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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이 먼저냐 검증이 먼저냐

협상이 먼저냐 검증이 먼저냐

우리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화를 단절한 뒤 북한은 핵 능력을 네 배로 키우고 미사일을 시험발사까지 했다. 하지만 다시 개입정책을 쓰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전을 이뤘다.”(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북한은 지금까지 모든 약속을 깼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신뢰는 하되 검증하라(trust but verify)’는 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조건 없이 만나는 일은 위험천만하며 상대가 주장을 펼 수 있는 합법적인 마당을 깔아주는 것이다.”(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두고 미국의 민주·공화당 후보인 오바마와 매케인이 9월 26일 미시시피대학에서 열린 1차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팽팽하게 맞붙었다.

내년 1월 집권 이후 대북정책의 윤곽을 엿보게 한 이날 토론회에서 오바마는 민주당 내 경선 때부터 주장해 온 직접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오바마는 “대화하지 않고 제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실제 통하지 않았다”며 “이란에도 통하지 않았고 북한에도 통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을 고립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이 핵무기 보유를 위해 속도를 높이도록 했을 뿐”이라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접근방법이 바뀔 것”이라고 오바마는 강조했다. 매케인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오바마 의원은 이전 토론회에서 이란의 아마디네자드, 베네수엘라의 차베스,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와 함께 전제조건 없이 만나겠다고 말했다.

아마디네자드는 이스라엘을 지도상에서 없애겠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과 조건 없이 만난다는 것은 그들에게 선전무대를 제공할 뿐이다. 이는 그들의 불법적 활동을 국제적으로 정당화시켜주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옛 소련의] 고르바초프가 글라스노스트(개방)와 페레스트로이카(개혁) 정책을 추진할 때까지 브레즈네프, 안드로포프, 체르넨코와 마주 앉지 않았다.

중국을 방문한 닉슨 대통령의 경우를 봐도 이미 그 전에 헨리 키신저가 여러 차례 중국을 다녀왔다. 나도 누구와든 대화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전에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 북한의 경우도 [클린턴 행정부 때]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이 북한에 갔었다. 그런데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억압적이고 잔학한 정권이다. 남한사람들의 키가 북한사람보다 평균 3인치 더 크다.

북한은 거대한 수용소다. 우리는 지금 ‘위대한 지도자’의 건강상태를 모른다. 하지만 북한이 지금까지 모든 약속을 깨왔다는 것은 안다.”오바마가 재반격했다. “매케인 의원은 미국 대통령이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실무 수준에서의 논의 없이 미국 대통령이 누구를 만나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이는 당연한 얘기다.

누구도 아무 준비 없이 만나자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매케인 의원은 내 입장을 잘못 규정짓고 있다. 우리가 전제조건을 얘기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우리가 먼저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는’ 어떤 문제의 해결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부시 행정부도 이런 점을 이해했다. 우리가 아마디네자드와 마주 앉았을 때 그가 터무니없는 얘기를 하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토론회에서 오바마와 매케인이 공방을 벌인 대북정책 접근법은 실제로 내년 1월 미국의 새 대통령이 당면한 힘겨운 선택 중 하나가 될 것이다. 현재 북한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불능화 중단을 통보했고 핵 재처리 계획도 통보했다.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북한의 통보는 벼랑끝 전술이 아니며 실제로 북한은 미국의 차기 행정부 때까지 6∼8㎏의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의 래리 닉시 박사는 2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북한이 핵 재처리시설을 가동하겠다고 한 것은 협상전술이 아닐 것”이라며 “북한 군부는 [미국 차기 대통령이 취임하는] 내년 1월까지 재처리 속도를 높여 6∼8㎏의 핵무기급 플루토늄을 추가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관련 발언

“북한과 이란이 불법적인 핵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폐기하기를 거부한다면 더 강력한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핵무기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강력한 제재정책을 유지할 것이며 핵무기를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우리 핵정책의 중심요소가 될 것이다.



