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키워드는 ‘심리’와 ‘실용’
MB노믹스 키워드는 ‘심리’와 ‘실용’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경제관을 담은 ‘MB노믹스’의 실체는 무엇일까. 한마디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이명박 처방전이다. 죽은 사람도 살리는 무슨 특별한 묘약이라도 들어있지 않나 싶지만 그것은 아니다. 경제는 심리다. 경제 하고 싶은 마음, 기업 하고 싶은 의욕, 이것이 바로 경제심리다. 경제 할 마음이 없으면 백약이 무효다. MB노믹스는 사그라져 있는 이 마음의 불씨부터 우선 살려 놓겠다는 것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참모들이 “기업 CEO 출신이 대통령이 됐다는 것만으로도 기업 투자심리가 살아날 것”이라 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들 표현대로라면 ‘이명박 효과’다. 국민의 기대심리도 뜨겁다. 이명박 경제 처방전의 밑바닥에 ‘해보자는 심리’가 깔렸다면, ‘실용’은 핵심 전략이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실용정부’로 불리고 있다. 이 당선자의 오랜 경제책사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는 MB노믹스를 한마디로 “시장중심적 실용경제”라고 단언했다. 좌도 우도 아니다. 그래서 좌에서 우로 간다는 표현도 다 틀렸다는 것이다. 이념 논쟁에 능한 이들은 MB노믹스를 우파적이니, 좌파적이니 재단하지만 이명박의 경제 실세들은 “이념을 들이대는 순간 MB노믹스는 파악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경제 심리 살리는 이명박 처방전 이념 색채를 뛰어넘는 MB노믹스의 실용주의는 서울시장 재직 때도 선을 보인 바 있다. ‘대중교통 개혁’이 그 예다. 흔히 이명박 당선자는 ‘보수주의 시장경제주의자’로 비치지만 버스 노선을 공유하고, 버스 회사의 손실을 시가 보전해 준다는 것은 사실 사회주의적 발상에 가깝다. 이에 대해 백용호 교수는 “이 정책이 이념을 따지지 않고, 실용에 매달리는 이명박 경제관의 전형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오로지 실용적인 경제, 실용적인 정부가 MB노믹스라는 것이다. MB노믹스의 내용도 간단해질 수밖에 없다. 대선 토론장에서 제대로 한 번 꺼내지 못한 각종 경제정책의 분량은 수십 권에 달하지만 투자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이에 따른 투자 환경도 만들어주겠다는 거다. 지난 12월 20일 이명박 당선자는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투자환경의 획기적 변화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다. “국민이 첫 번째로 경제를 살려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경제가 산다는 것은 결국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지요. 기업투자는 희망차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특별히 기업 규제가 많아진 것은 아니지만 반시장적·반기업적 분위기로 기업인이 투자를 꺼려온 게 사실입니다. 투자할 수 있는 경제환경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잘나가는 곳은 건들지 말라” MB노믹스는 관의 규제를 어떻게 볼까. “시장을 중시하겠다”는 이명박 경제관은 규제에 대한 입장이 명쾌하다. “잘나가는 곳은 건드리지 말라. 간섭도 하지 말라. 알아서 잘한다. 대신 정부는 잘 못하는 곳, 어려운 사람들 도와주면 된다.” 이명박 당선자의 경제 참모들이 귀가 닳도록 들은 얘기다. 이는 앞으로 국내기업이든 해외투자 유치든 간에 투자활성화를 가로막는 각종 규제를 획기적으로 풀겠다는 규제완화 선언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정부의 역할을 간섭에서 지원으로 바꾸겠다는 얘기다. 국민을 고객으로 보는 이명박 경제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MB노믹스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당선자 개인적으로는 오랜 기업 CEO 시절부터 축적된 경험과 산지식, 서울시장 시절의 경험, 그리고 실물경제를 뒷받침할 이론을 배우는 과정이 합해져 경제철학이 형성됐다. 여기에 누적 인원 1000명이 넘는다는 경제자문단이 그를 밤낮으로 도왔다.이 당선자의 경제 측근들은 “MB노믹스가 이처럼 오랜 시간을 거쳐 최종 정립된 것은 지난봄(3~4월께)”이라고 얘기했다. 이 당선자의 기업인관도 MB노믹스의 DNA를 이해하는 요체다. 외환위기 무렵 자신이 설립한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으로 있던 이명박 당선자와 당시 원장이던 백용호 교수가 사무실에서 신문을 보고 있었다. 신문을 뒤적이던 백 교수의 시선을 끄는 짤막한 기사 하나. 한 기업이 부도가 났는데 CEO는 집과 부동산 명의를 처자식에게 옮겨 놨다는 가십 기사였다. 백 교수가 이 당선자에게 불쑥 말했다. “그래도 처자식 살리려는 마음이 가상하네요.” 그러자 이 당선자는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이보쇼, 백 교수. 그랬기 때문에 그 회사가 망한 거요. 회사가 망하려고 할 때는 집, 땅 다 팔아서 목숨 걸고 회사를 살려야 그게 기업가인거요.” 기업은 어떤 경우에도 죽이지 말고 목숨 걸고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대건설 시절 이 당선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업주가 문제가 있으면 기업주를 처벌하면 되지 절대 기업을 쓰러지게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게 측근의 회고다. 실전에 도가 튼 이명박 경제는 아무래도 이론에 약할 수밖에 없지 않을까.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실전경험에 단단한 이론으로도 무장되어 있다는 평가다. 이명박 당선자는 7~8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이론경제를 터득했다. 처음에는 10여 명의 교수가 과외교사 역할을 했다. 당시는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이 당선자의 정치 재개도 불투명하던 시기였다. 한 교수는 “당시 이 당선자는 지적 욕구에 굶주린 사람 같았다”며 “책상에 앉으면 교수들이 지쳐 나갈 때까지 대화법으로 묻고 또 물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때 학습한 것이 청계천 복원과 대중교통 공약은 물론 경제 전반적인 이론이었다고 한다. 2002년 서울시장에 오르면서 이 당선자는 2~3년 전에 학습해 놓은 프로젝트를 실천에 옮겼다. 유추해 보면 이번 대선 과정에서 이 당선자가 공약한 한반도 운하, 과학도시, 747 공약 등 대형 프로젝트는 거의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그의 측근 말을 빌리자면 “이미 학습이 끝났고, 확신은 섰다”는 것이다. 대선이 끝나자마자 이명박 당선자가 12월 21일 즉각 발표한 ‘신발전체제’는 MB노믹스의 어젠다라고 할 수 있다. 신발전체제는 MB노믹스를 보다 선명하게 만든 구호로, 지난여름 완성됐다는 후문이다. “경제 선진화와 삶의 질 향상이 함께 가고,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간다”는 신발전체제 역시 느닷없이 튀어나온 것이 아닌 오래 숙성된 작품이다.
