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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해킹사건과 쇼핑 행각

캠프 해킹사건과 쇼핑 행각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플로리다주 유세(10월 26일).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와 존 매케인 공화당 대통령 후보 양측의 선거 캠프 컴퓨터 시스템이 아주 정밀한 사이버 공격의 희생자가 됐다. 공격자는 알려지지 않은 ‘외국 기업 또는 조직(foreign entity)’이었다. 그래서 FBI까지 개입했다. 지난여름 오바마 캠프의 기술 전문가들은 처음에는 컴퓨터 시스템이 컴퓨터 바이러스의 공격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암호나 신용카드 번호를 훔치는 데 사용되는 해킹 방식인 ‘피싱’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FBI와 대통령 경호실이 불길한 경고를 전했다. “생각보다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고 한 요원이 오바마 팀에 말했다. “방화벽이 뚫려 이곳 시스템에서 상당한 분량의 파일이 유출됐다.”

그 다음 날 오바마의 선거대책본부장 데이비드 플루프는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문제가 심각하니 빨리 손을 써야 한다”는 것이었다. FBI는 8월 말 오바마의 보좌관들에게 매케인 진영의 컴퓨터 시스템도 유사한 해킹을 당했다고 전했다. 매케인 진영의 한 고위 참모는 자신들의 컴퓨터 시스템이 해킹당했고 FBI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뉴스위크에 확인해줬다.

FBI와 백악관의 관리들은 오바마 캠프 측에 외국 기업이나 조직이 양쪽 캠프의 정책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정보를 입수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행정부와 협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정보를 말한다. FBI는 오바마 진영에 정치적 적대 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것은 아니라고 안심시켰다(오바마 캠프의 기술 전문가들은 해커들이 러시아인이나 중국인이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오바마 캠프가 고용한 보안회사가 컴퓨터 시스템의 방화벽을 강화해 해커들의 공격을 완전히 차단했다. 백악관과 FBI의 관리들은 이 문제에 관해 논평을 거절했다. 세라 페일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의 고급 백화점 쇼핑 행각이 보도된 것보다 훨씬 심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매케인 캠프의 참모들은 공적으로는 페일린을 지지하면서도 사적으론 그녀의 터무니없는 낭비벽에 분통을 터뜨렸다. 한 고위 참모에 따르면 매케인의 수석 보좌관 니콜 월리스가 페일린에게 전당대회용으로 정장 세 벌을 구입하고 스타일리스트 한 명을 고용하라고 했다. 하지만 페일린은 자신만이 아니라 가족에게 필요한 물품까지 선거 비용으로 사들였다.

삭스 피프스 애브뉴와 니먼 마커스 같은 고급 백화점에서 의류와 액세서리를 대거 구입했다. 정통한 소식통 두 명에 따르면 그 물품의 계산은 대부분 한 부유한 기부자가 떠맡았다. 그는 청구서를 받고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페일린은 또 하급 참모들의 신용카드로 옷 몇 벌을 추가로 구입했다.

매케인 진영은 최근 참모들이 그 비용을 돌려받으려 하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됐다. 한 참모는 페일린이 이전에 보도된 15만 달러보다 ‘수만 달러’를 더 썼으며 남편의 옷을 구입하는 데 그중 2만∼4만 달러를 썼을 것으로 추정했다. 한 참모는 화를 삭이지 못하면서 페일린의 쇼핑 행각을 “와실라 출신의 촌뜨기가 니먼 마커스 백화점을 동부에서부터 서부까지 약탈했다”고 표현했다.

그는 공화당이 장부를 감사하면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페일린의 한 측근은 이렇게 말했다. “페일린 주지사는 참모들에게 신용카드를 내놓으라고 강요한 적이 없으며, 참모들이 자신의 신용카드로 페일린이 물건을 구입한 것은 일반 경비로 계산돼 전액 상환됐다. 선거 패배 이후에 나오는 비열한 허위 비난은 페일린에 대한 진실보다는 그런 비난을 하는 사람들의 됨됨이를 말해준다.”

매케인은 선거운동 중에 페일린에게 직접 이야기를 한 적이 드물었다. 참모들은 매케인에게 페일린의 쇼핑 문제에 관한 세부사항을 보고하지 않았다. 매케인이 화를 낼 게 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페일린은 지난 4일 선거가 끝난 직후 결과 승복 연설에서 매케인과 함께 단상에 서게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매케인의 선거전략가 스티브 슈미트가 그 요청을 거부했다.

힐러리는 오바마보다 매케인과 더 친했다.

뉴스위크는 1984년부터 대선 때마다 선거 특별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이번 프로젝트 ‘어떻게 승리했나(How He Did It) 2008’에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뒷이야기가 포함돼 있다. 이 프로젝트는 선거가 끝난 뒤까지 지면이나 온라인으로 공개하지 않는다는 합의 아래 뉴스위크 기자들이 1년 이상 각 캠프를 밀착 취재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 수록된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발췌 정리했다.



바마 캠프는 지난 9월과 10월 초 대통령 경호실로부터 오바마에 대한 위해 위협이 크게 증가했다는 내용의 정보를 제공받았다. 그 시점은 페일린 유세에 참여한 지지자들이 더욱 열광적인 반응을 보인 때와 일치했다. 오바마의 아내 미셸은 욕설을 퍼붓는 군중과 공화당 후보자들의 독설로 심한 충격을 받았다.“그들이 왜 사람들을 선동해 우리를 증오하게 만들어요?”라고 미셸은 캠프 고위 참모에게 물었다.