7월 16일 인디애나주 퍼듀대학 연설에서

“[북핵신고는] 한 단계 진전이지만 앞으로 보다 많은 단계가 남아 있다. 특히 [시리아와의 핵 협력, 우라늄 의혹 같은] 중요한 문제에 대해 북한은 대답하지 않았다. 우리는 북한의 과거 플루토늄 생산, 우라늄 농축 활동, 시리아를 포함한 핵확산 의혹도 분명히 확인해야 한다. 앞으로 테러국가 지정해제까지 남은 45일 동안 의회는 북핵 신고 내용과 검증절차는 적정한지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제재는 우리가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가진 중요한 지렛대 중 하나다. 따라서 제재를 풀 때는 북한의 이행 정도에 따라야 한다. 만일 북한이 의무를 지키지 않았으면 우리는 재빨리 제재를 다시 부과해야 한다.”



6월 26일 북핵 프로그램 신고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당시 성명 중에서


오바마 후보

조지 W 부시 행정부 1기까지 대북교섭대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국경제연구소(KEI) 소장도 이날 “북한은 지금 벼랑끝 전술을 쓰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그들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매우 흥분해 있다”고 분석했다.

CRS보고서를 통해 의회와 행정부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닉시 박사는 “[와병설에 휩싸인] 김정일이 더 이상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북한 군부가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며 “재처리 결정은 북한 군부가 주도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그는 또 “사실상 6자회담이 끝났으며 나중에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더 이상 [북한 외무성의] 김계관 부상이나 외교관들이 역할을 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닉시 박사는 “사실상 중국이 회담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미·중·북 3자회담이었지만 향후 북한 군부는 미국과의 직접협상이 아니면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닉시 박사는 “현재 미국 대선에서 북한 문제는 다른 문제 때문에 관심을 끌지 못하겠지만 차기 미국 대통령은 북한과 직접 협상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힘겨운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닉시 박사가 전망한 6∼8㎏의 플루토늄은 핵무기 한 개 정도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앞서 마이클 헤이든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9월16일 “정보당국은 북한이 적어도 6개의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플루토늄을 생산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후보 첫 토론회에서 북한이 오랜만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그동안 미국 대선전에서 북한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다. 남은 선거기간에도 북한은 중요 이슈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전당대회 기간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의 후보 수락연설에서도,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의 수락연설에서도 북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연히 양당 후보들의 최우선 강조점이 미국 유권자들의 최고 관심사인 경제, 사회, 의료보험 정책에 있는 데다 북핵 문제는 중동문제만큼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미군들이 매일 죽거나 다치고 엄청난 전비부담을 안아야 하는 만큼 이라크는 사실상 미국 내 문제다. 외교안보정책에 대한 언급 빈도를 보면 이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최근에는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공에 밀려 있다. 북한 김정일의 중병설이 미국 언론의 반짝 관심을 끌었으나 민주당, 공화당의 후보진영에선 어떤 표면적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북핵 문제를 둘러싸고 민주, 공화당 양 후보에게 정책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양 후보진영 모두 현재의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협상 방식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양당 모두의 ‘부시 행정부가 임기 내 외교업적을 위해 철저한 북핵 폐기 약속을 받지 못한 채 양보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오바마의 아시아정책 자문그룹 일원인 워싱턴 싱크탱크의 동북아 전문가는 최근 기자에게 “우리는 현재 힐 차관보팀의 대북협상에 비판적”이라며 “현재 힐 차관보팀은 북한의 핵무기는 그냥 둔 채 플루토늄량만 신고 받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협상방식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을 장기적으로 방치할 수 있다”며 “오바마에게는 부시 행정부의 대북협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주문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지금 부시 행정부의 북핵 협상은 자칫 북한의 핵무기 폐기라는 어려운 과제를 차기 행정부에 떠넘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가 진행 중인 북핵 협상이 자칫 북한의 핵무기는 방치한 채 이미 용도 폐기된 영변 원자로 불능화 같은 성과 포장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미국 국무부 대북교섭전담대사를 지낸 잭 프리처드 한미경제연구소 소장도 “지난 4월 방북기간에 북측 외교책임자들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북핵 3단계에는 영변의 플루토늄 핵시설 해체만 해당되며 핵물질과 핵무기 이전은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북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지금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 사실에 익숙해지기를 바라고 있다”며 “북한의 핵무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현재의 협상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오히려 차기 행정부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매케인 후보

