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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6)] “사회 공익 증진 위해 돈벌어야”

[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6)] “사회 공익 증진 위해 돈벌어야”

문국현 창조한국당(가칭) 대선 예비후보는 유한킴벌리 사장을 지낸 스타 CEO 출신이다. 30여 년 봉급쟁이 생활을 하면서 137억원을 모은 재산가이기도 하다. 지난 5년 동안 번 돈의 40%를 사회에 환원한 그는 여느 정치인처럼 유년 시절의 고생담을 꺼내지 않는다. “서민인 척할 생각도 없다”고 잘라 말한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 대상으로 부상한 그는 부자를 어떻게 볼까?
“돈을 버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단 공익이 우선해야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추구해선 안 됩니다. 부가 아니라 가치를 창조해야죠.” 유한킴벌리에 몸담고 있으면서 오랫동안 청부(淸富) 운동을 벌여왔다는 창조한국당 문국현 예비후보는 “번 돈을 자신과 가족의 부귀영화를 위해서만 쓰는 것은 바람직한 부자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포브스코리아가 대선주자들의 부자관 시리즈 여섯 번째로 범여권 장외주자인 그를 서면 인터뷰했다. 문 후보는 “부자는 이미 많은 사회적 특권과 기회를 누리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부자는, 본인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되기 힘듭니다. 이런 도움을 무시하고 ‘내가 잘나서 부자가 됐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의 단면만을 보는 것이죠. 돈을 버는 것 자체가 목적이기보다 사회의 공익을 증진하기 위해 부를 추구할 때 부자도 부자 아닌 사람도 모두 행복한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는 보유 재산이 137억7,000여 만원에 이르는 재산가다. 대선 후보 중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332억5,600만원)에 이어 둘째로 많다. 그런 그에게 부자의 기준을 금액으로 답해 달라고 요구했다. “금액으로 답하라니 난감하군요. 금액을 기준으로 한다면 연간 수입이 1억원은 넘고 서울에 자기 집이 있으면 부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자의 기준이 이렇게 낮다 보니 우리나라 부자들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해서도 일률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재벌들의 부 축적 과정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었다. “국민 대부분이 알고 있는 재벌 등 일부 부자들은 개발독재 시대에 정경유착을 통해 부를 축적했습니다. 그 부를 사회에 환원하기보다 주로 자신이나 가족의 부귀영화를 위해 썼죠. 또 자식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려고 편법적인 방법을 썼는데, 이런 모습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중시하는 선진국의 부자들과 대조적이죠.”

도덕성이 강점인 후보 치고는 보유 재산이 많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서민인 척할 생각은 없습니다. 유한양행의 설립자인 고(故) 유일한 박사는 현재의 화폐 가치로 1조원 가까운 재산을 모았습니다. 나중에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습니다만, 어떻게 모아 어떻게 쓰느냐가 문제죠.”  
부자들 특권의식 버려야



200자로 압축한 나의 부자관 부자는 신용을 얻은 사람이다. 부란 꿈을 실현하려고 근면하고 성실하게 노력해 신용을 쌓다 보면 어느새 곁에 와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믿어주는 사람이 많을 때 더 큰 부자가 될 수 있다. 믿어주는 사람들이 불행해지면 부자도 불행해지고 만다. 부자는 그래서 사회공동체의 행복을 증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바로 상생(相生)이다. 이런 노력이 쌓일 때 우리 사회에서 부의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에게 요구되는 덕목이 뭔가요? “우선 특권겿??의식을 버려야 합니다. 또 재산 규모를 떠나 검소한 삶을 살아야죠.” 문 후보는 근검 절약하는 습관을 부모에게서 배웠다고 말했다. 한국외국어대 영어과를 나와 병기장교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1974년 유한킴벌리에 입사했다. 삼성그룹에도 응모해 합격했지만, 대학원에 보내주겠다는 삼성보다 유한킴벌리에 더 끌렸다. 그는 대학 4학년 때 유일한 박사가 전 재산을 기부한 사실에 영향 받았다고 말했다. “전문경영인제를 도입하고, 생활용품을 만드는 국내 첫 합작회사란 점도 호감이 갔습니다.”

