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하늘에 ‘한류’ 몰아친다
세계의 하늘에 ‘한류’ 몰아친다
![]() 항공기 엔진을 점검하고 있는 대한항공 정비사들. |
"항공 자유화(open sky) 시대입니다. 항공안전이 담보되지 않으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때라는 이야기입니다.”홍순만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장은 항공 자유화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한 선결조건으로 ‘안전’을 꼽았다. ‘항공안전’의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는 게 최우선 과제라는 것이다.
홍 본부장은 “항공안전이 허약하면 국가위신이 추락할 뿐 아니라 해외 노선 증편에서 불이익을 받는 등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을 뒤로한 채 돈벌이만 앞세웠다간 국제적으로 큰코다친다는 얘기다.그렇다면 최고의 항공안전국은 어디일까. 세계적 항공사 루프트한자를 보유하고 있는 독일일까, 아니면 연간 여객수송 2147만 명에 빛나는 아메리칸 에어라인의 미국일까.
아니다. 흥미롭게도 2008년 9월 현재 세계 최고 항공안전국은 한국이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실시하고 있는 항공안전종합평가(USOAP·2005~2010년)에서 한국은 항공안전 국제기준 이행률 98.82%를 기록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평가 대상 8개 분야(법령체계·조직체계·종사자 자격·항공기 운항·항공기 안전성·공항안전·항공교통·사고조사)에서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얻었다.
ICAO의 항공안전종합평가는 190개 회원국을 대상으로 항공안전 관련 8개 분야 9608개 국제기준 이행 수준과 안전관리 체계를 종합 진단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평가를 받은 국가는 모두 108개국이다. 홍 본부장은 “항공안전종합평가는 ‘항공안전 올림픽’으로 인식돼 경쟁이 치열하다”며 “ICAO 회원국에 대한 평가가 2010년 마무리되는데, 만점에 가까운 한국 기록은 깨지기 힘들 것이라는 게 국내외 항공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이 기록한 항공안전 국제기준 이행률 98.82%는 대단하다고 한다. 이를 뛰어넘는 것 자체가 ‘무한도전’이라는 말까지 나돈다. 2005년 시작된 항공안전종합평가의 세계 평균은 57.77%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96%를 넘어선 나라는 아르메니아 한 곳뿐이다. 3위 캐나다는 95.38%에 그쳤고, 항공업계 선두주자라는 미국도 91%를 겨우 넘어섰다.
![]() ![]() |
ICAO의 헨리 고디(Henry Gourdji) 평가단장은“(한국의 점수는) 매우 우수하다(exceptionally excellent)”고 찬사를 보냈다. ‘BBC 아시아판’도 한국이 항공안전평가에서 최고 점수를 받은 사실을 상세히 보도했다. 한국은 어떻게 최고의 항공안전국이 됐을까. 2000년대 초 한국은 ‘항공안전 불감증’으로 쓰디쓴 경험을 했다. ICAO의 1차 항공안전종합평가(2001년)에서 항공안전 국제기준 이행률 79.79%를 기록, 162개 회원국 중 53위에 머물렀던 것.
북한보다 한 단계 낮은 충격적 결과였다. 2001년엔 FAA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을 받는 수모도 겪었다. 90년대 말 연이어 터진 항공사고의 여파였다. 국내 항공업계는 당시 ▶국적 항공사 편명 공유제한 ▶미주노선 증편 불가 ▶미국 군인·공무원의 한국 국적 항공기 이용 금지 등 불이익을 받았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였다. 정부는 항공안전관리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항공안전본부(2002년 8월)를 설립했다. 항공안전의 효율적 관리를 꾀할 목적으로 항공안전감독관 제도(2002년 8월) 또한 도입했다. 2008년 9월 현재 항공안전감독관·운항자격심사관은 각각 54명, 11명에 달한다.
이 밖에도 국제항공안전규정관리시스템(SMIS·2006년)을 세계 최초로 구축했고, 항공전문가 교육 및 안전감독 활동을 전산정보망으로 관리하는 항공안전종합정보시스템(NARMI·2007년)도 만들었다. 민간 항공회사들도 항공안전 노력에 함께했다. 대한항공은 2001년 ‘안전보안실’을 사장 직속 조직으로 개편했다. ‘안전관리를 최우선으로 한다’는 게 대한항공 관계자의 설명이다.
2007년 8월부턴 총체적 안전관리시스템(Safety Management System) 태스크포스팀을 별도로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2002년 이후 ‘안전 강화(Safety Upgrade) 전략’을 적극 시행하고 있고 안전문화 정착, 무재해 운동 실천을 위해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지난해 1월 ‘안전경영팀’을 사장 직속 조직으로 편성해 안전에 대한 총체적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국내 항공사들이 ‘8년 8개월 무(無) 사망’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 덕분이라는 평가다.
외국 항공업계 ‘한국 배우기’ 열풍
한국이 항공안전 올림픽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리자 브라질·필리핀·태국·캄보디아 등 여러 나라가 ICAO를 통해 항공안전 자문을 요청해 오고 있다. 27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럽항공안전기구조차 우리의 SMIS를 도입하기 위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항공 업계에 ‘한국 배우기’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항공 한류(韓流)’라고나 할까.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이번 항공안전종합평가를 계기로 국내 항공업계의 국제적 위상이 한층 높아지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순만 본부장은 “국내 항공안전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우리나라의 항공안전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착시키겠다”며 “특히 이번 평가 과정에서 우수성이 확인된 SMIS 보급을 적극 추진해 국제 항공업계에서 우리의 위상을 확실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용어설명
|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美 생산 아니면 관세"...트럼프, 일라이 릴리·화이자 등 압박
2AI에 돈 쏟는 중국 IT 공룡들...알리바바도 투자 동참
3무궁무진한 AI, K콘텐츠와 만난다면
4산케이 “韓, 독도 불법 점거...국익 해칠 뿐” 다케시마의 날 잇단 도발
5성관계 후 의문의 붉은 점…韓 2030 '이것' 주의보
6현대차가 짓는 삼성동 GBC, '105층 1개동→54층 3개동'으로
7가상화폐 거래소 바이비트, 14억달러 해킹...'최대 규모'
8 트럼프, 찰스 브라운 합참의장 전격 해임
9'故 오요안나 괴롭힘 의혹' 김가영, 골때녀 하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