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대통령’ 트럼프 달리는데…갈 길 먼 韓 가상자산 시장
[‘비트코인 대통령’이 온다] ③
트럼프 2기 행정부, ‘전략자산’ 등 국가 주도 가상자산 육성책 불붙어
법인 계좌 제한 등 국내 규제 산적…업계, 2단계법 추진 필요성 강조
[이코노미스트 윤형준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가상자산(암호화폐) 산업은 규제 완화와 적극적인 성장이 기대된다. 그러나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국은 여전히 엄격한 규제에 묶여 있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질적인 산업 육성책이 담긴 가상자산법 2단계법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을 글로벌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축 자산’(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으로 매입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히며, 그동안 규제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다뤄온 미국 행정부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취했다.
여기에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최윤영·김민승 코빗 공동 리서치센터장은 “특히 상원은 주요 규제 기관장 인준과 법안 통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화당 의원들은 가상자산 혁신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전에 표결되지 않은 법안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으며, 이런 법안들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규제 명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개미’만 있는 韓코인 시장…“기관 투자 필요해”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인 정책 변화에 시동을 건 것과 반대로 한국은 여전히 규제 일변도로 인해 가상자산 산업 성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월 13일 열린 ‘디지털자산 콘퍼런스(D-CON) 2024’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가상자산을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가 2017년에 설정한 규제들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 투자가 제한돼 있어 리테일(소매)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점이 큰 문제라 진단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려면 은행에 연결된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인에는 계좌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구두 행정지도로 계좌 발급을 막고 있어 법적 근거가 부실한 ‘그림자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허용과 같은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리테일 투자 중심의 한국 시장 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만약 현 상태로 리테일 중심의 시장을 유지한다면, 한국 시장이 글로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블록체인 생태계가 자본시장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제한적 규제를 고수하고 있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키울 2단계법 요구하는 가상자산 업계
이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산업 진흥책을 담아낸 가상자산법 2단계법이 시일 내로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법)이 시행됐지만 제한과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1단계법의 취지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와 파생상품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업권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2단계법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국내 거래소들이 더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변호사는“1단계법이 사업자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해주지 않고, 무조건적인 처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정의와 사업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디파이, 가상자산공개(ICO) 등에 대한 규정을 포함한 2단계 법안이 빨리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물론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가상자산 기술이 산업 전반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에서도 ▲NFT 발행 ▲메인넷 구축 ▲지갑(월렛) 등 다양한 사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법인 시장 참여를 위해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문제를 시작으로, 향후 ▲2단계 가상자산법 추진 방향 ▲가상자산 거래지원 개선 문제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범정부 협업 과제도 폭넓게 논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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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서 “미국을 글로벌 가상자산의 수도로 만들겠다”며 가상자산 산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의사를 표명했다. 또한 비트코인을 ‘국가 전략 비축 자산’(Strategic National Bitcoin Stockpile)으로 매입하겠다는 등의 계획을 밝히며, 그동안 규제 중심으로 가상자산을 다뤄온 미국 행정부의 태도를 전향적으로 바꾸겠다는 태도를 명확히 취했다.
여기에 대통령뿐만 아니라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상황에서 가상자산 산업에 긍정적인 변화가 기대된다. 최윤영·김민승 코빗 공동 리서치센터장은 “특히 상원은 주요 규제 기관장 인준과 법안 통과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공화당 의원들은 가상자산 혁신을 지지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전에 표결되지 않은 법안들이 다시 주목받을 수 있으며, 이런 법안들이 상·하원을 통과하면 가상자산 산업의 발전과 규제 명확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개미’만 있는 韓코인 시장…“기관 투자 필요해”
하지만 미국이 적극적인 정책 변화에 시동을 건 것과 반대로 한국은 여전히 규제 일변도로 인해 가상자산 산업 성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1월 13일 열린 ‘디지털자산 콘퍼런스(D-CON) 2024’에서 민세진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가상자산을 육성해야 한다”며 “정부가 2017년에 설정한 규제들이 여전히 발목을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은 기관 투자가 제한돼 있어 리테일(소매) 중심으로 편중돼 있는 점이 큰 문제라 진단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를 하려면 은행에 연결된 실명계좌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법인에는 계좌가 허용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사실상 구두 행정지도로 계좌 발급을 막고 있어 법적 근거가 부실한 ‘그림자 규제’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상임부회장은 “현재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가 한국 시장에 접근하기 어렵다”며 “국내 가상자산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투자 허용과 같은 제도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리테일 투자 중심의 한국 시장 구조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도 “만약 현 상태로 리테일 중심의 시장을 유지한다면, 한국 시장이 글로벌 현금자동입출금기(ATM)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블록체인 생태계가 자본시장의 주요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제한적 규제를 고수하고 있어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 키울 2단계법 요구하는 가상자산 업계
이에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산업 진흥책을 담아낸 가상자산법 2단계법이 시일 내로 시행돼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1단계법)이 시행됐지만 제한과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1단계법의 취지는 당연히 공감하지만,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와 파생상품 등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활성화할 수 있는 업권법이 마련돼야 한다”며 “2단계법에서는 이러한 내용을 포함해 국내 거래소들이 더 다양한 금융 상품을 다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정호석 법무법인 세움 대표변호사는“1단계법이 사업자들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규정해주지 않고, 무조건적인 처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의 정의와 사업자의 역할을 명확히 하고, 대체불가능토큰(NFT), 디파이, 가상자산공개(ICO) 등에 대한 규정을 포함한 2단계 법안이 빨리 제정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물론 정부가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1월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가상자산위원회를 개최했다. 위원회는 “가상자산 기술이 산업 전반에서 활용도가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의 가상자산 시장 참여를 위한 실명계좌 발급 문제는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에서도 ▲NFT 발행 ▲메인넷 구축 ▲지갑(월렛) 등 다양한 사업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법인 시장 참여를 위해 실명계좌 발급 기준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법인에 대한 실명계좌 발급 문제를 시작으로, 향후 ▲2단계 가상자산법 추진 방향 ▲가상자산 거래지원 개선 문제 ▲스테이블코인 규율 등 범정부 협업 과제도 폭넓게 논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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