프리처드는 오바마 진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민주당 측 싱크탱크에서도 그의 대북정책을 경청하는 전문가다. 오바마, 매케인의 대북정책과 한반도 정책은 각 후보진영 안팎의 동북아 전문가들에게서 나오지만 후보들의 생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공화당의 경우 매케인 후보 자신이 상원 군사위 활동을 통해 90년대 중반 북·미 간의 제네바 협상의 문제점을 꿰고 있다.

민주당의 경우 부통령 후보인 조셉 바이든 상원외교위원장이 북한에 정통하다. 상원 6선(36년)인 그는 북핵문제를 외교적 대화를 통해 풀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2006년 10월 북한이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을 강행하자 북한문제를 전담할 ‘대북정책 조정관’을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그의 보좌관인 프랭크 자누치는 2004년 1월 평양을 방문해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만나기도 했다. 앞서 바이든 의원도 2001년 8월 평양을 방문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6·25전쟁 때 사망한 미군 유해 발굴은 물론 미국 내 한인들의 북한 방문 이산가족 상봉추진에도 관심을 보여왔다. 특히 대선을 6주 앞둔 지난 22일 바이든은 북핵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날 상원에서 북한인권법 재승인안을 상정하면서 상원외교위원장 자격으로 제안설명을 했다. 바이든은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기만 하면 북한은 바로 미래를 움켜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전이 본격화한 가운데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가 직접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대북 안전보장을 연계한 것은 특기할 만하다. 그는 이날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미국과 다른 6자회담 참여국으로부터 에너지 지원과 경제제재 해제는 물론 안전보장(security assurances)까지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위원장은 또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북한 핵 시설에 대해 불능화 작업이 재개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북한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자신들이 의무를 이행해야 미국도 의무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앞으로 새로 임명될 북한인권대사에게 미국과 유럽국가들이 옛 동구권 국가들의 인권개선과 안전보장, 경제지원 등을 연계한 ‘헬싱키 프로세스’를 참고하도록 권했다.

북한인권법을 연장하며 지금까지 비상근 명예직이었던 북한인권대사를 상근 정식대사로 임명토록 함과 동시에 이 같은 역할을 부여한 것이다. 바이든은 또 새 북한인권대사에게 한국계 미국인들의 북한이산가족 상봉문제, 북한 내 종교탄압 중단, 북한의 식량안전 및 공중보건문제 등에 대한 역할을 주문했다. 차기 행정부에서 북핵과 한반도 정책을 좌우할 면면으로는 국무장관 후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매케인 행정부의 경우는 조셉 리버먼 상원 정무위원장(무소속),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 주지사를 꼽을 수 있다. 리버먼은 2000년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였지만 이라크전에 대해서는 당론에 반기를 들었으며 상원에서 매케인과 가장 친한 의원이다. 매케인은 그를 부통령 후보로 염두에 뒀다가 공화당 보수진영의 반대해 부닥쳐 뜻을 못 이뤘지만 공화당 전당대회에서는 기조연설을 맡겼다.

그는 매케인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국무장관으로 가장 유력하다. 하원 공화당 내 정보통인 마크 커크 의원(일리노이 4선)은 지난 9월 초 전당대회장에서 기자와 만나 “매케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국무장관은 조셉 리버먼 상원의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정보장교 출신으로 당내에서 매케인의 측근인 그는 “군사외교정책은 매케인이 직접 90% 이상 챙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재무장관이나 상무장관은 매케인의 전적인 위임을 받아 최대의 재량권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크 커크 의원 역시 이번 11월 선거에서 5선에 성공할 경우 친한파 의원으로서 한반도 정책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장관 감으로 꼽히는 리처드슨 지사는 빌 클린턴 행정부 때 에너지부 장관, 유엔대사를 거치며 대북협상에 직접 관여해 왔다.

