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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 뒤덮는 테러의 그림자

카불 뒤덮는 테러의 그림자

카불 남쪽으로 40㎞ 남짓 떨어진 황사가 자욱한 소도시 마이단샤르는 마이단와르닥주의 주도(州都)다. 파리둔(21)은 방금 자신의 가게로 들어온 두 명의 뉴스위크 기자를 깜짝 놀란 눈으로 쳐다봤다. “당신들 이곳을 빨리 뜨는 게 좋을 거요”라고 그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방에 탈레반이 깔렸거든.” 바깥 거리엔 이틀 밤 전 파리둔의 주유소 앞에서 누군가 불지른 유조차와 컨테이너 트럭의 잔해가 그대로 놓여 있다. 불과 며칠 전엔 1번 고속도로 남쪽으로 수㎞ 떨어진 곳에서 매복한 탈레반 전사들이 미군 연료와 물자를 수송하는 민간 트럭 50대 행렬에 불을 질렀다. 심지어는 낮시간조차 이 지역을 방문하는 일은 안전하지 못하다고 파리둔과 다른 주민들이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저항세력에게 새로운 목표물이 생겼다. 카불의 수도권 일대다. “탈레반이 오늘은 이곳까지 왔고 내일 카불로 들어갈지 모른다”고 마이단샤르에서 일하는 흰 옷차림의 약사 시예드 모하마드(32)가 말했다. 보급차량은 지도에 풀수르크라고 나오는 그의 고향에서 공격을 받았다. 그곳에선 이제 저항세력이 AK47 소총과 대전차 로켓발사기 등을 들고 제멋대로 휘젓고 다닌다고 그가 말했다. 폭력에 너무나 익숙한 도시 카불에서 최근 일련의 대형 테러가 일어났다. 자살폭탄 공격에 대비하는 방폭벽과 철조망이 곳곳에 생겨났다. 주민들은 도시에서 불과 수㎞ 떨어진 곳에도 가길 꺼린다. 어떤 사람들에게 아프간의 수도는 제2의 바그다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것이 바로 탈레반의 의도한 바다. 저항세력이 화력으로는 연합군과 아프간 정규군 동맹을 당할 재간이 없다. “아무도 카불이나 주도를 점령하거나 또는 아프간 혁명공화국을 세우지는 못할 것”이라고 서방의 어느 고위 외교관이 익명을 전제로 말했다. 그러나 무장세력은 미군이 이라크에 병력을 증강하기 직전 깨달았던 사실을 간파한 듯하다. 수도의 불안정은 전국적으로 엄청난 심리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다. “개인의 안전이 공격 받는다. 그건 커다란 문제”라고 서방 외교관이 자인했다. 탈레반은 자체 병력 증강에 나섰다. 카불에 집중하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현정권 지지 의욕을 꺾을 수 있다”고 파키스탄에서 활동하는 한 고위급 탈레반 정보요원이 익명을 요구하며 말했다. 가즈니주의 탈레반 사령관 물라 바리 칸은 뉴스위크에 첩자와 전사들을 주변 지역에서 카불로 들여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가즈니 주지사 오스만 오스마니도 자신의 관할지역 저항세력이 그쪽으로 옮겨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칸은 탈레반 전략가들이 카불을 15개 지역으로 분할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각각의 지역에 담당요원들이 배정된다. 그중 일부는 가족과 함께 정체를 숨기고 거주하면서 현지 조력자들을 규합해 다음 공격을 준비할 계획이다. 탈레반의 심리전 공세는 지금까지 큰 효과를 거뒀다. 지난 1월 고위급 외국인 내방객들이 주로 머무르는, 경계가 삼엄한 세레나 호텔이 공격을 받아 일곱 명이 사망했다. 4월엔 저격수들이 군사 퍼레이드에 총격을 가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이 대피소동을 벌이고 국회의원 한 명이 숨졌다. 7월에는 신형 4륜 구동차에 폭발물을 실은 자폭 테러범이 아프간 내무부 맞은편의 인도 대사관에 돌진해 외교관 두 명 말고도 40명가량이 목숨을 잃었다. 카불에서 활약하는 탈레반의 고위급 첩자 카리 탈하는 인도 대사관 공격이 대성공이었다고 자랑하면서 그 계획을 사전에 알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정보부와 외국 외교관들은 파키스탄에 주둔하는 저항세력 사령관들이 이 공격을 계획하고 주도했다고 생각한다. 각 세포들은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탈하가 뉴스위크에 말했다. 탈레반은 계속 정부 고위직, 대사관, 외국인이 즐겨 찾는 호텔과 식당을 노릴 생각이라고 그가 말했다. 시민들 사이에는 포위됐다는 불안감이 카불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도 대사관 앞을 지나는 대로와 외교부 인근의 또 다른 대로는 임시 폐쇄됐다. 미국 대사관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국제치안지원군(ISAF) 본부 앞 도로도 마찬가지다. 