다. 국내에도 지난해부터 전문직과 외국 기업 최고경영자 등을 중심으로 모터사이클 라이딩을 즐기는 마니아들이 급증하고 있다. 1922년 개장해 독일에서 가장 오래된 이 서킷은 길이 20.832km에 높낮이 차이가 300m에 달하고 코너만 무려 172개다. 가장 긴 직선거리는 2,135m로 시속 300km 이상을 낸다. 코너 곳곳에는 세계적인 레이서들의 영광과 충돌 사고로 빚어진 전설이 가득하다. 76년 포뮬러 원(F1) 경주에서 서킷을 이탈하는 사고로 두 명의 레이서가 치명상을 입은 뒤 F1 경기가 중단됐다. 이후부턴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의 내구(耐久) 성능을 겨루는 24시간 내구 레이스가 주로 열린다. BMW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체들은 신차를 개발하면서 노드쉬라이페를 반드시 주행한다. 이 험로를 달리면서 성능을 테스트해 봐야지만 단단한 강성을 지닌 차가 나오는 것이다. ‘슈어 드라이빙 플레저(진정한 달리는 기쁨)’란 BMW의 광고가 여기서 절로 이해된 것은 이 때문일까. “이곳에서 갈고 닦은 실력이라면….” 독일차가 일본차와 다른 점이 바로 이런 서킷까지 소화해 낼 수 있을 만큼 단단하게 만든 섀시가 아닐까 한다. 뉘르부르그링 서킷 한가운데 자리한 노보텔에 여장을 풀었다. 경력 20년의 클라우스(56) 교관이 서킷 주행 시 주의사항을 한 시간 동안 설명한다. 실력에 맞게 조를 짜서 타고 실력이 좋은 빠른 조가 오면 우측에 한 줄로 붙어서 저속으로 달리면서 비켜주는 것이 요령이다. 기자에게 배정된 BMW ‘F800S(스포츠)’는 단기통 800cc 엔진을 달고 최대 85마력을 낸다. 최고 속도는 250km 이상이다. 물론 내 실력으로 서킷에서 시속 200km 이상 낼 수 있을지 의문이 앞서지만 말이다. F800S는 길이 2m(204cm)에 중량 182kg으로 무게를 혁신적으로 줄인 스포츠 모터사이클이다. 가볍기 때문에 그만큼 재빨리 코너링을 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불과 3.5초 걸린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빠른 가속력이다. 모든 차량에 빗길 안전 운전을 도와주는 브레이크잠김방지장치(ABS)와 겨울철 필수 장비인 히팅 그립, 앞바람을 막아 주는 윈드 실드가 기본으로 장착됐다. 단기통 엔진은 4기통보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립을 댕기는 만큼 가속력을 기분 좋게 느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BMW코리아는 F800S(스포츠 버전)와 장거리 투어가 가능한 F800ST(투어링 버전)를 지난 3월부터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각각 1,400만원, 1,550만원이다. 통통 튀는 듯한 엔진 소리와 단기통 특유의 진동이 이 모터사이클의 매력이다. 참가자 대부분은 자신의 모터사이클을 몰고 왔다. 그들의 직업은 금융업이나 의사 등 전문직종이 많다. 90% 이상 BMW 제품이지만 야마하·혼다·두카티 등 다른 브랜드도 보인다. 기자는 미국에서 온 모터사이클 전문지 기자들과 함께 9조에 편성됐다. 인사를 나누면서 본 이들은 옷차림부터 장난이 아니다. TV에서 본 ‘모터GP’경주에서의 전문 복장이다. 보통 한 조당 교관 두 명에 10~15명이 함께 탔다. 간단한 서킷 안내와 함께 첫 바퀴 주행이 시작됐다. 조별로 몸을 풀듯 서서히 속도를 낸다. 시계 방향으로 서킷 한 바퀴를 돌았다. 어림잡아 15분 정도가 걸렸다.

▶F800S의 엔진은 유지·관리가 거의 필요없는 벨트 드라이브 구동 방식이다.

두 바퀴부터는 모두 제 실력을 낸다. 맨 뒤에서 쫓아가는 기자는 고달픈 순간이다. 서킷 경험이 이제 네 번째인데 대부분 서킷에서 열 번 이상 타봤다고 한다. 직선 구간에선 시속 200km를 넘어선다. 험로는 직선이 아닌 급커브다. 여기에 굴곡까지 겸한 코너는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출발 라인에서 약 5km를 달리면 바로 ‘마(魔)의 구간’이 나온다. 경사 구간을 2단으로 풀 가속해 올라가면 곧바로 100m 내리막이 나오면서 왼쪽으로 90도 이상 꺾어지는 급커브를 만난다. 오르막에서 풀 가속을 하지 않아도 문제이고 내리막에서 브레이크 타이밍을 놓치면 곧바로 나무 숲으로 곤두박질한다고 클라우스 교관이 신신 당부한다. 76년 F1대회에서 니키 라우더 등이 이 구간에서 큰 부상을 당했다. 일렬로 늘어서 이 구간을 10번 이상 왕복하면서 집중 훈련한다. 이런 구간 연습을 거쳐 10바퀴를 탔을 때 랩타임(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린 시간)이 10분 이내로 진입했다. 잘 타는 선수급들은 7분대 랩타임을 기록한다. 한 시간 주행하고 10여 분 쉬고 구간별 교육을 반복하면서 어느덧 오후 5시. 첫날 교육이 끝났다. 몸은 쑤시지만 쑥쑥 느는 모터사이클 실력에 기분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기자가 모터사이클에 맛을 들인 것은 ‘집중력’ 때문이다. 휴대전화와 인터넷 없이 살 수 없는 현대인들은 보통 한꺼번에 서너 가지 행동을 한다. 모터사이클을 타면 ‘나와 대화’를 할 시간이 생긴다. 자연과 도로와 호흡하면서 나를 생각하는 것이다. 숲으로 둘러싸인 노드쉬라이페. 가슴, 아니 뇌까지 씻어내는 상쾌한 공기와 함께 청명한 가을 하늘 속을 기분 좋은 엔진음을 벗삼아 달리는 기분은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는 모터사이클만의 지존이다. 기자는 전문직들로 구성된 동호회에서 두 달에 한 번 정도 라이딩을 함께 한다. 이들이 모터사이클을 선호하는 이유는 ‘집중력’이다. 여기에 모터사이클을 타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를 위해 평소 체력 훈련을 해야 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서킷 주행은 스포츠다. 실력에 따라 랩타임이 달라지고 코너에서 중심을 이동하는 자세까지 그 모든 것이 하나의 운동이다. 스포츠이기 때문에 나라와 인종을 넘어선 우정도 확인할 수 있다. 노드쉬라이페는 초보자에겐 조금 버겁지만, 훌륭한 교관의 지도 덕분에 별다른 사고 없이 매년 성황을 이룬다. 다른 조에는 초보자들과 60대 노인들도 여럿 보인다. 둘째 날. 어제와는 컨디션이 영 딴판이다. 전날 하루 종일 웅크린 자세를 취한 탓인지 팔목부터 허리까지 뻐근하다. 오늘은 구간별 연습보다는 랩타임을 줄이는 교육이 주안점이다. 오후부터는 랩타임 줄이기보다는 사고를 내지 말아야지 하는 강박 관념이 커진다. 이틀 동안 20여 바퀴를 완주하고 귀국 비행기부터 시작해 이후 한 주 동안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전설과 함께 호흡한 노드쉬라이페의 20km 구간은 아직도 눈앞에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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