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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무료 게임에서도 노다지 캔다

[COMPANY] 무료 게임에서도 노다지 캔다

▶네오위즈의 최관호 사장은 회사 업무를 즐긴다.

한국의 네오위즈(Neowiz)는 온라인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면서도 짭짤한 수익을 거둔다. 미국의 거대 게임업체 일렉트로닉 아츠가 네오위즈에 눈독을 들였다.
황규찬(27) 씨는 서울의 초고속 PC방에서 하루에 16시간씩 ‘스페셜포스(Special Force)’란 온라인게임을 즐기곤 했다. 지금은 풀타임 직장을 구했기 때문에 게임 시간을 줄였다. 지금 그는 한국e스포츠협회의 심판이다. 사실 그는 온라인 ‘1인칭 슈팅게임’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풀타임 심판이다. 그리고 스페셜포스는 1인칭 슈팅게임 분야에서 그가 공식적으로 심판 역할을 맡은 최초의 게임이다. 2004년 선보인 스페셜포스에는 또 다른 특징이 있다. 온라인게임 산업에서 가장 주목 받는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란 점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전 세계 수백만 대의 콘솔과 PC에서 즐기는 게임과 별로 다를 바 없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는 온라인게임 업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는 게임이면서도 한 달에 5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리기 때문이다. 상업화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이 정도의 실적이면 괜찮은 편이다.
“온라인게임의 중심은 한국”
스페셜포스 게임을 출시한 회사는 한국의 네오위즈다. 네오위즈는 온라인게임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광고, 사이버 머니, 게임 액세서리 등을 판매해 놀랄 만한 수익을 창출했다. 미국의 대형 비디오 게임업체가 네오위즈에 눈독을 들인 이유다. 25년 역사의 캘리포니아에 자리 잡은 기업 일렉트로닉 아츠(Electronic Arts·EA)는 올해 3월 1억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네오위즈의 지분 19%를 매입했다. 현재 네오위즈는 EA의 최고 인기 게임인 ‘배틀필드’와 또 다른 세 개 게임 타이틀의 온라인 버전을 개발 중이다. 지분 매각이 보도되면서 코스닥 기업인 네오위즈의 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네오위즈는 주가가 60달러에 거래되던 올 4월 상장을 폐지했다. 곧이어 네오위즈는 게임 사업, 인터넷 사업, 투자 사업을 각각 전담하는 세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지주회사로 변신했다. 그 뒤 게임 부문 사업체인 네오위즈 게임즈(Neowiz Games)를 올 7월 상장했다. 상장 즉시 주가는 5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25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조정을 거쳤다. 주당 165달러 수준에서 네오위즈의 시가총액은 4억9,500만 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네오위즈는 매출 1억4,000만 달러에 순이익 2,8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네오위즈 게임즈의 CEO인 최관호(35) 사장은 올해에는 1억6,500만 달러 매출에 4,150만 달러의 순이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 수익의 대부분은 네오위즈의 무료게임 포털사이트인 ‘피망(Pmang)’에서 창출된다. 지난 한 해만 1억2,7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고, 방문객 수는 매달 800만 명에 이르렀다. 최 사장은 “온라인게임에서 가입비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며 “게임이 너무 많고 게이머들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피망은 네오위즈의 주특기인 캐주얼 온라인게임 즉 스포츠게임, 보드게임, 카드게임, ‘1인칭 슈팅게임’ 등을 서비스한다. 이런 게임은 휴대전화나 기타 다른 기기로도 쉽게 즐길 수 있어 트래픽이 몰린다. EA는 30세 이상 여성들을 이 게임의 차세대 수요층으로 보고 있다. 네오위즈가 이처럼 많은 트래픽을 수익으로 전환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게임을 업그레이드할 때만 일시적으로 게이머들에게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게임이 새로운 맵이나 무기로 업그레이드되면 재미있어진다. 그러면 게이머들이 지갑을 연다. 하지만 돈이 없어도 게임은 할 수 있다. 좀 기다려야 하지만 말이다.” 최 사장의 설명이다. 피망은 또 가상 화폐를 이용한다. 즉 게이머에게 하루에 일정액의 온라인 머니를 무료로 나눠 준다. 이 돈이 다 떨어지면 게이머들은 진짜 현금을 내고 온라인 머니를 구입해야 한다. 현재 네오위즈가 게임 속 광고로 올리는 매출은 전체의 3%에 불과하다. 하지만 게임 속 광고의 수익모델은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KGIA)의 존 리는 “광고주가 파워 드링크 회사인 경우 게이머가 게임 속에서 가상 드링크를 사면 게임 캐릭터가 더 강력해지는 방식으로 간접 광고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사장은 게임 상업화 전략의 대부분이 임직원들의 오랜 토론의 결과물이라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나 게임에 임하는 게이머들의 태도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는 경우도 많다. 오로지 돈을 주고 산 아이템 덕분에 게임에서 이기게 하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무료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들도 우리의 영업 방식에 아무 불평이 없다.” 네오위즈의 또 다른 수입원은 인터넷 카페다(한국에선 ‘PC방’이라 불리며 24시간 문을 여는 곳이 많다). 게이머들이 PC방에서 멀티 플레이어 게임을 할 경우, PC방에 요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스페셜포스’ 팀은 보통 5명으로 구성되고, 한 장소에 모여 앉아 게임을 해야 하므로 게이머들은 대체로 PC방에 모인다. 자기 집에 다섯 대의 PC를 갖고 있는 게이머는 없기 때문이다. 네오위즈는 또 최신 전투 장비 등 액세서리를 팔아서 수익을 올리기도 한다. 게이머들은 ‘경험치’를 구입해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도 있다. 게시판, 채팅룸, 게임 리플레이 등을 서비스하는 팀 웹사이트는 무료로 개방해 스페셜포스 홈페이지와 링크해 놓았다. 네오위즈는 1997년 인터넷 서비스 공급업체로 설립됐다. 그 뒤 커뮤니티 사이트로 거듭나며 채팅, 게시판,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네오위즈는 자사의 ‘세이 클럽(Say Club)’ 서비스가 아바타와 온라인 캐릭터를 최초로 상업화했다고 주장한다. 네티즌들은 온라인상에서 아바타를 구입해 옷을 입히고 치장했다. 최 사장이 최고운영책임자(COO)로 합류한 2001년 네오위즈는 게임 사업에 뛰어들었다. 웨인 리는 “네오위즈는 비즈니스 모델을 여러 번 바꿨지만 그때마다 성공했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 트렌드 해외 확산 전망