지금도 북한에서 대미 통로로 꼽는 주요 인물이고 지난해 봄엔 대북정책 기조를 바꾼 부시 행정부의 재가를 얻어 북한을 방문하기도 했었다. 지난 민주당 경선에 나서기도 했던 리처드슨은 미국 내에서 점차 인구비중이 높아지는 히스패닉 출신이어서 관심을 모았다. 그는 오바마와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 간의 경선전이 치열할 당시 오바마 지지를 선언함으로써 클린턴 진영에서 ‘예수를 배신한 유다’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오바마는 리처드슨의 지지선언으로 히스패닉 유권자 기반과 함께 그의 외교정책 경험도 얻을 수 있게 됐다. 리처드슨의 한 측근은 최근 기자에게 “그가 오바마 지지를 선언한 배경 중의 하나는 힐러리 측의 매들린 올브라이트 전 국무장관, 리처드 홀브룩 전 유엔대사와의 상극관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측근의 말이 아니더라도 오바마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올브라이트 전 장관과 그의 측근으로 대북조정관을 지냈던 웬디 셔먼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오바마의 대북정책이 클린턴 행정부와 많이 닮긴 하겠지만 그대로 이어받지는 않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올브라이트는 지난 8월 말 민주당의 덴버 전당대회에 모습을 자주 보였는데 이는 덴버가 그녀의 성장지였기 때문이었다.

오바마의 외교안보정책 브레인으로는 앤서니 레이크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클린턴 행정부), 수전 라이스 전 국무차관보 등이 있다. 특히 수전 라이스는 부시 행정부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의 ‘라이스’로 꼽히지만 국무부 시절 아프리카 담당차관보였고 지금도 다르푸르 사태 등 아프리카 문제에 정통한 인물이다.

이 때문에 아시아정책의 경우 클린턴 시절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아시아담당 보좌관과 무역대표부(USTR) 중국담당 차관보를 거쳤던 제프리 베이더를 비롯한 아시아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수전 라이스와 제프리 베이더 모두 현재 브루킹스의 선임연구원이어서 브루킹스 인맥의 강세도 예상된다.

현재 오바마 진영에 직접 참여하진 않았지만 브루킹스에서는 마이클 오핸런 박사가 차기 대통령의 대외정책 매뉴얼을 만들고 있다. 또 브루킹스의 스트로브 탤벗(클린턴 시절 국무부 부장관)도 러시아 정책에서 일정한 역할이 예상된다. 수전 라이스가 오바마 캠프의 자문역 직함을 걸고 직접 나서는 반면 제프리 베이더는 워싱턴에서 아시아정책 외부자문가 그룹을 이끌고 있다.

이 모임에는 모나 서펀 스톤브리지 인터내셔널의 부사장, 매튜 굿먼 전 백악관 아시아경제담당 국장(현 스탠리 재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데릭 미첼 선임연구원 등이 참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스티븐 보스워스 전 주한미국대사(현 터프츠대학 플레처 외교대학원 학장), 맨스필드 재단의 고든 플레이크 사무국장 등도 참여한다.

클린턴 행정부 때 북·미 제네바합의의 이행책임을 맡았던 조엘 위트도 합류했다. 최근에는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미국대사도 오바마 지지활동을 벌인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리처드슨 주지사가 국무장관을 맡을 경우 한반도 정책에선 한국계 토니 남궁 박사가 중요한 역할을 맡을 수도 있다. 버클리대 출신인 남궁 박사는 리처드슨의 대북외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또 현재 부통령 후보인 바이든 상원외교위원장의 전문위원 자누치도 오바마 캠프 내에서 한반도 정책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한다. 그는 미 외교협회에서도 손꼽히는 북한정책 전문가로 손꼽힌다. 공화당의 매케인 진영에서는 외교정책총괄책임자인 랜디 슈네먼, 안보정책 선임보좌관인 코리 샤키 박사(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리처드 폰테인 외교정책 자문역 등이 있다.

