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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짝 마, 세계는 내 눈 안에 있어”

“꼼짝 마, 세계는 내 눈 안에 있어”

“10여 년간 축적한 기술과 인력, 자본을 가지고 이제는 글로벌 보안전문그룹으로 거듭나겠습니다.” 김영달 아이디스(종목코드:054800, www.idis.co.kr) 대표는 올해를 ‘글로벌 보안전문그룹 도약’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아이디스는 영상보안장비인 DVR(디지털영상저장장치, CCTV 등 보안카메라의 영상을 실시간으로 저장하는 장치)을 전문적으로 개발, 생산하는 업체로 1997년 설립됐다. 이 회사는 자본금 50억원, 임직원 230명의 작은 회사지만 DVR 부문에서는 세계를 호령하는 파워 중소기업이다. 이 부문 세계 시장점유율 15%(2007년 기준, 회사 추산)를 기록,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시장에서도 업계 톱이다(시장점유율 35%). 현재 사용되고 있는 전 세계 DVR 10대 중 1.5대는 아이디스 제품인 셈이다. 매출 대부분도 해외에서 올린다. 아이디스의 지난해 매출은 781억원. 이 중 수출 비중 80%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잘나가는 회사다. 지난 10여 년간 DVR 한 우물만 팠던 김영달 대표는 카이스트 공학도로 벤처 1세대다. 그는 29세 때 영상보안시장의 가능성만 보고 지금의 아이디스를 세웠다고 한다. “회사를 차리기 전까지만 해도 영상보안저장장치는 VCR이었습니다. 아날로그였죠. 하지만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뀔 것이란 확신이 있었습니다. 더 편리하고 보관도 쉽기 때문이죠. 1년간 국내외 보안전시회 등을 돌아다니면서 마음을 굳혔죠. 그 이후로는 한눈팔지 않고, 일도 크게 벌이지 않고 DVR 개발에만 집중했습니다.”
김 대표의 판단은 적중했다. 아이디스가 98년 첫 제품을 선보이자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2000년 호주 시드니올림픽을 계기로 아이디스는 단번에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된다. 올림픽스타디움, 시드니항만 등에 아이디스 제품이 설치되면서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게 된 것. 이전까지 내수기업이었던 아이디스는 시드니올림픽을 기회로 수출기업으로 변신하게 된다. 현재 아이디스는 전 세계 3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에 성공하면서 아이디스는 알짜회사가 됐다. 2001년 코스닥에 상장된 이후 2007년까지 8년간 이 회사의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무려 30%가 넘는다. 영업이익률도 지난 12분기 연속 25% 이상을 기록했다. 이는 제조업 평균보다(영업이익률 5.9%, 2007년 기준) 무려 4배 이상 높다. 재무건전성도 뛰어나다. 지난해 말 기준 아이디스의 부채비율은 5.5%인 데 반해 보유 현금은 500억원이 넘는다. 올해도 기록적인 실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분기 계절적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한 198억원, 당기순이익은 34% 늘어난 5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데는 환율 상승도 한몫했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릴 전망이다. 키움증권은 아이디스의 올해 매출액이 880억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달 대표는 올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방침이다. 글로벌 보안전문그룹 도약을 위한 기반을 닦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과감한 투자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10년이 안정을 위한 시간이었다면 향후 10년은 아이디스가 세계적인 보안전문그룹으로 변신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사업 다각화, 시장 확대를 위한 과감한 투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올 사상 최대 실적 전망
우선 아이디스는 최근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소매시장 공략을 위해 기존 고가 DVR 제품뿐 아니라 저가의 DVR도 올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김 대표는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개인이 직접 DVR을 구매해 가정이나 사무실에 설치하는 소매시장이 커지고 있다”며 “그동안 아이디스는 금융회사 등 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가제품만 판매했지만 올 하반기에는 저가제품을 출시해 소매시장 공략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중국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현재 아이디스는 중국 현지 판매사와 제휴를 추진 중이며 현지법인 설립도 검토 중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작업도 한창이다. DVR 단일 제품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IP네트워크, IP카메라, 출입통제시스템, 홈시큐리티 등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관련 기업 출자는 물론 인수합병(M&A)까지 고려하고 있다.
“물리적 보안 분야는 영상보안, 출입통제, 홈시큐리티 등으로 매우 다양합니다. 또 각 분야는 밀접한 연관성이 있죠. 아이디스는 영상보안 분야의 자체 기술력과 M&A 등 신규 투자를 통해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보안전문그룹으로 변신할 계획입니다.” 아이디스는 꾸준한 성장에도 주주배당에는 소극적이었다. 매년 이익의 10% 정도만 배당을 해왔다. 지난해 배당수익률도 1.2%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배당 투자자들 입장에서 아이디스는 투자 기피 대상에 속한다. 하지만 김 대표에게는 그만의 경영철학이 있다. 배당보다는 기업가치(주가)로 주주에게 보답하겠다는 것. “아이디스는 한 해 이익을 1(주주) 대 1(직원) 대 8(회사)의 비율로 나누죠. 배당을 많이 한다고 꼭 좋은 회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디스처럼 성장 단계에 있는 회사라면 당장 배당을 많이 하는 것보다는 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것이 회사나 직원, 주주 모두에게 바람직하죠.” 증시에서 아이디스는 주가가 뜀박질하는 미인주는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이 가능한 가치주로 평가 받고 있다. 실제 국내외를 대표하는 가치투자 펀드인 한국밸류10년투자주식펀드와 프랭클린템플턴주식펀드 등은 현재 19%가 넘는 아이디스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애널리스트 분석


