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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그린카가 한참 앞서 달린다

일본 그린카가 한참 앞서 달린다

혼다의 신차 FCX 클래러티의 가장 놀라운 점은 지극히 평범해 보인다는 사실이다. 외관상으론 좌석 네 개짜리 일반 세단형 자동차와 별로 다르지 않다. 운전석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으면 만족스러운 힘이 느껴지면서 속도가 붙는다. 그러나 몇 분이 지나면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유일하게 들리는 엔진 소음이라곤 가냘픈 ‘윙-’ 소리뿐이다.

그 소리가 너무 희미해 자동차 바퀴가 아스팔트를 굴러가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는 FCX 클래러티가 수소 연료전지 자동차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분야에선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자동차에 속한다. 과거에는 엔진에 동력을 공급하는 연료전지의 덩치가 상당히 컸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연료전지 크기가 절반으로 줄고 출력은 50% 늘었다.

FCX 클래러티는 미국 환경보호국의 승인을 얻은 뒤 고객들에게 선보인 최초 수소 연료전지 차량이다.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으며 소량의 물만 나올 뿐이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점은 일단 시장만 형성되면 혼다가 이런 차량을 양산할 준비를 끝냈다는 사실이다. 반면 혼다의 경쟁사 대부분은 아직 모터쇼에 컨셉트 카를 선보이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클래러티는 일본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수많은 차세대 친환경 자동차 중 하나일 뿐이다. 친환경 자동차는 연료전지, 수명이 긴 배터리, 혹은 재생 가능한 생물연료 등을 동력원으로 삼는다. 이런 차들이 개발된 지는 오래됐다. 하지만 대부분은 언론의 호평을 받으려고 제작된 비실용적이고 실험적인 1회용 모델이었다.

이제 일본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다음 단계인 대중시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시기적으론 해외 경쟁사들보다 여러 해 앞섰다. 닛산은 2012년 안에 미국과 일본에서 전기 자동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그 외 지역에는 2012년부터 수출할 전망이다. 도요타는 2009년 출시 목표로 일본·미국·유럽에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플러그를 꽂아 자동차 전지를 충전한다)의 주행 성능 시험을 하고 있다.

이 하이브리드 차량이 태양 에너지를 병용할 수 있다는 소문도 있다(회사 측의 확인은 없다).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도요타보다 한참 뒤처져서 2위를 달리는 혼다는 첨단 배터리 등 혁신적 친환경 기술을 적용한 신차 출시를 준비 중이다. 마쓰다는 내년 3월 일본에서 세계 최초의 수소-휘발유 하이브리드 차를 출시한다.

일본 자동차 메이커들은 모두 전자회사나 부품 제조업체들과 긴밀히 협조한다. 이는 일본이 친환경 자동차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미국 소비자 만족도 조사회사인 J D 파워 앤 어소시에이츠의 자동차 분석가 마이크 오모토소는 “일본 기업들은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미래에도 선두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본다”면서 “분명히 친환경 자동차 산업은 일본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일본이 친환경 차량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은 오랜 내핍생활의 자연스러운 결과다. 일본은 지구온난화가 세계적 고민거리가 되기 훨씬 전부터 에너지 효율성 문제로 고심했다. 수십 년간 일본 기업들은 석유는 부족한데 에너지 비용은 치솟는 현실을 극복하려 노력했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집중 투자했고, 이제 그 결실을 보고 있다.

일본은 오래된 굴뚝산업 분야에서도 에너지 비용 절약 면에서 최첨단 기술을 지녔다. 미국 경쟁사들이 포기한 뒤에도 일본은 계속 배터리를 만들었고, 덕분에 이젠 세계에서 효율성이 가장 높은 제품을 생산한다. 일본의 제철회사들은 저가품 시장에선 신흥시장 경쟁사들에 밀리지만, 자동차용 최경량 철강제품을 만드는 고급 기술에선 아직도 가장 뛰어나다.

일본 굴뚝산업들의 이런 강점은 친환경 차량 개발에 기여했다. 그리고 친환경 차량의 성공은 다시 더 많은 산업 분야의 혁신을 촉진한다. 예컨대 전자 모터와 제어장치 제조업체라든가 온갖 첨단소재 개발업체들이 더불어 발전하는 것이다. 현 시점에서 ‘그린 카’(green car: 친환경 자동차) 경쟁이 경제에 미치는 직접 효과를 계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효과는 막대하며, 앞으로 더욱 커질 것이다. 도요타의 프리우스는 이미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린 카다. 도요타는 2009년 안에 프리우스의 국내 생산을 60% 늘려 연간 45만 대를 생산할 계획이다. 골드먼삭스에 따르면 하이브리드 자동차 시장 규모는 2015년께 250만 대로 성장할 전망이다(2007년엔 50만 대였다). 그 선두에 있는 기업이 도요타와 혼다다.

