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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산업 기상도 '흐림'...국내 '해결 과제' 진단해 보니

[2025 경제大전망]⑤
탄소 제로·보호 무역 앞에 놓인 韓 산업
내년 자동차·배터리 산업 타격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사진 UPI/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박세진 기자] 전문가가 진단한 2025년 산업 전망은 어둡다. 풀어야 할 과제도 산더미다. ‘탄소 제로’ 정책 영향부터 트럼프의 ‘보호 무역’까지. 국내 산업은 변화의 ‘롤러코스터’에 탑승한 채 서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각계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다가올 2025년 경제를 전망하고, 국내 산업계가 당장 마주한 숙제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먼저 재생에너지 확대와 이에 따른 글로벌 산업의 재편이다. 재생에너지는 지난해 전 세계 전력의 30%가량을 공급했다.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은 560기가와트(GW) 이상이다. 그 중심에는 태양광이 있다. 태양광은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용량 중 75% 이상을 차지했다.

태양광에 진심인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11년 이후 유럽의 10배 이상을 태양광 산업에 투자해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중국의 독과점 우려로 미국은 태양광·풍력·배터리 등 관련 산업의 자국 내 유치를 위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EU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했다.

‘RE100 이니셔티브’도 수출 주도 제조업 강국인 우리의 현재 경제를 위협한다. 태양광·풍력 기술의 전·후방 산업뿐 아니라 반도체·가전·이차전지 생산에도 재생전력 사용을 요구함으로써 태양광·풍력 발전 없는 전략산업화는 어떤 분야라도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곽지혜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태양광연구단장은 “내수시장이 기술 자체의 검증뿐 아니라 타 산업의 전력공급을 위해서도 중요하다”고 평가하며 “430여 개 기업이 가입한 RE100 이니셔티브는 연간 전력소비량 100GW 이상의 대기업이 대상이지만 협력업체에도 동참을 요구하기 때문에 압박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수출이다. 한국의 수출 순위는 지난해 8위에서 올해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제치고 6위로 상승했다. 특히 대미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과 중국이 수출 대상국 1위 자리를 두고 경합을 벌였다.

문제는 내년이다. 내년에는 대외 무역 환경이 악화하면서 수출 둔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수출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와 더불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재선되면서 각국의 보호무역과 자국 우선주의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협상 과정에서 ‘앵커링’ 전략을 구사해, 협상 초기에 높은 요구안을 제시하고 점진적으로 양보하면서 목표를 관철하는 방식을 선호한다. 따라서 모든 국가에 10~20%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초고율 관세를 적용하려는 계획이 어느 정도 실현될지 주목된다. 이러한 무역 장벽이 현실화하면 한국 수출의 향방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관세가 없던 한국 제품에 10%의 관세가 적용되면, 자동차와 전자제품을 중심으로 수출에 악영향이 나타날 전망”이라며 “특히 대미 흑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 산업이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속도 내던 전기차에도 제동이 걸렸다. 트럼프의 재선 영향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 중 줄곧 전기차 판매 보조금을 규정한 IRA의 폐지를 주장해 왔다. IRA의 폐지가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축소되거나 폐지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전기차 판매 증가세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이 줄거나 없어진다면 전기차 판매는 감소할 수 있다.

보조금 없이 치러질 가격 경쟁도 문제다. 현재 중국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고, 보조금이 폐지된 상황에서도 전기차 판매가 여전히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중국 전기차의 평균 가격이 이미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싸졌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재 후발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예상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태국만 하더라도 2023년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9%를 넘어섰다. 이들 후발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성장하는 것은 중국의 값싼 전기차가 빠르게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철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의 등장에 따른 미국 전기차 시장의 위축 전망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내년부터 향후 몇 년간은 전기차 시장의 침체 및 성장 둔화가 본격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도 혈투는 이어진다. 글로벌 시장 점유율에서 알 수 있듯 한국 배터리의 가장 큰 경쟁 상대는 중국이다. CATL과 BYD로 대표되는 중국 기업은 가격경쟁력과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약진하고 있다. 

특히 2024년 기준 중국산 배터리의 수출 단가는 한국산 대비 약 73% 수준으로 판매되고 있어 한국 배터리 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들이 배터리를 싸게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비결은 자체 공급망·인건비·전기세·정부 지원을 들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기술 경쟁력 제고를 위해 엄청난 액수의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일례로 CATL의 경우 2023년 기준 연구개발비가 3조4931억 원에 달해 한국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비의 합계인 2조4744억 원보다 높았다. 

중국 기업들은 이를 통해 전기차와 ESS뿐만 아니라 eVTOL, 전기선박, 경전철 등 배터리의 사용처도 확장해 가고 있다. 고전압 미드니켈, 코발트프리, 나트륨 이온 배터리 등 차세대 분야에서도 다양한 제품을 개발 및 상용화하고 있어 한중 간 경합은 더욱 다양한 방면에서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배터리는 한국에 매우 중요한 산업이자 미래 핵심 먹거리이므로 국가의 경제 안보적 차원에서 우리 정부와 기업 공동의 전략적 논의와 대응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한다”며 “우리 기업들은 미국에서의 4년을 잘 버티는 것과 함께 새롭게 열리는 신흥국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로 시장 다변화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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