당국이 통행을 허용하는 다른 도로들도 실제로는 잠재적 테러 목표물 밖에 설치해 둔 거대한 콘크리트 방폭벽 때문에 다니기가 어렵다. 상류층이 거주하는 부촌들의 거리 초입에는 사설 경호원들이 배치돼 방문객들의 신원을 확인한다. 가정과 기업은 경비원, 모래주머니 바리케이드, 유자형 철조망, 투광조명기 등의 보호를 받는다. “카불은 바그다드 같은 그린존(연합군 특별 경계구역)으로 바뀌고 있다”며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고 인권운동가 아메드 나데리가 말했다. 많은 아프간 사람은 저항세력이 수도를 포위했다고 확신한다. 이 이야기는 탈레반에 의해 날조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 소문을 들어서 알고 있다”고 서방의 고위 외교관이 말했다. 하지만 그는 “우리 측 자체평가는 아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연합군과 탈레반 사이의 충돌 횟수가 지난해와 비교해 40% 이상 늘었지만 카불에서는 테러 공격이 전체적으로 줄었다고 그가 말했다. “카불의 치안은 실제로는 꽤 양호한 편”이라고 ISAF의 고위 관리가 익명으로 말했다. 지난 4월의 군사행진 공격 이래 아프간 경찰이 탈레반 테러세포 몇 개를 분쇄했고 보안군의 정보망은 튼튼하다고 그가 말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겁을 먹고 있다고 그가 말했다. “카불에서 일어난 사고는 횟수는 적어도 이목을 끌 만했다. 저항세력은 아프간 사람들의 인식을 공격한다.” 모두가 그 효과를 실감한다. 아프간 비정부 개발단체를 이끄는 와르닥(안전상 이름을 모두 밝히진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은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아내가 그의 머리 위로 코란을 쳐들고 무사귀가를 비는 기도를 한다고 말했다. 그가 탄 버스가 치안상의 이유로 막힌 도로를 지날 때 승객들은 카르자이 대통령과 정부에 욕을 퍼부었다. “사람들은 그가 국민을 지키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 사임하고 국외로 떠나지 않느냐고 묻는다”고 와르닥이 말했다. 수도 남쪽으로 여행할 일이 생긴 사람들은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와르닥은 지난주 마이단샤르 인근에서 열리는 사촌 결혼식에 가려던 걸 취소했다. 친척들에게서 자기 이름이 탈레반의 살생부에 올랐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역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어느 라디오 방송의 간부는 7월 중 카불 바로 밑에 있는 로가르주의 친척 장례식에 참석하려다 납치 위험 때문에 포기했다고 말했다. 2주 전엔 그 주의 대로 상에서 대낮에 판사 두 명과 국회의원 한 명이 납치됐다(별도의 사건이었다). “로가르를 잃을 위험성이 있다”고 그 지방 출신의 국회의원 샤킬라 하시미가 말했다. 그곳에선 해질 무렵에서 다음날 아침까진 공권력이 통하지 않는다. 그녀는 “정부와 지방의 간극이 점점 더 벌어진다”면서 국정운영 실패, 만연한 부패, 사무실 밖에서 주민들을 만나길 꺼려하는 게으름을 질타했다. 7월 어느 교사의 집을 폭격해 어린 아들을 죽인 연합군의 빗나간 공습작전은 말할 나위도 없다. 마이단샤르 너머로 여행한다는 것은 곧 죽음을 무릅쓰는 짓이라고 모두가 입을 모은다. 탈레반 정권 붕괴 후 희망과 발전의 상징으로 미군이 보수하면서 넓혀 놓은 칸다하르행 고속도로는 요즘 사격장으로 변했다. 전투와 도로변에 매설한 폭발물로 도로가 파괴되고 교량이 파손됐으며 갓길에는 불탄 차량들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아프간 언론인 구수 칸은 최근 칸다하르에서 카불로 가는 가슴 졸이는 버스여행을 한 뒤 다시는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 며칠 전 수염을 길게 기른 그의 친구가 탄 버스를 탈레반 전사들이 정차시켰다. 전사들은 칸의 친구를 포함해 11명의 남자를 버스에서 내리게 한 뒤 갓길에서 두 명을 쏴 죽였다. 그중 한 명은 아프간 군대에서 복무하는 동생의 사진을 휴대한 것이 이유였다. 칸의 친구는 닷새 뒤 가족이 몸값 2만 달러를 지불한 후 풀려났다. 카불 남쪽 변두리에는 카불∼가즈니를 왕래하는 택시 정거장이 있다. 운전기사들은 운행이 40% 줄었다고 말했다. 일부 기사는 탈레반 첩자들이 지켜보기 때문에 외국인과 말하기가 겁난다면서 인터뷰를 거부했다. “치안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운전기사 자히르 칸이 말했다. 또 다른 기사는 1주 전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마이단샤르 바로 아래쪽에서 탈레반 무장전사 20명이 교통을 통제하고 모든 승객의 신분증을 조사하면서 정부와 관련된 사람을 찾았다고 한다. 