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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PANY] “24시간 슬로 푸드 즐기세요”

[COMPANY] “24시간 슬로 푸드 즐기세요”

▶1952년 호주 생, 78년 맥도날드 입사 88년 호주 맥도날드 재무이사 및 부회장, 2000년 미국 맥도날드 사회공헌프로그램 최고경영자, 현 한국맥도날드 대표이사

아침 메뉴 개발, 24시간 영업 등 맥도날드의 톡톡 튀는 경영 전략이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발 빠르게 변신한 덕분이다.
직장인 김화영(29·서울 종로)씨는 집에서 회사일로 새벽까지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때 메신저로 말을 거는 이가 있었다. 취업 후 바빠지면서 일 년 가까이 얼굴을 못 봤던 동네 친구였다. 김씨는 잠깐 얼굴이라도 보자고 했다. 하지만 새벽 3시에 마땅히 갈 곳이 없었다. 밖에서 한참을 추위에 떨다 좋은 장소를 찾아냈다. 매장 안 곳곳에는 목재 테이블과 푹신한 소파가 있었다. 커피 가격은 웬만한 커피숍보다 절반가량 저렴했다. 무엇보다 24시간 영업하니 마음껏 얘기 보따리를 풀 수 있었다. 두 사람이 만난 곳은 바로 맥도날드였다. 최근 전국 맥도날드 매장은 빠르고 간편하게 먹는 햄버거 가게에서 푹신한 소파에 앉아 천천히 커피와 음식를 즐기는 카페형 매장으로 바뀌었다. 문도 더욱 활짝 열었다. 전국 270개 매장 중 130곳이 365일, 24시간 영업을 한다. 이런 변화 속에서 올해 한국맥도날드가 20돌을 맞았다. 2월 14일 종로 한국맥도날드 본사에서 레이 프롤리(Ray Frawley·55) 사장을 만났다. 호주 시드니가 고향인 프롤리 사장은 금발머리가 잘 어울리는 쾌활한 신사다. 명함엔 숫자 20이 크게 적혀 있다. “한국맥도날드가 올해로 20세가 됐습니다. ‘88서울올림픽’때 처음 문을 열었죠. 어려움도 많았지만 보기 좋게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올해는 매장당 평균 매출액이 가장 높은 기록적인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프롤리 사장에겐 20주년은 더욱 의미가 크다. 그는 한국맥도날드가 가장 어려웠던 2005년에 경영을 맡았다. 한국맥도날드는 88년 3월 합작회사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진출했고, 영업 지역에 따라 신맥(서울 중심)과 맥킴(부산 중심)으로 나눠 한국 시장을 공략했다. 매출은 2002년을 정점으로 둔화되기 시작했다. 패밀리레스토랑 등 외식업체가 늘면서 경쟁이 더욱 심화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4년 이후엔 패스트푸드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늘면서 소비가 줄었다. 패스트푸드의 대표주자였던 맥도날드엔 위기였다. 하나 둘 문을 닫는 매장이 늘어났다. 이때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과감히 투자를 결정했다. 여전히 한국 시장의 성장성이 높다고 판단했기 때문. 신맥과 맥킴의 한국 지분을 인수해 미국 본사에서 직접 관리를 맡았고, 재무와 마케팅 경험이 풍부한 프롤리 사장에게 한국 현지법인을 맡겼다. 프롤리 사장이 부임한 이후 한국맥도날드에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우선 매장 분위기가 달라졌다. 맥도날드를 대변하던 노란색, 빨간색 등 원색을 없애고 아이보리, 갈색 등을 주로 사용해 고급스런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한 시간 이상 앉아 있기 불편했던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를 치우고 푹신한 소파로 바꿨다. 웰빙 트렌드를 매장 인테리어에 반영한 것. 그동안 한국맥도날드는 연간 40억원을 매장 리노베이션에 투자했다.

▶맥도날드 아침 메뉴로 인기가 좋은 ‘맥모닝’과 ‘라바짜 커피’

겉모습만 바뀐 게 아니다. 음식도 참살이(웰빙·Well-being)에 맞춰 새롭게 선보였다. 프롤리 사장은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만드는 데 노력했다”고 한다. 햄버거는 다양한 종류의 신선한 재료를 듬뿍 넣은 프리미엄 버거를 내놨다. 2005년에 내놓은 ‘베이컨 토마토 디럭스’와 2006년에 선보인 ‘빅테이스티’가 대표적인 예다. 두 제품은 모두 국내 시장에서만 판매된다. 이와 함께 마실거리를 더 다양하게 갖춰 놓았다. 한국맥도날드는 2005년 12월부터 매장에서 고급 원두 커피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미국 맥도날드 본사는 커피 판매를 진출 국가 현지법인의 재량에 맡겼다. 그래서 현재 나라마다 판매되는 원두 커피의 종류가 다르다. 국내에선 고급 커피 원두로 유명한 라바짜(LAVAZZA)를 사용한다. 프롤리 사장은 “라바짜 커피는 향이 좋고 맛이 부드러운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커피 종류는 에스프레소, 원두 커피, 카페모카, 카페라테 등 네 종류를 판매하는데, 일반 커피숍보다 절반가량 저렴한 2000~2500원대를 받는다. 맥도날드 본사는 지난해에 파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24시간 영업’과 ‘아침메뉴’다. 올빼미족은 물론 아침을 굶는 직장인 등 틈새 수요 공략에 나선 것. 미국 시장에선 이미 선보인 전략이다. 프롤리 사장은 국내 시장에서도 성공할지 알아보기 위해 여러 차례 설문 조사를 했다. 그는 “사업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가장 필요한 것은 고객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설문 결과 소비자들은 시간에 상관없이 언제든지 편안하게 먹을 수 있기를 원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맥도날드는 이 의견을 반영해 24시간 영업체제를 도입했다. 아침 메뉴인 맥모닝에도 소비자들의 의견을 반영했다. 프롤리 사장이 결과를 이렇게 들려줬다. “이미 해외에서 맥모닝을 먹어본 고객들은 국내에서도 판매를 기대했습니다. 또 국내 직장인들은 아침식사를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실제로는 거르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프롤리 사장은 “국내 24시간 오픈 매장의 확대 속도는 세계 맥도날드 매장 중에서도 빠른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롯데리아, 버거킹 등도 잇따라 벤치마킹에 나서면서 국내 패스트푸드 업계에 24시간 영업이 유행이 됐다. 아침 메뉴인 맥모닝은 지난해 2월부터 판매했다. 당시 업계에선 ‘누가 아침부터 햄버거를 먹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맥모닝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현재 맥도날드 전 매장에선 오전 11시까지는 맥모닝만 판매한다. 프롤리 사장은 “간편하게 아침식사 대신 먹을 수 있도록 잉글리쉬 머핀을 한국인 입맛에 맞게 바꿨다”고 소개했다. 잉글리쉬 머핀은 호떡처럼 동글납작하며 쫀득한 질감이 나는 빵. 맥모닝은 여기에 달걀, 베이컨, 소시지 등을 얹어 한끼 식사로 든든하게 만든 메뉴다. 고객만족 전략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매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05년 이후 해마다 두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 프롤리 사장은 “앞으로 고객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는 곳이 바로 맥도날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2007 외국기업의 날’에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다. 성공적인 기업경영으로 본사로부터 1600억원 투자금을 지원받은 공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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