▶네오위즈가 노다지를 캐는 ‘스페셜포스’.

서울 강남 벤처 밸리의 한 빌딩 36층 사무실에서 만난 최 사장은 “내가 과연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적응은 잘하고 있다. 사고가 유연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최 사장은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을 전공하고 유료 인터넷 전화 다이얼패드를 개발한 새롬기술을 거쳐 삼성의 광고 전문 계열사인 제일기획에서 일했다. 네오위즈에서 그는 보통의 한국 기업에서는 느낄 수 없는 분위기를 맛보았다. 여기서는 양복 정장을 입는 직원이 없고, 자신도 캐주얼 복장으로 근무한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이 40세다. 사장 전용 엘리베이터도 물론 없다. 최 사장은 자신의 집무실조차 없다. 공용 사무실의 창가에 비치된 컴퓨터 앞에서 일한다. 한편 네오위즈는 EA의 관심을 끌고 있었다. EA는 자사의 콘솔게임이 아시아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해적판의 극성으로 돈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EA는 무료 온라인게임으로 돈을 버는 회사가 필요했다. 그래서 네오위즈를 최초의 아시아 지역 파트너로 선택했다. 지난해에 EA는 월드컵 공식 비디오게임인 자사의 FIFA 콘솔게임을 온라인으로 서비스하는 작업을 네오위즈에 맡겼다. EA의 아시아 온라인 담당 사장 허버트 라레노디(Hubert Larenaudie)는 “아시아의 온라인게임에서는 게이머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중요하다”면서 “이는 아시아의 게임업체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항상 게임을 업그레이드해 신선함을 유지하고, 게이머들이 관심 있어 하는 서비스와 도구도 늘 새롭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FIFA 게임은 450만 명의 게이머가 즐기고 있다. 현대 그룹에 배너광고를 파는 등 상업화를 통해 매월 100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다. FIFA 게임의 성공을 평가절하하는 애널리스트들도 있다. 그러나 이 게임은 온라인 축구게임 상업화에 성공한 최초 사례였다. 한국이 온라인게임의 강국으로 떠오른 이유는 문화적인 배경 이외에 10년 전 전국에 보급된 초고속 인터넷망 덕분이다. 다른 나라 청소년들이 소니와 닌텐도 콘솔로 게임을 할 때 한국 청소년들은 컴퓨터를 가지고 놀았다.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의 딜론 서는 이렇게 말했다. “한국의 부모들은 자식들이 거실에서 콘솔 게임을 하는 대신 방에서 공부하길 원했다. 그래서 공부에 도움이 되라고 컴퓨터를 사줬다. 그런데 아이들은 부모의 기대와는 달리 컴퓨터 온라인게임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한국의 게임업체들도 온라인게임 개발에 집중했다.” 한국의 게임 트렌드는 조만간 해외에 퍼질 것으로 보인다. EA의 라레노디 사장은 “우리는 아시아 모델을 연구 중이며 서방 시장에서 초고속 인터넷망이 확대되면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360’ 이용자 중 약 60%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으로 게임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하다. 최 사장은 “우리가 스페셜포스로 성공하기 전에 출시한 10개의 게임은 모두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스페셜포스가 이미 한물갔다고 생각한다. CLSA 증권은 올해 7월 보고서에서 네오위즈가 새로운 EA 게임을 온라인에 선보이지 않는 한 또 다른 대박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새 EA 게임이 1년 안에 온라인으로 출시될 가능성은 작다. 한편 네오위즈는 일본과 중국, 궁극적으로는 구미 지역까지 진출할 계획이다. 최 사장은 “게임 개발의 표준은 한국이다. 다른 나라에서도 온라인게임이 발전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네오위즈는 아직 해외에 프랜차이즈를 설립하지 않았다. 지난해 일본에 설립한 포털사이트는 손실을 보고 있다. ‘국경 없는’ 인터넷 세상이라지만, 같은 아시아 국가라도 선호하는 게임이 다르다. 언어 장벽도 있다. 실제로 EA는 중국 게임업체 나인(the Nine)을 통해 중국에서 FIFA 온라인게임을 마케팅하고 있다. 지난 7월 소니는 한국의 엔씨소프트와 제휴관계를 맺고 온라인게임을 플레이스테이션용 콘솔게임으로 개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최 사장은 비디오 게임의 미래는 온라인이라고 확신한다. “5~10년 뒤에는 모든 게임이 온라인에서 진행될 것으로 본다. 생각보다 빨리 그날이 올 것이다.” 한국은 온라인게임의 강국이다. ‘스페셜포스’ 심판 황규찬 씨는 “올림픽 게임은 아테네가 시조지만, 온라인게임의 중심은 한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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