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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불협화음 오래가지 않을 듯’

‘한·미 FTA 불협화음 오래가지 않을 듯’

지난해 3월 한·미 FTA 협상 타결에 임박해 여유를 보이는 양국 대표.

2009년 1월 미국에서 오바마의 새 행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경제정책 분야에서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으로선 통상분야에서 오마바 정부가 어떤 노선을 취할 것인지가 관심사다.

한국은 내수시장이 협소해 수출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취약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총소득 대비 수출입 비중을 따지는 대외무역 의존도가 2007년 94.2%를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90% 선을 넘어섰다는 데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특히 미국은 우리나라의 교역국 중 수출에서 중국에 이어 2위며, 수입에서는 중국·일본에 이어 3위라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선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최우선 과제로 공정무역 확보를 위한 무역조치 강화를 제시했다.

결과적으로 오바마 집권 기간에 중국을 비롯한 주요 교역국과의 통상관계에서 긴장과 마찰이 불가피해 보인다. 한국 입장에서도 대미통상 이슈 점검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덧붙여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도 대미 수출에 미치는 효과를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한·미 최대 통상 현안은 뭐니 뭐니 해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는 외국 시장 개방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통상정책의 목표로 강조하면서 노동·환경 기준과 양립하고 미국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 무역협정만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역시 미국인 근로자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캐나다와 멕시코 지도자와 개정 논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통상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노동 및 환경 기준에 대한 관심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미 FTA도 미국 측의 이러한 관심이 반영돼 있다.

환경분야의 경우 높은 수준의 환경보호 의무, 환경법의 효과적 집행 의무, 무역 및 투자 촉진을 위한 환경보호 수준 완화 금지 등을 규정해 놓았다. 노동분야에서도 국제 노동 기준 준수 노력, 노동법의 효과적 집행은 물론 노동규정의 위반에 대해 양 당사국의 누구라도 시정 요구 등 의견을 제출할 수 있는 공중의견제출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오바마가 선거 기간에 잘못된 무역협상의 한 예로 한·미 FTA 자동차 부문 협상을 언급한 점은 예사롭지 않다. 수차례 한·미 간 자동차무역의 극단적인 불균형을 지적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2007년 미국의 상품무역 적자는 8194억 달러에 달했다.

우려되는 대목은 오바마가 이 모든 것을 수입차나 수입품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무역의 공정성은 국제무역규범에 비춰 판단할 사안이지 양국 간 교역 실적을 기준으로 재단할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향후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한·미 FTA는 양국 대표 서명을 거쳐 양국 의회의 비준을 기다리고 있다. 서명이라 함은 조약문을 최종적인 것으로 끝맺는 조약법상의 절차다. 따라서 조약법적 관점에서는 더는 재협상이 불가하다. 협상을 담당했던 USTR은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한·미 FTA를 지지해야 하는 이유를 올려놓고 있다.

한·미 간에 힘든 협상을 통해 서명까지 끝낸 한·미 FTA에 대해 오바마가 선거과정에서 후보자 신분으로 재협상을 주장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다. 그렇지만 국가 간 통상 협상의 기초인 ‘신뢰’의 관점에 비추어 본다면 서명까지 마친 협정문을 다시 협상하자고 나서는 사례는 드물뿐만 아니라 아니라 그 명분도 매우 약하다.

미국의 정권은 선거 때마다 바뀌게 마련이다. 다시 말하자면 오바마 당선에 따른 업종별 기상도 역시 한시적일 뿐이고 경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이는 사실상 영속적인 것이다. 한·미 FTA가 발효된다면 LCD TV에 부과되는 5% 관세가 즉시 철폐되고 소형 냉장고와 세탁기 등에 부과되던 1.4~1.9% 관세도 혜택을 받게 된다.

세계 최대의 미국 시장에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는 한·미 FTA 이상의 호재를 다른 데서 찾기는 어렵다. 대선 공약은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정치적 의도로 제시하는 게 대부분이다. 아무리 대선공약이라 할지라도 국제규범이나 현실에 비춰 부적합하다면 취임 이후 바뀔 수도 있다.

실제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NAFTA에 반대했다가 취임 이후 태도를 바꿨던 전례도 있다. 결과야 어찌 됐든 한국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한 상황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필자는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으로 국제산업협력실에서 국제통상투자법, FTA법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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