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직원 펀드 판매 상상도 못해”
“창구 직원 펀드 판매 상상도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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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비롯해 미국의 모든 CFP가 하는 일은 크게 두 가지다. 고객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주는 것과 위험내성(risk tolerance)을 키워주는 일이다.
위험내성은 모든 투자에 내포해 있는 리스크를 개인이 견뎌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을 말한다. 한창 일하고 있는 50대 투자자와 은퇴를 앞둔 60대 투자자가 같은 자산 포트폴리오와 위험내성을 지니고 있을 리 없기 때문에 모든 고객의 포트폴리오는 항상 독창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펀드를 선택하는 것도 투자자의 나이, 자산, 목적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 미국의 펀드 투자자들도 현재 크게 실망한 상태다. 그러나 급증하고 있는 펀드 환매 붐을 펀드런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다우지수는 1년 새 35~40%가량 빠져있지만 펀드의 목표수익률(즉 위험도)에 따라 손실률도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그리고 중국 등 신흥시장에 투자한 펀드는 원금의 50~70%가 사라졌다.
이를 포함한 많은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이 환매 후 미국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이동해 관망하려는 과정이다. 내 고객 중에도 펀드 때문에 실망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모든 위험성을 인지한 상황에서 투자했기 때문에 마찰은 전혀 없다. 위험을 피하고 싶은 고객은 이미 채권형 펀드에 투자하도록 권유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도 한국처럼 투자자들이 펀드운용사를 고소하는 일은 늘 있다. 하지만 집단소송은 드물고 대부분 개인적인 민사소송이다. 일례로 최근 60대 투자자가 투자금액의 80%를 날리자 자신에게 맞지 않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권했다며 한 자산운용사를 고소한 일이 있다. 이런 일이 즐비했던 때는 2000~2002년이다.
IT 버블로 많은 투자자들이 자산 손실을 입었다. 이런 경험이 있기 때문에 미국의 모든 자산운용사 직원은 고위험·고수익 펀드나 금융상품을 고객에게 권할 때 항상 이런 사실을 알리고 동의를 구하고 있다. 법으로도 반드시 위험을 고지하도록 하고 있다. 모든 투자에는 항상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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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은행 창구직원(teller)이 펀드를 판다는 얘기는 상상도 안 가는 일이다. 미국은 일반 창구에서 펀드를 팔 수 없다. 자격증을 갖춘 사람만이 팔 수 있는 것은 당연하고 고객도 일반 상업은행보다는 스미스바니, 찰스 슈왑 등 자산운용 전문회사를 선호한다. 미국의 펀드 문화라고 한다면 위기내성을 기르고 모든 투자를 최대한 분산하는 일의 반복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의 뮤추얼 펀드 가입 비율이 크게 늘어나긴 했지만 한 고객이 전 자산을 모두 뮤추얼 펀드에만 넣는 일은 거의 없다. ETF(상장지수펀드)나 위탁매매, 위임매매도 있고 헤지펀드를 이용하기도 한다. 물론 직접 주식투자를 하는 경우도 많다. 내가 알기로는 미국인의 절반가량은 주식에 직접투자를 하고 있다.
일반적인 미국인이라면 먼저 퇴직연금계좌인 401K를 들거나 예금을 먼저 시작한다. 그 후에 주식 투자를 시작하고 펀드에 투자해 종자돈을 모아 부동산에 넣는다. 많은 한국인이 주식시장을 도박처럼 생각하거나 굉장히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생각 자체가 투자의 의미를 잘못 알고 있다는 증거다.
투자란 수익이라는 기회와 손실이라는 위기가 합쳐진 것이다. 내가 고객에게 늘 강조하는 투자의 팁은 기본적이고 간단하지만 오히려 그래서 지키기 어려운 일이다.
스미스바니와 함께 펀드 판매로 명성을 쌓아온 투자회사 찰스 슈왑의 뉴욕 월스트리트 지점. |
▶투자 리스크가 있다는 점은 펀드, 주식, 부동산 모두에 해당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 목표에 맞는 분산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싸게 사 비싸게 판다는 것이 절대명제다. 하지만 대부분 거꾸로 한다. 신흥시장펀드가 한창 잘나갈 때 들어간 사람들은 현재 70%까지 손실을 보고 있다.
▶모든 투자에는 반드시 목표가 있어야 한다. 학자금 마련이 목표라면 그에 맞는 포트폴리오는 따로 있다. 목적 없는 투자는 투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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