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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예금 2배쯤은 편안히 번다

정기예금 2배쯤은 편안히 번다

▶대학가 주변 원룸·오피스텔·고시원·원룸텔이 투자 상품으로 인기다.

자영업자인 서희석(47)씨는 지난해 2월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115㎡(34평)짜리 중형아파트를 팔았다. 당시 목동 아파트 값이 1년 새 너무 많이 오른 데다 정부의 대출 규제 강화로 집값이 더 이상 오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아파트 매도가는 11억원. 각종 세금 등을 떼고 나니 9억5000여만원이 남았다. 서씨는 이 돈으로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인근에 있는 다세대 신축주택(15가구)을 은행 융자 1억5000만원을 보태 12억원에 매입,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다. 각종 부동산 규제로 아파트 투자로 ‘대박’을 터뜨리는 것이 점차 힘들어지는 현실을 감안해 시세 차익보다는 고정적인 임대 수입 확보에 무게를 둔 것이다. 그는 현재 가구당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수입을 얻고 있다. 임대 수익률 연 12%가 넘는 셈이다. 부동산시장 불황에도 대학가 소형 주택과 원룸·오피스텔 등이 틈새 상품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주요 수요층인 대학생은 물론 싱글 직장인이나 신혼부부까지 저렴한 대학가 인근으로 몰리면서 임대료 상승세가 뚜렷하다. 원룸·오피스텔 임대 수익률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의 두 배 수준인 9~10% 이상인 곳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서울·수도권 대학가 주택 임대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주택의 경우 두 채 이상 소유하면 세금 부담이 가중되지만, 공시가액 3억원 이하의 주택 5채로 임대사업에 뛰어들면 종합부동산세는 물론 양도소득세 중과까지 피할 수 있다.
대학가 원룸 “불황 몰라요”
전문가들은 임대 수익을 목적으로 대학가 원룸과 오피스텔에 투자하려면 역세권을 끼고 있는 대학가를 고르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역세권과 인접한 대학가의 경우 유동 인구가 많아 공실률이 낮고, 풍부한 임차·매매 수요로 ‘환금성’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대학가 임대 수익 상품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단연 원룸이다. 최근 몇 년 새 원룸 공급이 늘면서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원룸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임대상품도 흔치 않다. 게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방을 구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좋은 징조다. 그래서 요즘 서울 신촌이나 신림동, 안암동 등지의 대학가에서 원룸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원룸 임대료 상승 폭도 가파르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홍익대 등 대학이 밀집한 신촌지역의 경우 전용 26㎡(공급면적 40㎡)짜리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55만~60만원 선이다. 전셋값은 6000만~7000만원을 웃돈다. 서대문구 연희동 그린공인 관계자는 “수요는 꾸준하지만 주변에 뉴타운 및 재개발 사업으로 오피스텔이나 원룸 공급이 크게 줄면서 임대료도 덩달아 강세”라고 전했다. 이곳 원룸의 경우 2~3년 전부터 매년 5만~10만원씩 임대료가 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부동산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지하철 2호선 신림역 사거리와 서울대입구역을 중심으로 신축 원룸과 오피스텔이 많이 생겨난 관악구 신림동은 매물이 비교적 많은 편인데도 임대료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대학생과 고시생 등 기존 임대 수요층에 강남이나 구로 디지털단지 등에 근무하는 직장인 수요가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와 가까운 관악구 봉천동의 전용 16㎡(공급면적 33㎡)짜리 원룸 전세가는 4500만~6000만원 선으로 1년 새 500만원 이상 올랐다. 월세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 45만~50만원 선으로, 1년 전보다 5만원 안팎 뛰었다. 고려대 인근 원룸들도 꾸준한 수요로 공실이 거의 없어 수익이 높은 편이다. 안암동 일대 원룸(전용 18㎡)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55만~60만원 선이다. 올해 초보다 월세가 10만원 가까이 오른 것이다. 원룸 임대료가 크게 오르면서 원룸 임대사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하지만 매물이 많지 않다. 건국대 인근 화양동 H공인 관계자는 “대학가 원룸 임대사업이 ‘불황을 모르는’ 안정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주목 받으면서 원룸 건물을 찾는 투자자는 많지만 매물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전했다. 대학가 오피스텔도 인기다. 수요가 늘면서 임대료도 상승세다. 신촌 일대 전용 26㎡(공급면적 56㎡)짜리 오피스텔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70만원 이상을 줘야 한다. 전세가는 9000만~1억1000만원 선이다.
