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잔에도 수많은 사연 있다
커피 한잔에도 수많은 사연 있다
블로그 등에 일상의 작은 기록 넘쳐나 그동안의 기록이 이처럼 상대적으로 큰 사건, 큰 인물 중심이었다면, 요즘 우리는 어떤가. 개인 홈페이지와 블로그에는 각 개인의 소소한 일상과 사적인 이야기들이 속속 기록으로 남겨지고 있다. 사람들은 정치나 경제, 사회문제 같은 거대 담론보다는 나와 일상, 주변의 디테일한 이야기에 열광하고 있다. 전면에 부각되고 있는 지식보다는 그 이면에 숨겨진 또 다른 지식과 그것들의 의미 찾기에 더 열성을 쏟는다. 각종 역사 자료 또한 중심의 것이 아닌 변방에 머물렀던 무명의 인물 또는 나약했던 개인들의 삶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선의 뒷골목 풍경』 『조선 사람들 혜원의 그림 밖으로 걸어 나오다』 등으로 알려진 강명관 교수의 또 다른 책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푸른역사)가 그렇다. 전작들에서 역사책 밖으로 내쫓긴, 족보 없는 사람들의 일상을 복원했던 저자는 이번 책에서도 책에 미친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다른 큰 사건에 비해 그다지 중요할 리 없는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다. 당장 먹고살기 빠듯한 시대에 책에 관해서라면 한 건씩 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는, 그동안 크게 이목을 끌지 못했던 사건들이 저자의 다소 삐딱한 목소리를 따라 펼쳐진다. 이 분위기에 장단을 맞추다 보면 역사 속 소소한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독자를 파고든다. 밥상 좌우에 책 두 권을 펼쳐 두고 읽었다는 타고난 독서가 세종, 광적인 수준으로 책 수집에 열을 올린 유희춘, 한가하게 방대한 사전을 남긴 이익, 책과 학문 사이에서 이중적 태도를 보인 정조, 홍석주 가문의 책 읽기 등 조선을 대표하는 책벌레들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일상의 작은 기록도 소중하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 좀 더 디테일한 지식, 이면의 지식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독자들을 매료시키고 있는 책이 있다면 바로 『지식 e』(EBS 지식채널 e, 북하우스)다. 추천사에는 이런 글이 있다. “정보의 홍수는 인간을 무덤덤하게 만든다. 아무리 가슴 아픈 사연도 우리는 그저 뉴스거리로만 받아들인다. 사물의 홍수는 인간을 생각 없게 만든다. 그리하여 ‘비정규직’이라는 말도 우리에게는 그저 시사용어에 지나지 않는다. 그 무덤덤한 용어를 『지식 e』는 비로소 절실한 ‘앎’으로 체험하게 해 준다.” 이 책은 우리에게 월드컵의 환희를 준 축구공이 파키스탄 어린 노동자에게는 그저 일당 300원과 1620회의 바느질로 기억되는 일임을, 우리가 점심 한 끼를 때우는 햄버거가 단순히 고기 조각을 넣은 빵이 아니라 지구촌 이상기후의 주범임을 환기시켜 준다. 책에서는 그동안 우리가 놓치고 있던 숨겨진 지식들의 퍼레이드가 계속된다. 1초란 사람에게는 1t의 충격을 막아낼 힘을 만들어주는 시간이고, 빗방울을 피하기 위해 달려가는 달팽이의 처절한 1cm 이동 시간이며, 작은 새가 살기 위해 200번의 날갯짓을 하는 시간이라는 것.
