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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올해의 CEO] “비은행 부문 M&A 적극 나선다”

[2007 올해의 CEO] “비은행 부문 M&A 적극 나선다”

라응찬(69) 회장은 은행뿐만 아니라 카드·증권·자산운용·캐피털 등 비은행 부문을 키워 그룹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세계 75위, 아시아 14위권인 현재 순위를 2012년에 세계 50위권, 아시아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릴 욕심이다.


장면 1. 1990년대 중반 국내 은행권에는 투서가 빗발쳤다. 인사 청탁 등 각종 비리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신한은행은 달랐다. 모 검찰총장은 당시 라응찬 행장과 만찬 자리에서 “일류 은행들에는 투서가 빗발치는데 신한은행은 전혀 없어 놀랐다”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을 정도였다. 라 행장은 나중에 사석에서 당시를 떠올리며 “투명 경영과 공정한 인사 덕분에 잡음이 없었다”며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장면 2. 95년 가을 박계동 당시 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신한은행에 예치돼 있다”고 폭로하자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혔다. 소문만 무성했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정국은 물론 신한은행도 벼랑 끝에 내몰렸다. 라 행장의 퇴진까지 거론됐다. 그런데 당시 은행 감독당국 관계자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 이들은 “금융은 결국 사람인데 뱅커를 키우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며 “라 행장은 30~4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하는 탁월한 뱅커”라며 그를 옹호했다.   라응찬 신한금융지주회사 회장은 오늘의 신한금융그룹을 일군 산증인이다. 라 회장은 58년 선린상고를 졸업한 뒤 농업은행과 대구은행을 거쳐 82년 신한은행 창립에 주역으로 참여했다. 그 후 신한은행장을 세 번이나 연임하는 ‘고졸 신화’를 남겼고, 올해로 17년째 신한금융그룹의 CEO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 사이 노태우 대통령 비자금 사건 등 낙마 위기도 겪었지만 치밀한 계산과 과감한 승부수, 그리고 탁월한 조직 관리 등으로 신한을 국내 간판 금융회사로 키웠다. 신한금융그룹은 지주회사인 신한금융지주뿐 아니라 신한은행·신한카드·굿모닝신한증권 등 13개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총 자산 266조원으로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크다. 신한금융지주의 시가총액은 21조382억원(11월 15일 종가 기준)으로 국민은행에 이어 6위다.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당기순이익 5,242억원이었다. 2004년 2분기 이후 13분기 만에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신한금융지주의 3분기 말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년치 이익(1조8,000억원)보다 많다. 특히 2001년 지주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어섰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라 회장이 좀 더 자랑스럽게 여기는 대목은 10월 1일의 통합 신한카드(신한카드+LG카드) 출범이었다. 그는 단순히 은행의 덩치를 키우는 경쟁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브랜드 가치를 높인다는 점 정도를 빼고는 그다지 득 될 게 없다는 판단이다. 대신 내실을 다지고 비은행 부문을 키워 세계 무대에서 경쟁할 힘을 키우는 게 그가 내놓은 중장기 비전이다. 그로선 통합 신한카드가 비은행 부문을 키워 금융그룹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첫 사례라 남달랐다. 라 회장은 지난해 8월 LG카드 입찰제안서 제출 마감날 현장에 있는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10원 단위의 새 인수가격을 제시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담당자는 주당 인수가격을 100원 단위까지만 준비해 갔다. 라 회장이 10원 단위 숫자까지 제시하도록 한 것은 끝자리 세 수를 더해 9가 되는 ‘가보’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결국 7조원짜리 거래에서 불과 70억원의 차이로 주인이 달라졌다. 라 회장은 2012년까지 그룹의 자산을 266조원(9월 말 현재)에서 450조원으로 늘릴 목표다. 세계 75위, 아시아 14위권인 현재 순위를 세계 50위권, 아시아 10위권 안으로 끌어올릴 욕심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에서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신한금융그룹의 아킬레스건인 증권·자산운용·캐피털 등이 M&A 타깃이다. 사실 지금까지 신한금융지주는 조흥은행·굿모닝증권·LG카드 등을 인수하며 덩치를 키우고 내실을 다져왔다. 백동호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경영진이 2008년 이후 증권·보험·자산운용업 등을 업계 상위권으로 끌어올릴 욕심인데다 M&A 가능성도 활짝 열어준 점에서 그룹의 미래가 밝다”고 평가했다. 라 회장은 중장기적으로 은행과 비은행 부문의 자산 비중을 55대 45로 가져갈 생각이다. 사실 지금도 신한금융지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는 우리·하나 등 다른 금융지주회사보다 안정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회사의 은행 의존도는 80~90%에 이르지만 신한금융지주는 LG카드 합병을 통해 63%로 낮췄다. 비은행 부문의 이익 기여도 역시 9월 말 현재 31.5%로 금융지주회사 가운데 가장 먼저 30%대에 진입했다. 내년 목표는 45%로 대폭 높여 잡고 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선봉장이 신한카드다. 라 회장은 통합카드사 출범식에서 “은행 부문에 이어 비은행 부문에서도 일등 회사를 보유하게 됐다”며 “국내 최고, 아시아 넘버원에 안주하지 말고 세계의 카드 사업자가 가장 배우고 싶어 하는 세계 일류의 카드 회사를 만들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앞서 탄탄한 금융그룹으로 키운 라 회장이 세계 무대에서도 인정받는 날을 앞당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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