분석가들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단거리의 경우엔 배터리의 동력만으로 달린다)이 점차 운전자들을 휘발유 시대에서 벗어나 전기 시대로 들어가게 만들 것이라고 말한다. 골드먼삭스의 분석가 유자와 고타는 2010년엔 하이브리드 차량이 도요타와 혼다의 영업이익 중 5~10%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의 시장 규모도 유가 상승과 환경 규제 강화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친환경 자동차 열기는 일본 경제의 비전을 보여준다. 도요타는 1990년대에 G21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당시엔 석유 값이 저렴했고 미국인들은 여전히 다목적스포츠차량(SUV)을 좋아하던 시절이었다. G21 프로젝트의 취지는 도요타는 “따분한” 자동차만 만든다는 세평을 잠재우고 21세기형 차량을 창조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물이 바로 프리우스였다. 도쿄 소재 니코 시티그룹의 분석가 마쓰시타 노리유키에 따르면 도요타는 석유 기반 경제가 각종 환경·경제상 이유로 생존력이 약해진다고 남들보다 미리 내다본 것뿐이었다. 그때부터 도요타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활용해 프리우스 생산비를 크게 줄였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에선 이미 손익분기점에 도달했다.

반면 GM 같은 외국 경쟁사들은 앞으로도 여러 해 동안 적자가 예상된다. 도요타 관계자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부품들이 내년에 출시되면 자동차 생산비가 절반으로 줄면서 가격은 떨어지고 이익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프리우스가 처음 출시된 1997년엔 한 대당 1만 달러의 손실을 봤다. 그러나 “신형 프리우스는 한 대당 수천 달러씩 수익을 낼 것”이라고 니코의 마쓰시타는 말한다.

도요타는 앞으로 10년간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비를 더 줄여나갈 계획이다. 경쟁사들보다 생산 경험이 훨씬 풍부한 만큼 도요타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차량의 “가격을 선도하는 업체”가 될 것이라고 마쓰시타는 전망한다. 물론 전 세계의 대다수 자동차 회사가 그린 카 프로젝트에 뛰어들고 있다. 심지어 동작이 굼뜬 GM마저 2010년에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인 볼트를 선보일 계획이다.

하지만 수십 년간 그래왔듯이 독점적인 국내 공급망 속에서 활동하는 일본 경쟁사들에 비하면 뒤진 편이다. 일본 자동차 회사들은 차세대 첨단 차량의 핵심인 전자부품 및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들과 제휴함으로써 자신들의 강점을 보호한다. 도요타와 파나소닉(도요타가 과반 지분을 갖고 있다)의 합작회사는 이미 세계 유수의 배터리 제조회사 반열에 올랐다.

닛산도 최근 NEC와 합작 설립한 배터리 회사의 지분을 늘렸다. 닛산은 이 합작사에서 생산한 리튬-이온 전지를 다른 자동차 회사들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일본의 배터리 회사들은 디자인과 양산 체제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도 뛰어나다. 컨설팅 회사 A T 커니의 가와하라 에이지에 따르면 일본은 배터리 디자인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루지 못할지라도 대량생산 능력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선두를 유지할 전망이다.

미쓰비시의 신형 전기 자동차 i MiEV는 일본이 선두를 지킬 수 있는 배경을 설명해 주는 또 다른 사례다.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 불충분한 가속력, 긴 충전 시간 등의 단점이 있다. 이에 비해 i MiEV는 한 번 충전하면 160km(GM의 볼트는 40km)를 달릴 수 있다. 최근 도쿄 시내 시험 주행에서 입증했듯이 복잡한 도심에서의 가속 능력도 결코 휘발유 차량에 뒤지지 않는다.

다른 회사들의 신형 전기차, 예컨대 테슬라의 로드스터는 성능 면에선 훨씬 더 뛰어날지 모른다. 하지만 소규모 신생회사인 테슬라와는 달리 미쓰비시는 일본의 주요 배터리 제조업체인 GS유아사와 합작회사를 설립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이 합작회사는 2009년 말부터 최첨단 배터리를 양산할 예정이다. i MiEV의 배터리는 무게가 204kg(테슬라의 배터리는 454kg)밖에 나가지 않는다.