그는 적어도 두 사람이 끌려가는 모습을 봤다. “이동의 자유를 제약하거나 빼앗는 것이 사람들을 기죽게 하는 한 가지 방편”이라고 ISAF 관리가 말했다. “아프간 사람들이 이 도로를 안전하게 유지하지 못하면 사기가 더욱 떨어질 것이다.” 탈레반은 그동안 수차례 자신들의 계획을 떠벌렸다. “우리의 군사작전은 카불을 포함한 네 개의 지방 주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물라 브라데르로 알려진 탈레반의 2인자가 2007년 9월 탈레반의 한 웹사이트와의 장시간 인터뷰에서 말했다. 1단계는 마이단샤르에서 카불로 가는 도로와 수도 아래쪽 기타 지역의 정찰과 통제라고 그가 말했다. “적에게 피해를 입히기에 가장 효율적인 순교(자폭) 공격과 도로변 폭발을 주요 전술로 쓸 생각이다.” 이 인터뷰가 인터넷에 공개된 직후 탈레반 대원들은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시골 마을들의 연락망을 재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탈레반 소식통들이 말했다. 2001년 이후 마이단와르닥과 로가르 지방에서 조용히 숨어 지내던 비밀 첩자와 동조자들이 개발 소외지대인 시골에서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을 포섭해 전사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아프간 동부와 파키스탄 국경 너머 와지리스탄의 오랜 탈레반 근거지에서 보낸 저항세력과 외국인 성전 전사들이 재구성된 부대의 훈련과 장비, 지휘를 맡았다. 파리둔과 이웃인 약사 모하마드는 자신들의 고향에도 탈레반 병력 증강이 몇 달 전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현지 경찰과 아프간 정규군은 그것을 막을 능력이 없어 보였다. 현지 이슬람 성직자들은 결혼식과 장례식이나 금요 기도회에서 신도들에게 탈레반을 성원하고 정부에 반대하라고 촉구한다. 탈레반은 신입 대원에게 약 200달러의 월급을 준다고 약사가 말했다. 경찰과 정규군이 받는 월급의 두 배에 가깝다. 마이단샤르의 한 경찰관에 따르면 이 지방 저항세력의 병력 규모는 1000명에 가까운 것으로 추산된다. 마이단와르닥주의 신임 주지사로 부임한 모하마드 할림 피다이는 이러한 위협을 평가절하했다. “저항세력은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이곳 세력이 강하지 않으며 카불을 위협할 정도는 못된다.” 그는 또 아프간 정규군이 최근 저항세력이 고속도로를 따라 매복하기 쉬운 지점들에 증원군을 집중 파견해 치안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탈레반이 마이단와르닥과 카불에 가까이 이웃한 로가르주에 차량폭탄과 자살폭탄 조끼 공장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그곳 주지사도 현지인들에게 합류하는 “외부인들”이 걱정이라고 자인했다. 아프간-파키스탄 국경에서 뉴스위크와 인터뷰한 탈레반 고위 사령관에 따르면 알카에다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들여보내는 전사를 이전보다 늘렸다. 알카에다 지도부는 서방과 치르는 전쟁의 중심지가 이라크가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라는 두 미국 대선 후보(존 매케인과 버락 오바마)의 의견에 동의한다고 그 탈레반 사령관이 말했다. “외국인 전사가 점점 늘고 있다. 터키인, 체첸인, 아랍인, 우즈베크인, 투르크멘인, 파키스탄인 등이다”고 서방 고위 외교관이 확인했다. 그들은 탈레반을 더 위험스럽게 만들고 있다. 외국인은 장비와 훈련 면에서 현지인보다 훨씬 뛰어나다. 아프간 저항세력은 대체로 첫 총격전이 벌어지면 철수해 버리지만 그들은 버티며 싸우는 경향이 있다. 카불 대학의 학생들은 나라의 방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들이 떠나면 미래의 희망도 함께 떠나게 된다. “걱정이 많다”고 사회학을 전공하는 칼리드 데하티(20)가 말했다. “우리 아버지는 요즘 치안상황이 공산시절만큼이나 나쁘다고 해요.”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알리 아리피(19)는 가즈니의 고향으로 갈 수가 없다고 말했다. 탈레반이 점령했기 때문이다. “남아서 나라에 도움이 되고 싶지만 친구들은 모두 떠나겠다고 해요.” 과학도 줄라이카 아프잘리(21)는 졸업 후 국외로 떠날 생각이라고 당당히 밝혔다. “아프가니스탄은 과거나 현재나 미래가 모두 불안해요”라고 말했다. “독일로 갈 생각이에요.” 내년 대선에서 카르자이에게 투표할 생각이냐고 묻자 그녀와 다섯 친구가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천만에요!” 