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귀가 땐 카드택시 타자
|
▶대중교통 이용시 내릴 때 교통카드를 단말기에 다시 체크하는 것이 교통비 절약의 첫걸음이다. |
유가, 곡물가, 원자재 값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서민들의 한숨이 늘어간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주부들의 하소연은 남의 얘기가 아니다. 가계 지출비 삼고(三高)를 차지하는 교통비, 교육비, 통신비는 줄이기도 쉽지 않다. 서민들에게는 이들 비용이 삼고(三苦)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가 최대한 효율적으로 삼고를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봤다.
주부 A씨(32세)는 요즘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교통카드 단말기에서 ‘삑’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뿌듯하다. 남들과 똑같이 교통카드를 이용하지만 할인혜택은 남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파격적인 교통요금 할인 혜택으로 출시해 한 달 만에 회원 수 10만 명을 넘은 모 은행의 카드를 쓰는 덕이다. 이 카드는 기존 교통카드보다 100원 더 깎아주는 과도한 할인 혜택이 구설수에 오르면서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각종 물가가 오르는 요즘, 교통비 100원(현금 승차시와 비교하면 200원)을 아끼려고 은행 창구에 몰려들었던 소비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더 와 닿는 때다.
TIP ■ 내릴 때도 교통카드 찍어라 ■ 주유카드는 정률식이 유리 ■ 연말 소득 공제도 놓치지 말자 ■ 장거리 운전자라면 ‘하이패스’ ■ 회식 후 늦은 밤에는 ‘카드택시’ |
교통비를 어쩔 수 없는 고정비용이라고 생각하며 그냥 손 놓고 있기에는 너무 아깝다. 금융당국의 제재로 이제 지난해처럼 파격적인 혜택을 주는 교통카드가 나오기도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교통비를 기술적으로 절약하며 남다른 뿌듯함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교통카드 한 장씩은 갖고 있을 것이다. 현금 승차시보다 100원이 더 싸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통카드를 쓰는 노하우에 따라 절약금액도 달라진다. 무턱대고 갈아탄다고 할인되는 것은 아니다. 승차뿐 아니라 하차 때도 교통카드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접촉해야 할인 받을 수 있다. 내릴 때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접촉하지 않으면 무료 환승 혜택을 받지 못하고 이용한 교통수단마다 독립된 요금을 내야 한다. 또 앞서 이용한 교통수단 하차 후 30분 이내에 다음 교통수단에 탑승할 경우에만 환승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야간 또는 새벽 시간에는 환승 인정 시간이 1시간으로 길어진다. 같은 번호의 노선 버스도 환승 할인이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100번 버스를 타고 A마트에 가서 장을 본 후 20분이 지나고 다시 100번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오면 환승 할인이 되지 않는다. 괜히 환승 할인을 받을 생각에 서둘러 장을 볼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지하철을 탈 때 가급적 일회권 사용은 피하자. 일회권은 교통카드로 탈 때보다 100원이 더 비싸다. 교통카드의 경우 어른 기준 10km까지는 900원, 10~40km까지 5km가 늘어날 때마다 100원씩 추가운임이 붙는다. 40km 초과시에는 10km마다 100원이 추가된다. 하지만 버스를 갈아타지 않고 전철만 주로 탄다면 교통카드보다 정기권을 사용하는 게 더 낫다. 서울전용 정기권은 3만9600원으로 60회까지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구입일부터 30일 동안 유효하며 서울지하철 1~8호선과 한국철도공사 서울시내 구간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그 외 구간인 광역·수도권전철 전 구간에서는 거리별 운임수준에 따라 가격이 다른 거리비례용 정기권(3만9600~8만9800원권)을 쓸 수 있다.
