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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자동차 사업을 부활시킨다

전기자동차 사업을 부활시킨다

2006년작 다큐멘터리 ‘누가 전기자동차를 죽였나?”에서 제너럴모터스(GM)가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을 때였다. 밥 루츠(75) GM 부회장의 e-메일 수신란은 그를 비난하는 편지들로 가득 찼다. 한 편지에는 “지옥에서 썩어 문드러져라!”고 쓰여 있었다. 루츠는 휘발유를 잡아먹는 스포츠카 애호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 페인은 속편 ‘누가 전기자동차를 구했나?’에 루츠가 출연하기를 바란다. “이제는 GM 측이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했고, 나는 GM의 장래에 낙관적이다. 그래서 다음 영화에 루츠를 등장시키고 싶다”고 페인은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게 급반전한 이유는 뭘까? 루츠는 스포츠카 닷지 바이퍼와 1000마력짜리 캐딜락 식스틴을 출시한 장본인이었다. 그러나 예상 밖으로 그는 최근 연비 (ℓ당)64㎞의 전기차 셰비 볼트 개발에 몰두해 왔다. GM이 2010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자동차다. GM의 자동차 개발 총책임자인 루츠는 도요타의 인기 있는 하이브리드 자동차 프리우스를 홍보용 제품이라고 일축했던 과거의 실수를 인정한다. 물론 그는 아직도 빠른 자동차를 좋아한다(빠른 제트기도 좋아한다. 해병대 조종사 출신인 그는 주말마다 제트기를 조종한다). 그러나 직장생활의 황혼기에 들어선 지금 그는 친환경주의자로 변신 중이다. 집무실에 전시된 거대한 V16 엔진 옆에 앉아 이렇게 말했다. “나는 미국이 석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굳게 믿는다. 전기자동차 개발은 불가피하다.” 회의론자들은 처음엔 셰비 볼트 개발을 루츠의 홍보용 전술로 폄하했다. 그러나 GM이 리튬-이온 전지 개발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붓자 그들도 생각을 바꿨다. 랩톱 컴퓨터에도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를 장착하는 셰비 볼트는 순전히 전기의 힘만으로 재충전하기 전까지 64㎞를 달린다. 배터리를 재충전하는 데는 초소형 휘발유 엔진의 도움이 필요하다(벽면의 소켓에 플러그를 꽂는 방법으로도 약 6시간이면 재충전된다). 그러나 루츠의 계획에 가장 격렬히 반대한 사람들은 바로 회사 내부 인사들이었다. GM은 90년대에 개발한 전기자동차 EV1이 실패(페인이 감독한 영화의 주제였다)한 뒤로 전기차 개발에는 겁을 먹었었다. 2003년 루츠가 전기차 개발을 처음 제안했을 때, 그 구상은 GM 내부에서 “폭격을 받았고, 나는 뭇매를 맞았다”고 그는 회상했다. 미래형 연료전지 자동차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뒤였던 만큼 GM의 기술자들은 전기차 개발 쪽으로 방향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들은 리튬-이온 전지로 자동차를 움직이지는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006년 전환점이 왔다.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 텔사 모터스가 랩톱에 쓰이는 전지와 동일한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삼는 전기 스포츠카를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루츠는 “그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실리콘 밸리의 작은 벤처기업도 그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섰다. 이제는 GM 내부에서 누구도 내게 불가능하다고 말하지 못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그래서 2006년 루츠는 기술자와 디자이너들로 구성된 비밀 팀을 구성하고 셰비 볼트 컨셉트카를 신속히 개발했다. 이 차는 2007년 디트로이트 오토쇼에서 각광을 받았다. 그러자 루츠는 셰비 볼트 생산을 승인하라고 이사회를 설득했다. 그는 도요타가 선점한 친환경 자동차 고지를 빼앗아 와야 한다고 역설했다. GM과 도요타는 세계 1위의 자동차 제조업체 지위를 놓고 전쟁 중이다. 루츠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도요타가 프리우스의 성공으로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에게는 큰 타격이었다. 도요타의 시장 점유율이 갑자기 높아진 한 가지 이유였다.” 요즘 루츠는 셰비 볼트를 1년에 수십만 대씩 판매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가격은 3만 달러 아래로 책정될 듯하다. 디트로이트에서 잔뼈가 굵은 루츠는 장차 셰비 볼트가 생애 최고이자 최후의 업적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는 마치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달 착륙선 아폴로 계획과 비슷하다. 셰비 볼트가 출시될 때까지 계속 관여하고 싶다. 그리고 80세쯤 은퇴하겠다.” 그때쯤 전기자동차를 타고 석양을 향해 달려가고 싶다는 얘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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