“학습은 끝났고 확신은 섰다” MB노믹스, 신발전체제에 대한 기대가 높은 것은 새 정부 출범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경제 실패로 낙인찍힌 참여정부에 대한 반발 효과가 크다. 그렇다면 평소 이명박 당선자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 경제정책을 어떻게 평가했을까? 이명박 당선자는 사석에서 “철학이 달라서 그렇지, 노 대통령이 국민에게 하는 얘기는 설득력이 있다. MB노믹스도 쉽게 표현해 국민에게 전달이 잘 되도록 해 달라”는 부탁을 교수들에게 많이 했다고 한다. 채희율 경기대 교수는 “이 당선자는 노 대통령의 개인적인 열정이나 노력하는 모습을 높이 평가했다”고 전했다. 다만 “참여정부 경제는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는 얘기를 늘 했다고 한다. “못사는 사람 잘살게 하고, 중소기업 도와주는 것은 기본이지만 대기업과 잘사는 사람들 발목을 잡아서 못사는 사람에게 나눠주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경제관이 뚜렷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는 MB노믹스를 바탕으로 수많은 약속을 했다. “경제성장 7% 가능하다” “정부 예산 20조원 줄일 수 있다” “과학도시 만들겠다” “대운하를 건설하겠다” “기업 규제 풀겠다” “노동운동의 방향을 바꿔야 한다” “작은 정부 만들겠다” “기업 투자 환경 만들겠다” “외국인 투자 늘리겠다” “금산 분리 완화하겠다” “돈 없는 사람들이 집 한 채씩 갖게 하겠다” “700만 금융 소외자 신용 회복시키겠다” 등등…. 이제 새해. 닻은 올라갔다. 경제대통령 이명박호(號)의 성공적인 항해는 가능할까? MB노믹스는 향후 5년 동안 연평균 7% 경제성장률 시대를 열 수 있을까? 공약 달성을 위한 주변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4월 총선이라는 정치 일정은 그렇다 치고, 대내외 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난 5년간 ‘죽어라 욕을 먹던’ 참여정부도 유가와 환율이 부담을 줬지만, 세계경제 호황 속에 비교적 선방(연평균 경제성장률 4.3%)했다. 하지만 세계경제의 축제는 2007년으로 막을 내릴 듯하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는 2008년이 절정이란 게 중론이다. 유가는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지만, 미국 경제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발 인플레이션도 위협이다. 경제 사정도 녹록지 않다. 최근 16개월 동안 한국경제는 경기가 확장되는 국면이었다. 경기 순환 사이클이 짧아질 대로 짧아진 최근 10년 사이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다시 말해 이명박 정부는 경기가 내려가는 시점에 출범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그렇다고 이명박 정부가 초기에 재정을 확 늘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인위적 부양책을 썼다가 MB노믹스가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겨우 재정으로 막으려고 한 거냐”는 비판도 나올 법하다. 나성린 교수(한양대)는 “한국경제의 커진 덩치로 보나 세계경제 상황을 볼 때 공약으로 내건 매년 7% 성장은 사실 달성하기 힘든 목표치”라고 내다봤다. 반짝해서 수치를 올릴 수는 있겠지만 자칫하면 무리수를 둘 수도 있다는 얘기다. 7% 성장은 상징적인 수치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서인가. MB노믹스 맨들이 누차 강조하는 것이 ‘기업의 투자’다. 이명박 당선자에게 기업투자와 경제성장은 같은 말이다. “이명박 당선자의 첫 행보는 기업을 찾는 것”이라는 관측은 그래서 나온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내년 기업 설비투자 증가율을 7%로 예상했다. MB 브레인들은 한결같이 “이명박 효과로 기업들이 설비를 10% 이상만 늘려준다면, 상쾌한 출발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들도 새해 투자를 늘릴 조짐이 엿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실행에 옮길 MB노믹스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개혁카드로 사용해 왔던 대기업 때리기보다는 기업친화를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의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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