미쓰비시는 내년 말부터 일본에서 i MiEV를 판매할 계획이다. 예상 가격은 2만8000달러로 정부가 1만 달러 정도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에 비해 테슬라 전기차의 판매 가격은 무려 10만 달러다. 미쓰비시는 전기회사들과도 제휴관계를 맺은 덕분에 배터리의 “급속 충전” 장치가 거의 완성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완성되면 30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승용차의 배터리 충전기를 작동시켜 놓고 수퍼마켓 안에 들어가 쇼핑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일본 기업들은 다년간 친환경 자동차 개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미국 자동차 회사들도 일본 회사들만큼 연구개발(R&D)에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우선순위는 전혀 달랐다.

미국 기업들은 육중한 SUV에 돈을 쏟아 부었다. 그 사이에 일본인들은 하이브리드 쪽으로 한참 달려갔다. 일본 회사들이 친환경 차량 개발에 투자한 돈은 다른 산업 분야로까지 스며들어 기술 발전을 촉진했다. 후지 키메라 연구소의 분석가 오타 마사히로는 “수많은 기업이 자동차 제조업체의 수요에 부응하고자 치열한 기술 혁신 노력을 해온 결실이 요즘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이 더 나은 배터리를 만드는 비결은 점진적인 혁신에 있다. 전통적으로 일본인들이 잘하는 방식이다. 일본의 배터리 회사와 자동차 회사들은 1990년대 말부터 협력해 왔다. 양측 모두 “조율과 융합”을 중시한다. 지난해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업계 관측통들의 주목을 받은 일이 있었다. 도요타의 와타나베 가쓰아키 사장이 자사 무대를 거대한 파나소닉 간판으로 장식한 것이다(파나소닉은 도요타에 프리우스용 배터리를 납품한다).

자동차 회사와 납품업체 간의 이런 친밀한 관계는 신속한 실험과 혁신을 촉진한다. UBS 증권의 분석가 요시다 다쓰오는 이렇게 말했다. “자동차를 만드는 일은 컴퓨터를 조립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단지 부품들을 모아 놓는다고 완벽한 자동차가 되진 않는다. 자동차는 특별 주문한 부품들로 만들어진다.”

이런 협력관계는 서서히 그리고 확실히 일본 산업계의 강점으로 정착됐다. 닛산 역시 NEC와 제휴해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으며 내년에 양산할 계획이다. A T 커니의 가와하라는 “일본의 제조업 기술은 세계적으로 신뢰를 받는다”고 말한다. 포드와 GM도 독자적인 하이브리드 차량 개발을 요란하게 선전해 왔지만 그 자동차들의 가격은 훨씬 더 비쌀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미국 자동차 회사들은 내구력이 우수한 일제 배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용 배터리는 언젠가는 주택 난방에도 이용될 수 있다. 따라서 이 분야에서 앞선다는 것은 일본 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의미를 갖는다. 요시오카 노부아키는 닛산과 NEC의 합작회사인 오토모티브 에너지 서플라이 코프(AESC)의 고위 중역이다.

그의 회사는 배터리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망간 성분이 함유된 리튬-이온 전지를 개발 중이다. 이는 NEC가 1990년 이래 연구해 온 분야다. 요시오카는 “이 기술의 잠재력은 엄청나다”고 말한다. “언젠가는 석유가 고갈될 것이다. 따라서 생산된 에너지를 저장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자동차용 연료전지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에너지 저장 기술의 응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예컨대 초효율적 배터리는 수요가 적을 때 생산된 전기를 저장해 뒀다가 수요가 많을 때 사용할 수 있다. 배터리는 일본뿐 아니라 아시아 전역에서 에너지 산업의 인프라를 바꾸게 될지도 모른다. 노무라연구소의 자동차 부문 컨설턴트인 기타가와 후미카즈는 차세대 전지와 태양광 발전기가 결합되면 가정 에너지 시스템에 혁명적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이런 시스템은 가격이 그다지 비싸지 않으며 도입 시기도 멀지 않았다.”

배터리는 전동기·변환기 등을 포함한 친환경 자동차 부품 산업의 일부일 뿐이다. 일본은 이미 이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노무라연구소는 하이브리드 부품 시장의 규모가 2012년엔 지금의 세 배로 커져 50억 달러가 되고, 2015년엔 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청정 자동차 전쟁(Clean Car Wars)’의 저자 하세가와 요조는 “이제 일본은 세계의 공급 중심지가 될 막대한 잠재력을 지녔다”고 말한다.