문 후보에 대해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처럼 CEO 대통령을 표방하지만 외국계에 중소기업 CEO 출신이란 지적도 있는데요. “유한킴벌리는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100% 한국인입니다. 자본금이 2,000억원으로 자본금·순이익 면에서 200대 기업 안에 들죠.” 95년 문 후보가 유한킴벌리 사장이 됐을 때 그의 어머니는 21년 전 오려둔 신문 광고를 꺼내 보여줬다고 한다. 꼬깃꼬깃 접힌 신문에는 그의 삼성그룹 합격을 알리고 있었다. 삼성에 입사하기를 바랐던 그의 어머니는 그에게 사장이 돼 뜻을 이뤘으니 이제 됐다고 했다고 한다. 문 후보는 존경하는 부자로 국내에서는 고 유일한 박사를, 국외에서는 현대 경영학의 대부로 알려진 피터 드러커 박사를 꼽았다. “부는 깨끗할 때에만 아름답습니다. 유일한 박사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아름다운 기업인이기도 하지만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세상을 바꾸려 했던 정치 지도자였죠. 피터 드러커 박사는 학자로 유명했지만 부자이기도 했습니다. 그는 꾸준히 공부하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자택에 방문했을 때 그가 한 말-‘Life-long learning keeps people young!(평생학습이 사람을 젊게 만든다)’을 저는 지금도 가슴에 새기고 다닙니다.” 문 후보는 평생학습의 전도사다. 그는 유한킴벌리에서의 기업 혁신 경험을 토대로 일자리 500만 개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를 위해 우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 전제가 평생학습 체제로의 전환이다. 직장을 학습조직화하고, 중기 근로자·비정규직 등 취약 계층이 안정된 직장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학습고속도로’를 놓겠다는 것이다. 그는 대학을 나온 자신의 두 딸도 월 120만원 안팎의 비정규직에 종사한다고 밝혔다.
정당한 부의 조건은 부패 청산
·우리 사회에서 부의 축적이 정당하게 이뤄지려면 어떤 조건들이 갖춰져야 한다고 보나요? “무엇보다 부패가 없어져야 합니다. 부패는 비자금에서 나오는데, 비자금 대부분은 건설업이 출처입니다. 제가 건설업 문제를 자꾸 지적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얼마 전 국제투명성기구가 각국의 부패인식지수를 발표했는데 한국이 조사 대상 180개국 중 43위(5.1점)였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 회원국 평균 7.18점보다 훨씬 낮고 아시아권 국가들(4위 싱가포르(9.3점), 14위 홍콩(8.3점), 17위 일본(7.5점), 32위 카타르(6.0점), 공동 34위 마카오·대만·아랍에미리트(이상 5.7점))에도 못 미쳐요. 정부는 물론 국민과 시민 사회 모두 깊이 반성해야 합니다. 부패가 없어지고 투명한 신뢰사회가 돼야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산을 모을 수 없게 됩니다.” 문 후보는 종합부동산세 과세엔 찬성했지만 부유세 도입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부동산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종합부동산세 과세는 명분도 있고, 법원 판결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과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아요. 오랜 기간 부동산 세율이 너무 낮았는데 지금 정상화되는 과정에 있다고 봅니다. 종부세 시행 후 나타난 문제점은 좀 더 시간을 두고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나 ‘부유세’는 다릅니다. 저는 부자라고 해서 세제상의 차별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부유세를 물릴 게 아니라 현행 제도하에서 공평하고 투명하게 과세하는 한편 세무행정의 효율성을 높여야 합니다. 돈이 많다고 차별을 받을 이유는 없어요. 정당하게 모은 재산은 충분히 존중 받아야 합니다.”  
증세 없이 복지사회 만들겠다
그는 증세 없이 지속 가능한 복지사회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부패를 청산하는 것만으로 교육 예산을 20조원 이상 늘릴 수 있다고 그는 호언했다. 막대한 재산가이지만 문 후보는 재테크를 따로 하고 있지 않다. 통장은 부인 박수애 씨가 관리한다. 그는 재테크 노하우도 없지만 이재에도 밝지 않다고 말했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지 않고 유한킴벌리와 킴벌리 클라크의 CEO로 있었다면 재산을 얼마나 모았을까? “근무연수에 따라 차이가 있겠죠. 그러나 60억~100억원의 추가 수입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 중 상당액을 사회의 공공자산을 늘리는 데 쓸테니 수중에 얼마가 남을지 계산하긴 어렵군요.”


