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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국민 관심이 혈세 낭비 막는다

[Special Report] 국민 관심이 혈세 낭비 막는다

▶비가 오는데 작동하고 있는 분수대.

국가 예산은 1년간 나라 살림을 꾸려갈 ‘돈’을 어떻게 마련하고, 쓸지 정리하는 계획서다. 예산은 크게 세 가지로 구분된다. 일반회계·특별회계·기금이 그것이다. 일반회계는 사회간접자본(SOC)이나, 학교를 세우는 등에 쓰이는 돈이다. 주요 재원은 국민이 내는 세금이다. 특별회계는 말 그대로 낙후지역 개발, 지역기반시설 확충 등 특별한 목적에 제한적으로 쓰기 위한 예산이다. 국민주택기금처럼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자금을 보유하고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는 것은 기금이다. 우리나라는 일반적으로 1개 일반회계, 16개 특별회계, 60개 기금이 있다. 그러니까 나라 살림 통장은 77개로 구성돼 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예산편성은 행정부가 맡는다. 기획예산처가 주관 부처다. 심의·확정하는 곳은 국회다. 기획예산처가 짠 나라 살림살이 규모를 국회에서 제대로 했는지 들여다보는 것이다. 국회를 통과한 예산은 정부가 부처별로 집행하고, 국회가 결산하는 시스템이다. 일정은 보통 9월에 정부가 정당 설명회를 갖고, 10월에 국회에 제출해 12월 2일까지 국회를 통과하도록 돼 있다. 매년 정치적인 문제로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데, 이는 사실 헌법 위반이다. 정치인들이 이를 곧잘 잊어버린다는 게 문제다. 나라 살림을 다루는 재정은 국가경영의 핵심적 요소다. 단순히 수입, 지출의 문제가 아니다.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는가는 국가발전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이 때문에 ‘재정혁신’은 역대 정부를 관통해 온 주요 과제였다. 새 정부 역시 재정혁신은 중요 과제다. 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도 ‘재정 세출구조를 혁신하는 내용의 국가 채무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핵심과제로 정해 놓은 상태다. 그렇다고 ‘그동안 아무것도 해놓은 것이 없느냐’면, 그렇지는 않다. 재정혁신에 대한 필요성은 줄기차게 요구돼 왔다. 고령화 등의 이유로 세입은 줄고, 세출은 늘어나는 등 우리나라 재정 여건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새 정부의 방향도 감세다. 따라서 관건은 재정 효율성과 투명성이다. 정부는 그동안 4대 재정혁신 과제를 추진해 왔다. 2003년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먼저 손을 댄 것은 ‘중장기 재정운용계획’이다. 1년 단위로 재정운용계획을 세우던 것을 5년 단위로 바꾼 것이다. 연금, 교육, 고령화·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중장기적인 재원 배분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미리 예측해 준비하면서 변수가 등장하면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예산 총액 배분 자율편성 제도’, 이른바 ‘톱다운(Top-down) 예산편성’도 중요한 변화였다. 이 제도는 정책의 우선순위에 따라 분야별, 부처별 지출한도를 미리 정하고, 각 부처는 이를 토대로 예산을 자율편성한 다음 기획예산처와 협의해 정부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국가재정운용이라는 큰 틀에서 예산이 배분되다 보니, 고질적인 관행이었던 ‘과다 요구-대폭 삭감’이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부처별로 예산을 짜는 자율성은 강화한 대신, 성과관리제도를 통해 관리와 평가 기능을 높인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쉽게 말해 ‘제대로 썼는지’를 묻는 것이다. 이를 통해 효과가 낮은 사업에 예산이 투입되는 것을 사전에 막고, 사후 평가를 통해 부처의 책임을 묻는 제도가 갖춰졌다. 이와 함께 기획예산처는 통합재정정보시스템인 ‘디지털 예산·회계시스템’을 구축했다. 2004년부터 추진하기 시작해 지난해 본격 가동하기 시작한 이 시스템은 ‘재정정보의 정확성과 투명성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예산성과금 최고 3900만원
하지만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은 “제도와 시스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사람의 몫”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은 꼼꼼하고 합리적으로 재원을 배분하고, 정치권은 민원·선심 예산 행태를 버리고, 나라 살림의 진짜 주인인 국민은 관심을 갖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2005년 5월부터 예산낭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50개 중앙부처와 246개 지방자치단체, 13개 공기업 등 309곳에서 운영 중이다. 국민 누구나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고 생각되는 사례나, 예산 절감과 관련된 아이디어가 있으면 참여할 수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았는데도, 지난 3년간 4000여 건의 신고가 접수됐다. 참여방법은 간단하다. 온라인(www.mpb.go.kr), 전화(1577-1242), 방문이나 우편(서울시 서초구 반포동 520-3번지 기획예산처 예산낭비신고센터)을 통해 언제든 신고가 가능하다. 신고한 내용 중 타당한 지적에 대해서는 정부가 사례금도 지급한다. 예산절감 효과가 큰 사례에 대해서는 최고 3900만원까지 예산 성과금이 지급된다.