그의 저서는 일본 자동차 회사들과 해외 경쟁사들의 친환경 차량 개발 경쟁을 상세히 소개한다. 이상적인 친환경 차량을 개발하려는 일본의 노력은 소재 산업 분야로까지 확산된다. 철강 산업을 생각해 보라(철강은 자동차 차체의 주된 구성요소다). 세계적으로 경쟁과 인수합병이 치열해지는 가운데도 일본의 제철업체들은 경쟁력을 유지한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 탐내는 최고급의 혁신적인 철강 제품들을 내놓기 때문이다(일본산 철강 제품의 약 80%는 첨단 제품이어서 수익률이 가장 높다). 와세다 대학의 다이쇼 야스히로 교수는 일본 제철회사들이 초경량-고강도 철강제품 부문에서 다년간 선두를 지켜오고 있다고 말한다. “신일본제철과 JFE스틸은 세계 최대 철강회사인 아르셀로미탈(본사 룩셈부르크)도 부러워하는 기술을 지녔다.” 아시아, 특히 중국의 철강회사들도 혁신적 제품 분야에서 선두 일본을 따라잡으려 애쓴다.

다른 소재 부품 생산업체들도 친환경 자동차용 신제품 개발에 분주하다. 탄소섬유 같은 첨단 소재 분야의 선두업체인 일본의 도레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탄소섬유 제품은 보잉 드림라이너의 동체와 날개에 사용된다. 최근 도레이는 자동차용 첨단소재 개발 연구소를 나고야에 세웠다. 도요타와 그 납품업체들로부터 멀지 않은 곳이다.

세계 탄소섬유 시장의 34%를 점유하는 도레이는 요즘 자동차 차체용의 저렴한 탄소섬유를 개발 중이다. 2015년까지 자동차 부문 매출을 두 배로 늘려 35억 달러를 달성할 계획이다. 또 다른 첨단소재 회사인 테이진은 폴리카보네이트 수지 같은 다양한 신소재를 활용해 “자동차 무게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회사의 도쿄 전시실에는 거품 모양의 자동차 원형이 전시돼 있다.

한편 겐 오쿠야마가 디자인한 초경량 스포츠카 K.08이 올가을 일본에서 시판될 예정이다. 이 자동차는 탄소섬유와 알루미늄을 많이 사용해 무게가 750kg밖에 안 된다. 바이오플라스틱도 잠재적 성장 산업이다. 특히 마쓰다와 도요타가 이 분야에 연구개발비를 투입하고 있다. 바이오플라스틱은 석유 대신 식물로 만든다. 따라서 생산하는 데 훨씬 적은 에너지가 소비되고 탄산가스 배출도 없다. 이들 회사는 자동차 계기판과 실내 바닥재 등 다양한 용도로 바이오플라스틱을 시험 중이다.

물론 일본이 친환경차 기술 개발에 몰두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판단 착오가 나타날 우려도 있다. 과거에도 잘못된 예측을 한 적이 있다. 예컨대 일본의 이동통신 회사들은1990년대 초 잘못된 표준을 채택하는 바람에 그 후의 세계적인 휴대전화 붐에 거의 편승하지 못했다. 현재 일본 기업들이 집중 투자하는 리튬-이온 전지엔 약점이 많다. 다른 나라의 재빠른 기업가들이 훨씬 더 우수한 기술을 찾아낼 가능성이 늘 상존한다.

“지속가능한 기동력”을 개발하는 경쟁에서 어떤 친환경 자동차 기술이 승리할지는 미지수다. 혼다 클래러티 같은 수소 연료전지 차량이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데는 아직 심각한 난관이 남아 있다. 우선 이런 차량은 값이 비싸다. 수소 충전소와 기타 인프라도 무(無)에서부터 건설해야 한다. 전기 자동차는 기존 전력망을 이용할 수 있는 게 큰 강점이지만, 역시 비싼 게 흠이다. 게다가 가장 우수한 배터리라고 해도 아직은 휘발유를 가득 채운 기존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따라가지 못한다. 또 리튬-이온 전지는 안전상의 문제가 있다. 과열로 인한 화재 위험이 있다. 이런 이유로 몇몇 제조업체는 휴대용 리튬-이온 전지를 리콜해야 했다. 미국 시카고에 있는 국립아르곤연구소 책임자로 미 의회에서 배터리 기술에 관해 진술한 적이 있는 돈 힐리브랜드는 이렇게 경고한다. “지금은 엄청난 가능성과 위험이 공존하는 시기다. 오늘날의 선두업체가 내일도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시장의 규칙이 매우 빠르게 바뀌기 때문이다.”

친환경 자동차들이 모터쇼 무대와 디자인 전시장을 나와 거리로 나서고 있다. 혼다는 이미 FCX 클래러티를 남캘리포니아의 몇몇 저명인사 고객에게 임대하기 시작했다. 클래러티 사용자로 선정된 미국 여배우 진 해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클래러티가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자동차와 지나치게 다르지 않는다 점이 마음에 든다. 우주 시대의 보통 자동차 같다고나 할까.” 단순한 말 같지만, 일본 자동차 회사들이 대박을 터뜨리려면 음미해 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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