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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과 자원에 돈 계속 몰릴 듯

곡물과 자원에 돈 계속 몰릴 듯

투기성 단기자금인 헤지펀드들이 고공행진 중인 상품투자에서 발을 빼지는 않을 것 같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한 손실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분석가들은 물론 펀드매니저들 역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그들은 최악의 주택대출 채무 불이행 사태로 인해 투기성 자금이 상품투자에서 빠져나갈 가능성보다 오히려 대거 몰릴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미니애폴리스 곡물거래소(MGE·Minneapolis Grain Exchange)에서 거래되는 밀의 선물가격이 1분기 들어 2배 상승했다. 원유선물 값 역시 2월 28일 장중 한때 배럴당 102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손실로 몸살을 앓는 헤지펀드들에게 상품투자가 상당히 반가운 ‘구원투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헤지펀드들은 다른 투자 손실을 메우기 위해 상품투자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숀 레이놀즈 반 에크 글로벌 하드 에셋 펀드의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말한다. 지난주 미국의 월 스트리트 저널은 영국의 헤지펀드 펠로톤 파트너스 LLP (Peloton Partners LLP)가 신용경색 위기의 첫 희생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펠로톤은 자사의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채권(mortgage-backed security)을 처분했다. 상품투자도 언젠가 서브프라임 사태와 유사한 시나리오로 진행되진 않을까? 선물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많은 원자재 생산자(설탕에서 구리에 이르기까지)들의 근심이 최근 날로 커지고 있다. 투자 수요로 인해 설탕 가격은 불과 2개월 만에 30%가 상승해 파운드당 14.60달러가 넘는 가격에 거래됐다. 더불어 뉴욕거래소에서 구리 가격 또한 28%가량 상승해 파운드당 3.80달러에 거래됐다. 이런 상황에서 헤지펀드들이 흥미를 잃는다면 상품가격은 빠른 속도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신용경색으로 위기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모든 것은 펀더멘털(fundamental)의 문제다. 이곳에서도 주식투자자들이 상품투자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모건스탠리의 금융 분석가 후세인 알리디나는 말한다. 알리디나가 꼽는 2008년 10대 유망품목 중에는 대두, 알루미늄, 천연가스, 금 그리고 설탕 선물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펀더멘털 면에서도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의 디커플링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안심할 만하다. 중국과 인도는 철도와 하수관을 건설하기 위해 비금속을 사들이고 있고, 러시아 역시 인프라 구축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쿠웨이트에서 멕시코에 이르는 유전은 점차 감소세에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은 이번 주 빈에 모여 원유 생산 감량을 논의하게 될 것이다. 아프리카의 광산국들은 광산 채굴 허가권을 철회하거나 에너지난에 직면해 있다. “이야기를 나눠본 이 업계 CEO들은 하나같이 구리에서 우라늄에 이르는 상품들이 상당한 강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으며 향후 심각한 공급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BMO 캐피털 마케츠의 상품 전략가 발트 미렉은 말한다. 유로화 대비 달러화의 약세 또한 상품가격 상승에 일조할 것이다. 1995년과 96년 달러화가 큰 폭으로 하락했을 당시, 대두와 옥수수 가격이 현재 가격과 거의 비슷했다. 공급 문제가 이러한 상품가격의 상승세를 더욱 부채질할 수 있다. “밀은 하루 약 60센트에서 90센트 정도 상승 중이다. 봄밀은 하루에 무려 25%가 오르기도 했다. 밀에 많이 투자했던 투자자는 누구나 굉장한 수익을 올렸을 것”이라고 퍼듀 대학의 경제학자 크리스 허트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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