특히 폰테인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국장을 거쳐 2004년부터 4년6개월간 매케인 상원의원의 입법보좌관으로 일했으며 지금은 매케인 캠프의 외교정책 자문역(advisor)으로 캠프 안팎의 외교안보정책을 조율한다. 그는 지난 9월 초 공화당 전당대회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존 매케인 후보의 대북정책이 강경하다는 표현에 대해 선을 그었다.

“매케인의 대북정책은 그렇지 않다. 매케인은 반드시 짚어야 할 원칙론에 충실할 뿐이다. 북한의 핵폐기가 대충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으냐?” 그는 매케인 후보가 90년대 중반 북·미 제네바 협상 때 비판적이었던 이유는 “그 협상이 북한의 비핵화를 검증할 방법이 결여된 것이고 검증 방법이 없으면 속을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매케인의 대북정책이나 입장은 그의 군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며 “[군 경험 때문에 군사적 행동을 선호할지 모른다는 인식을 의식한 듯] 그는 오랜 상원 군사위 등의 활동을 통해 북한에 대한 지식과 정책을 다듬어 왔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의 대북정책이 군사적일 것이라는 인식은 잘못이다.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강경한 것이 아니라 원칙론적인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한국·중국·일본·미국 모두에 중요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폰테인은 또 “중동 문제가 지속되면 동아시아 주둔 미군, 특히 한국 주둔 미군을 빼서 그 쪽으로 배치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런 문제는 논의되지 않았다”고 못 박았다. 키 박사도 전당대회 당시 외신센터에서 “북핵문제를 풀려면 영변 핵시설 폐기를 넘어 ‘포괄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에 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최근의 합의는 북한의 핵무기, 핵확산, 우라늄 핵프로그램에 대해 다루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화당 정강정책에서 6자회담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과 관련, “북핵 6자회담이 아직 실행 가능한 방안이긴 하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며 “6자회담 틀 내에서의 어떤 합의도 한국과 일본으로 하여금 그들의 우려와 안보문제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느끼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매케인의 아시아 정책과 관련해 캠프 밖에서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이 뛰고 있다.

그는 부시 1기 콜린 파월 장관과 호흡을 맞췄다. 부시 행정부에서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과 각을 세운 인물로 현재는 컨설팅회사인 아미티지 인터내셔널 회장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함께 ‘아미티지·나이 아시아 보고서’를 매년 작성해 왔다.

랜달 슈라이버 전 미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는 2005년 아미지티 인터내셔널 창립 맴버로 참여한 인물로 CSIS에도 적을 두고 있다. 마이클 그린 CSIS 수석연구원 겸 일본 담당 소장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으로 재직했다. 매케인의 아시아정책을 자문하는 아미티지와 그린 모두 일본과의 커넥션이 두터워 향후 한반도 정책에서도 친일본적인 성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필자는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이다.]

북한 관련 발언
“미국 안보정책의 최대 과제는 북한 등의 ‘핵무기 확산 방지’다. 북한은 핵무기 프로그램을 추구하고 있으며 독재자 김정일은 핵실험을 통해 여러 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 북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도록 폐기(CVID)시키는 게 핵심적인 국익이다.”



5월 27일 콜로라도주 덴버대 연설에서

“[북한의 조치는] 작은 일보일 뿐이다. 우리의 목표는 완전하고 영구적이며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 영변 플루토늄 처리, 북한의 핵무기 수와 상태, 시리아 등에 대한 핵확산 정도, 고농축 우라늄 활동 등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향후 한국과 일본의 우려도 충분히 해소해 줘야 한다. 6자회담 합의사항을 북한이 이행하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외교적·경제적 압력을 지속해야 한다. 만약 오늘 북한이 제출한 신고를 충분히 검증할 수 없고 검증방법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나는 대북 제재 완화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6월 26일 북핵 프로그램 신고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 당시 성명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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