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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산위성 국내 발사 ‘카운트다운’

국산위성 국내 발사 ‘카운트다운’

내년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될 위성발사체 지상 실험 장비.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올해 말 완공 예정인 나로우주센터는 한국의 우주개발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곳이다. 495만㎡(150만 평) 부지에 이미 발사대에서부터 관제소·추적소·조립동 등 시설이 완공돼 성능을 감수하고 있다. 내년 중반기엔 이곳에서 국산 과학기술 위성이 한국과 러시아 합작 로켓에 실려 발사된다.

이미 실제 로켓과 그 모양이 같은 목곽을 러시아로부터 가져와 발사대에 올려놓고 발사대의 작동 여부도 점검했다. 당초 올해 말 발사 예정이었으나 러시아로부터 1단 로켓 수입의 지연과 발사장 부품 일부가 예정보다 늦게 도착해 전체 일정이 6개월가량 늦춰졌다. 어떻든 내년에는 한국의 우주개발 염원을 담은, 국산 위성의 국내 첫 발사가 이뤄진다.

‘우주 열강’들로서는 한국의 이런 움직임을 ‘걸음마 단계’ 정도로 평가할 수도 있다. 한국의 우주개발 역사가 10여 년에 불과하고, 나로우주센터 건설과 이곳에서 발사할 로켓의 핵심 부분인 1단 로켓을 러시아로부터 거의 그대로 들여오기 때문이다. 발사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우주 열강들의 눈엔 그 이벤트가 한국의 것으로 비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그 의미가 자못 크다. 독자적인 우주개발에는 위성과 위성 발사용 로켓, 위성 발사장 확보가 일차적인 관건이다. 이런 점에서 나로우주센터는 한국의 첫 우주센터로서의 의미가 크다. 책가방만 한 크기의 초미니 위성이건, 초소형 과학위성이건 지금까지 한국에서 개발된 위성들은 모두 외국으로 싣고 나가 쏘아 올렸다.

국내에 우주센터도, 쏘아 올릴 만한 로켓도 없었기 때문이다. 나로우주센터는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하면서 그 설계 도면과 기술 모두를 러시아에서 사 오다시피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중요성이 반감되는 것은 아니다. 우주 열강들은 50~60년 동안 기술 개발을 해왔다. 기술이 뒤처진 한국으로서는 기술을 사 올 기회가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일이다.

미국이나 러시아·일본 등 우주기술 선진국들은 첨단기술을 전략기술로 분류해 한국과 같은 나라에 기술 이전도, 팔지도 않는다. 심지어 일부 부품까지도 그렇게 통제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나로우주센터의 준공과 과학기술위성 발사 이벤트는 우주개발에 대한 관심을 더 뜨겁게 달구는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한국은 소형 과학기술위성 발사에 머물지 않고 내친 김에 달 탐사까지 나설 태세다. 지금의 구상처럼만 된다면 달 탐사용 위성 발사가 이뤄질 곳이 바로 나로우주센터다. 상징적으로나 그 규모로나 나로우주센터는 한국의 우주개발 심장부로 자리 잡을 것이다. 나로우주센터가 완공되면 한국은 세계 13번째로 우주센터를 보유하는 나라가 된다.

선진국 대비 걸음마 수준 : 한국의 이런 움직임은 중국과 일본·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의 활발한 우주개발에 자극을 받은 것이다. 국토 원격 탐사와 기상 예보, 자원 탐사, 위치 정보, 재난 예보 등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우주기술을 더는 외국에 의존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인식도 작용했다. 첨단 산업 부문에 미치는 기술의 파급 효과도 크다.

그러나 기술 수준이나 투자 규모 면에서 우주개발 선진국들을 따라가기엔 한참 멀었다. 지금까지 한국이 독자 개발하거나 외국의 도움을 받아 개발한 위성이나 로켓은 그리 많지 않다. 위성의 경우 1992년 과학위성인 초미니 우리별 1호를 시작으로 6기의 위성을 개발해 쏘아 올렸을 뿐이다. 그중 국토 탐사나 쓸 만한 지상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위성은 아리랑 1, 2호 두 기에 불과하다.

