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동서’는 하락장서 40%나 올랐다

‘동서’는 하락장서 40%나 올랐다

▶하락장에서도 강세를 보이는 종목을 찾으려면 기업가치를 따져봐야 한다.

주식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치솟는 기름값과 물가로 불황의 그림자가 커지고 있다.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나 새 투자처를 찾는 사람 모두 시야가 꽉 막힌 듯한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가치투자니, 장기투자니 하는 말들을 하지만 그렇다고 불안이 걷히는 건 아니다. 이럴 때 투자자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대안을 찾아봤다.
2007년 11월 1일 종합주가지수가 2085포인트에 도달한 이후 8개월 정도가 지난 2008년 7월 8일. 종합주가지수는 1533포인트로 마감했다. 최고점에 비해 무려 26.5%나 하락했다. 주식시장의 시계가 2007년 4월 이전으로 먼 길을 되돌아간 셈이다. 투자자들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는데 각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장들은 주식시장의 바닥이 어디인지를 알 수 없다며 두 손을 놓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장기 약세장에서도 투자 기회는 어디엔가 분명히 숨어 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는 것 아닌가. 이런 투자 기회를 잡는 법은 간단하다. 최근의 장기 약세장에서도 강세를 보인 종목과 같은 성격의 우량주를 잡으면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종목이 왜 하락장에서도 강세를 보였는지 그 이유도 집중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제 스스로 기업을 고를 수 있는 능력을 기르자. 바닥이 어딘지 모르는 하락장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실제 사례를 통해 장기 약세장에서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들을 확인해 보자. 이 같은 종목을 고를 때 향후 주가의 향배를 예측하기 어려운 급등주나 테마주는 아예 처음부터 배제했다. 지난 5월 19일 1901포인트를 고점으로 찍고 증시가 급락하기 시작해 7월 8일까지 19.4%나 하락했다. 하지만 모든 종목이 다 내렸다고 하면 착각이다. 이 기간 중에 수익률이 거꾸로 올라간 종목들도 있다. 그런 우량종목들은 동서, 녹십자, KT&G 같은 기업이다. 이 세 종목은 모두 영업이익률이 10%를 넘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도 15%를 넘는 수익성이 뛰어난 기업들이다. 최근 실물경기 불황에도 이 기업들은 올해 들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높은 비율로 증가하고 있어 성장성이 돋보인다. 한마디로 장기불황에도 성장하는 우량기업들이라고 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불황에도 성장하는 기업은 장기 약세장에서도 주가가 오른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동서는 올 들어 약세장에서 약 40%나 주가가 올랐다. 가장 높은 주가상승률을 기록한 동서를 선택해 왜 이 종목이 요즘 같은 장기 하락장에서도 빛나는 행보를 거듭하고 있는지, 그 저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분석해 보자.
동서는 종이상자, 티백 같은 포장재와 현미녹차 같은 차(茶)류 제품을 생산하고 필라델피아 크림치즈, A1 소스 같은 식용유지를 수입·유통하는 기업이다. 7월 8일 현재 시가총액이 8284억원에 이르는 대형 종목이다. 동서는 특히 맥심이라는 브랜드의 커피로 유명한 동서식품을 자회사(지분율 42.39%)로 거느리고 있다. 포장재나 식용유지를 독점 납품하고 있고, 동시에 동서식품이 거둔 순이익을 지분율만큼 모 회사 이익에 포함할 수 있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2008년 1분기 영업이익은 79억원이다. 그런데 동서식품을 포함한 지분법 이익은 무려 253억원이나 됐다. 동서는 두 개의 우량 사업부문을 가진 하나의 회사라고도 볼 수 있다. 동서의 사업실적 추세를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분기별 실적 그래프를 보면 7년 이상 지속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음을 알 수 있다. 국내 1750개 상장기업 중 동서와 같은 성장성, 지속성을 보이는 기업은 사실 몇 십 개에 불과하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증가율은 2007년 4분기 19.6%, 2008년 1분기 16.1%를 기록해 2분기 연속으로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순이익 증가율 역시 44.2%와 37.4%로 뛰어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요즘 같은 경기불황에도 놀라운 실적을 계속 이어나간다는 게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2007년 후반기의 강세장에서 3만원까지 폭등했다가 2008년 1월까지 고점 대비 35% 가까이 하락했던 주가는 2008년 1월 말(1월 31일 주가 1만9800원)부터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7월 8일 2만7900원) 반년도 안 되는 사이에 40% 넘게 오르고 있다. 왜 동서는 장기 약세장에서 계속 오르는 것일까? 자회사인 동서식품이 2008년 6월부터 커피 관련 제품가격을 5~8% 인상했다. 이로 인해 모 회사인 동서의 순이익이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최근의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회사 성장성이 더 큰 요인이다. 이 때문에 최근 장기 폭락장에서도 주가가 꾸준히 오른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거꾸로 말하면 회사가 확실한 성장성만 갖추고 있다면 약세장에서도 굳건히 주가가 오르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서의 주가는 앞으로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분석은 종목 추천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한 전제로 해서 설명하도록 한다. 7월 8일 현재, 동서의 주가순이익배율(PER)은 9.7배에 불과하다. 전년 대비 주당순이익(EPS) 증가율은 2007년에 19.7%에 이르렀고, 2007년 4분기와 2008년 1분기에도 각각 44%와 37.4%라는 높은 증가율을 달성했다. 이 같은 EPS 증가율은 기업 성장성과 직결돼 있고 또한 기업의 성장성은 기업의 미래가치와도 연결돼 있다. 동서가 이처럼 주당순이익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 PER이 현재 10배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감안하면 동서의 주가(가격)는 동서의 기업가치, 수익가치(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가격이 가치보다 낮다는 것은 주가가 저평가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기업가치와 주가의 관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한 번 확인해 보자. 주가 추이를 보자. 주당순자산(BPS)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주가는 지속적인 상향곡선을 그려왔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2008년 7월 8일 현재 1.7배에 달한다. 지난 1년 동안 동서의 PBR은 1.3~2.1배 사이에서 움직였는데 1.7이라는 수치는 딱 중간쯤에 해당되는 것이다. PBR 기준으로 보면 주가가 상승세를 이어가기엔 힘이 달릴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지만 앞에서 분석한 것처럼 PER 기준으로 볼 때는 상승 여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동서의 경우 대주주 지분율이 높고 또한 강성 투자자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즉 유통 주식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주가는 하방경직성을 띨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동서는 장기 하락장에서는 투자손실을 염려하지 않아도 되고, 상승장으로 전환될 때에는 조기에 투자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하락장에서도 주식투자로 수익을 내고 싶다면 동서와 같은 투자지표, 재무구조를 갖춘 회사를 찾으면 되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2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3"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4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5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

6가상세계 속 시간을 탐구하다

7고령화·저출산 지속되면 "2045년 정부부채, GDP 규모 추월"

8해외서 인기 폭발 'K라면'…수출 '월 1억달러' 첫 돌파

9한국의 ‘파나메라’ 어쩌다...“최대 880만원 깎아드립니다”

실시간 뉴스

1정부 "80개 품목 해외직구 전면차단 아니다…혼선 빚어 죄송"

2 정부 'KC 미인증 해외직구' 금지, 사흘 만에 사실상 철회

3"전세금 못 돌려줘" 전세보증사고 올해만 2조원 육박

4한강 경치 품는다...서울 한강대교에 세계 첫 '교량 호텔' 탄생

5서울 뺑소니 연평균 800건, 강남 일대서 자주 발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