저가형 시장 진출로 외형 확대 가속
영상보안저장장치(DVR) 시장에서 두 가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첫째, 일반 소비자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저가형 시장이 눈에 띄게 확대되고 있다. 저가형 DVR 장비의 판매 가격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하락해 일반 소비자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준(100~200달러)에 이르렀고 설치 및 사용이 쉬워졌기 때문이다. 둘째는 금융기관, 기업 등을 대상으로 한 고가형 DVR 시장을 중심으로 네트워크 기반 영상보안장치(NVR·Network Video Recorder) 수요가 확대되기 시작했다. NVR로 구축된 보안 시스템은 IP카메라를 통해 송출된 영상 정보를 중앙 서버에서 관리하는 기술, 특히 소프트웨어 솔루션이 하드웨어 기술과 접목돼야 하는 영역으로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다고 평가된다. 아이디스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해 고가형 시장 위주 전략을 바꿔 저가형 시장 입지 강화에 나서고 있다. 공장 신설을 통해 생산능력이 전년 대비 3.3배 증가하면서 저가 모델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저가형 시장에서 핵심이 되는 원가경쟁력은 자체 개발한 통합칩(SOC) 적용, 규모의 경제를 통해 확보할 계획이다. 영상보안장비의 기술 리더십을 선도해 온 아이디스는 NVR 시장에서도 확고한 위치를 유지해 갈 것으로 판단된다. 서버 및 소프트웨어 솔루션과 NVR 시스템 구축에 대한 경험이 확보되었으며 이 분야 기술 개발이 이미 2000년 초부터 진행돼 왔다는 점을 근거로 한다. 아이디스는 2006년부터 매출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2009년부터 괄목할 만한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저가형 시장 진출에 따라 외형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률은 하락할 것으로 보이나 영업이익의 절대 규모는 크게 증가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또 IP카메라 사업은 DVR/NVR 영업망과 중복되는 부분이 있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고가형 DVR 시장 둔화가 다소 감지되고 있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 미국 수요 둔화에 따른 파급효과가 DVR 시장에도 다소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아이디스의 산업 내 경쟁력이 훼손된 것은 아니며 둔화 강도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재 주가는 2008년 주당순이익(EPS) 2135원을 고려할 경우 PER 8.9배 수준으로 다소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된다.


홍정모 키움증권 IT 담당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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