아리랑 시리즈는 그나마 외국의 도움을 받아 개발됐다. 그밖에 현재 개발 중인 위성은 6기가 있다. 한국이 그동안 6기의 위성을 쏘아 올리면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것은 행운 중의 행운이다. KT와 같은 통신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무궁화 위성 시리즈는 모두 외국 업체들이 개발해, 외국에서 발사한 것이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황진영 박사는 “위성체 분야의 기술력은 선진국 대비 80~90%, 로켓 분야는 기술영역별로 50~70%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 대해 한 우주 기술 전문가는 “몇 개 위성을 개발해 봤다고 해서 기반 기술이 급속하게 향상되지는 않는다”며 “아직도 중·대형 위성과 로켓 등을 독자 개발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나로우주센터에서 초소형 과학기술위성을 쏘아 올릴 로켓의 1, 2단 중 핵심으로 꼽히는 1단 로켓은 러시아에서 통째로 들여온다. 2단은 고체로켓으로 한국에서 개발했다. 액체로켓은 우주개발용 로켓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이 기술 없이 우주를 개발한다는 꿈은 말 그대로 꿈에 지나지 않는다고 할 정도다. 한국은 초소형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액체로켓을 2017년까지 독자 개발한다는 게 목표다.

외국에서 기술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독자 개발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후발 주자로 꼽히는 일본·중국·인도는 지상 3만6000㎞의 정지궤도까지 위성을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이 2017년 개발 목표인 로켓의 경우도 지상 수백㎞까지밖에 위성을 올릴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퍼트론(Futron)이 정부와 인적 자원, 산업을 통합 평가한 우주경쟁력 지수는 2008년 현재 미국 91(100 기준), 러시아 34, 중국 18, 일본 14, 한국 9로 나타났다. 그만큼 한국은 기반이 취약하다는 의미다. 우주개발 예산, 미국의 117분의 1: 한국 정부의 우주개발 예산은 올해 316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8% 늘었다.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수준으로 그나마 2003년 1353억원, 2005년 1893억원 등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한국 실정으로 보면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그러나 우주개발 사업이 거대 사업이라는 점과, 외국이 거액을 쏟아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초라한 금액이기도 하다. 한국의 우주개발 예산은 2006년 미국의 385억9000만 달러에 비하면 117분의 1에 불과하고, 22억 달러인 일본의 7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 0.037%, 미국 0.139%, 일본 0.051% 등으로 큰 차이가 난다.

한국의 경우 정부 예산을 미국이나 일본 수준으로 단기간에 끌어올리긴 쉽지 않다. 그러나 우주개발에 가시적인 성과를 얻자면 적정 규모의 예산이 배정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은 달 탐사를 추진하고 있다. 2020년에 달 궤도선을, 2025년에 달 착륙선을 발사한다는 계획이다. 유인우주선을 우주에 올려 우주유영까지 한 중국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지만 일천한 우주개발 역사나 연구개발 예산에 견줘 깜짝 놀랄 만한 목표인 것만은 틀림없다.

달 탐사 프로젝트는 거액의 사업비가 들어가기 때문에 현재 정부 차원에서 타당성을 검토하고 있다. 과연 들인 돈만큼 효과가 있느냐를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다. 얼마 전엔 정부 주도로 달 탐사를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공청회도 열었다. 그 자리에서 나온 검토 결과는 자못 흥미롭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이상률 박사의 ‘달 탐사 개발 방향과 소요 기술 분석’이라는 발표 자료에 따르면 달 탐사 방법이 잘 묘사돼 있다. 한국이 2017년까지 개발하게 될 저궤도용 로켓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우선 지상 300㎞까지 1단 로켓으로 550㎏짜리 달 탐사선을 쏘아 올린 뒤 이어 고체 킥모터를 발사해 달까지 탐사선을 보내자는 것이다. 이는 달 궤도를 돌며 달 표면을 관측하는 임무를 맡는다.

달 착륙선의 경우 달 궤도선의 질량을 최대한 활용해 설계해야 한다고 이 박사는 설명했다. 국산 로켓으로 달까지 보낼 수 있는 질량은 550㎏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달 착륙선은 160㎏, 연료와 추진계통을 합해 390㎏으로 설계한다. 한국은 독자적인 달 탐사 외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국제달탐사네트워크(ILN) 사업 참여 의사를 밝히며, 7개 국가와 함께 의향서를 내놓았다.

미국의 요구 수준과 한국의 능력을 감안해 참여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이 어떤 형태로 달 탐사를 하든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이미지를 높이고, 국민에게는 자긍심을 심어주는 효과가 기대된다. 그러나 우주 열강들처럼 투자 재원이 넉넉지 않은 한국으로서는 최소의 비용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어려움에 봉착해 있다.

[필자는 공학박사이자 중앙일보 과학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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