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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통합 신한카드 출범 다시 불붙은 ‘카드대전’

[Special report] 통합 신한카드 출범 다시 불붙은 ‘카드대전’

카드업계의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통합 신한카드 출범을 계기로 은행계와 전업계 카드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 과정에서 나온 파격적인 할인 혜택과 부가 서비스 등을 보면 과거 2003년 카드대란 때와 닮은꼴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에서 벌어지는 과열 경쟁 탓에 또다시 카드대란을 겪는 건 아닐까? 카드업계와 감독 당국은 여러 정황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단계는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제2 카드대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3년 ‘카드대란’이 일어나기 직전 이건희 삼성 회장은 구조조정본부(현 전략기획실) 관계자를 불렀다. 일찌감치 카드대란 사태를 예견했기 때문이었다. 삼성 고위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건희 회장은 카드업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경고하며 카드사업을 술 장사에 비유했다. 술 장사가 망하는 이유는 술을 못 팔아서가 아니라 술값을 못 받아서라는 내용이었다. 이 회장은 특히 제조업도 아닌데 카드사의 외형이 2조원 이상 늘어나는 건 문제가 있으니 앞뒤를 잘 따져보고 너무 공격적으로 경영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당시 삼성카드와 LG카드는 시장점유율 1위를 놓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격전을 치르고 있었다. 두 회사 사장은 자리도 같이 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회장의 경고를 귀담아 듣지 못했다. 결국 카드는 많이 팔았지만 카드 값을 못 받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그로부터 5년. 통합 신한카드(신한카드+LG카드) 출범이 예고된 지난해 초부터 달아오른 신용카드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올 가을 들어 한층 가열되고 있다. 경쟁 양상만 놓고 보면 옛 카드대란 직전의 1차 대전 때와 닮은꼴이다. 카드사들은 파격적인 할인 혜택과 부가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며 ‘고객 빼앗기 전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신한·KB·우리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가 약진하면서 위기 의식을 느낀 현대·삼성·롯데카드 등 전업계 카드사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현대카드는 10월 1일에 할인 특화 카드인 ‘현대 V카드’의 할인 폭을 넓히고 사용 조건을 완화했다.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최저 사용액 기준을 한 달 전 신용판매액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췄다. 할인 한도도 월 1만~3만원에서 월 2만~5만원으로 올렸다. 삼성카드도 이날 주유 특화 카드인 ‘오일 앤 세이브 카드’의 할인 조건을 1개월 30만원 이상 사용에서 3개월 30만원 이상으로 낮췄다. 롯데카드도 그동안 판매하지 않던 선(先) 포인트 혜택의 자녀 양육 특화 카드인 ‘맘앤대디카드’를 내놨다. 국내 전업계 카드 3인방인 현대·삼성·롯데카드가 마케팅을 강화한 이날은 통합 신한카드가 출범한 날이었다. 이들 카드사는 세계 10위권의 공룡 카드사인 신한카드와의 기 싸움에서 뒤질세라 파상 공세를 폈다. 잔칫상을 차린 통합 신한카드도 첫 작품으로 금융 특화 카드인 ‘LOVE카드’로 응수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은행·증권·보험 서비스와 옛 LG카드의 강점이었던 LG 계열사 할인·적립 혜택을 접목한 카드였다. 신한카드를 제외한 은행계 카드사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올해 교통 할인 카드로 큰 관심을 모았던 하나카드는 포인트 서비스에 특화한 ‘마이포인트카드’와 SK텔레콤과 제휴해 만든 ‘하나 T드림카드’를 잇달아 내놓았다. 우리카드도 올 상반기 히트작인 ‘우리V카드’ 회원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올 6월 말 현재 국내 카드 발급 수는 경제활동인구 1인당 평균 4장 격인 9,220만 장이다. 이렇게 포화상태에 이른 신용카드 시장에서 또다시 과열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건 아닐까? 예고된 위기는 발생하지 않는다지만 그렇다고 제2 카드대란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예컨대 카드사들이 공을 들여 늘린 회원이 이익으로 연결되기까진 적어도 1~2년은 걸린다. 회원 수가 늘어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2분기 카드 부문 이익은 1분기에 비해 각각 57억원, 10억원 줄었다. 공격적 마케팅에 따른 출혈 경쟁의 후유증인 셈이다. 카드시장의 특성상 한 번 불이 붙으면 과열 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등에서 보듯 돌발 악재로 경기가 나빠지면 소비에 민감한 카드시장이 먼저 직격탄을 맞을 공산도 크다. 다만 여러 정황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할 단계는 아니란 설명이다. 금융감독원 여전감독실의 김영기 팀장은 “(카드업계의) 출혈경쟁 우려가 있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그러나 “카드사들이 대손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예전과 달리 현금 서비스나 대출이 아닌 신용판매 부문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어 카드대란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홍진표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도 “카드사들의 이익 규모가 크게 늘어 내실이 탄탄해졌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신용카드사들은 3년째 흑자를 내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6개 전업 카드사의 순이익은 1조9,30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0%(8,577억원) 늘어났다. 게다가 카드사의 자산 건전성도 나아졌다. 올 6월 말 현재 연체율은 연 4.77%로 지난해 말보다 0.76%포인트 떨어졌다. 또 정상 입금률도 98.76%로 0.14%포인트 높아졌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통합 신한카드 출범으로 두 회사의 카드를 모두 갖고 있는 고객은 하나의 통합 카드만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며 “카드업계에서는 이런 이탈 고객을 이삭 줍기 식으로 잡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과열 경쟁 배경은 카드사업의 잠재력
