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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산물 원료 팝니다”

“우리 농산물 원료 팝니다”


1972년 출생
경희대 경영학과 졸업
LG카드, 현대증권, 씨티은행
2006년 하늘연F&B 창업

우리가 먹는 과자, 주스, 빵, 국수 중에 진짜 국산은 얼마나 될까? 우리 기업이 우리나라에서 만드는 것은 대부분 국산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식품회사들이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원료의 97%가 수입산이기 때문이다. 일부 국산 유기농 제품과 국산 원료 제품을 제외하면 우리가 먹는 가공식품 대부분은 수입산 원료로 만들어진다. 식품회사들이 외국산 원료를 쓰는 데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값이 싼 점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국산 농산물 원료는 제때 공급되지 않는 점이 더 큰 이유다. 기업들에 중요한 것은 원가도 있지만 필요한 원료를 제때 안정적으로 공급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강성미 하늘연F&B 사장은 여기에 주목했다. “완제품을 만드는 기업과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민이 직접 거래하기는 대단히 어렵습니다. 농산물 수확량은 해마다 들쭉날쭉하게 마련이고, 기업들은 그런 불안한 공급량에 의존해 제품을 만들 수는 없으니까요. 한국 식품업체가 외국산 농산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도 이런 이유죠.”

강 사장은 우리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수확해 1차 가공원료로 만들어 식품회사나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일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풀무원의 유기농 주스 ‘아임리얼(I’m Real)’은 하늘연F&B에서 공급하는 원료로 만든 것이다. 이 주스는 스타벅스, 현대백화점, 신세계백화점 등에서 판매되고 있다.

또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딸기 주스나 셰이크용 냉동딸기, 토스트체인인 이삭토스트에서 파는 멜론주스의 원료 역시 하늘연F&B가 공급한 것이다. 이처럼 강 사장은 우리 농산물 원료를 사용하려는 기업들에 안정적인 1차 가공원료를 제공한다. 기업들은 안전하고 품질 좋은 국산 농산물을 쓸 수 있어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고, 농민들은 하늘연F&B를 통해 대량 수매 또는 계약 재배가 가능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강 사장이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다소 의외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1996년부터 2004년까지 LG카드, 현대증권, 씨티은행 등 금융권에서 8년간 일한 금융인이었다. 그러던 그가 농산물 가공업에 눈을 돌린 것은 해외의 유수 식품회사를 방문하면서부터다. 거대한 가공회사, 식품회사들이 농산물을 이용해 냉동식품, 음료수, 탄산수, 천연조미료 등 각종 가공상품을 만들어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었다.

2004년 씨티은행을 퇴사하자마자 그는 충남 공주로 내려갔다. 농민들의 실정과 농산물 산지의 유통과정을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2년간 농촌에서 생활하면서 농산물 생산과 유통을 파악한 그는 농산물 가공업체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했다. 하늘연F&B는 이런 과정을 통해 2006년 3월 출범했다. 이후 전남 무안의 양파를 2000t 판매했고, 배·멜론·사과·당근·감·고구마 등 우리 농산물을 식품기업에 공급했다.

올 10월부터는 한 대형 편의점에 30억원어치 정도의 고구마 가공식품 원료를 공급할 예정이고, 또 다른 유통을 통해서는 전남 화순군의 찰옥수수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파리바게뜨에는 전남 장성군과 협력해 5년간 흑밀을 납품하기로 계약했다. 이 밖에도 대형 식품회사와 함께 생면을 만들 수 있는 밀 품종을 개발하는 등 사업 영역을 점점 넓히고 있다. 강 사장은 “앞으로 제대로 된 우리 농산물 가공업체가 돼 농민과 식품회사가 윈-윈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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