대학 주변 고시원도 인기가 높다. ‘고시족’ 뿐 아니라 등·하교 시간을 단축하기 위한 취업 준비생과 대학·대학원생도 많이 찾는다. 임대료는 원룸의 절반 수준으로, 월 1~2% 정도의 수익이 가능한 틈새 투자 상품이다. 공동으로 사용할 수 있는 주방과 화장실·세면실·세탁실 등을 꾸밀 경우 270㎡만으로도 30개의 임대용 고시원 방을 마련할 수 있다. 낡은 상가 건물 등을 매입한 뒤 리모델링을 통해 고시원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원룸과 고시원의 중간 형태인 ‘원룸텔’도 인기를 끈다. 원룸텔은 방 크기가 6~10㎡로 원룸(23~26㎡)보다는 작지만 고시원 방(3~6㎡)보다는 크다. 방에는 대개 TV·침대·옷장·책상·냉장고 등이 갖춰져 있다. 고시원처럼 주방·세탁실 등 편의시설은 공동으로 이용하는 형태다. 대학가 원룸의 경우 건물을 통째로 매입해 임대사업을 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투자자가 실제 거주하면서 임대 수입을 얻는 노후 수익용으로 각광받는 것이 보통이다. 관악구의 경우 4~5층 규모 원룸용 건물 매매가는 13억~18억원 선이다. 15실을 기준으로 하면 각 실별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0만~45만원 선으로 연 수익률은 7~9%선이다.
너무 낡은 주택 피해야
재개발 지역 또는 재개발 인접지역 대학가 원룸을 2~3명이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도 괜찮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당장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올리면서 중장기적으로는 재개발에 따른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오래된 하숙집이나 다세대 주택 소유자들이 리모델링을 통해 원룸으로 전환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숙에 비해 관리가 편하고 임대료를 올려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리모델링 공사기간은 평균 1~2개월로 짧은 편이다. 공사 비용도 3.3㎡당 220만~250만원 선이면 가능하다. 임대 수입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내부 옵션 고급화 등 차별화 전략도 필요하다. 고급 원룸일수록 임대료도 비싸 그만큼 임대 수익도 높아지게 된다. 예전에는 단순한 고시원 형태의 저렴한 방을 선호했지만 최근에는 직장인들이 대거 늘면서 에어컨을 비롯해 가전제품 일체를 갖춘 옵션형 원룸이 인기를 끌고 있다. 대학가 임대사업용 부동산을 고르는 데는 몇 가지 기준이 있다. 먼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편리한 곳을 골라야 한다. 그래야 임대 수요가 많다. 대학가 원룸 수요자의 상당수는 대중교통을 활용한다. 지하철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없다면 월세를 주변 시세만큼 받을 수 없는 데다 임차인 구하기도 힘드는 등 경쟁력이 떨어진다. 또 유흥가나 대로변이 가까운 곳보다는 이면도로의 조용한 주택가에 자리잡은 곳이 좋다. 전셋값 비율이 높아야 한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60% 이상 되는 곳이 좋다. 전세가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임대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월세 비율이 높으면 금상첨화다. 만약 개발 호재가 있는 다세대·연립주택이라면 전세가가 낮아도 무방하다. 하나은행 김창수 재테크팀장은 “현재 임대료를 덜 받더라도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아파트에 투자하면 임대수익과 매매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리모델링을 할 생각이 없다면 노후주택 매입은 피하는 게 좋다. 월세 임차를 찾는 사람들은 기왕이면 깨끗한 집에서 살기 원하기 때문이다. 뉴타운 개발 재료를 안고 있는 곳의 주변지역을 고르는 것도 좋다. 뉴타운 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로 주변 지역 전·월세가 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재개발 후광효과로 향후 시세 차익도 얻을 수 있다. 현재 서울시내 대학 중 인근에 뉴타운이 조성되는 곳은 12개 학교에 달한다.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 근처의 경희대·한국외대·한국예술종합학교와 동작구 흑석뉴타운 인근의 중앙대, 동대문구 전농·답십리뉴타운과 가까운 서울시립대, 서대문구 아현뉴타운 부근의 이화여대와 추계예술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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