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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의 감성경영] ‘오히려’를 생각하라

[이동규의 감성경영] ‘오히려’를 생각하라

실용주의를 표방한 새로운 정권의 출범을 앞두고 창조성이니 전략적 사고니 하는 화두가 뜨고 있다. 이명박 당선자도 부쩍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 행정, 경제, 문화 등 사회 각 계층에서 높은 수준의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고 있다. 일찍이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大前 硏一)는 ‘전략적 사고=통찰력(insight)+분석력’이라고 갈파했다. 쉬운 말로 하면 나무도 보고 숲도 봐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리학의 프랙탈 이론(fractal theory) 또한 전체 속에 부분이 있고 부분 속에 전체가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그러나 머릿속에 든 게 없으면 발상이 나올 수 없으며, 든 게 있다 해도 깨달음이 없으면 그 발상이 전환되지 않는다. 자신의 경험이나 주관에만 입각한 사고방식으로는 결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미국의 저술가 루돌프 플레시(Rudolf Flesch)는 “늘 해오던 방식을 고수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깨달음, 그것이 바로 창의력”이라고 말했다.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사고력은 사물의 원리를 이해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학교 생활에서 좋은 성적을 받는 모범생이 아이디어가 많은 것은 아니며, 평소 엉뚱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오히려 발상의 전환의 단초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은 법이다. 인식과 현실의 차이를 모르면 의사결정에서 큰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세상 일이란 논리적으로 되는 것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과거 경영학 분야에서도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자 게임 이론을 비롯한 많은 시도가 이뤄져 왔다. 노동시장에서 자주 쓰이는 것 중 하나가 ‘해고의 역설’이다. 유럽에서 노동조합들이 노동자 보호를 위해 해고를 어렵게 한 결과 실업률은 더욱 높아지게 된 것을 두고 생겨난 말이다. 지금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파행 결과는 바로 이런 문제의 전형이다. 옛날 말씀에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른다는 것은 바로 이를 두고 이른 게 아니었을까. 뉴욕 경찰국은 지독한 주차난으로 인한 시민들의 쏟아지는 주차장 확대 민원에 오히려 기존 주차장 축소로 대처했다. 주차장의 확대로 주차난이 줄어든다는 것이 논리라면, 주차장의 확대로 그동안 자가운전을 포기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까지 차를 몰고 나오기 때문에 교통혼잡이 오히려 가중된다는 게 현실이다. 독일 환경청도 쓰레기 매립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줄이고자 소각로로 처리할 수 있는 쓰레기의 기준을 강화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소각 대상용 쓰레기를 구하지 못해 의무처리비율을 맞추지 못한 지방자치단체들은 소각용 쓰레기를 일부러 생산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처럼 전략적 사고의 부족은 수많은 역설을 낳는다. 최근 저명한 과학잡지 <사이언스> 는 바이오 연료의 원료 작물인 옥수수나 사탕수수 등을 재배하기 위해 농민들이 열대우림이나 초원을 개간하면서 온실가스의 배출량이 오히려 더 늘어난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적으로 청정 연료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 연료가 석유나 석탄 등 화석 연료보다 사실은 지구 온난화를 더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쉽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상식이나 고정관념 등에는 수많은 함정이 있다. 여기에 결부돼 인간 개개인의 호감, 감각 등이 어우러져서 빚어지는 결정의 오류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전략적 사고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이는 지속적인 사고의 훈련이 필요하다. 소위 근본을 이해하는 원리 사고, 사물 간의 관계를 이해하는 맥락적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부드러운 사고가 중요하다. 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의사결정을 할 때 반드시 떠올릴 단어로 ‘오히려’라는 석자를 생각해 보는 습관을 들여 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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