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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브랜드 돼지 맘놓고 드세요”

“1위 브랜드 돼지 맘놓고 드세요”

▶이범권 사장이 경기도 이천의 제일종축농장에서 기르는 돼지와 포즈를 취했다.

축산 전문기업인 ㈜선진은 국내 돼지고기 시장의 18%를 차지한다. 이 회사 이범권(52) 사장은 “선진은 맞춤 사료를 통해 돼지고기 육질을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논란과 조류 인플루엔자(AI)의 전국 확산 속에서 돼지고기의 인기가 치솟고 있다. 쇠고기와 닭고기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하면서 돼지고기 쪽으로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돼지고기 값도 오름세다. 한국인들이 가장 즐겨 먹는 삼겹살 값은 대형 할인마트에서 올 초 100g에 1500~1660원 수준이었지만 요즘엔 2000원대로 올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즘 같은 때일수록 ‘안전한’ 돼지고기를 ‘안정된’ 가격으로 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축산식품 전문기업인 ㈜선진은 이런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파고들고 있다. 이 회사의 이범관 사장은 “선진의 돼지고기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고품질 제품”이라고 거듭 자랑했다. 그는 “선진은 1980년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종돈(種豚) 사업을 시작했다”며 “우수한 종돈에 선진이 직접 만든 맞춤 사료를 먹이는 것이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돼지고기 전문 회사다. 사료 공급-양돈-육가공-유통에 이르기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데다, 돼지고기 생산의 모든 과정에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 시스템을 갖춰 품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회사가 92년에 국내에서 가장 먼저 내놓은 브랜드 돈육 ‘크린포크’는 만 17년 만에 누적 판매량 5억인분(1인분 200g 기준)을 돌파했다. 판매량이 해마다 15~20% 정도씩 꾸준히 늘어난 것이다. 크린포크는 현재 전체 브랜드 돼지고기 시장에서 도축 두수 기준 약 18%의 점유율로 1위에 올라 있다. 이 회사는 경쟁사보다 뛰어난 생산성과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지난해 매출 2648억원, 영업이익 17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3600억원, 영업이익 232억원이 목표다. 돼지를 키우고 사료를 만드는 사업으로 웬만한 중소 제조업체보다 나은 실적을 올리는 셈이다. 서울대 축산학과를 나와 88년 선진에 입사한 이 사장은 2002년에 사장을 맡아 지금껏 이 회사를 키워 왔다. 이 사장은 그간의 실적과 30여 년간 축산업에 종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 3월 ‘제35회 상공의 날’에 축산기업인으로는 유일하게 산업포장을 받았다.
이범권 사장은 크린포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차별화 전략을 펼쳐왔다. 그는 먼저 ‘맞춤 사료’를 만들었다. 그에 따르면 맞춤 사료란 선진이 추구하는 돼지고기의 균일한 품질과 고급화에 맞는 사료다. “사료의 품질은 무엇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체 농장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료를 만들고 있습니다. 집에서 아이가 먹는 음식을 만드는 엄마의 심정으로 말이죠.” 이런 노력 덕에 선진의 ‘크린포크’는 농림수산식품부가 해마다 주최하는 축산물 브랜드 경진대회에서 2003년에 이어 2007년에도 대상을 차지했다. 이 사장은 “이 상을 받으려면 돼지 사육 과정에서 품질의 규격화를 이뤄야 하며, 가공과 유통 단계에서 위생 조건을 완벽하게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출하하는 돼지고기의 품질을 균일하게 맞추기 위해 회원농장 제도도 도입했다. 회원농장이란 선진과 계약하고 돼지를 사육하는 전업 농가를 말한다. 이 회사가 일 년에 출하하는 돼지 65만 두 중 절반이 넘는 35만 두를 회원농장에서 공급한다. “브랜드와 품질을 유지하려면 회원농장을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래서 농장의 환경과 시설에서부터 돼지의 건강 상태는 물론 농장의 수익 문제까지 선진에서 컨설팅 하는 ‘체크 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어요.” 체크 팜 캠페인은 선진의 또 다른 주요 사업인 배합사료 판로 확대에도 필요한 일이다. 지난해 선진의 매출액 2648억원 가운데 배합사료 매출액은 1717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돼지고기 매출액은 931억원이었다. 올해 매출 목표도 배합사료 부문 2500억원, 돼지고기 1100억원이다. 국내 배합사료 시장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제법 큰 시장이다. 선진의 시장점유율 2.8%로 7위 수준이라 성장 여지가 큰 편이다. 이 사장은 “배합사료는 육류를 생산하기 위한 1차 생산재”라고 강조했다. “사료는 가축 성장의 필수 영양소를 망라한 완전 식품입니다. 그래서 가축의 영양, 질병, 육종 지식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죠. 사람이 먹는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훨씬 전문적인 지식과 노하우가 필요합니다. 품질 차이는 곧 생산성으로 이어지죠.” 사료의 생산성은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까? 이 사장은 “어미돼지 한 마리가 일 년에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새끼 돼지 생산 능력”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양돈 선진국인 네덜란드는 약 22두에 이른다. 반면 국내 평균은 14.7두다. 국내 사료의 생산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얘기다. “선진과 계약을 한 회원 농장의 새끼 돼지 생산 능력은 18.5두 정도 됩니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우수한 편이죠. 그러나 선진국 수준으로 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갈 길이 멉니다.” 배합사료를 둘러싼 고민은 이뿐만 아니다. 배합사료의 원료인 옥수수, 소맥, 대두박 등의 가격이 세계적인 곡물 가격 상승에 따라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이 사장으로선 무거운 짐을 지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국내 배합사료 시장의 성장세가 정체 상태란 점도 부담이다. 원료값 상승이야 이 사장이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라 어쩔 수 없지만 새로운 시장 개척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선진은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겨냥해 해외 진출을 서둘러왔다. 이미 97년에 필리핀, 2005년에 베트남, 2006년에 중국에 사료 공장을 지어 생산·판매하고 있다. 지난 4월 초엔 중국 동북부 랴오닝(遼寧) 지역에 새로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랴오닝은 중국의 옥수수 산지이기 때문에 원료 조달도 유리하다. 이 사장이 고심하고 있는 또 다른 문제는 모회사 격인 닭고기 전문업체 하림과 시너지를 내는 일이다. 선진은 지난해 9월에 하림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이 사장은 하림의 유통망을 적극 활용해 매출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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