예산낭비 신고 사례


“비 오는 날에도 분수가 종일 나와요”
“통행량이 적은 초지대교와 온수리 간 도로를 이유 없이 확장한다는데, 정부에서 타당성을 재조사해 주세요.” “전철역 앞 왕복 4차로 도로에 육교가 있는데, 가까운 거리에 횡단보도가 있어 하루 이용객이 50명도 안 돼요. 이거 예산낭비 아닌가요?” “비 오는 날 공원에 있는 분수가 하루 종일 작동됩니다. 조치를 취해 주세요.” “구청이 운영하는 평생학습관 증축공사를 두 달 앞두고, 화장실을 수리하더니 증축공사에 들어가면서 그 화장실을 전부 철거했어요.” 시민들이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며 자발적으로 신고한 사례들이다. 이렇게 신고된 건수가 지난 3년간 4000건을 넘었다. 물론 ‘타당하지 않는 지적’도 많다. 기획예산처에 따르면 ‘예산 낭비라고 볼 수 있는 타당한 지적’은 대략 6% 정도다. 하지만 ‘여주~양평 도로확장공사’처럼 시민이 신고해 사업비를 1000억원이나 줄인 사례에서 보듯, 예산낭비신고센터를 통해 절감한 혈세가 2005년 이후 2000억원에 달한다. 이코노미스트가 기획예산처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신고율이 가장 높은 분야는 ‘건축·토목’ 관련 사업이었다. 전국 각지에서 연말행사처럼 벌어지는 보도블록 공사, 도로 개·보수 등 ‘쓸데없이 예산을 낭비한다’고 신고된 건수가 2005~2006년에만 728건이다. 이 중 108건이 시정조치됐다. 1500만원이나 되는 디지털카메라를 행사용으로 구입한 모 시청, 한 해 3명에 불과한 외빈용으로 5300만원이나 되는 차량을 구입한 모 구청처럼 ‘행정물품·청사 운용’과 관련된 신고도 180건이나 됐다. 인건비를 유용하거나, 국고 보조금 편법 지급과 관련한 신고도 많았다. 기획예산처 관계자는 “예산 집행과정을 잘 알고 있는 수혜자나 내부고발자의 신고가 많았던 분야”라고 설명했다. 한 건의 신고가 큰 파급효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한 시민이 “고속도로 모 휴게소의 신축공사가 너무 과하다”며 신고하자, 도로공사 측은 재검토를 통해 28개 휴게소의 신축 규모를 축소했다. 이렇게 해서 350여억원의 예산이 절감되는 효과를 봤다. 그렇다고 ‘거창한 신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운전자도 없는 물청소차에서 물이 새고 있어요”, “일도 없는 주말에 출근해 초과근무수당을 지급받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공용 주차장에 무인주차기 계산기가 설치돼 있는데 작동이 안 돼요” 같은 사례는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발견한 ‘소소하지만 소중한 신고 사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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