지막 대통령 후보 TV 토론이 열리기 하루 전 일요일 밤, 매케인의 측근들은 선거전이 사실상 끝났으며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매케인에게 보고할지 말지를 두고 토론했다. 하지만 그 모임의 분위기는 아직은 그럴 수 없다는 쪽으로 기울어졌다. 매케인의 기분이 ‘흥분 상태’에 있을 때는 곤란하다는 얘기였다.



바마 캠프의 뉴미디어 전문가들은 선거 당일 투표를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투표를 독려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누가 투표를 했고 누가 하지 않았는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들은 그 프로그램 제목을 ‘프로젝트 후디니(유명한 마술사)’라고 붙였다. 투표소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마술처럼 명단에서 이름이 사라지기 때문이었다.



일린은 오바마와 1960년대 극좌파 학생운동을 이끌며 국방부 등에 폭탄테러를 시도한 윌리엄 아이어스의 관계를 부각시키며 공세를 퍼부었다. 하지만 매케인 캠프가 그런 공격을 할지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미리 치고 나갔다. 매케인의 참모들은 그 다음 주에 그 같은 사실을 밝히려고 준비 중이었지만 매케인이 승인하지 않았고, 수석 참모 마크 솔터도 반대했다.



케인은 오바마의 담임목사로 미국 비하 발언 스캔들로 구설수에 올랐던 제러미아 라이트를 선거전에 이용하기를 꺼렸다. 매케인은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선거 광고나 유세에서 라이트 목사를 거론해서는 안 되며, 미셸 오바마를 공격해서도 안 되고, 오바마가 군복무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는 것이었다. 매케인은 오바마가 어린이들을 테러에서 보호할 수 없을지 모른다는 점을 암시하는 어린이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겠다는 참모들의 계획에도 반대했다.

슈미트도 오바마가 범죄 퇴치에 미온적이라는 점을 시사하는 광고 제작을 거부했다. 또 슈미트와 솔터는 매케인에게 보고가 올라가기도 전에 오바마가 레즈비언 토크쇼 진행자 엘런 디제네레스와 춤추는 장면을 이용한 광고도 폐기했다(흑인이 레즈비언과 춤추는 모습이 너무 도발적이라고 판단했다).



바마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할 생각이 없었다. 경선 과정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인 라이벌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의 남편 클린턴 전 대통령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부통령 후보에 관한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힐러리의 이름이 거론되고 참모들이 왜 그녀를 기피해야 하는지 설명하면 오바마는 “이제 우리 입장이 확실히 정리된 겁니까?”라고 질문했다.

클린턴 부부가 득보다 해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반면 매케인은 힐러리 클린턴이 아니라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 안도했다. 매케인 캠프는 힐러리를 매우 두려워했다.



케인은 민권운동의 영웅인 존 루이스 하원의원이 자신을 조지 월리스 전 앨라배마 주지사와 비교하는 보도자료를 내놓자 망연자실했다. 월리스는 악명 높은 인종차별주의자였다. 매케인은 자신의 책 ‘용기가 중요한 이유(Why Courage Matters)’에서 루이스에 대한 이야기에 한 쪽을 할애했다. 매케인은 루이스를 너무도 존경한 나머지 그를 만나러 가면서 자녀들까지 대동한 적이 있다.



러리 클린턴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전에서 공식 패배한 날 밤에 매케인과 장시간 화기애애하게 전화 통화를 했다. 실제로 힐러리는 오바마보다 매케인과 더 가까웠다. 힐러리와 매케인은 상원의 유람선 여행에서 함께 술을 마시기도 했다. 그 두 사람은 서로를 정계의 백전노장으로 인정하며 존중했고, 둘 다 똑같이 오바마를 겉만 번지르르한 애송이라고 경멸했다.

페일린은 세인트폴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생소한 남자들의 세계에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어느 날 밤 스티브 슈미트와 마크 솔터가 그녀에게 브리핑을 하러 호텔방으로 찾아갔다. 잠시 후 페일린이 젖은 머리에 수건 하나를 얹고, 몸에 커다란 타월 한 장만 걸친 채 방에 나타나 말수가 적은 남편 토드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있으라고 했다. “저도 금방 나올게요”라고 페일린이 말했다.



바마와 매케인 모두 TV 토론을 걱정했다. 오바마는 민주당 예비선거 동안 토론을 준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런 토론은 내게 맞지 않아요. 내가 몸을 사리게 되거든요. 때로는 내가 질문에 말려들어 ‘이건 정말 터무니없는 질문이지만 어쩔 수 없이 답변해야지’라고 생각하게 된단 말이죠. 그래서 사회자 브라이언 윌리엄스가 개인적으로 환경 보호를 위해 한 일이 뭐냐고 내게 물으면 ‘글쎄요, 저는 나무를 많이 심었는데요’라고 대답할 겁니다. 당연히 그는 ‘내 질문은 개인적으로 한 일을 말하는 데요’라고 말하겠죠. 그러면 내 머릿속에는 이렇게 말하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그래 브라이언, 사실은 말이야. 내가 집에 있는 전구를 전력 소모가 적은 것으로 바꾼다고 해서 지구온난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아. 그건 집단적인 행동이 있어야 해결이 가능한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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