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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ORTS] 바람에 몸 싣고 물 위를 난다

[SPORTS] 바람에 몸 싣고 물 위를 난다

▶바람 좋은 날 한강 뚝섬 유원지에서는 카이트 보더를 볼 수 있다.

카이트 보딩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 늘고 있다. 물살을 가르며 질주하다가 새처럼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이 스포츠의 쾌감을 어디에 비할까.
지난해 12월 중순 차를 타고 송년 모임에 가던 김수현(26)씨는 서울 영동대교 위에서 아찔한 장면을 목격했다. 갑자기 강 위에서 어떤 남자가 10m 넘게 뛰어 올랐다 떨어진 것이다. 깜짝 놀란 그는 다리 한 켠에 차를 세웠다. 경찰을 부르려고 휴대전화 다이얼을 누르려는 순간 물에 빠진 줄 알았던 사람이 다시 나타나 유유히 강을 건너갔다. 자세히 보니 문제의 남자는 패러글라이딩 기구 같은 연에 매달려 물 위에서 점프를 거듭하고 있었다. 사고처럼 보였던 이 장면은 새로운 수상 익스트림 (extreme·극한) 스포츠인 ‘카이트 보딩’이었다. 카이트 서핑(Kite Surfing)이라고도 불리는 카이트 보딩은 1990년대 유럽과 미국 하와이 등지에서 윈드서핑 마니아들이 파도가 잠잠한 날에도 보딩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패러글라이딩 기구와 비슷한 대형 카이트(연)를 공중에 띄우고, 이것을 서핑 보드와 연결해 바람의 힘으로 물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어느 정도 숙달되면 6m가 넘는 점프를 비롯, 고난이도 기교를 부리면서 즐길 수 있다. 국내엔 2000년 무렵 들어왔다. 카이트 보딩을 즐기려면 돈이 꽤 든다. 서핑용 하네스(기구와 몸을 연결하는 장비)와 서핑 보드, 조종용 컨트롤 바, 30m 길이의 연결 줄, 폭 5m짜리 대형 카이트 등 기본 장비를 사는 데만 적어도 300만원이 든다.

▶카이트 보딩용 서핑 보드

국내 유일의 카이트 보딩 교육기관인 하이윈드(HiWind)의 장정용 대표는 “장비가 모두 수입품이라 부담이 큰 편”이라고 말했다. 하이윈드 동호회에서 ‘헐크님’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강문찬 사장은 “카이트 보딩을 제대로 즐기려면 바람의 세기에 따라 연을 크기별로 구입하는 게 좋고 연결 줄도 자주 바꿔야 하기 때문에 장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개인적으로 연간 500만원 정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뿐만 아니라 초급 딱지를 떼기까지 시간도 제법 투자해야 한다. 카이트 보딩은 서핑과 패러글라이딩의 원리를 모두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대개 4일 정도 기본 교육을 받는다. 이론과 지상 훈련, 보딩용 카이트 수상 조정 훈련 등이 포함돼 있다. 보드에 익숙한 사람은 일주일이면 기본 기술을 익힐 수 있다. 3개월 정도 교육을 받으면 점프나 공중 돌기 등 고난이도 기술까지 연출할 수 있다. 강습 비용은 첫 해에 150만원 정도.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데 별도의 자격증은 필요없다. 다만 물에서 즐기는 수상 레포츠인 만큼 안전을 생각한다면 전문가에게 배우는 게 좋다. 돈과 시간이 제법 들기 때문인지 카이트 보딩 인구는 전국적으로 100명 안팎에 불과하다. 하지만 물 위를 달리는 재미와 공중 점프 등의 스릴을 만끽할 수 있어 카이트 보딩 애호가들이 점차 늘고 있다. 하이윈드 외엔 커뮤니티 타쿤(TAKOON)이 있고 부산과 같은 지방에선 2~3개 정도의 클럽이 모임을 갖고 있다.


해외에서 즐기는 카이트 보딩 베네수엘라의 코체, 네덜란드의 노르드베이크, 스페인의 푼타 팔로마 해변 그리고 베트남의 무이네. 모두 일 년 내내 바람이 많이 불어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카이트 보딩 관광객으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들이다. 프리웨이여행사의 이재열 이사는 “카이트 보딩을 포함한 패키지 관광을 문의하는 사람이 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 지역들은 직항 노선이 없어 다소 불편하지만 카이트 보딩뿐 아니라 사륜 스쿠터, 요트, 크루즈 등 다양한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카이트 보딩의 즐거움을 만끽할 만한 다른 장소로는 카이트 보딩이 탄생한 미국 하와이, 영국 웨일스의 뉴포츠 등이 있다.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유명 인사로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을 꼽을 수 있다. 익스트림 스포츠 마니아인 그는 지난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진행되던 기간 뚝섬에서 카이트 보딩을 하는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가 활동하고 있는 하이윈드 카이트 보딩 클럽 관계자는 “김 본부장은 자주 나오지는 못하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나 점프도 하는 등 상급 수준”이라고 말했다. 카이트 보딩은 물과 바람이 있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다. 한강의 뚝섬 유원지를 비롯해 서해안의 화성 어섬이나 안산 오이도, 대천 해수욕장, 충남 태안군 신두리 해수욕장, 울산 진아리조트, 제주 성산 일대 등이 인기 지역이다. 상급자들은 동해안의 해수욕장도 즐겨 찾는다.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에도 카이트 보딩을 즐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2월 14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날 오후 2시, 체감 기온은 여전히 영하를 맴돌고 있었지만 한강 뚝섬 유원지의 윈드 서핑장에는 하이윈드 동호회 회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동호회 회원들은 평일에도 시간을 낼 수 있는 의사, 세무사, 자영업자 등이 대부분이다. 성남병원 안센터 원장을 지냈고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유중하 박사는 목요일 오후에는 진료를 하지 않는다. 오전 진료를 끝내고 간단히 점심을 먹고 나서 곧장 뚝섬으로 달려간다. 그는 “카이트 보딩을 시작한 지 6개월 만에 뱃살이 쏙 빠졌다”며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술을 자주 마시는 CEO들이 배울 만하다”고 추천했다. 국내 골퍼들이 겨울에 동남아로 골프 여행을 가는 것처럼 하이윈드 클럽의 회원들은 해외로 카이트 보딩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지난 설 연휴에는 베트남의 휴양지 무이네로 떠났다. 이 중에는 송영섭 한경세무회계 대표이사와 이영철 수원동아운수 사장이 3월 중순까지 무이네에서 카이트 보딩을 즐기고 귀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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