이라크인과 마찬가지로 아프간 사람들도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탈출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 카불에서 비영리 연구단체를 이끄는 한 미국인은 데리고 있는 아프간 사람들로부터 치안이 무너질 경우 자신들을 빼내 주겠다고 약속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고 말했다. 1980∼90년대 혼란의 와중에 아프간인 수백만 명이 국외로 탈출해 파키스탄과 이란에서 난민 생활을 했다. 두 나라는 이제 대다수 아프간 난민을 강제 송환하고 새로운 난민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농촌개발에 종사하는 어느 아프간 기혼자(26)는 경찰 고위 간부인 부친이 최근 자신을 앉혀놓고 며느리와 젖먹이 손자를 내보낼 탈출전략을 짜 놓으라고 충고했다고 말했다. 이 젊은이는 그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다.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일부 민간인은 사태가 악화될 때까지 기다리지 않는다. 샤킬라 하시미 의원의 아들 사미르(21)는 중고차 비즈니스를 그만두고 아내를 데리고 캐나다로 떠날 준비를 한다. 그는 카불이 범죄가 너무 많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2년 전엔 희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그것을 잃어간다.” 이들 가족은 그의 누이동생(17)의 상(喪)을 아직 치르지 못했다. 지난해 집에 있다가 누군지 모르는 암살자의 총에 맞아 숨졌다. 샤킬라 하시미 의원은 딸을 죽인 총탄이 원래 자신을 노린 것이라고 생각한다. 페샤와르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인간 밀수업자 나지브 아마드자이는 탈레반 정권의 붕괴와 함께 자기 사업이 망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그의 솜씨를 요구하는 주문이 되살아났다. 아프간 사람은 대부분 서구 국가의 비자를 얻기 어렵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비자가 없을 경우 망명 신청하기가 더욱 쉽다. 와르닥은 최고 3만 달러를 내고 이란과 터키를 거쳐 유럽으로 빠져나가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경로야 어찌 됐든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족하다. 지난 5월 와르닥은 NATO 본부에서 열리는 일련의 회담 참석차 브뤼셀에 가는 대표단 9명을 인솔했다. 귀국 때가 되자 동료들이 모두 정식 망명이 허용되든 안 되든 유럽에 남기로 결심했다고 그에게 말했다. 그들을 설득해 결국 만류하긴 했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7월엔 아프간의 올림픽 선수단 4명 중 유일한 여성인 800m 달리기 선수 마흐부바 아하드가르가 이탈리아의 훈련캠프에서 사라진 뒤 노르웨이에 나타나 정치적 망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아프간의 미래에 그에 못지않게 암담한 현상이 또 있다. 전에 잘나가던 카불의 사업 투자자들이 발을 빼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두 달 동안 치안이 급격히 악화됐다”고 방케밀리아프간의 하미둘라 파루키 회장이 말했다. 그는 “점점 더 나빠진다”고 덧붙였다. 길거리 범죄도 늘었다. “사업체들이 직면한 최대의 문제는 마피아 같은 조직폭력배들의 납치 위협”이라고 파루키가 말했다. “친구 둘을 납치로 잃었다. 돈과 자동차를 잃은 사람도 있다. 짐 싸서 떠나는 일 말고는 달리 도리가 없다.” 이 나라의 많은 기업인이 안전한 두바이로 돈을 빼돌린다고 그가 말했다. 예컨대 자신이 알고 있는 어느 아프간 사업가는 두바이의 여러 프로젝트에 40억 달러를 투자했다. 카불 주민들은 지난해 두바이에서 이뤄진 부동산 매입의 약 20%가 국외로 돈을 빼돌리는 아프간 사람들의 거래라고 말한다. 파루키는 그 정도 추산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 대중은 암담한 생각에 젖어 자꾸 비관적인 생각만 하게 된다. 그러나 막을 방법을 아는 이는 없는 듯하다. 이 추세는 갈수록 악화된다고 파루키가 경고했다. “심각한 치안 부재, 부패, 업무를 마비시키는 관료주의, 잘못된 정부 정책, 그릇된 정부 행태가 문제다. 기업들이 떠나는 게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 서방의 외교관은 “희망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무엇이든 문제”라고 말했다. 지금은 탈레반이 주도권을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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