▶제목 : 이코노믹 씽킹 저자 : 로버트 프랭크 출판서 : 웅진지식하우스 제목 : 책벌레들 조선을 만들다 저자 : 강명관 출판사 : 푸른역사 제목 : 지식e 저자 : EBS지식채널 ⓔ 출판사 : 북하우스 제목 : 집으로 가는 길 저자 : 이스마엘 베아 출판사 : 북스코프 |
매일 ‘특이사항 없음’이면 곤란 39달러짜리 휴대전화 배터리가 59달러나 하는 이유는? 왜 올해의 신인왕은 다음 시즌에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하는 걸까? 누구나 궁금했을 법한 이런 질문들 뒤에 숨어 있는 특성을 저자는 몇 가지 경제원리로 단번에 꿰뚫는 사고법의 진수를 보여준다. 한 강의실에서 이루어진 일이 책이 되어 전 세계가 함께 읽는 경제 교과서, 생각 참고서가 되어 가고 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장기자랑에 참여하려고 친구들과 함께 길을 떠난 아프리카의 열두 살 소년 이스마엘의 행복했던 삶이 전쟁 속에서 어떻게 파괴되어 가는지, 그 참혹한 변화를 담은 회고록이다. 뉴욕 타임스 논픽션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이 책은 살육 현장이 두려워서 필사적으로 도망치던 평범한 어린이가 마을을 습격해 학살을 자행하는 무자비한 소년병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솔직하고 생생하게 고백하고 있다. 총을 들고 전쟁터에 나간 군인이기 이전에 아직 세상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인 소년병들, 그들은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최대 아이러니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참상들을 너무도 차분하게, 잊을 수 없는 언어로 묘사하고 있는 이스마엘 베아의 회고록은 지금도 지구촌 어느 곳에서 강제로 징집되고 있는 어린이들에 대한 중요한 증언을 담고 있다. 이스마엘과 친구들이 겪은 일은 소박한 민중이 선량함만이 아니라 극도의 잔인함도 보여줄 수도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뼈아프게 가르쳐준다. 저자는 우리가 모르고 있던 전쟁의 참상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애, 성장통에 대해 세밀하게 이야기한다. 이스마엘의 입을 통해 이 책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소년과 친구들의 기나긴 ‘귀가 여행’을 들려준다. 하루하루를 어떻게 기록할 것인가. 그냥 ‘특이사항 없음’이라고 적다 보면 평생이 ‘특이사항 없음’으로 모두 채워질지도 모른다. 일상의 사소한 모든 것이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제각각 빛나는 의미를 지닐 가능성이 높아졌다. 눈여겨보지 못했던 일상의 작은 것들도 소중하게 바라보고 기록으로 남기다 보면 그 안에서 변화와 창조를 위한 소중한 단서를 잡게 될지도 모른다.
베스트셀러 읽는 세상 | |
자기관리 우화에 푹 빠진 한 해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사랑을 받은 책을 꼽으라면 바로 『시크릿』일 것이다. 출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 책은 다양한 독자층을 확보하며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육일약국 갑시다』와 『무지개 원리』가 꾸준히 순위를 유지하며 좋은 판매를 보이고 있다. 『무지개 원리』의 경우 올해 9월 출간돼 벌써 50만 부를 넘겼다. ‘하는 일마다 잘되리라’라는 부제를 갖고 있는 이 책은 한국판 탈무드라고 할 수 있다. 동서고금을 통틀어 빛을 남긴 정치가, 사상가, 기업가, 종교인, 예술인들을 행복과 성공으로 이끌었던 긍정적 사고, 미래에 대한 비전, 포기하지 않는 의지 등을 담았다. 책을 읽으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자기계발 비법을 터득하게 된다. 특히 12월을 맞아 2008년 달력을 함께 증정하면서 선물용으로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에너지 버스』 『경청』 『배려』 등 자기관리 우화의 인기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기관리 우화의 돌풍을 선도했던 『배려』는 출간부터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으며 스테디셀러로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또한 ‘행복을 그리는 철학자’로 불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앤드류 매튜스의 신간 『지금 행복하라』 역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행복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라 자신의 선택이다’라는 확고한 철학 아래 복잡하게만 느껴지는 인생의 진리를 단순명쾌하고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더구나 책 안에 저자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함께 담고 있어 그 감동을 더한다.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에 맞춰 그동안 고마웠던 사람들에게 책 한 권 선물한다면 마음 따뜻해지는 연말이 될 것이다. 이 밖에 『대한민국 2030 재테크 독하게 하라』와 『육일약국 갑시다』가 꾸준히 상승세를 타며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황미영 YES24 도서팀·illyn@yes24.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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