카드업계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신용카드가 금융회사, 특히 은행권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신용카드는 고객의 소비 패턴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은행겫맨邕?등을 끼고 있는 금융지주회사라면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 있어 더욱 탐낼 만하다. 신한갞B겳痢?뵉?등이 카드 영업을 더욱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는 이유는 고객 확보와 더불어 다양한 수익을 창출할 여지가 많아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버스를 타건, 커피를 마시건 카드로 결제하면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을 리얼타임으로 파악할 수 있다”며 “금융회사 판도가 지주회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고객 정보가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떠올라 카드가 진정한 금융의 꽃으로 대접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전에는 카드가 하나의 금융상품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확 달라졌다는 얘기다. 예컨대 카드 사용 내역으로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분석하면 보험상품을 팔 때 더욱 유리하다는 것이다. 은행들은 특히 2009년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다양한 금융상품 판매 등 비은행 업무에서 수익을 내겠다는 계획이어서 카드사업 강화는 필수 코스일 수밖에 없다. 다양한 상품을 팔려면 고객 기반부터 탄탄히 다져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옛 LG카드 사용자 가운데 신한은행 계좌로 결제한 사람의 비율은 10%에 불과하다. 신한은행으로선 나머지 고객을 잡는다면 금상첨화 격이다. 은행계와 전업계 카드사가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카드업계 판도는 은행계에 유리하게 재편되고 있다. 카드대란을 겪으면서 전업계 카드사의 위상은 약화됐다. 상대적으로 후유증이 적었던 은행계 카드사들은 이런 틈을 비집고 들어와 약진하기 시작했다. 전업계 카드사의 시장점유율은 2002년 47.7%에 이르렀다. 그러나 카드대란 이후 이들의 점유율은 2004년 36.9%로 뚝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통합 신한카드까지 등장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은행계와 전업계 카드사의 점유율은 7대 3으로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3대 은행인 국민·우리·신한은행 계열의 카드사 점유율은 2006년 34.3%에서 올해 50%까지 높아질 전망이다.
카드산업을 둘러싼 영업환경도 대형 은행계 카드사에 유리한 형국이다. 카드사의 경쟁 격화와 가맹점 수수료 인하가 대표적인 사례다. 카드시장의 경쟁이 격화하면서 제휴사 지급 수수료와 모집 비용 등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카드사들은 정부와 영세 가맹점의 압박에 밀려 영업 수익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를 내렸다. 이에 따라 카드사의 수익성이 나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대형 은행계 카드사들은 이런 악재를 약진의 기회로 삼을 능력과 환경을 겸비하고 있다. 고객 인지도가 높은데다 전산망 확충과 자금 조달 등에서 전업계나 중소형 은행계 카드사보다 유리하다. 은행 지점과 기존 고객을 상대로 영업하면 모집 비용을 줄일 수도 있다. 다양한 연계 상품으로 고객의 수요를 충족시킬 여지도 많다. 모은행의 도움을 받아 해외 진출도 모색할 수 있다. 카드 시장의 판도가 대형 은행계 중심으로 쏠림 현상이 나타날 여지가 많다. 은행의 카드 사업부가 지주회사 소속의 독립 법인으로 거듭나면 이런 일이 더욱 이른 시간에 벌어질 수 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카드 부문이 은행의 사업부에 속해 있으면 다른 부문에 인력·예산·마케팅 우선 순위에서 밀리게 마련”이라며 “독립 법인이 되면 여신금융업법의 적용을 받아 부가 서비스도 늘릴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B·우리·하나카드도 신한처럼 독립 법인으로 분리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지주회사로 체제가 바뀌면 KB카드 부문이 독립 법인으로 분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하나카드도 분사 확률이 높다. 유재성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현재 400만 명 수준인 하나카드 고객 수가 500만 명을 넘는 시점인 내년 초쯤 분사할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런 판도 변화 전망에 전업계 카드사들은 대응책을 마련하느라 고심하고 있다. 다만 은행계 카드 진영의 파상 공세에 맞불 작전으로 맞서면서도 내심 정면 승부는 피하는 모습이다. 고객 확보에 ‘실탄’을 아끼지 않지만 그보단 차별화와 특화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상대로 똑같은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하기보다 우수 고객에게 더욱 많은 혜택을 주거나 특정 서비스나 이벤트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두는 양상이다. 도원석 현대카드 홍보팀장은 “출혈경쟁보단 우량 고객의 주력 카드로 자리매김해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선회했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의 하나가 ‘현대카드 슈퍼 매치’다. 해외에서나 볼 수 있는 스포츠 스타를 국내에 불러 현대카드 회원들이 그들을 보고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자부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전업계+외국계 은행의 조합 나올 수도
롯데카드는 롯데백화점·롯데마트를 비롯한 롯데그룹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중점 전략은 포인트 마케팅이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과자나 껌을 살 때도 포인트를 쓸 수 있도록 포인트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롯데카드 포인트 소진율은 90% 선으로 다른 회사보다 10~15% 높다”며 “이런 덕에 포인트 플러스 카드 매달 5만 장 이상 깔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업계 카드사에서 이합집산의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카드업계에서는 한동안 삼성카드가 외국계 금융회사와 지분 매각 협상을 벌였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정태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카드 경쟁에서 중요한 점은 고객에게 얼마나 많은 혜택과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주느냐인데 그런 점에서 은행계가 유리하다”며 “따라서 현대·삼성·롯데카드 등이 중·장기적으로 외국계 은행과 제휴할 가능성도 점쳐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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