문국현 예비후보의 재산 명세


보유 재산 137억원인 주식 부자…이명박 이어 대선 후보 중 2위
문국현 예비후보는 10월 11일 재산 목록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회견에 문 후보 측은 ‘작은 청문회-문국현을 검증한다’는 타이틀을 붙였다. 이날 문 후보는 보유 주식 등의 금융자산, 부동산, 스톡옵션 등과 더불어 기부금 내역을 공개했다. 그는 “지도층은 재산 관계, 집안 형편 등을 속속들이 공개해 국민과 공유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밝힌 그의 재산은 총 137억7,000여 만원으로 대선 후보 중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332억5,600만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보유 재산 중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주식으로 총액은 75억6,000여 만원에 이른다. 종목은 포스코, 삼성전자, KT와 유한킴벌리의 최대 주주인 킴벌리 클라크 등이다. 문 후보는 “재직 중인 유한킴벌리와 그 관계사엔 투자할 수 없다고 생각해 이들 회사의 주식을 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신은 대학원에서 투자관리·관리회계를 전공한 증권 전문가라며 “재작년부터 코스피 지수가 2,000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고 덧붙였다. 다음으로 비중이 큰 것은 퇴직금(42억8,000여 만원), 부동산(21억4,000여 만원·기준시가 및 기준가격 기준), 스톡옵션(17억5,000만원) 순이었다. 부동산은 도곡동의 렉슬아파트와 제주도 서귀포시 월평동·성산읍 오조리, 경기도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 등의 토지와 장천리 소재 전원주택(장천리 토지와 주택은 부인 박수애 씨 명의) 등을 보유하고 있다. 50평대인 렉슬아파트의 기준시가는 19억3,000여 만원으로 시가 25억원에 이른다. 그는 “부동산 투자는 법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어 주식을 주로 했고 본래 땅 투기에 관심이 없는 집안이라 친인척들도 집 한 채씩 있는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도 땅은 명의 변경은 아직 안 돼 있지만 ‘자연환경국민신탁’에 기부했다. 그는 기업인으로서 기부를 많이 했다. 2002년 이후 5년 동안 약 46억8,000만원의 소득을 올렸는데 세후 소득의 40%(12억6,000여 만원)를 기부금과 사회공헌금으로 썼다고 밝혔다. 2005년엔 48%를 이런 용도로 지출했다. 그는 이 5년 동안 총 소득의 59%를 세금으로 내거나 기부했다. 소득의 41%는 외국에서 근로소득으로 받은 것이었다. 그가 출마 선언을 하자 기부를 많이 한 것이 화제가 됐다. 이런 현상에 대해 그는 “부자들이 기부를 그만큼 하지 않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우리나라 부자들의 사회공헌이 부족하다 보니 반향이 컸던 거죠. 잘 아는 부자 한 분도 십일조를 지키는 정도면 기부를 많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더군요. 이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 아닐까 싶습니다.” 그의 재산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스톡옵션이다. <월간조선> 10월호는 “60억원대에 이르는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해 그가 대선 출마를 늦춰 오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있다”고 보도했다. 문 후보가 밝힌 스톡옵션 규모는 그러나 17억5,000만원. 블랙숄즈 모형(Black-Scholes Model)으로 가격을 추정한 후 예상되는 소득세를 차감했다. 그는 날조한 기사로 자신의 이미지를 떨어뜨렸다고 <월간조선> 10월호의 발행·판매·배포 금지를 청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스톡옵션이 예상 외로 적다는 지적에 대해 문 후보는 “킴벌리 클라크의 북아시아 회장으로서 한 해에 50억원 이상 스톡옵션을 요구할 수도 있었지만 역내 각국 경영진에게 나눠 줬다”고 해명했다. 그는 “아시아 시장을 장악하고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골프장 회원권은 없고, 승용차는 최근 몸담았던 유한킴벌리로부터 취득한 에쿠스를, 부인은 2004년형 쏘나타를 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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