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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판단 뛰어난 M&A 귀재

전략적 판단 뛰어난 M&A 귀재

▶강덕수(가운데) STX그룹 회장이 지분을 인수한 노르웨이 아커야즈 회장단과 지난 11월 14일 경남 진해 조선소에서 만났다.

강덕수 STX 회장이 ‘올해의 CEO’ 2위에 오른 것은 이례적이면서도 예견된 일이다. 강덕수라는 인물은 아직은 일반에 낯설다. 그러나 올 한 해 그와 STX그룹이 이룬 성과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STX그룹은 창업 7년여 만에 ‘수주 규모 17조원, 매출 10조원’을 바라보는 한국의 대표 중공업 그룹으로 성장했다. 국내 재계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성장한 그룹이면서 2000년대 이후 성장한 그룹 중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자산 5조8780억원(24위), 매출액 13조원으로 훌쩍 컸다. 지금 ㈜STX의 모태인 쌍용중공업의 2000년 매출액이 2993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7년 만에 40배 넘는 매출 증가를 이뤘다. 강 회장의 이런 성공에는 과감한 M&A와 해운, 중공업 위주의 선택과 집중이 큰 역할을 했다. 2001년 대동조선을 인수해 STX조선으로 만들고, 이듬해에는 산단에너지를 인수해 STX에너지로 출범시켰다. 2004년에는 범양상선 인수전에 뛰어들어 STX팬오션을 탄생시켜 중공업과 해운 중심의 그룹 모양을 갖췄다. 회사의 큰 뼈대는 M&A를 통해 만들면서 한편으로 회사를 설립하기도 하고, 기존 회사에서 특정 사업 부문을 분리하기도 해 STX엔파코, (주)STX, STX건설 등 수직계열화를 이뤄냈다. STX팬오션(해운)을 정점으로 한 수직계열화는 그 아래 STX조선(선박 제조), STX엔진, STX중공업(엔진 제조), STX엔파코(엔진부품 제조)로 이어진다. 부품 계열사부터 제품 계열사까지 선박 제조에 집중된 구조다. 사업 초기부터 세계로 눈을 돌린 것도 남다른 점이다. 때마침 세계적인 조선과 해운 수요 급증으로 STX그룹은 출범 이후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의 크루즈선 전문 조선업체인 아커야즈에 지분을 투자해 1대주주로 올라섰다. 크루즈선 세계시장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강 회장은 샐러리맨으로 쌍용그룹에 몸담았던 인물이다. STX그룹의 전신이 쌍용중공업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강 회장은 자신이 다니던 회사를 인수해 그룹으로 성장시킨 셈이다. 동대문상고를 졸업한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디뎠다. 회사를 다니면서 학업을 병행해 80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했고, 2003년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을 수료했다. 남다른 근면성과 치밀함으로 강 회장은 그룹 내에서도 승승장구했다. 강 회장과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직원 시절에도 머리가 좋아 일 처리에 능했다”고 기억했다. 지금도 1000여 명이나 되는 신입사원 면접을 직접 보고, 해외 출장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몸에 밴 근면성 때문이다. 수리에도 밝다는 것이 주변의 전언이다. 지금도 그룹의 재무상황을 꿰고 있으며 쌍용양회 직원 시절에도 암산이 빨랐다고 한다. “임원들 보고도 형식적인 것이 없다”고 그룹 관계자가 말할 정도다. 이런 장점보다 더 돋보이는 것이 전략적 판단력이다. 20억원의 사재를 털어 쌍용중공업의 지분을 사기 시작했던 2000년에 중공업은 투자 기피 업종이었다. 외환위기로 가장 큰 타격을 받았던 업종이 바로 조선, 중공업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당시 중공업의 미래를 보고 투자했고, 그 결과 오늘날의 STX그룹을 만들 수 있었다. 내수 시장만 보면 중공업이 하락세였지만 세계를 보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7년 만의 급성장은 이런 전략적 판단에서 시작됐다. ‘이재에 밝다’ ‘숫자에 능하다’는 것은 전략적 판단에 비하면 작은 부분이다. 전통의 대기업과 유명세 있는 쟁쟁한 CEO들을 제치고 CEO가 뽑은 CEO에서 종합 2위를 한 것도 이런 점이 고려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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