|
같은 번호 버스는 환승 할인 안 돼 하지만 교통카드, 정기권으로 애써 절약해온 교통요금도 불법 무임승차로 부가금을 한 번 물고 나면 그 노력이 다 물거품이 된다. 운임과 운임의 30배에 달하는 부가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자가용을 이용할 땐 어떻게 해야 교통비를 줄일 수 있을까. 자가용을 가진 사람은 거의 예외 없이 주유할인 카드를 이용한다. 대부분 카드가 주말 할인율이 더 높거나 10, 20, 30일 등 특정일자를 정해 할인 혜택을 더 많이 준다. 또 카드별로 월 몇 회 식으로 할인 횟수에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어 지급 금액이 많을 때 할인카드를 이용하는 게 낫다. 정액할인인지 정률할인인지도 따져보자. 요즘 같은 고유가 시기에는 주유금액의 일정 비율을 깎아주는 정률 할인카드가 유리하다. 또 특정 정유사와 제휴해 할인을 제공하는 카드보다 브랜드, 주유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주유소에서 할인 받을 수 있는 카드가 편리하지만 이런 카드가 할인 폭은 적다.
주유 할인과 별도로 캐시백 포인트 적립도 되기 때문에 적립 카드를 같이 내면 일석이조의 혜택을 볼 수 있다. 단 대부분 카드가 월 평균 결제 금액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할인되기 때문에 혜택이 큰 카드를 골라 집중적으로 이용하는 게 좋다. 기름 값이 싼 주유소를 찾는 노력도 필수다. 서울에서 휘발유 가격은 주유소에 따라 ℓ당 400원가량 차이가 난다. 일주일에 한 번 50ℓ씩 주유한다면 연간 106만원을 절약하는 셈이다. ‘오일프라이스워치(www.oilpricewatch.com)’ 등 기름 값 가격정보 사이트를 통해 출퇴근길 주변에서 가장 싼 주유소를 찾을 수 있다. 교통요금에 대한 연말 소득 공제도 놓치지 말자. 신용카드회사의 후불식 교통카드는 연말 카드 사용 요금에 자동으로 포함된다. 티머니(T-money)와 마이비(Myb) 등 선불식 교통카드는 올해부터 사용액에 대한 소득 공제를 받으려면 카드 발급회사의 홈페이지에 인적 사항을 등록해야 연말에 신용카드 사용액과 합산해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는 교통카드 발행회사가 매월 사용금액을 집계해 현금영수증(5000원 이상)을 발급하면 근로소득자가 이 현금영수증으로 소득 공제를 받았다. 하지만 지하철의 정기권은 전자금융업자가 발행한 선불전자지급 수단에 포함되지 않아 지금처럼 현금영수증을 통해서만 소득 공제를 받을 수 있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먼 거리를 매일 출퇴근하거나 주말 야외 나들이가 잦은 운전자는 고속도로나 유료도로에서 자동으로 통행료를 지급하는 하이패스 단말기를 장착하는 것도 좋다. 출퇴근 시간대에는 통행료의 20%, 상시 5%를 자동으로 할인해준다. 전자카드를 충전할 때 충전 금액의 최대 3% 할증된 금액으로 충전하기 때문에 할인율이 늘어난다. 서울 외곽순환도로, 경인고속도로, 서울·수원 경부고속도로를 포함한 384개 고속도로에서 하이패스를 이용할 수 있고, 4월에는 부산의 동서고가도로가 하이패스를 개통한다. 물론 5만~17만원짜리 하이패스 전용 단말기를 별도로 사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장거리 운전자에게 하이패스는 아깝지 않은 투자다. 회식이나 야근, 아침 출근시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는 경우가 있다. 100원씩 눈물겹게 아껴온 교통비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경험이다. 더욱이 심야 할증 요금이라도 붙는 날에는 한 달치 교통비가 동난다. 이른 귀가가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한 택시를 타자. 카드택시를 타면 카드 결제 때는 신용카드 소득 공제 항목에 자동으로 반영되고, 현금 결제시는 현금영수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택시기사가 현금영수증 발급을 꺼리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땐 휴대용 결제기의 현금영수증 발행 메뉴에 들어가서 승객의 주민등록번호와 결제금액만 입력하면 된다고 알려주자.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